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천하무식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무협

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617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2 17:00
조회
597
추천
8
글자
13쪽

37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37화




호리호리한 체구에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과 희뿌연 눈동자의 괴마는 마치 과거에 봤던 고전 영화 속의 골룸골룸 거리는 괴물을 닮은 흉측한 몰골이었다. 다만 영화 속의 작은 괴물보다 키가 훨씬 커서 거의 190에 다다랐고, 새까만 흑의를 온몸에 걸치고, 검녹색의 망토를 두르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수백의 흑의 무리 중에 홀로 1미터쯤 높은 단상에 서 있던 괴마가 로키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모든 사마의 지존이이시자 주님이신.. 아, 주인인데.. 주인. 주인이신 천마님의 삼제자..”

로키는 작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주문 외우듯이 천마의 칭호를 외워댔다.

여기로 오면서 동행하던 천마군이 절대로 무조건 꼭 반드시 기필코 여하불문하고 외우라고 했던 주문 같은 것이었다.

이윽고 괴마 앞에 도착한 로키는 배운 대로 그 앞에 넙죽 엎드렸다. 아무리 NPC라고 해도 게임 내에서만큼은 그 격을 인정해줘야 하는 법이다. 게이머랍시고 일국의 왕 앞에서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던 시절은 이미 게임 초창기 시절에 끝이 났었다.

머리 좋은 로키는 외웠던 대로 대사를 읊었다.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삼제자, 괴마님을 뵙습니다.”

“흘흘흘, 일어나라. 새로운 천마군의 용군(勇軍)이여.”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자, 그런 그를 보던 괴마가 말했다.

“로키라고 했던가, 자네는 첫 용군이다. 무릇 처음이란 용기 있고, 결단력이 있으며 누구보다 시류의 방향을 잘 아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리. 자네의 뒤를 이어 많은 이들이 우리 천마군의 용군이 되겠지만, 그 누구보다 첫 용군인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시마는 음침한 생김새와 달리 말을 꽤 잘하는 편이었다. 그의 말을 듣다보니 로키의 심장이 점점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대들 용군은 천마군에서 십병장의 위치에서 시작할 것이나, 그 활약 여하에 따라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을 직접 뵙는 위치까지 오를지도 모른다. 모쪼록 성심성의껏 천마군의 기치를 드높이길 바란다.”

괴마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로키는 저도 모르게 넷! 하고 크게 외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로키는 엉겁결에 낸 그 대답을 진심이 담긴 자신의 대답으로 여기기로 했다. 마음 속에서 마구마구 사명감과 충성심이 용솟음 치는 기분이었다.

이어서 로키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괴마가 직접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괴마 아래의 백부장이 해야 할 것이었지만, 첫 용군이라는 점에서 괴마가 친히 명령을 하달하기로 한 것이었다.


*


노송촌에서 북쪽으로 반나절을 꾸준히 도보로 이동하면 와와촌이 나온다. 그리고 와와촌의 한가운데 마을의 경비본부가 있다. 경비본부의 건물은 얼마 전에 보수공사를 했는지 군데군데 새 건물 티가 났다.

“여긴디, 여기서 끊겼구만. 난감하네 그려.”

평범한 모험가 복장을 하고서 콧수염을 길게 기른 40대 후반의 남자가 경비본부의 벽을 슬쩍 만지며 중얼거렸다. 남서끝 마을에서 시작된 추적이 끊어질 듯 이어질 듯 하며 겨우 이 곳에 이르렀다. 특히나 첫 마을에서 반경 100킬로미터 안에 아무 흔적이 없어서 하마터면 시온 최고의 추적꾼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날 뻔했다. 그 바람에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이제 본격적인 추적을 해보려는 참이었다.

그랬는데, 여기서 다시 추적의 실마리가 끊기려 하고 있다. 살인마의 흔적이 남은 마지막 장소가 새롭게 지어지는 바람에, 마지막 체취와 발자취가 강렬한 새 건물의 냄새로 인해 사라지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거대 길드 ‘홍운’으로부터 추적의뢰를 받고서 남서쪽 끝에서부터 살인자의 흔적을 추적해 온 자(타)공인 넘버 원 베테랑 추적꾼 ‘파용’은 벽을 훔친 손을 쳐다봤다.

‘새로 지은지 일주일도 안됐어.’

“이거 참, 자꾸 이러코롬 허면 수지가 안맞제.”

나지막히 혼잣말을 하며 파용은 품에서 단약을 하나 꺼내 삼켰다.

집중력과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상승시켜주는 청심총명단이 뱃 속으로 들어가자 즉각 효과를 보였다.

원래 그의 능력이라면 추적꾼 직업의 고급 스킬, ‘과거 상기’가 중급일텐데, 단약의 영향으로 단번에 고급으로 향상되었다. ‘과거 상기’ 스킬이 상급으로 업그레이드 되자, 상기를 넘어서서 과거 장면의 재생이 이루어졌다.

돌연 주변이 어두워지고, 곧 하늘 저편에서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괴인영이 날아오더니 그대로 3층 지붕을 부수며 실내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괴인은 그 기세를 줄이지 않고, 2층, 1층까지 다 부셔버리고,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마치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살인마는 일행으로 보이는 남녀를 데리고 다시 3층으로 날아올라갔다. 잠시 후 경비대들과 심지어 치안대까지 나타나고, 곧 괴인영은 치안대마저 때려 죽이고서는 유유히 하늘을 날아 북쪽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하이구마, 요노무 새끼가 하늘로 날라가삐네!!”

동문제국 남서끝의 조그만 촌락에서 잃어버린 흔적을 무려 100킬로미터 동쪽의 노송촌에서 발견하면서 설마하고 추측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파용은 얼른 마을을 벗어나 북쪽 하늘로 시선을 고정한 채 사라져가는 잔상을 따라 뛰어가기 시작했다. 단약의 효과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 쫓아갈 수 있는 만큼 쫓아가야 했다.

파용의 발걸음에서 추적꾼의 또 다른 직업 스킬, ‘호랑이의 발걸음’이 시전 되었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소리와 기척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균형을 유지하여, 집중력을 깨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움직이면서도 주위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어떤 사소한 흔적이라도 놓치지 않는, 추적꾼 고유의 이동 스킬이었다.

‘요고만 잡아내면, 내가 진짜 최고가 되는 기야!!’

파용의 시선에서 시온 최초로 추적꾼 상급자가 될 기회가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


말을 타고 꾸준히 달렸을 때 3주가 걸린다는 소울시가 천마 일행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노송촌에서 출발하고 2주를 조금 지난 어느 날이었다. 천마 비행으로 이동은 신속했지만, 중간중간에 던전을 공략하고, 아침저녁으로 광개토가 수련을 해야했던 탓에, 어떻게 보면 늦게 도착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다들 높은 구릉 위에 서서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소울시의 규모를 보며 각자의 감회에 젖어 들었다.

‘드디어, 목걸이를 찾을 수 있게 됐어! 오빠, 기다려!!’

그동안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추억 속에서 홀로 그녀를 기다렸을 오빠를 생각하니 슬기는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여기라면 제대로 된 계열을 얻을 수 있을까?’

광개토는 한시라도 바삐 거대 도시에 있다는 상급 GM을 만나보고 싶었다. 대체 왜 가다말고 이 언덕에서 이렇게 서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천마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

실리엔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저마다의 감상에서 빠져나와 이동하려는데, 슬기가 한 가지 우려 사항을 꺼냈다. 바로 실리엔에 대한 문제였다.

“이 밀가루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야. 도시에서 받아줄지 모르겠네.”

“아가씨, 왜 자꾸 우리 실리엔한테 밀가루라고 하는 겁니까!?”

일주일째 지속되어 오는 언어폭력에, 오늘도 광개토가 분연히 저항의 기치를 드높였다. 어떻게 이 하얗고 예쁜 소녀에게 밀가루 같은 표현을 갖다 붙일 수 있단 말인가!

“하얀 색은 밀가루, 까만 색이면 초콜릿, 황토 색이면 카라멜. 이거 만고불변의 진리 아니니?”

슬기의 말을 들은 광개토는 기가 막혔다. 이런 인종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그렇다면 사부님은 초콜릿입니까?”

“본좌는 괜찮다.”

얼마전에 초콜릿이 맛 좋은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된 천마는 정말로 괜찮았다.

“개토야, 내가 밀가루라 하건 말건 내 맘이니깐 신경 꺼라.”

“우리 실리엔한테 그런 말을 하니까 그러잖습니까!”

슬기와 광개토가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렸지만, 언제나 그렇듯 승자는 슬기였다.

“그러다 이 누님을 패겠다. 너? 아저씨, 아저씨 제자가 날 때리려고 하는데?”

슬기가 그 못생긴 얼굴로 되도 안한 애교를 부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천마는 그런 슬기의 편을 들어줬다.

“그만해라. 본좌는 두말하지 않는다.”

광개토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도 저항하겠노라고 불타는 의지를 되새기며 일단 먼저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슬기의 말대로 문제는 문제였다.

실리엔은 스스로를 언데드 군주라고 밝혔었다. 즉 몹중의 몹, 괴물중의 괴물이 바로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데리고 대도시에 들어간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입구에서부터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 것이었다. 확실히 기자 생활을 꽁으로 한건 아닌지 슬기가 가끔 날카로운 사고를 하곤 했다.

“그럼 실리엔을 여기에 두고 가야 하는 것이 정말로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고 아가씨는 그렇게 생각을 하시고 계시는 것이 맞다는...”

“그만 씨부려라, 개토야. 혀가 길다.”

미련 탓에 자꾸 길어지는 광개토의 말을 자른 슬기가 천마에게 부탁했다.

“아저씨, 아저씨도 여기에서 저 밀가루랑 같이 있어줄래? 쟤만 혼자 둘 순 없잖아.”

‘같이 들어가면 그동안의 행보를 보아 틀림없이 저 도시를 개박살 내버릴 거야.’

슬기의 머릿속에서 천마는 이미 천하의 개악당이자, 테러리스트와 다름없게 인식되고 있었다.

“여기 있다가 내가 부르면 와주는 거야. 그럴 수 있지?”

천마는 묵묵부답, 팔짱을 낀 채 대답이 없었다. 사실 천마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꼭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터라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금방 다녀올게. 무사히 일이 잘 진행되면 칼국수 만들어줄게.”

‘아, 칼국수.’

천마의 캄캄하던 머릿속에 한줄기 면발이 지나갔다. 며칠전에 슬기가 해줬던 칼국수는 참으로 맛이 좋았었다.

“알았다. 아가씨야.”

천마는 실리엔과 함께 구릉 위에서 슬기와 광개토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주인님..”

슬기와 광개토가 출발하려는데 실리엔이 따라가려하자, 천마가 실리엔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러자 애절한 눈빛을 날리던 실리엔의 눈동자가 돌연 분노로 번들거렸다.

“반푼이 새끼야! 차라리 이대로 꺼져버려!! 어줍잖은 새끼가, 꼴에 주인이라고!! 눈 앞에서 사라진다하니 속이 시~~원하구나, 그대로 어디가서 접시 물에 코 박고 뒤져 버려라!!”

“잘 다녀올게, 실리엔.”

광개토가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흔들자, 슬기가 놀란 어조로 물었다.

“방금, 밀가루가 너한테 그렇게 욕하는데도 괜찮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실리엔이 무슨 욕을 했다고 그럽니까?”

광개토의 표정에는 한 점 거짓 없는 순수한 사랑만이 빛나고 있었다.

‘뭐야, 이거? 무섭잖아!’

슬기는 살포시 엄습해오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듣고도 듣지 못하고, 보고도 보지 못하는 광개토의 콩깍지를 벗겨내고 싶었지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슬픈 생각에 슬기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머나, 너 현실에 여자사람 친구가 없구나. 이해한다.”

그저 광개토의 등을 두어 차례 두들기며 슬기는 말을 말기로 했다.


슬기의 계획은 이랬다.

먼저 소울시에 진입해 더 원 길드의 본부를 사전 답사한다. 건물의 구조 및 방어병력을 조사하고, 특히 길드 마스터의 집무실 위치를 파악한다. 아울러 길드 마스터의 생활 패턴을 알아서 이후 일어날지 모를 작전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한다.

만약 천마와 함께 간다면 그 용담호혈과 같은 장소에서 어떤 점입가경 설상가상을 넘어 첩첩산중의 사태가 벌어질지 예상도 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에는 수백명의 치안대와 수백명의 더 원 길드 공격대와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확실한 계획과 충분한 준비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그런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

‘밀가루를 핑계로 떼어 놓고 올수 있어 다행이야.’

슬기는 꼴 보기 싫은 밀가루년이라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 스스로가 선택하고 설정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슬기는 실리엔에게 이상한 외모 콤플렉스를 느끼는 중이었다.


작가의말

알고보면 슬기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무식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51화 19.11.27 497 5 12쪽
50 50화 19.11.27 514 5 13쪽
49 49화 19.11.26 499 5 12쪽
48 48화 19.11.26 501 5 12쪽
47 47화 19.11.26 490 4 12쪽
46 46화 19.11.25 497 4 13쪽
45 45화 19.11.25 517 5 11쪽
44 44화 19.11.25 541 4 11쪽
43 43화 19.11.24 527 5 12쪽
42 42화 19.11.24 533 5 12쪽
41 41화 19.11.24 549 5 12쪽
40 40화 19.11.23 566 5 12쪽
39 39화 19.11.23 546 6 11쪽
38 38화 19.11.23 569 6 12쪽
» 37화 19.11.22 598 8 13쪽
36 36화 19.11.22 590 8 12쪽
35 35화 19.11.22 598 8 12쪽
34 34화 19.11.21 588 8 12쪽
33 33화 19.11.21 576 8 12쪽
32 32화 19.11.21 589 7 13쪽
31 31화 19.11.20 624 6 13쪽
30 30화 19.11.20 617 9 12쪽
29 29화 19.11.20 588 7 14쪽
28 28화 19.11.19 595 8 13쪽
27 27화 19.11.19 613 7 12쪽
26 26화 19.11.19 638 9 15쪽
25 25화 19.11.18 631 6 19쪽
24 24화 19.11.18 652 8 15쪽
23 23화 19.11.18 648 8 14쪽
22 22화 +1 19.11.17 662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