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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78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1.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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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의미 없는 거래

DUMMY

‘왜 모르는 거지? 아니, 아는 데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성은은 병호의 표정을 뜯어 살폈지만 전혀 그런 기색이 없어 보였다.

혹시나 자신이 착각한 건가 싶어 사진을 다시 봤지만 확실했다.

이 흡혈귀는 만 명을 죽였다는 그 흡혈귀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성은을 보고 흡혈귀가 말을 걸었다.


“근데 그쪽 분은 뭔가 문제라도..”

“예?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제안할 거라는 게 뭐죠?”


성은은 머리가 복잡한 와중에 첫 번째 계획을 생각하고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두 번째 계획은 이 흡혈귀가 예의 수배된 흡혈귀가 아닐 경우, 최대한 말을 오래 끌어 방심하게 만들고 다른 흡혈귀의 정보를 캐고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계획은 이 흡혈귀가 수배된 흡혈귀일 경우, 제안할 거라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그 내용의 중요도에 관계없이 사살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살하는 과정에 있어선 다른 제령사들의 도움도 있을 것이었다.

성은은 이 흡혈귀가 수배된 흡혈귀라는 것에 확신이 있었다.


“아야!”


갑자기 선호가 옆구리를 쿡, 찌르자 성은이 소리를 냈다.

그러자 선호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성은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두서없이 말을 쏟아냈다.


“오래 서 있었더니 다리가 저려서요. 어쨌든 제안하려는 게 뭐죠?”

“...”


어정쩡하게 서 있는 성은이 허리가 아니라 다리가 저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 흡혈귀가 입을 열었다.

병호와 선호는 계획과 다르게 말을 끌어가는 성은에게 자꾸 눈치를 주었고, 성은이 병호에게 다시 사진을 내밀었다.

하지만 병호는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다시 안주머니에 넣었다.


“제가.. 흡혈귀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인간의 피를 빨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의 제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제안을 하려고 왔습니다.”

“...”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는 표정을 보고 흡혈귀가 말을 이었다.


“물론 그 대가로 대략 귀신 500명과 도깨비,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정보를 드릴 수 있습니다.”


“뭐랑, 뭐랑, 뭐요?”


한 문장 만에 어마어마한 존재들이 나온 탓에 성은이 얼뜨기처럼 되물었고, 그 가치를 모르는 선호는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그런 상상속의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병호는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두 번째 계획에 따라 다른 흡혈귀의 정보를 캐려고 하긴 했지만, 제안 자체가 이렇게 큰 것일 줄은 몰랐다.


“그걸로 부족하시다면 다른 조건도 더 있습니다만 일단은 이정도로 하죠. 받아들이겠어요?”


흡혈귀는 자신만만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이걸로 안 된다면 구미호에 대한 얘기도 할 참이었다.

성은은 망부석처럼 굳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병호를 대신해 첫 번째 계획으로 밀고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병호와 선호가 이 흡혈귀가 수배된 흡혈귀인 것을 알아차려야 가능한 것이었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죠.”


병호는 이 흡혈귀의 주름이 가득한 몸 상태를 보고 인간의 피를 빨지 않는 다는 것에 어느 정도의 신뢰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다고 하니 마음이 흔들린 것이었다.


셋은 흡혈귀를 따로 두고 모여 속닥거렸다.


“이건 유의스님한테도 얘기를 해봐야 됩니다. 우리끼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에요.”

“그렇게 대단한 거야? 귀신 500명이.”

“귀신 500명은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 거라고 해도 도깨비랑 프랑켄슈타인이 있어요. 애초에 세계적으로도 얼마 남지 않는 존재인데 그걸 다 넘기겠다고 하니 지금은..”

“하지만 저 흡혈귀 그 흡혈귀라고요! 인간 만 명을 죽였다고 하는..”

“네?”


성은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화가 나긴 했지만 애써 소리를 죽이고 병호에게 사진을 다시 받았다.


“이거 봐요!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동일인물이라고요!”

“...”


병호와 선호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뭘 봐서 동일인물이라는 거야?”

“아니, 옹이눈이야? 왜 모르는 건데? 똑같잖아! 좀.. 나이 들어 보이긴 해도..”

“잠시만요. 어쨌든 동일인물이든 아니든 흡혈귀를 이대로 방치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일단 잡기는 할 겁니다.”

“지금 당신도 안 믿는 거죠!”


성은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가 급하게 흡혈귀의 눈치를 봤다.

다행히 이쪽에서 뭐라고 말하던 알아서 얘기하라는 듯 여유로워 보였다.

성은은 일단 침착하게 심호흡을 했다.


“후.. 그럼 유의스님을 부를까요?”


셋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병호가 대표로 물었다.


“잠시 통화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흡혈귀는 의외로 별로 깊게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더 높은 사람에게 하는 거라면 알겠습니다. 제가 당신들 입장이어도 그럴 것 같네요.”

“..예상외로 담담한데?”

“머리가 안 돌아가는 쪽은 아니네요. 약속 장소를 이런 데로 잡은 것도 그렇고.”

“그렇지. 사람들이 있는데 소란을 피우진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 아냐.”

“그리고 이미 여기 오면서부터 적들이 어디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어요. 적어도 초짜 흡혈귀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성은씨가 말한 대로 그 수배범일지도 모르죠.”


병호는 품에서 접혀있는 종이비행기와 약통을 꺼내더니 통 안의 가루를 종이비행기 위에 뿌려 날렸다.

종이비행기는 병호의 의도대로 오른쪽 대각선 방향의 건물 위쪽으로 날아가다 불에 타 재가 되어 버렸다.


“신기하네.”

“도깨비불의 원리 같은 거라 생각해.”

“그렇게 말해도 잘 모른다고.”


병호를 대신해 성은이 선호에게 설명했고, 병호가 흡혈귀에게 말했다.


“좀 있으면 될 겁니다.”

“징..”


병호는 진동이 울리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첫 번째, 두 번째?]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성은씨 말로는 첫 번째라고 하는 데 저랑 선호씨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아요.”

[그 애는 다른 건 몰라도 눈은 믿을 수 있지.. 근데 확신이 안 섰으면서 전화한 이유는 뭐지?]

“제시한 조건이 예상을 뛰어 넘어서요. 우리나라에서의 안전을 확보해달라는 대신 귀신 500명과 프랑켄슈타인, 도깨비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해요.”

[...]

“스님?”

[그 정도라.. 귀신 500명의 규모면 프랑켄슈타인이나 도깨비가 있을 수도 있지. 어쩌면 뭔가를 더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커. 내가 직접 만나봐야겠다.]


유의는 ‘귀신의 집’과 같은 단체에 대해 말한 것이었지만, 병호는 유의가 말하는 의미의 액면만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연결을 끊고, 병호는 흡혈귀에게 유의가 직접 올 것이라고 전달했다.



유의가 도착하고 가장 먼저 말을 건 상대는 성은이었다.


“정말 그 흡혈귀가 맞다고?”

“네. 확실해요. 근..”

“알았다.”


유의는 성은의 말을 끊고 흡혈귀에게 향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안전 확보라는 의미는 우리나라의 제령사만 해당하는 얘기겠지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 겁니다만 외국의 제령사들이나 퇴치자들까지 전부 막을 수는 없어요.”

“역시 그게 현실적인 거겠죠..?”

“...”

“흠.. 알겠습니다. 그럼 제 정보를 외국에 넘기지 않겠다는 조건이 들어간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제시한 귀신들과 도깨비,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건입니다만, 확실한 거겠죠?”

“물론입니다. 제 두 눈으로 확인했죠.”

“...”


유의의 입은 계속 흡혈귀와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수배 사진 속의 흡혈귀와 대조해보고 있었다.

역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성은의 말 대로면 바로 죽여야 하는 1급 범죄자이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아니, 어쩌면 그 말도 전부 거짓말일수도 있었다.

그런 유의의 내적갈등을 아는 것인지 흡혈귀가 강수를 두었다.


“물론 말만 듣고 믿기는 힘들겠지만, 저는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

“후우웅!”


흡혈귀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의의 안색이 변하더니 세차게 바람이 불었다.

성은은 갑자기 분 바람에 몸이 비틀거릴 정도였고, 선호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둘은 이게 유의가 일으킨 바람이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가장 당황한 것은 병호였다.

그동안 가르침을 받으면서 유의가 이만큼이나 감정을 강하게 내비친 적은 없었다.

병호는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와중에도 눈을 가늘게 떠 유의와 흡혈귀를 살폈다.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든 와중에도 유의가 점점 흡혈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마치 바람이 유의를 비켜서 지나가는 것 같았다.

흡혈귀는 점점 뒷걸음질 쳐 유의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그 말.. 어떻게 아직도 입에 담을 수가 있지?”

“하.. 들켜버렸나. 아직도 기억하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지. 강산이 몇 번이 바뀐들, 어제 있었던 일 같거든.”

“그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관계없는 인간이 다치면 되겠어?”


관계없는 인간, 유의는 흡혈귀가 자신의 부모님을 얘기하는 것 같아 화가 더 치밀었지만 간신히 화를 억눌렀다.

이미 흡혈귀가 망토를 끌고 이 거리에 나타난 시점부터 자신들은 눈길을 끌고 있었다.

여기서 싸우기라도 했다간 일이 겉잡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잘 생각해 봐. 10분주지. 10분이 지나고 아무 답이 나오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이 나라를 떠날 거야. 나만 놓치는 게 아니라 내가 줄 정보도 전부 놓치는 거라고. 그 많은 귀신들과 도깨비, 프랑켄슈타인 말이야.”

“...”


바람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흡혈귀는 쫓지 말라는 듯 골목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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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6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3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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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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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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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2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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