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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77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21 00:16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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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발전과 보상

DUMMY

“..네?”


애도 아니고, 이건 거의 부모가 애들을 억지로 화해시킬 때나 쓸 법한 어투였다.


“단번에 사이가 좋아지는 건 힘들겠지. 그냥 이해를 좀 해주라는 말이야.”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일이 이렇게..!’


청소장은 입에서 나가려는 말을 억지로 참았다.

지금 자신이 알겠다고만 하면 바로 아저씨의 유품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


도깨비는 표정이 굳을 대로 굳어서 고민하는 청소장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청소장이 이곳에서 10년간 일하면서 보여준 행동을 생각하면 고민하는 것 자체가 장족의 발전이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로라도 친하게 지낼 수 없어요.”

“하아..”


절로 한숨을 쉬는 도깨비를 보면서도 청소장은 꿋꿋하게 할 말을 했다.


“도깨비님도 제가 왜 이러는지 알고 계시잖아요. 지금 귀신의 집은.. 아니, 흡혈귀나 구미호님은 저랑 생각이 많이 달라요. 10년 전까지는 제가 어떻게든 귀신들이 성불할 수 있게 했지만 지금은 귀신의 집 거의 전체가 구미호님의 방침을 따라 움직이고 있어요.”

“...”

“어째서 다른 기억으로 생전의 기억을 덮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요.”

“너도 사실은 알고 있잖아.”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달라요.”


청소장이 도깨비를 직시했다.


“일차적으로 소멸을 막기 위해 기억을 바꿨으면, 서서히 원래 기억을 되살려 주는 게 도리 아닌가요? 대체 누가 자신의 원래 기억을 잃고 살아가는 걸 좋아하겠어요. 온 세상을 다 뒤져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

“목적을 잃은 귀신들은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기억을 못하고 있다고요. 그 기억 속에 자신의 친구, 가족, 추억이 있는 건데.”


도깨비는 청소장이 자신을 보면서 다른 것을 떠올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귀신이 되서 새로운 삶을 보내는 게 과연 정말 귀신들이 바라는 삶이겠어요? 적어도 자신이 뭘 잊어버렸는지는 알려주고, 선택을 하는 것도 스스로가 해야 하는 거라고 봐요.”

“이상론이야.”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상론이 아니라..!”

“이상론이지. 너는 구미호가 결계 밖으로 나간 걸 본 적이 있어?”


도깨비가 씁쓸한 표정과 함께 청소장의 말을 막았다.


“지금 귀신의 집은 구미호의 주술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사정이 다 다른 귀신들을 한데 모아서 관리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거라고. 인간들한테 정보가 새지 않도록 하는 것만 해도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야.”

“...”

“나는 오래 살았어. 구미호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오래 살았지. 그만큼의 세월을 보냈으니 눈에 비치는 것도 다를 거야. 다른 사람이 보기엔 유치하고, 아직 정신이 어려도, 구미호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희생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어른스럽다고 생각해.”

“그건..”

“물론 니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벽에 부딪혀서 주저앉는 것보다는 이상을 갖고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것만 주장하기엔 스스로가 가진 힘이 부족하다는 것도 직시할 줄 알아야지.”

“...”

“적어도 구미호는 귀신들한테 다른 목적이라도 쥐어줘서, 귀신일지라도 삶에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흡혈귀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소장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쩌면 구미호도 나름의 생각하는 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살며시 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저씨가 원하는데 유품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청소장은 다 식은 차를 한 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깨비님이 하시고 싶은 말은 잘 알았어요. 그렇지만 그 말을 듣고 바로 그렇구나, 하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구미호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직접 들을 거고요.”

“그거면 충분하지.”


도깨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소장은 자신의 뒤를 쫒아 도깨비가 따라오자 고개만 뒤로 돌려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최아무개라는 귀신의 유품 보여 달라며?”

“..네? 아까 안 된다고..”


도깨비는 청소장이 벙져서 서 있는 걸 놔두고 혼자 걸어갔다.


“내가 이해만 좀 해주라고 했잖아. 직접 말을 듣겠다고 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고.”

“아..”


이번엔 도깨비가 고개만 돌려 말했다.


“안 갈 거야?”

“..갈게요! 감사합니다.”



현석은 작은 아파트에서 보았던 가족사진을 떠올리고 있었다.

거실 크기에 비해 굉장히 큰 사진이었다.

과거엔 그런 사진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집이 컸던 걸까.

아들로 보이는 남자는 자신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를 모시고 사는 걸까.

그 여자의 이름은 뭘까.

그 남자의 이름은 뭘까.

정말 자신의 가족이 맞다면, 어째서 자신은 가족의 이름조차 모르는 걸까.


“쿵!”


분했다.

어째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지.

현석은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여기에 나온 주소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까맣게 탄 집터들만 있을 뿐이었다.

현석은 뭉개져 사라진 왼쪽 몸을 보았다.


“...”

“쿵, 쿵”

“으앗!”


갑자기 들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석은 흠칫, 놀라 방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저씨, 여기 있어요?”

“아, 어!”

“끽..”


청소장이 말했던 대로 소리가 나도록 잘 유지된 문이 열렸다.

들어오자마자 청소장은 현석의 손부터 살폈다.

주민등록증이 들려있는 것을 보고 청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

“살색이 가득 있는 책 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아니야! 나 방금까지 엄청 심각했거든?”

“어쨌든.”

“그렇게 가볍게 넘기지 말고 사과해!”


현석이 부르짖자 청소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있지도 않은 오지랖을 끌어 모아서 유품을 받을 수 있게 했더니, 이 귀신은 그것보다 자존심이 중요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청소장은 잠시 현석을 지긋이 보았다.


“..어쨌든.”

“너 내 말 듣고는 있는 거지?”

“유품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알려주러 온 건데 당사자 태도가 이래서야 제가 헛수고 한 것 같네요.”

“뭐?”

“아저씨 유품 받을 수 있게 됐다고요. 그래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동안은 어디 나가지 말고 이 집에 계세요. 나중에 받고 싶으면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정말이지?”


눈에 띄게 밝아지는 표정을 보니 청소장은 약간의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저 거짓말 안하는 거 알잖아요.”

“그래도, 안된다고만 생각했는데.. 10년 동안 구미호님이 안 된다고, 보여줄 수 없다고 했거든.”

“...”

“고맙다.”


청소장은 현석이 안하던 말을 하자 괜히 멋쩍은 기분이 들어서 나가려고 방문을 잡고 말했다.


“전 아저씨 담임이잖아요. 제가 아니면 누가 해주겠어요, 이런 귀찮은 일.”


작가의말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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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 발전과 보상 17.10.21 33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3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2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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