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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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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583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6 07:00
조회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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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47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47화




천마의 눈에 비친 니긴마의 손바닥은 느리기 짝이 없어 하품을 세 번쯤 한 다음 사타구니를 긁적이며 귀찮다는 듯이 피해도 다섯 번쯤은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엉금엉금 다가왔다.

하지만 NPC는 그 메커니즘 상 PC의 공격을 애써 피하지는 않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천마는 까닭 모를 귀차니즘을 느끼며 그냥 뺨을 대어주고 말았다.


짝!


분명히 피할 수 있는 공격임에도 스스로가 안 피하기로 선택했고(시스템의 개입이 있었지만, 천마는 몰랐다)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천마는 더럽게 기분이 나빴다. 예전에 드래곤 공격대와의 전투에서 뒤통수에 꽂혀 들어왔던 용이빨 보다 더 기분 나쁜 공격이었고, 천마 오군과의 일전에서 권마가 날렸던 회심의 일권을 맞고 고개가 돌아갔을 때보다 더 기분이 더러웠다.

천마가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슬기에게 물었다.

“이 장어로 만든 과메기 같은 것이 방금 손바닥을 사용하여 본좌를 공격한 것이냐?”

너무 놀란 슬기는 천마의 물음에 당장 대꾸할 수가 없어 그저 입만 어버버거렸다.

대신 제2 공격대장 에릭이 대노하여 불경을 저지른 니긴마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놈!! 니긴마야!! 군사의 메시지를 못 읽었느냐!!”

에릭의 고함에 능글 맞은 미소를 흘리던 니긴마가 찔끔했다.

“이놈아!! 분명 군사가 이분들을 길드 마스터와 군사 모시듯 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너는 어찌하여 이리도 오만방자하게 군단 말이냐!!”

이미 평생 아라곤에게 형소리를 들을 것을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진 니긴마는 일부러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에릭에게 머리를 살짝 숙이며 말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장님.”

“너는 길드마스터와 군사에게도 이렇듯 무례한 짓거리를 행할 것이냐?!”

“그럴리가요, 이장님. 이건 순전히 아라곤이..”

“시끄럽다!!너는 당장 네 천막으로 가 진격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나오지 말아라!”

니긴마가 미안해 함에도 불구하고 에릭의 분노는 전혀 줄어들지 않은 채 그대로 그에게 쏟아졌다. 에릭은 군사의 당부를 잊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 니긴마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천마가 다시 슬기에게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고는 에릭과 니긴마를 쳐다보았다.

마침 니긴마가 에릭에게 고개를 조아리더니 몸을 돌려 가려는 참이었다.

천마는 이렇게 어이없는 경우는 처음이라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크크크크~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가 삽시간에 사방을 애워싸고, 에릭과 니긴마의 귓전을 때렸다.

“이게 무슨 소리냐?”

가슴을 얼어붙게 만드는 섬뜩한 웃음소리에 주위를 돌아보며 외치던 에릭은 이내 한가운데에서 웃고 있는 천마가 소리의 진원지라는 것을 알아챘다.

‘어찌 사람이 이런 웃음소리를..!?’

에릭이 이런 의문을 가질 찰나, 천마가 에릭과 니긴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말린 장어새끼랑, 다 태워 먹은 시커먼 꽈배기 같은 것들, 두 요괴 녀석이 쿵짝이 맞구나? 맞은 건 본좌인데, 왜 니들끼리 화내고 사과하고 그러느냐?”

“허..”

에릭과 니긴마의 입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비록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그에게 사과하지 않은건 분명 잘못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감히 이렇게 대놓고 더 원의 공격대장들에게 따지고 들다니!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본 천마가 다시 말했다.

“분명히 맞은 것도 본좌이고, 기분 나쁜 것도 본좌인데. 말린 장어 네놈은 어찌하여 본좌에게 사과하지 않고, 저 까만 꽈배기한테 사과를 하고 앉았느냐? 저 놈이 분노하면 본좌가 분노한것이고, 저 놈이 용서하면 본좌가 용서한 것이더냐?”

니긴마는 기가 차서 그저 실소를 머금고는, 뒤쪽에 있는 아라곤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감히 세 공격대가 모인 곳에서 이 자가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따지고 드는 것은 모두 저 머저리 같은 아라곤의 공격대가 저 자에게 얕보였기 때문이겠지!?’

“미안하게 되었소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에릭도 말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방금 천마가 그들을 향해 따지고 든 것이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불쾌한 듯 했다.

“이봐, 아라곤. 앞으로는 형으로 받들어 모셔야 하는 거 알지?”

니긴마는 아라곤을 쳐다보며 끝내 하고팠던 그 한마디를 내뱉고, 천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헉!!”

바로 코 앞에 있는 천마를 발견하고, 기함하고 말았다.

‘언제, 여기로 왔지?’

깜짝 놀란 니긴마는 그런 의문을 가졌지만, 사실은 천마가 움직인 게 아니라 사망률 100프로에 이르는 천마의 집요한 손아귀가 그도 모르는 새에 강제로 그를 잡아 당겨버린 것이었다.

이어서 천마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니긴마의 머리통을 잡아가는데, 니긴마는 마치 뱀 앞의 개구리처럼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천마의 손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턱, 소리와 함께 2미터의 장신인 니긴마가 천마에게 머리통이 잡혀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용서는 뺨맞은 본좌한테 해야지, 어디 엄한 곳에다 하고 있느냐?”

천마는 뺨맞은 것보다 그 이후에 보였던 녀석들의 행태로 속이 더 부글부글 끓어올랐었다.

‘그래도 어찌되었건 간에 불쌍한 여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는데.’

천마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슬기를 쳐다보자, 그제야 숨통이 트인 그녀가 바닥에서 뭔가를 주우며 말했다.

“공격 맞아. 공격. 그러니까... 이왕이면 이놈한테만 책임을 묻는 걸로?”

저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공격하지 말라고 천마에게 신신당부했던 슬기가 니긴마의 선공을 인정하며 니긴마의 처분을 그에게 맡기자, 천마의 입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니긴마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듯이 크게 외쳤다.

“성난 도깨비들아!!”

그러자 10여미터 떨어져 있던 제3 공격대 ‘도깨비 소굴’의 공격대원들이 손에 든 무기로 일제히 땅을 내려치며 화답했다.

“뚝따~악!!”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를 구호로 삼은 그들의 목소리가 땅을 울렸다. 일대를 울려대는 공격대원들의 화답에 힘을 얻은 니긴마가 소리쳤다.

“우리의 힘을 보여줄때다!!”

“뚝따~악!!”

니긴마의 외침에 공격대원들이 한번 더 바닥에 무기를 내리치며 큰 소리로 화답했다. 나름 의기양양해진 니긴마가 마저 공격 명령을 내리기 위해 입을 열 때 였다.

“이 노....!”

하지만 그는 하던 말을 삼켜야만 했다. 갑자기 이빨을 부수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크고 단단한 것에 목구멍이 막혀 버린 것이다. 그 크고 단단한 것은 입을 다물지도, 혀를 놀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어거거버버!!”

뜻모를 괴성을 지르며 니긴마가 옆을 보자, 그곳에는 슬기가 못생긴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는데, 그녀의 손에는 아직 주먹만한 돌멩이가 하나 더 쥐어져 있었다. 슬기가 웃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혹시 너네 영감이 이 아가씨한테 돌멩이 하나 맛있게 대접받았다는 얘기 안하디?”

“구구구그가(무슨 소리냐)?!”

니긴마가 반문했지만,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을 소리였다.

슬기가 왼손에 들린 돌멩이를 들어보이며 밝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꾸 못 알아들을 소리를 내뱉으면 미운 놈 돌 하나 더 준다?”

조용해진 니긴마를 내려다보던 슬기가 광개토를 불렀다.

“개토야, 벗겨.”

“네... 네? 넷!”

멀뚱히 서 있던 광개토가 그래도 한번 해봤다고 금세 능숙한 손놀림으로 갑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꼬맹아, 너도.”

슬기의 말에 실리엔도 마지못한 듯 미적거리다가 광개토의 눈빛을 받고서야 함께 니긴마의 옷을 벗겨댔다. 니긴마는 고함을 지르며 저항하고 싶었지만, 슬기의 눈 속에 담긴 진심과 손에 들린 주먹만한 돌멩이를 쳐다보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뭐하는 짓이오!”

에릭이 분노한 목소리로 외치자, 천마가 그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에릭의 몸뚱이가 굳어버린채로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헉!!”

에릭의 탄성이 터지고, 천마가 냉랭하게 말했다.

“다 탄 꽈배기, 본좌는 자비롭고 선량한 사람이니 까불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부셔먹기 전에.”

허공을 격하고 전해져오는 초능력과도 같은 것이 그를 꼼짝도 할 수 없게 조여오자 에릭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자는... 드래곤 공격대에서 듣던 것보다 더한 괴물 아닌가?’

듣기로는 홀로 드래곤 공격대를 한 시간도 안 되어 괴멸시켰다고 하던데, 과연 그 말이 사실인 듯 했다(사실은 5분도 안 걸렸지만, 드래곤 공격대는 차마 쪽팔려 5분이라고 사실 대로 말할 수 없었다).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고개와 시선은 자유롭게 돌릴 수 있었던 에릭의 시야에 니긴마의 공격대 ‘도깨비 소굴’이 조금씩 전진해오는 것이 보였다.

“제3 공격대는 멈춰라!”

에릭이 일갈하자, 도깨비 소굴의 부소대장, 로제리오가 큰 목소리로 항변했다.

“저자가 우리 대장을 잡고 있습니다!”

에릭은 로제리오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상급 공격대장으로서 이 집단을 현명하게 이끌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끝날 일을 결코 확대해선 안된다는 일념으로 그가 다시 외쳤다.

“그는 홀로 드래곤 공격대를 전멸시켰던 자다. 그대들도 같은 꼴이 되게 둘 순 없다. 그리고 봐서 알겠지만, 이건 그대들의 공격대장 니긴마가 잘못한 것이야. 강자를 희롱할 때는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법이지.”

“우리는 그런 건 모릅니다. 대장의 적은 우리의 적일 뿐입니다.”

‘평소 니긴마가 안하무인하고 오만방자한 모습만 보이지만, 그래도 부하들에게는 신망이 있다더니 사실이었나.’

에릭은 살짝 당황하면서 니긴마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이대로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가는 것을 방치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남끝별의 성좌를 탈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대들이 정녕 공격대장을 구하기 위해 전멸을 불사하겠다면 그리하라. 대신 그렇게 하게 된다면, 그대들은 ‘더 원’의 명령을 어긴 것이 될 것이며, 그 시간부로 더 원 길드는 이제 열 개가 아닌 아홉 개의 공격대를 가진 길드가 되어 버릴 것이다!”

길드에서 퇴출시키겠다는 통보에 제3 공격대의 행보가 멈추었다. 비록 공격대장의 목숨이 중요하다지만, 그것은 일개 게이머의 목숨일 뿐이다. 어차피 게임이기 때문에 죽어도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다. 즉 리셋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명령불복종으로 공격대 전체가 ‘더 원’에서 퇴출당한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일의 경중을 재던 부공격대장, 로제리오는 결국 니긴마의 목숨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제3 공격대의 전진이 멈추었다.


그새, 니긴마의 갑옷이 모두 벗겨지고, 그의 기형장검, ‘대양의 바늘’만이 덩그러니 등에 걸렸다. 그는 슬기가 더미 반지를 빼 갈 때부터 이렇게 일이 전개 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을 받았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너네 영감도 무척 좋아하던데, 너도 엄청 기뻐하는 거 같네?”

슬기가 빈정댈 때마다 니긴마는 슬기가 말하는 영감이 누굴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에 틀어박힌 돌덩이는 질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죽으면 100프로 무기를 떨구게 조건을 성립시킨 다음에야 슬기가 말했다.

“아저씨, 이제 죽여도 돼.”

나름 흥미롭게 일행들의 강제 스트립쇼를 지켜보고 있던 천마가 아까부터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을 나지막히 내뱉었다.

“이번에는 가위바위보 안하는가?”

잔인하고 포악하며 집요한 천마는 며칠 전에 가위바위보에서 졌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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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19.11.24 548 5 12쪽
40 40화 19.11.23 56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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