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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0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2.01 23:55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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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자만인가, 고통인가

DUMMY

65화/자만인가, 고통인가


선호는 귀가 맛이 가버렸나 의심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 귀신이 자신의 말에 동의 할리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다 드러났는지 청소장이 말을 이었다.


“문맥이 비슷하다는 거지 내용이 비슷하다는 말이 아니야. 부모를 죽인 귀신을 앞에 두고 이런 태도라니, 나도 정신병자가 수민이 옆에 있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없거든.”

“우린 피가 안 섞인 것 치곤 꽤 많이 닮았다니까.”


청소장이 다시 동의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

“그래서, 여기 있는 목적이 뭐야? 제령사들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너야말로 이틀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 흡혈귀..는 아니라고 하는데 어쨌든 데려가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우린 그 자리에서 흡혈귀를 잡을 생각이었다고. 설마 흡혈귀랑 한 패는 아니겠지?”


청소장은 선호를 자세히 살폈다.

자신에게의 적의를 포함해 확실한 것이 있었다.

선호는 수민에게 해가 될 일은 절대 하지 않을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흡혈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절대 아니야.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나도 흡혈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점은 제령사들이랑 똑같은 입장이지. ..그래서 지난 이틀 동안 뭐했냐고? 그동안은 수민이한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었잖아. 스토커마냥.”

“너 정도는 아니지. 어쨌든,”


청소장이 화를 낼 틈도 없게 선호가 말을 이었다.


“애초부터 내 목적은 하나였어. 수민누나를 너한테서 지키는 거.”

“나는..!”

“네가 어떤 생각이던, 나는 사람 둘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인 존재가 수민누나한테 어떤 방식으로든 나쁜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제령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오자마자 잡았을 뿐이야.”

“...”


청소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호의 말대로라면, 짧긴 해도 선호는 제령하는 법을 배워왔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유가 많지는 않아서 확실하게 배운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때 같은 일이 생기면 시간을 끌 정도는 배웠지.”


청소장은 선호가 말하는 ‘그 때’가 10년도 더 전에, 자신이 막 귀신이 되었을 때의 얘기라는 걸 바로 알았다.


“그게 니 목적이야? 날 제령하는 거?”


청소장은 등에 멨던 대걸레를 손에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선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을 말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니가 끝까지 수민누나한테서 떨어지지 않겠다면 그렇게 되겠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동태를 살피는 청소장을 보고 선호가 수민이 있을 곳을 가리켰다.


“평소이상으로 수민누나 옆에 있다는 건 수민누나한테 안 좋을 일이 생긴다는 거겠지.”

“..그래.”

“흡혈귀?”

“쓸데없이 잔머리만 좋아서.”


청소장이 툴툴거렸다.


“그래서 제안할 게 있는데.”

“뭐. 설마 수민이는 자기한테 맡기라는 그런 건 아니겠지.”

“맞는데. 적어도 지금 네 옆에 아무도 없는 걸 생각하면, 나 말곤 널 도울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거 아냐?”

“...”


하도 능글맞은 어투이다 보니 조금도 진중함이 생기진 않았지만 선호의 말대로였다.

만약 한 명이라도 자신을 돕는 귀신이 있었다면 이틀이나 이렇게 손을 놓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스스로의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 청소장의 얼굴이 찡그러지는 것을 보고 선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니까 나한테 맡겨.”


선호가 슬쩍 입 꼬리를 올리고 하는 말에 청소장의 배알이 뒤틀렸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선호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할 텐데, 그 말이 쉽게 나오질 않았다.


“넌 안 돼.”

“나 말곤 없다고.”

“도움은 필요 없어.”

“도움이 아니야, 내가 뭐하러 널 도와줘? 나는 수민누나를 지키고 싶은 거라고.”

‘그렇겠지.’

“...”


청소장은 있는 대로 인상을 쓰면서 고민했다.

하지만 수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선호말고 다른 손은 빌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틀이긴 해도 제령술을 배웠다니 도움이 되긴 할 터였다.


“하..”


하지만 차마 스스로의 입으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서 청소장은 잠시 선호를 직시하고 사라졌다.


“걱정 마, 수민누나는 확실히 지킬 테니까.”


선호는 아직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청소장에게 말했다.




“휘잉..”


공중을 날면서 눈이 쉴 새 없이 바쁘게 땅을 훑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선호를 최대한 빨리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흡혈귀를 당장 찾아야했다.

이미 청소장의 머릿속엔 귀신의 집 사정은 잘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어디 있는 거야..’


청소장은 내심 흡혈귀가 선호의 피를 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지금 선호는 수민의 옆에 있었다.

흡혈귀가 수민의 옆에 서 있는 걸 상상만 해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게 다 망할 흡혈귀 때문이야!”


청소장은 참다 참다 눈을 꽉 감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다시 뜬 청소장의 눈은 방금까지 보다 더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털썩!”


피가 다 빨린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흡혈귀는 여자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살피고 쥐었다 폈다.

벌써 몇 명이나 마셨는지 10대의 것 마냥 팽팽해진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며칠 전의 흡혈귀와는 달랐다.

지금이라면 우물 안 개구리마냥 스스로가 최고인 줄 아는 청소장에게 본 때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 여자가 이미 죽었다는 게 이렇게 안타까울 줄이야.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도 잠시, 넘쳐흐르는 생기를 몸 전체로 느끼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얼마 만에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모를 일이었다.


‘일단은 그 여자부터 죽이고, 아니다. 그 여자 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지. 그 여자라면 얼굴도 닮았으니 죽이는 기분이 들지도.’


흡혈귀의 입가가 사악한 미소를 띄었다.


‘직접 보는 앞에서 죽이는 게 좋으려나?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그 반응을 보는 게 좋은 거지.’


다음 희생자를 정하고, 흡혈귀는 방금 자신이 죽인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근처에 제령사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뒤가 밟힐 일은 최대한 없어야 했다.

흡혈귀는 능숙하게 여자를 업었다.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자는 마치 흡혈귀의 등에서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흡혈귀는 혹시 모를 일을 감안해 아까 이 여자가 몰고 왔던 차에 다가갔다.

열쇠는 여자의 가방 속에 있었다.

운전기간에 10년이 넘는 공백이 있긴 했지만, 흡혈귀는 막힘없이 차를 몰았다.

한창 제령사의 추적에서 피해 다닐 때는 차가 매우 유용했기 때문이었다.


‘귀신의 집이 있는 산에 대충 던져놓으면 소문이 퍼질 거고, 그러면 제령사 놈들이 들개같이 모여들겠지. 지금까지 몇 명이었더라..’

“..너무 죽여서 기억이 안 나네.”


흡혈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엑셀에 올린 발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차는 한적한 도로를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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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0 0 8쪽
»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2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5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1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3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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