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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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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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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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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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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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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53화

DUMMY

(53편)


로키가 혼자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는 광개토를 돌아보며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너희들이 감당할만한 무리라고 판단했건만, 너희에게 벅찬 적들이었구나.”

천마가 보기에 그의 일행의 능력과 적들의 능력은 격차가 크지 않았다. 물론 일행의 능력이 실로 보잘 것 없고, 별 볼 일 없는 것이지만, 적들도 오십보 백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지는걸까?’

천마는 궁리하다가 금세 답을 찾았다. 비참한 답이었다.

“본좌 때문에 너희들이 강해질 수 없는 것이로구나!”

천마의 말에 담긴 자조섞인 쓸쓸함에 깜짝 놀란 광개토와 슬기의 고개가 들렸다.

‘아니, 아저씨의 목소리에서 협박 말고 다른 느낌을 받긴 처음이야.’

‘이런 후회하는 듯한 모습은 사부님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천마는 그 한마디만 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천마의 침묵에 슬기는 불현듯 느끼는 바가 있었다.

‘정말 아저씨 때문에 내가 약한건가?’

천하무적의 아저씨가 지켜주기에 온전히 공격에 전력할 수 있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의지할 곳이 있다는 나약한 생각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어짜피 내가 못이겨도 아저씨가 물리쳐줄거야, 하는 생각이 그녀의 전투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레벨이 높고 낮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길만한 상대를 이길 수 있느냐 이기지 못하느냐의 의지의 강함과 견고함에 대한 문제였다.

광개토도 슬기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천마 일행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로키 일행 역시 고민에 빠져있었다.

어쩌면 히든 랭커 초능력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로키는 진지하게 퇴각을 고민했다.

만약 그가 두가지 이상의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라면? 말이 안되지만, 방금 본게 있으니 무턱대로 안된다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혹은 초능력자가 아니라 마법사나 전사라면? 그러고보니 저 자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장검이 눈에 들어왔다.

강력한 적이 정체조차 불분명하니 싸우기보다는 물러 서는게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른다고 로키는 생각했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상념에 빠져 침묵으로 잠겨드는 그 순간, 천마가 자신만의 상념속으로 빠져든듯한 그 순간이야말로 레인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그 순간에 천마의 뒷편 그림자 속에서 불쑥 레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살포시 떠오른 그의 손에는 섬뜩한 빛이 감도는 단검 두 자루가 들려있었다. 순식간에 천마의 목덜미 높이까지 떠오른 그가 번개처럼 천마의 뒷목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쿡, 쿡-


“들어갔다!! 어?”

공격이 들어가는 순간 회심의 환성을 내지른 레인은 단검이 꽂혀 들어가는 소리와 익숙해야 할 촉감의 낯선 이질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박혔어?’

깜짝 놀란 그가 황급히 몸을 빼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발목을 잡아드는 천마의 손아귀는 그의 인지를 벗어난 빠름이었다.

‘엇! 언제 잡힌거지?’

그리고 그것으로 레인의 생각은 끝이 났다.

쪼꼬만 게 그림자 속에 숨어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그의 뒤를 호시탐탐 노려댔지만 그럼에도 전혀 성가시지 않았던(?) 도적 놈을 손에 쥔 천마는 마치 단검을 던지듯이 풀스윙으로 던져버렸다. 목표는 저기 뒤쪽에서 방관자처럼 서 있던 로키 일행의 사제와 마법사였다.

순식간에 날아간 도적의 몸뚱이는 그 엄청난 속도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사제와 마법사를 덮쳤고, 셋은 부딪힌 순간 바닥에 떨어진 수박처럼 몸뚱아리가 박살이 나며 동귀어진하고 말았다.

“어헉!! 중력 조작?”

마치 최고조로 중력을 조작한 물건에 깔린 것과 같은 형상이 된 세구의 시신을 보며 로키는 또 한번 놀랐다. 저 자는 대체 몇 개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건가?!

일행 중 세 명이 순식간에 죽고 그 시신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걸 본 스텐은 전율로 몸을 떨었다.

‘이런 강자라니!! 싸우고 싶어!!’

시온을 하는 목적이 강자와의 싸움이었던 스텐은 그보다 아득히 높은 수준의 적을 보자 순식간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스텐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그의 앞으로 이동한 천마의 주먹에 스텐은 검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거대한 물체에 깔린 것처럼 단숨에 찍!! 하고 짓눌려 죽어 버렸다.

로키는 불과 두 동작만에 그를 제외한 모든 일행을 죽여버린 천마의 몸놀림에 덜덜 떨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너..너는 대체 뭐냐?!”

하지만 대답을 바란 질문은 아니었다. 로키는 적이 대답을 하는 그 찰나에 공격할 기회를 만들고자 했고, 질문과 동시에 손에 들린 단추 두 개를 천마를 향해 던졌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오린 그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초능력이 실린 단추들이었다.

각각의 무게는 무려 2톤, 합치면 4톤에 이르는 단추가 천마를 향해 날아갔다.

플레이어였다면 절대로 무조건 반드시 피했을 그 공격을, 역시나 천마는 그 자신은 알지 못할 NPC 특유의 메커니즘에 의해 NPC 답게 피하지 않고 맨몸 그대로 받아내었다.


투웅---!!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천마의 몸이 뒤로 쭈욱 밀려났다.

“그래!! 들어갔다!!”

온 몸의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걸 느끼면서도 로키는 주먹을 불끈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천마는 무려 4톤의 단추를 맞고서 뒤로 주우우욱, 30센티미터 정도 밀려 나다가 우뚝 멈춰섰다.

“흐음, 본좌를 물러서게 하다니. 요괴주제에 제법이구나.”

로키로서는 천마의 차가운 목소리보다, 불과 그를 30센티미터밖에 밀어내지 못했다는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너...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다들 본좌에게 그리 묻는구나.”

그것이 로키가 마지막으로 들은 천마의 대답 아닌 대답이었다.


천장에 냅다 꽂혀버린 로키의 시신이 사라지고, 천마는 주섬주섬 전리품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물론 직접 움직이지는 않았고, 전리품들이 알아서 날아왔다.

그렇게 날아와 손에 쥐어진 다섯 개의 더미 반지를 꽈득 움켜쥐며 천마가 분노했다.

“요즘 들어 벌이가 시원찮구나.”

초반 이후로 만나는 요괴들마다 죄다 이딴 쓸모도 없는 반지만 뱉고 사라지니 천마는 기분이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다.

“옷이라도 다 벗기고 죽일 걸 그랬나?”

슬기가 적들의 옷을 벗기던 게 생각난 천마는 정말로 그 방법을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저기, 아저씨.. 이제 어떡할 거야?”

평소 같으면 당당하게 이거 하자, 저기 가자 할 슬기였지만, 연속된 패배와 천마의 넋두리에 꽤나 의기소침했는지 목소리가 영 시원찮았다.

천마가 보기에 슬기뿐만 아니라 광개토도 너무 기가 죽어 보였다. 여전한건 실리엔 뿐이었다.

천마는 그런 슬기를 잠시 내려다보다 말했다.

“네 년이 오자해서 왔건만,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하느냐? 네가 정하거라.”

이제껏 한 번도 듣지 못한 덜 차가운 천마의 목소리에 슬기는 살짝 용기를 얻었다.

“그렇긴 하지만, 내가 약하다 보니 너무 아저씨만 의지하는 거 같기도 하고.. 여기 가자, 저기가자 해도 결국은 아저씨가 다 해결하고, 그런 내가 너무 못난 거 같아.”

점점 작아지는 슬기의 목소리에 광개토가 힘을 불어 넣어 줄 생각으로 힘차게 맞장구 쳐주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슬기는 그 맞장구가 왠지 기분 나빴다.

“개토, 너 지금 나 못생겼다는 말에 맞다고 한거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광개토는 바로 아니라고 답했어야 했는데, 그만 머뭇거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 나, 넌 잘났다 이거지?”

어느새 기운을 차린 슬기가 광개토를 향해 사정없이 주먹질을 해대었고, 광개토는 방어하느라 쩔쩔맸다. 그렇게 한차례 푸닥거리를 하고나니 일행은 다시 평소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천마가 한마디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특별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이 슬기와 광개토의 마음 밑바닥에 ‘중력 조작된 1톤짜리 단추’처럼 내려앉았다.


정신을 차린 슬기가 다음 목적지로 내성의 중심부를 지목했다.

“그 곳에 있는 괴마라는 자를 처치하고, 성좌에 불을 피우면 일단 일차 목표는 달성한거야.”

천마는 괴마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했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중심부로 향하는 동안, 일행들은 몇차례 용군 파티를 만났지만, 주로 만난 것은 천마군이었다.

천마가 보기에 용군들은 대부분이 근소하게나마 일행을 앞서는 전투력을 가진 듯 했다. 천마는 마음같아선 일행의 성장을 위해 일일이 실전을 겪게 하고 싶었지만, 슬기와 광개토의 모습이 어딘가 위태로운 유리잔 같아 보였다. 더 패배 했다가는 깨져버릴지도 모를 그 모습에 결국 천마는 일행의 멘탈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천마군은 슬기를 비롯한 일행이 상대하되, 용군의 경우는 그가 직접 나서 쥐잡듯이 죽여버렸다. 신속하고 정확하기 이를데 없는 천마의 손속에 용군들은 뭐에 당하는지도 모르고, 누가 자기네들을 죽이는 지도 모르고 그저 죽어갔다.

그렇게 한차례 천마의 해일이 천마군과 용군을 들이닥쳤고, 곧 천마 일행은 ‘남끝별의 성좌’ 중심부에 들어섰다.


중심부는 환한 빛이 가득 찬 거대한 홀이었다. 한가운데 위치한 연꽃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은 은은한 녹색빛을 띄고 있었는데, 절로 경외감을 갖게 하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연꽃의 꼭대기에는 마치 올림픽의 봉화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아마도 나중에 저곳에다 불을 피워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 온통 까만 색으로 도배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등이 구부정한 그 사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가 컸고, 검녹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망토 사이로 그의 검은 옷이 언뜻언뜻 보였다.

그가 지팡이 같은 걸 짚고 섰는데, 자세히 보니 지팡이가 아니라 창이었다. 검은 쇠붙이가 날카롭게 벼려진 그 창은 특이하게도 창날과 창자루가 연결된 곳에 여러 가지 색의 끈과 깃털등이 장식되어 마치 무당들이 사용하는 무구처럼 보이기도 했다.

“왔느냐, 멜라니의 개들아.”

괴마가 주신의 이름을 언급했다. 성 멜라니, 일곱 개의 성좌 중에서도 가운데 위치한 별로 일명, 배꼽별이라 불리우는 성좌의 주인. 주신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시온이었지만, 그래도 굳이 주신의 자리에 어느 신이든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멜라니가 첫손에 꼽히긴 했다.

천마는 그 이름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일행이 접근하자, 괴마가 구부정한 허리를 반듯하게 폈다. 그러자 그의 큰 키가 한층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목에 걸린 굵직한 구슬이 여러 개 달린 목걸이와 열 손가락에 모두 착용한 반지의 모습이 드러났다.

“저 자가 괴마..? 그런데 옷차림이..”

‘아저씨랑 비슷하네?’

슬기는 뒷말을 꿀꺽 삼켰다. 예전에 권마와의 전투 때나, 멀리 갈 것도 없이 천마군의 복장을 보더라도 아저씨와 아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옷이라는게 원래 다 비슷해 보이는게 아니겠냐며 애써 부정하고 있었는데, 눈 앞의 괴마는 정말로 천마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목에 걸린 목걸이부터 손에 가득 끼고 있는 반지까지 모든 부분이 그래보였다.

천마 역시 그걸 느꼈는지, 한발 앞으로 나서며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러나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넌?”

천마의 말에 괴마가 흐느끼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클클클, 본좌는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삼제자, 괴마라고 한다. 그러는 넌 누구냐?”

그 말에 천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본좌는 말이다...”

천마는 문득 농담이 하고 싶어졌다. 사실은 그전부터 조금씩 농담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몰라주니 이번에는 작정하고 농담을 해보기로 했다.

“..본좌는 네 놈의 스승이니라.”

정말 헉소리가 나오는 천마의 농담에 모든 이들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정말?”

심지어 같은 편인 슬기와 광개토 마저 놀라서 되물었다. 그렇게 일행들의 반응을 재미있게 쳐다보던 천마가 마저 하려던 말을 했다.

“뻥이다.”

그렇게 천마는 제 말이 뻥이 아닌지도 모르고서 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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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19.11.24 550 5 12쪽
40 40화 19.11.23 56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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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19.11.23 57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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