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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81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8.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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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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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이념

DUMMY

37화/이념


“이대로 귀신이 계속 인간을 죽였다간 제령사가 올 수도 있어. 나는 몰라도 힘도 제대로 못 다루는 귀신이 몰려 사는 ‘귀신의 집’의 위치가 드러나면..”


청소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리곤 말을 이었다.


“내가 아무리 정이 없어도 내 담당 반이 사라지는 건 가만히 못 두고 봐.”

‘저 애의 담임선생님도 청소장님 같은 분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민수는 진지한 표정의 청소장을 보면서 자신이 처음 귀신의 집에 갔을 때 대부분의 귀신이 자신을 인간인 줄 알고 가까기 다가오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가 제령사에 대해 말하면서 두려워했던 것도 생각났다.

때문에 청소장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그렇다고 사랑의 마음을 상처 입히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이 더 이상 인간을 죽이게 하지 않게 해야 한다면 분명 더 좋은 말로 설득할 수 있을 터였다.

민수는 사랑이 흥분할까봐 조심조심 말을 꺼냈다.


“나는 지금 니가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니가 그놈들을 죽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고통스럽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봐. 분명 죽인다는 극단적인 것 말고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하지만 이제 와서 몇 마디 말에 결심이 흔들릴 사랑이 아니었다.

가해자들을 죽이겠다는 일념만이 사랑이 물귀신이 된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생각한 게 이거야! 아는 거랑 이해하는 거랑은 다르다고! 너는 말로만 나를 위로하려는 거잖아!”


사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숨도 못 쉬고 익사한 그 날, 귀신이 되어서 자신이 처음 본 광경은 아무도 없는 남자 화장실 세면대에 혼자 머리를 박고 죽어있는 자신의 시신이었다.

이미 뛰지 않는 심장이 뚝, 떨어져 아예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몸부림치면서 아무리 외친들 소용없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랑은 눈을 손으로 가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새겨진 기억이 흐려지진 않았다.

잊고 싶었다.


“......”


사랑의 욕망에 반응하는 것처럼 세면대의 물이 출렁였다.

고여 있던 물은 사랑에게 달라붙었고, 사랑은 어찌되든 관심 없다는 기분에 가만히 물에 몸이 먹히도록 놔두었다.

물이 몸에 스며드는 동안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했다.


“뚝, 뚝”


머리카락이 물을 잔뜩 머금고 물을 떨어뜨릴 때 쯤 사랑은 눈을 떴다.

앞으로 할 일은 명백했다.


“다 죽이면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가해자를 모두 죽이겠다는 결심은 사랑의 얼마 남지 않은 마음을 붙들어 매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입에 발린 말 할 거면 집어치워. 이해한다면서 어째서 그놈들 죽이는 건 납득을 못하겠다는 거야?”


보다 못한 청소장이 나섰다.


“너도 알잖아? 그건 니 미련을 푸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돼.”

“아니.”


사랑은 눈을 감았다.


“그것뿐이야. 내가 다 죽일 거라고.”


동시에 사랑을 중심으로 바닥을 적시고 있던 물이 새하얗게 얼음으로 변했다.

사랑은 그 말만 남기고 잽싸게 정수기 물을 타고 이동해 사라져 버렸다.

여기서 싸워봤자 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안 돼!”


청소장이 다급하게 외치면서 정수기로 달려갔지만 이미 사랑은 사라진 뒤였다.


“길이라도 끊어둘 걸..!”


바로 앞까지 온 수민이 다시 멀어졌다고 생각하면서 청소장은 분을 참지 못하고 정수기를 세게 쳤다.


“쿵!”


불길할 정도로 크게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힘 조절을 하긴 한 건지 다행히 정수기는 멀쩡해 보였다.

민수는 사랑이 떠난 게 자신의 설득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 죄책감이 느껴지면서도 씩씩거리는 청소장을 두고 슬쩍 교직원 책상의 맨 안쪽으로 향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 것과 동시에 아무래도 20년이나 된 기록이다 보니 서류로는 남지 않았을 것 같아 제일 급이 높아 보이는 자리에서 검색을 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민수가 뭘 하는지는 관심이 없는 건지 청소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한시라도 빨리 사랑을 찾아야 했다.


“아무래도 다음은 학생일 텐데, 민수 말 대로면 일일이 찾기엔 너무 많고 뭣보다 누가 가해자인지도 모르니까..”


손톱을 깨물며 고민하는 청소장의 눈에 딱 봐도 도둑처럼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는 민수가 눈에 들어왔다.


“너, 같이 가야겠다.”

“네?”


화들짝 놀라 다시 미어캣처럼 반응한 민수와 달리 청소장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영민? 암튼 그 목격한 남자애를 직접 찾아가야겠어.”

“저.. 그럼 검색 한 번만 하고 가면 안 될까요?”

“안 돼, 한시가 급해. 그 애가 더 이상 인간을 죽였다간 정말 위험해져. 제령사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니까? 이건 너도 관련된 일이라고. 검색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 일만 끝나면 너도 시간 널널 해질 테니까 조금만 참아.”


청소장은 근신이 풀리면 당연히 민수에게 수민을 지켜보라고 시킨 것을 취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민수는 청소장이 구미호와 거래한 내용을 몰랐다.

때문에 청소장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 어떻게든 검색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치만 좀 있으면 수민이도 보러 가야 되고, 청소장님도 그 편이 마음이 놓이지 않으세요? 조금 천천히 쫓아간다고 크게 바뀌지는..”

“니가 그렇게 얘기할 줄은 몰랐는데.”


청소장은 민수의 말을 끊었다.


“지금 그 애는 당장 누가 말리지 않으면 더 많은 인간을 죽일 거라고. 나는 니가 인간이 죽는 건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긴 한데, 어차피 그렇게 유익한 놈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진심이야? 방금까진 직접 죽이는 건 안 된다고 말했으면서. 내 의견에 동의하는 줄 알았는데.”

“......”


민수는 한번 컴퓨터에 눈길을 보냈다가 청소장을 봤고, 잠시 후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내가 위선자 같네.’

“후..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영민이라는 애 집까지 안내해드리는 것뿐이에요. 악령을 상대하거나 그 후에 또 어딜 찾아가야 된다거나 그런 건 저도 잘 모르니까요.”

“알아. 안내만 해주고 수민이 보러 가 줘.”


안내하고 여기로 오는 것이 아닌 수민을 보러가라는 말에 민수는 순간 다 때려 치고 싶어 청소장을 째려보려 했지만 청소장이 대걸레를 잡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어디로 가야돼?”

“일단 나가죠.”



영민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본 것을 모두 말하고 친구와 경찰서를 나섰다.

처음 가 본 경찰서는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 아니었고, 드라마처럼 모든 경찰이 담배를 막 피우고 전부 험상궂게 생긴 것도 아니었다.

상상과 다르게 친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경찰 덕분에 영민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그 때 선생님이 아니라 바로 경찰한테 얘기했다면 선배는 안 죽었을 텐데..’

“야, 괜찮아?”

“어.. 그냥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

“그게 뭐가 괜찮은 거야.”


영민은 고개를 떨궜다.


“괜찮은 것도 이상하지 않아? 나 때문에 선배가..”

“아까도 말했지만 잘못한 건 니가 아니라 선생들이랑 2, 3학년..”


도중에 관두긴 했지만 입이 꿈틀거리는 친구를 보니 험한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영민은 그 모습을 보고 친구에게 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욕을 듣고 싶지 않은데 안 해서가 아니었다.

친구가 자신의 기분을 최대한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너 아직 말 안한 거 있지.”

“무슨 소리야?”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영민은 입술을 깨물다 말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친구를 봤다.

그런 영민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것처럼 친구는 영민을 수상하다는 시선으로 보고만 있었다.

영민은 확실히 숨기는 게 있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믿어준다 한 들 쉽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숨기는 것이 없는 척을 했다.


“없다니까?”

“그럼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데?”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그거 말고! 너 지금 집에 안 가려고 하잖아? 집에 뭐 있어?”

“......!”


정곡이었다.

영민은 집에 가면 사랑이 자신을 죽이러 올 거란 생각에 일부러 집까지 빙빙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서 가고 있었는데 역시나 친구가 알아차린 것이었다.


“말 못해.”

“말 해. 뭔데?”

“......”


얼굴이 뻘게지면서 고개를 젓는 영민을 보고 친구는 영민이 집에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말 하라니까? 내가 도와줄게!”

‘선배가 죽이러 올 것 같다는 말을 믿을 리가 없지. 나도 내가 미친 것 같은데.’

“안 돼.”

“......”


결사반대하는 영민을 이상하게 보다가 친구는 결국 영민을 두고 영민의 집으로 향했다.


“됐어, 내가 알아볼 테니까.”

“야, 잠깐만!”


사랑의 죽음과 연관이 없으니 친구가 위험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영민은 자신을 두고 빠르게 걸어가는 친구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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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9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6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3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9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3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2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 이념 17.08.25 4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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