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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70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1.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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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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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DUMMY

57화/


정확히 일주일 후, 일반인은 통과할 수 없는 결계가 호프집을 중심으로 쳐져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호프집앞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세 사람이 편지를 받았던 자리엔 어쩌면 당연하게도 세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병호가 북적이는 제령사들의 가운데에서 열심히 뭐라고 말하는 동안, 성은과 선호는 마치 학부모 모임에 붙들려온 아이들처럼 잔뜩 움츠려 있었다.

사실 선호는 아이라기 보단 불량한 청소년의 표정에 가까웠지만, 성은이 잔뜩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탓에 그리 부각 되진 않았다.

병호는 그런 성은을 흘깃 보고 다시 열변을 토했다.


“네, 편지에는 그 때 있었던 우리들 세 사람을 지정한 게 분명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다 쳐도 저 둘한테 그 수배자일지도 모를 흡혈귀를 만나라는 건 압박을 넘어선 강요라고요! 심지어 선호씨는 저랑 만나기 전까진 흡혈귀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일반인이에요! 일반인한테 그런 위험한 일을 맡기겠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평소 무슨 일을 해도 차분했던 병호가 크게 반발하는 모습에, 정장을 쫙 빼입은 남자가 말했다.

낮은 목소리에서 신뢰감이 우렁차게 퍼졌다.


“이게 어쩌면 다시없을 기회라 이러는 걸 알면서 이러는 거냐? 그 흡혈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현상금이 걸렸을 정도로 악덕한 놈이라고.”


이번엔 옷도 화려하지만, 분칠이 너무 화려한 탓에 옷으로는 시선도 가지 않는 여자가 말했다.

향수를 들이붙기라도 건지 제대로 냄새를 맡기도 전에 역한 기분부터 몰려왔다.


“그리고 너희들만 여기 둘 리가 없잖아. 물론 병호 네 실력은 알지만 상대는 그 흡혈귀일지도 몰라. 일단 거래에 응하는 척 하면서 경계를 풀게 했다가 매복해있던 우리가 한 번에 덮쳐서 잡는 게 가장 수월한 방법이야.”

“성은씨는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고 선호씨는 민간인이에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를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저희가 정작 피해를 주면 어쩌자는 거예요? 단지 그게 가장 ‘수월’하다는 이유만으로요?”

“우리도 가능하다면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너희한텐 최대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할 거야.”

“안 생길리가 없잖아요. 상대도 이런 뻔 한 작전쯤은 예상하고 있을 텐데..!”


세 사람의 끝나지 않는 말싸움에 결국 유의가 입을 열었다.


“그만. 작전을 계속 보완해도 모자랄 시간에 이렇게 싸우기만 해선 영영 흡혈귀를 못 잡아. 그렇게 셋이서 싸울 바에야 두 사람의 의견을 묻는 게 어때?”


갑자기 많은 시선이 자신들에게 몰리자 성은은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렸고, 오히려 선호는 눈을 가늘게 떠 자신을 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시했다.

유의가 그런 선호를 보고 정말 민간인인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어때요. 당신의 안전은 절대 보장하겠습니다. 할 건가요?”

“이건 하겠다고 해도 시키면 안 되는..!”


병호가 앞에 나서자 유의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당신들한텐 엄청 중요한 일인 것 같고, 높으신 분이 안전보장까지 해주신다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겠죠.”


태도가 불량스럽긴해도 선호가 흔쾌히 대답하자 제령사들의 안색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대신 제안이 있는데..”


선호가 한순간에 표정이 변하는 제령사들을 보고 살짝 웃다가 말했다.


“나중에 이 스님이랑 얘기할게요. 일단 하겠습니다.”

“...”


그런 선호를 단 한명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보고 있었다.


‘니가 승낙하면 나는 빼도 박도 못 하잖아!’


성은은 서서히 자신을 보는 시선들을 느끼고 애써 그 시선들을 회피하고 있었다.

흡혈귀랑 맞대면을 하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가장 빠르게 죽을 수 있는 자리였다.

제령 기술이라곤 하나도 없는 자신이 나서도 될 자리가 아니었다.

그런 성은의 마음을 아는 병호가 대신 성은의 입이 되어 말했다.


“성은씨는 하고 싶지 않다고 확실히 얘기했었어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했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겁니다.”

“정말이니?”


그 때 단상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유의가 한껏 유한 얼굴로 성은에게 물었다.

하지만 성은은 자연스럽게 웃는 그 눈에서 진실 됨을 느낄 수 없었고, 무엇보다 무서웠다.

자신도 병호처럼 능력이라도 된다면 그 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근거리에서 흡혈귀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자리이니,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원하는 제령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성은이 스스로의 역량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싯적의 할머니와는 다르게 성은은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 빼곤 다른 제령사와 같은 능력은 하나도 없었다.

할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은 신통력이 없는 자신에겐 무의미한 동작일 뿐이었다.

성은은 될 수 있다면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쪽이었다.

때문에 자신을 지긋이 보는 유의에게 정말이라고, 자신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저... 저는..”

“...”


성은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유의가 말을 끊고 성은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요즘 벌이도 좋지 않다면서? 회장이 되면 둘이 살기엔 매우 넉넉한 금액이 지원 된단다.”

“..?”


유의가 쐐기를 박았다.


“다음 회장 자리는 아직 내정이 안됐고,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네 할머님을 내가 지지할 수도 있어.”

“...”


성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정말 솔깃하고 알기 쉬운 제안이었다.

현 회장인 유의가 지지한다면 할머니가 회장이 되긴 힘들어도, 적어도 할머니의 입지는 높아질 게 확실했다.


“정말이죠?”

“내 경력을 걸고 말하지. 물론 네 안전도 보장해줄 거란다.”

“...”


성은이 마음을 먹고 대답하려는 데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는 병호가 눈에 들어왔다.

편을 들어준 건 미안하지만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순 없었다.

할머니는 주위에서 포기한 자신을 믿고, 지금까지 길러준 사람이었다.

그 보답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이런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할게요.”

“그건..!”


병호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보았고, 선호가 씩 웃었다.

성은의 마음속에서 그동안 없던 오기가 생겼다.

완전한 민간인인 선호가 한다는 데 자신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야했다.


“그럼 결정됐네요. 흡혈귀가 오기로 한 시간까지 시뮬레이션을 해봅시다.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해요.”


유의가 바쁘게 각각에게 자리를 배정하는 동안 병호가 성은에게 다가왔다.


“대체 왜 그랬어요?”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은혜는 갚아야하지 않겠어요?”

“네?”

“나름대로 할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선호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시큰둥하게 말하자 병호가 외쳤다.


“당신도 이상해요! 왜 넙죽 받아들인 거예요?”

“저한테도 이점이 있으니까 그렇죠. 말 나온 김에 부탁해봐야겠다. 저 스님 높은 사람 맞죠?”

“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제일 높아.”


성은이 질렸다는 말투로 대답했고, 선호는 둘을 내버려 두고 유의 쪽으로 걸어갔다.


“저 분은 도대체가..”

“제가 처음 만났을 때도 뭘 꽁꽁 숨겨두는 것 같긴 했어요. 마냥 민간인으로만 보면 안 될지도 몰라요.”


성은은 선호가 자신에게 청소부 모습을 한 그 귀신도 악령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과거에 어떤 일은 겪은 것은 확실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피를 빠는 괴물을 만나야 된다는 데 저런 배짱을 보이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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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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