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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7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9.08 23:55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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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대화

DUMMY

41화/대화


영민은 청소장이 누르고 간 초인종 소리를 들으면서 굳은 표정으로 현관문에 서 있었다.

사랑이 집 안에 있다는 걸 진작에 알아챈 청소장은 영민을 두고 어딘가 가버린 상태였다.

결국 잔뜩 불안해하는 영민의 곁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저승사자뿐이었다.


“그 녀석은 걱정 안 해도 알아서 잘 할 거야.”

“그 사람..귀신이 아니라 제 걱정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제가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베테랑이라 너한테 피해가 안 가게 잘 처리할 테니까.”

“...”


저승사자의 ‘처리’라는 말이 거슬리게 들렸지만 영민은 그렇다고 따지지는 못했다.


‘저승사자가 있다는 건 ..선배를 데려가겠다는 거겠지?’


이 상황을 다 납득하기 힘들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컸기 때문이었다.



‘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한통속인가?’


사랑은 물에 흠뻑 젖어 정신을 잃은 성윤을 힐끗 보았다.

영민이 찾아온 것에 놀라 일단 사랑이 세면대에서 꺼낸 것이었다.

욕실 바닥에 널브러져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공기가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


사랑은 하필 지금 찾아온 영민이 성윤과 어떤 관계인지 몰라 얼굴을 찡그리고 고민하고 있었다.


‘..설마 그 때 도망친 게 사실은 도망친 게 아니라 망을 보고 있었다거나.. 아니야, 그 표정은 잔뜩 겁 먹은..’


죽기 직전의 일을 떠올리다가 사랑은 눈을 크게 떴다.


‘공범자는 아닌가?’


영민이 결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랑은 자시도 모르게 현관을 향하다가 멈칫했다.


‘그럼 경찰은 왜 내가 자살이라는 결론을 낸 거지? 그리고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고?’


영민이 성윤이나 선생님들과 공범자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자, 사랑의 망설임이 사라졌다.

그리고 대신에 복수심이 타올랐다.

사랑의 손끝을 타고 물방울이 똑, 똑 떨어졌다.

제 발로 죽으러 찾아온 영민의 남은 생을 세는 것 같았다.



청소장은 자신이 온 줄도 모르고 씩, 웃는 사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을 여럿 죽여서 악령이 됐다곤 해도, 정신이 남아있다는 것에 과격한 방법을 쓰고 싶진 않았었다.

그래서 사랑이 미소를 짓는 순간 청소장은 마음을 정했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청소장의 시선이 성윤에게 향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죽었겠지.’


더 많은 인간이 죽었다간 정말 제령사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복수하려고 생각하니까 기분 좋은 가봐.”

“..!”


사랑은 현관을 열어 영민을 집에 들어오게 하려다가 청소장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여긴 어떻게 안 거야?”


무섭게 눈을 치켜뜨는 사랑에게 청소장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밖에 있는 애가 알려줬지. 니가 여길 제일 먼저 와서 다행이야.”

“......”


사랑은 잔뜩 긴장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어도 청소장도 귀신이니 자신과 같은 힘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너랑 대화하고 싶어하는 애가 있거든.”

“......”


사랑은 뭐라고 대답해야할 지 몰랐다.

그런 사랑의 혼란함을 예상한 건지 청소장이 말을 이었다.


“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무력을 행사하는 건 정말 가망이 없을 때만 하는 거거든.”

“나한테 무슨 가망이 있다고 보는 거야?”


자신의 말에 헛웃음을 치는 사랑에게 청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니가 아니라 문 밖에 있는 애한테 있지.”

“...이제와서?”


어이가 없었다.

기회는 많았었다.

자신을 살릴 기회도 있었고, 물귀신이 되지 않도록 가해자를 다 잡아들여 합당한 벌을 내릴 기회도 있었다.

이제와서 무슨 가망이 있다는 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자신은 이미 물귀신이 되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애는 아냐.”

“다 알고 있는 저 애라서 가능한 거야. 아무 말도 안 듣고 죽이겠다면 어쩔 수 없고.”

“저 애가 죽길 바래서 데리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말에 청소장은 바닥에 수직으로 들고 있던 대걸레를 찌르기라도 할 것처럼 비스듬히 기울였다.


“말을 안 들으면 싸우겠다는 거야?”

“알면서 자극하는 건 싸우고 싶다는 소리 아니야?”

“......”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사랑은 자신 이외의 귀신이라곤 달걀귀신을 제외하곤 청소장과 민수가 전부였다.

귀신의 싸움이 뭔지는 몰라도 주먹질을 하는 건 아닐 텐데, 그렇다고 대걸레를 들고 있는 청소장이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내가 질 수도 있는데.’


사랑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성윤을 다시 흘깃 보았다.


‘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귀신도 죽는 건가? 그럼 죽일 수 없을 수도..’


갈등하는 사랑의 마음을 아는지 청소장은 가만히 사랑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청소장의 손은 쎈 척하는 얼굴과는 다르게 계속 대걸레를 고쳐 잡고 있었다.


‘힘은 감정이랑 기억에 비례하는데.. 저 애가 가진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경태를 상대할 때도 난감했는데, 사랑의 경우도 만만치 않았다.

다수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은 여고생의 복수심이 얼마나 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나라면..’

“아마 무슨 말을 들어도 내가 쓰레기를 죽이는 건 멈추지 않을 거야. 그런데 저 애의 말을 왜 들으라는 거지?”


사랑이 바로 폭발하지는 않을 것 같자 청소장은 속으로 안도했다.


“저 애가 네가 말하는 쓰레기인지 다시 판단해주길 바래서지.”

“공범자의 변명을 들으라는 말이잖아.”

“......”


청소장은 속으로 빠르게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잘못 말하면 사랑이 영민의 말을 듣지 않을 위험이 컸다.


“니가 말하는 공범자라는 게..”


청소장은 스스로 하는 말이 양심을 찔러 표정이 굳었다.


“니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지 못한 존재를 말하는 거라면 나도 공범자야. 비록 일이 이렇게 되도록 아무것도 몰랐다지만..”

“그건 궤변이지.”

“아니.”


청소장은 대걸레를 잡지 않은 손을 꽉 쥐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성폭행을 당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사람을 돕지 않고 있는 건 우리니까. 결국 성폭행이라는 건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


축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이 애는 결국 모두가 자신을 외면해서 스스로 단죄에 나선거야.’

“내가 하는 말이 궤변으로 들릴 거고, 당연히 받아들일 수도 없을 거야. 그래서 니가 꼭 그 애의 진심을 들었으면 해.”

“듣고 나서..”

“......”


사랑은 말을 이었다.


“그 애를 죽여도 불만 없는 거지?”


서늘한 목소리가 사랑의 말이 진심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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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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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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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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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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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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