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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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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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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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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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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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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33화




탱커 듀오는 눈을 비비고는 다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주보는 서로의 얼굴에 둘 다 의아한 기색이 가득한 걸로 보아 잘못 보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

“빠..빨간색이야, 왜?”

홀 안의 모든 관들이 동시에 붉은 빛을 내뿜자, 불길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저쪽 편에 서 있던 북동 그룹도 이 변고에 잔뜩 긴장한 듯 했다.

대체 왜 갑자기 푸른빛을 내던 관들이 일제히 붉은 빛을 내는 걸까? 모두들 영문을 모르는 가운데 왠지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갑자기 왜 빨간 색이죠?”

“그것도 모든 관들이 동시에 빛을 내다니?”

파티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불안감을 내뱉는데, 붉은 빛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관에서 언데드 들이 튀어나왔다.

“깜짝 놀래라. 스켈레톤이잖아.”

초능력자, 한조가 관에서 튀어 나온 익숙한 형태의 언데드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여마법사, 루미아가 한층 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뼈 색깔이 달라요. 봐요, 까맣잖아요!”

총 열 두 개의 관 중에 이쪽 남서 무리에게 배정된 관이 여섯 개였다. 여섯 개의 관에서 일제히 튀어나온 여섯 마리의 까만 해골병이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방패를 치켜든 두 전사가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걸 보고서 괴성을 내질렀다.

“키아아아~!!”

“씨발, 이번 놈은 소리도 질러, 아무래도 그냥 스켈레톤이 아닌 거 같은데?”

도리깨를 든 전사가 살짝 겁먹은 목소리를 냈다.

돌연 지르던 괴성을 멈춘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세 놈은 눈앞의 탱커 듀오를 향해, 나머지 세 놈은 탱커를 우회해서 딜러, 힐러 인원을 노렸다.

“어딜!!”

파티장이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광역 도발기를 사용했다.

“픽미~ 픽미~ 픽미 업!!”

“크갹!”

“캑쓰파!!”

스켈레톤 여섯 마리가 일제히 듣기 싫다는 듯 파티장 탱커를 노려보았다. 어떤 소리는 마치 욕처럼 들리기도 했다. 분명 스켈레톤이 욕을 쓸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파티원들도 덩달아 파티장을 쳐다보았지만, 이번만큼은 눈살 찌푸리지 않았다.

‘우리도 듣기 싫은데, 몹들은 얼마나 더 듣기 싫었을까! 듣기 싫어해서 다행이다!’

짧은 단상을 뒤로 하고, 몹들이 일제히 파티장을 바라보고 있는 틈을 타 총사는 아끼고 아껴 놨던 광역 딜링 스킬을 시전했다.

“석양이 진다.”

총사의 눈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몽둥이처럼 휘두른 장창에서 강력한 격발음이 튀어나갔다.

탕탕!!

총열을 지나 총구를 빠져나간 두발이 총탄은 발사되자마자 곧 6개의 총알 파편으로 부서졌고, 거의 동시에 스켈레톤들의 대가리에 총알 파편이 하나씩 정통으로 박혀버렸다. .그 충격에 스켈레톤들의 고개가 일제히 젖혀졌다.

“체인 라이트닝!!”

마법사의 외침과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 끝에서 눈부신 전격이 가장 근처에 있는 스켈레톤에게 뻗어나갔다. 전격은 해골에게 닿자마자 순식간에 퍼지면서 남은 해골들의 몸뚱이를 감싸고 돌았다.


파즈즈즈~


하지만 검은 스켈레톤들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듯, 이내 몸을 가누고는 맹렬하게 파티장을 덮쳐 갔다.

“일단 제가 두 놈은 데리고 있을게요!”

잠시 전격으로 해골들이 멈칫한 틈을 타 두 마리 사이로 끼어들었던 초능력자가 양팔을 뻗어 두 스켈레톤의 어깨를 잡았다. 섬뜩한 뼈다귀의 느낌이 몸서리치게 싫었지만, 그 손이 닿은 순간 두 마리의 움직임이 멎었다. 초능력자의 고유 능력인 정지 능력이 발현된 것이었다.

“두 놈 잡았어요!”

고유 능력이 딸랑 하나 밖에 없는 초능력자라지만, 한조의 정지 능력은 초능력 중에서도 꽤나 상급에 속하는 능력이었다.

성기사가 빠르게 기도문을 읊으며 성령을 불렀다. 그리고 성기사의 손짓에 따라 희미한 빛을 띤 성령이 파티장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파티장은 지속적인 도트 치유의 영향으로 왠만한 상처 쯤은 어렵지 않게 견딜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저마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남서 그룹은 어떻게든 까만 스켈레톤들을 처리했다.

“휴, 다잡은 거죠?”

연발 매직 애로우로 마지막 남은 스켈레톤의 대가리를 깨부순 마법사가 일행들을 돌아보며 안부를 물었다.

“저쪽은 사망자가 있는 모양이군.”

이틀 전부터 함께 자리 잡고 사냥했었던 북동팀은 여섯 마리의 까만 해골들을 상대하면서 피해가 좀 있었던 모양이었다. 해골들은 다 잡았지만, 그 과정에 세 명이 전사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어디가 더 강한가 하고 눈싸움을 벌여 왔었고, 실제로 몹을 공략하는 속도로 서로 몇 차례씩 우리가 더 빠르다며 어깨에 힘을 주곤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드디어 우열의 판가름이 난 모양새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던전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거 같군요. 아무래도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파티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다가온 북동 그룹의 남은 세 명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나갔으면 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곧 남서 그룹은 북동 그룹을 데리고, 성채 바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몸속의 기운이 구슬로 빨려 들어갈수록 광개토의 힘도 점점 빠져 갔다. 다른 손으로 구슬을 쳐내려다가 그것에서 느껴지는 강한 흡입력에 깜짝 놀란 이후로 그는 구슬을 뺀 나머지 문짝 부분들을 연신 두들겼다. 하지만 두드리는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보다 점점 약해져 갔다.

“이익!! 젠장!! 좀 떨어지라고!!”

광개토는 점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슬기 역시 그의 곁에서 함께 문을 두드렸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개토야, 할 수 없다. 팔을 잘라야겠어.”

그 말에 광개토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자, 잠깐만요, 아가씨. 꼭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슬기는 단호했다.

“어차피 죽고 나면 돌아와. 사내 자식이 엄살은!”

무덤덤하게 말하며 슬기가 오른 손날을 세워 수도를 만들었다. 날카롭게 세운 슬기의 수도에 붉은 기운이 단단하게 어렸고, 높이 쳐든 그녀의 팔이 막 내려쳐지려는 순간, 그그긍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 틈으로 보이는 내부는 칠흑보다 어두운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 한가운데에 맹렬하게 모여드는 희끄무리한 기운이 있었다. 불길한 그 기운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뭄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저게 뭐지? 하는 생각이 둘의 머릿속에 든 순간, 그 기운은 사람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광개토가 경악했다.

“으악!!! 씨발, 귀신이다, 귀신이야!!! 아가씨, 제 손 좀 잘라주시지 말입니다?!”

반대하던 광개토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슬기의 수도를 잡아당겼다. 다급해진 광개토의 행동이 아니더라도 슬기 역시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

“아저씨, 여기 이상해. 이쪽으로 와줘!”

비록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근처에도 없지만, 슬기는 자신의 목소리를 천마가 들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역시나!


쿠앙~~!


정말 1초도 안되어 홀 뒤쪽의 벽이 터져나가며 천마가 등장했다.

“마침내 본좌를 불러주었구나!”

천마의 첫마디에서 이상함을 느낀 슬기가 반문했다.

“아까부터 계속 우리 얘기 듣고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않느냐.”

“그럼 내가 광개토보고 사부 부르라고 했던 말도 다 들었겠네.”

“그렇지.”

“그런데 왜, 계속 안 오다가.. 이제 온 거야?”

“네 년이 부르면 오라하지 않았느냐?”

이 아저씨는 분명히 머릿속에 나사하나가 빠져있을 거라고 슬기는 생각했다.

‘융통성이란 나사가 없는 게 분명해.’

꼭 오라고 확실하게 표현해야만 올 수 있다는 저 꽉 막힌 사고. 한편으로는 오라고 하자마자 1초도 안 되서 날아온 것에 대해 살짝 기분이 좋기도 했다.

“저기 두 분... 여기 좀...”

광개토의 가냘픈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느새 구슬에서 손이 떨어진 광개토가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데, 그 옆에 새하얀 미니 드레스를 입은 웬 소녀가 그런 광개토의 옷깃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 너머 뒤쪽으로는 언제 있었냐는 듯 모여들던 희끄무리한 연기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넌 누구냐?”

슬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아마도 연기들이 만들어내던 여자의 형태가 바로 저 소녀인 것일테지?

새하얀 미니 드레스의 소녀가 슬기와 천마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그 피부 또한 드레스만큼이나 새하얗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오밀조밀하면서도 선명한 이목구비는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겠지만,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소녀의 시선이 슬기를 거쳐 천마에게 닿더니 곧 그 큰 눈망울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소녀가 사슴처럼 사뿐사뿐 천마 앞으로 뛰어오다가, 전광 석화같은 천마의 발길질에 족히 네배는 됨직한 속도로 튕겨져 포수미트에 빨려 들어가는 투수의 투구처럼 벽에 처박혔다.


쾅~


“어디서 밀가루 반죽 같이 이상하게 생긴 년이 달려들고 난리인게냐.”

헉!! 슬기와 광개토는 천마의 행위에 먼저 놀라고, 발언에 더 놀랐다.

‘아니 저 미모가 어딜 봐서 밀가루 반죽 같이 이상하게 생긴 거란 말이지?’

광개토는 이내 납득했다.

‘어쩐지 사부님이 슬기 아가씨를 별로 안 싫어 하시더라니...취향이 독특하신 거였구나.’

벽에 박혀버릴 정도로 세게 날아가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내려선 소녀는 별 타격이 없어보였다. 다만 그런 단단한 육체와 달리 정신적으로는 다소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새하얀 드레스 한가운데 시커만 발자국이 생긴 소녀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주인님, 어찌하여 이 종년을 몰라 하세요?”

“본좌는 모르는 일이니라.”

무뚝뚝한 천마의 말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듯 지그시 드레스 자락을 잡아가던 소녀가 곧 광개토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미약하나마 천마와 같은 기운을 흘리고 있는 사내.

“아... 당신이... 주인님이시군요.”

그제야 자신을 깨운 기운의 주인공이 광개토임을 알아차린 소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정중히 무릎을 굽히며 인사했다.

“주인님, 저를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실리엔 반 작퀸이 정식으로 인사 올리옵니다.”

비록 소녀일지언정, 난생 처음 보는 미모의 여성이 자신을 가리켜 주인님이라고 하면서 인사하자 광개토는 크게 긴장했다.

“아..네.”

비록 소녀일지언정 이런 미모의 여자와 대화해본 경험이 없는 광개토는 어색함에 몸둘 바를 몰라하다가 사부를 불렀다.

“사부님... 아무래도 사부님이 전수해주신 기운이 다 사라진 거 같습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말에 나지막히 혀를 찬 천마가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광개토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광개토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는 소녀의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걸리적 거리지 말고, 옆으로 꺼져라.”

그저 허공섭물로 밀쳤어도 되었을 것이고, 그저 비키라고 말만 했어도 되었을 텐데, 어떤 필연의 작용인지 천마는 하필이면 실리엔의 머리를 잡았고, 그 순간 소녀는 버그데이터의 영향을 받고 말았다.

갑자기 험악한 인상을 쓰며 소녀가 악다구니를 했다.

“이런 씨발, 병신같은 새끼가, 개미 좆만한 기운 가지고 날 깨우는 바람에, 내 몸이 이게 뭐야!!? 어둠과 죽음의 숙녀로 각성해야 할 내가, 이건 뭐 겨우.. 겨우 다크서클의 꼬맹이 정도 밖에 안되잖아!! 이런 화장실 걸레 같은 자식이!! 어디서 감히 내 구슬에 손을 대어 가지고 말이야!!”

천마가 손을 떼자, 험악하던 소녀의 인상이 순식간에 상냥하고 다소곳하게 바뀌었다.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시작과 너무 다른 끝 멘트에 광개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작가의말

실리엔의 등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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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19.11.24 532 5 12쪽
41 41화 19.11.24 548 5 12쪽
40 40화 19.11.23 56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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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19.11.23 5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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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19.11.22 59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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