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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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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1.0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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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벗겨지는 가면

DUMMY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 흡혈귀의 방은 암막 커튼을 쳐 놓았고, 때문에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작은 쥐가 시끄럽게 찍찍거렸다.


“흡혈귀님.”

“...”

“흡혈귀님!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제령사가 그렇게 많은 거예요?”


작은 쥐는 흡혈귀의 명령 같은 부탁을 따라 일주일 전 갔었던 호프집의 상태를 보고 온 상태였다.

제령사들은 흡혈귀가 대낮에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생각해 ‘일반인’만을 들어오지 못하게 결계를 쳤기 때문에 작은 쥐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작은 쥐는 한 눈에 봐도 적은 숫자가 아닌, 가지각색의 복장을 한 제령사들이 한 가득인 것을 보고 패닉에 빠진 상태였다.

이미 속으로는 자신이 전한 편지가 원인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작은 쥐는 애써 부인하고 있었다.

그것은 흡혈귀가 시킨 일이었다.

자신이 믿는 존재가 귀신의 집에 해가 되는 일을 시킬 리가 없다고 믿고 싶었다.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

“...”


하지만 흡혈귀는 변명도 없이 그저 생각에 잠겨있을 뿐이었다.

작은 쥐의 털이 미세하게 떨렸다.

흡혈귀가 침묵을 유지할수록 그 떨림은 커졌다.


“그 편지가 관련된 건가요? ..아니죠?”


작은 쥐의 시선은 흡혈귀의 주름 가득한 입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둠에 개의치 않는 두 눈동자는 그 입이 아니라고 말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흡혈귀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나는 그런 것 보다 니가 어떻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지가 더 궁금한데.”

“...”

“달리 여기서 제령사랑 접촉한 존재가 있나?”


작은 쥐가 혼잣말을 시작했다.


“아니어야.. 되는데..”

“제령사한테 편지를 보낸 건 너잖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하지만.. 그 편지는 겁을 줘서 돌려보내는 거라고.. 생각..”

“순진하네.”

“...”

‘어리석고 멍청해.’


이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 작은 쥐에게 흡혈귀가 더러운 손톱을 내밀었다.

덜덜 떠는 작은 쥐를 손톱이 슥, 슥 긁었다.


“걱정 마. 그 놈들은 날 잡으러 온 거거든. 여기가 들킬 염려는 적어.”

“..네?”

“편지엔 니가 말한 대로 더 이상 이 근처에서 서성이지 말고 돌아가라는 말을 적었어. 그렇게나 많이 모였다면 아무래도 이미 냄새를 맡았다는 얘기겠지.”


작은 쥐의 떨림이 서서히 멈췄다.


“내가 이 근처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어쨌든, 다른 선생님들이랑 구미호님한테 알려서 당분간은 귀신의 집 밖으로 안 나가는 게 좋다고 말해야겠어.”

“그, 그런 거죠? 흡혈귀님이 의도한 상황이 아닌 거죠?”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만 나가서 다른 선생님들이랑 귀신들한테 알려. 당분간 나가지 말라고.”

“네!”

“...”


작은 쥐가 나갔고, 흡혈귀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해가 떠 있을 시간이었다.

흡혈귀는 옷걸이에서 두꺼운 망토를 골랐다.

해가 떨어지면 구미호를 만나야 했다.



“덥석!”


민수는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잡아 세우자 멈칫했다.

구순이의 덩치가 상당하다는 것을 생각해, 위에서 산을 내려다보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지금부터 한껏 날아오를 생각이었다.


“너 지금 나가려고?”


민수를 붙잡은 것은 같은 반은 아니지만 지나가다 몇 번 마주친 몸 전체가 창백한 귀신이었다.

전형적인 처녀귀신처럼 얼굴을 가릴 정도로 치렁치렁하게 내려온 긴 머리 사이로 시뻘건 눈이 보였다.


“네. 근데 왜..”

“지금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거 몰라? 바로 근처까지 제령사가 엄청 많이 왔다나봐. 제령 되고 싶지 않으면 나가면 안 돼.”

“네?”


그러고 보니 방금 전부터 귀신의 집 전체가 어수선하긴 했다.

민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중앙 홀에 모여 있으라는 지시라도 있었는지 상당수의 귀신들이 홀에 모이고 있었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처녀귀신은 민수의 말을 듣고 다른 귀신들에게로 멀어졌다.


‘제령사? 귀신을 없애는 사람들인가?’

“참, 아저씨가 아직 밖에 있는데..”


민수는 다급하게 청소장을 찾았다.

다행이도 잔뜩 찌푸린 표정의 청소장이 다른 귀신 몇 명과 계단을 내려오는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청소장님!”

“..?”


청소장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민수 쪽을 보았다.

민수는 청소장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한 마음에 거의 날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괜히 날았다가 청소장과 부딪히고 싶진 않았다.


“아저씨가 아직 밖에 있어요. 어떡해요?”

“..잠시만요.”


청소장은 서양 처녀귀신과 다른 귀신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민수를 끌고 위층의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아저씨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

“어..”


민수는 기억을 더듬었다.

일주일 전에 기사를 찾아보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어디 있는지는 몰라요. 근데 본인이 죽은 걸 기사에서 찾아보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거 이상은 잘..”

“기사..?”


청소장이 뭐라도 더 물어보려는 찰나에 복도 끝 쪽에서 흡혈귀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


이윽고 흡혈귀가 지나는 동안 청소장은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마음이 내보이지 않도록 흡혈귀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만 하고는 홀로 내려갔다.

만에 하나 꼬투리를 잡고 자신에게 맞선다 해도, 자신은 청소장의 약점을 잡고 있었다.

청소장은 평소와 다르게 신경을 긁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는 흡혈귀를 보고만 있었다.


“수상한데..”


하지만 의심만으로 바로 패대기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청소장은 속으로 의심을 억눌렀다.

한편 민수는 흡혈귀는 본 순간 일주일 전의 이야기를 청소장에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흡혈귀가 정말로 수민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있는 건지 고심했다.

하지만 이미 귀신의 집의 귀신들 전체가 제령사들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알고 혼란에 빠진 상태였고, 민수는 흡혈귀의 그 협박은 협박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청소장님, 말씀드릴게 있는데요.”

“뭔데.”

“일주일 전에 귀신을 볼 수 있는 인간들이 근처까지 왔었어요. 수민이가 알바하는 데요.”

“뭐? 거길?”

“그 때 바로 말하려고 했었는데 흡혈귀 선생님이 말하면 혼란만 초래할 거라고 말하지 말랬었거든요?”

“왜 그 얘길 지금 하는 거야?”


청소장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주위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온도가 내려갔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모르고.. 그리고..”

“...”


청소장은 잔뜩 겁먹은 상태에서도 꿋꿋이 정보를 전하려는 민수를 보고 대걸레를 휘두르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수민이가 알바하는 데? 거기에 흡혈귀가 있었다는 얘기야?’


이어지는 민수의 말은 청소장의 궁금증에 쐐기를 박았다.


“그 날 수민이네 집을 흡혈귀 선생님이 알아버려서..”


이제 청소장은 화를 넘어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그 집까지?’

“..청소장님..?”


청소장의 몸이 본 적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말 한 마디 없이 계단을 내려간 흡혈귀의 태도가 가증스러웠다.

청소장이 급하게 홀을 내려다보았다.

수민에 대한 걱정과 분노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도 흡혈귀를 멀리 떨어뜨려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흡혈귀는 문 바로 옆에서 자신에게 뭐라뭐라 말하는 귀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흡혈귀 반의 귀신들이었다.


‘그래, 존경하는 선생님한테 의지하고 싶은 거겠지.’


청소장의 매서운 시선을 느낀 것인지 흡혈귀가 고개를 돌리자 청소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서서히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청소장의 모습은 한이 가득 맺힌 처녀귀신의 분노를 마주하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흡혈귀는 당장의 거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구미호를 만나고 귀신의 집을 나서야했다.

무엇보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청소장과 지금 싸웠다간 저번처럼 몸이 조각조각 부러질 게 분명했다.


“잠시 나가서 구미호님을 만나고 오는 것뿐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흡혈귀는 자신을 붙잡는 귀신들을 어거지로 떼어내고 문을 열었다.

이젠 노을이 지는 햇빛은 숲의 나무들과 망토로 다 가려졌다.

흡혈귀는 눈마저 가리는 후드를 쓰고 냅다 달렸다.

일단 청소장의 눈에서 벗어나 구미호를 만나야 했다.


“쉬익! 쾅! ..쿵!”


뒤에서 무언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무가 쓰러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흡혈귀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구미호의 사당으로 빠르게 뛰었다.

바로 지근에서 들리던 소리가 방향을 틀더니 점점 산 아래쪽으로 향했다.

청소장은 자신이 바로 마을로 갈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 여자애에 대한 걸 불은 건가? 그럼 고맙네. 제령사들에 대한 건 모르는 것 같고.. 오히려 제령사들한테 들켜서 제령당하면 일석이조고.’


흡혈귀는 마음속으로 민수에게 조롱하는 감사인사를 하면서 사당에 점점 가까워 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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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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