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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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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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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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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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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31화




지난 일주일간 천마 일행은 꾸준히 북상했다. 천마의 능력으로 함께 날아가다가 괜찮은 던전이 감지되면 들려서 공략하는 형태의 이동이었다. 아무리 천천히 날아도 도보나 마차로 이동하는 것 보다 훨씬 빨랐고, 던전 찾는 시간을 줄이고, 렙업까지 할 수 있으니 어떤 불만도 없었다. 아니, 사실 딱 하나가 불만이긴 했다.

“음, 꽤 괜찮은 녀석들이 있는 곳이구나.”

하늘을 가로지르던 천마가 문득 한마디 하자, 슬기와 광개토는 마음을 다잡았다. 유일한 불만 점. 바로 착륙이었다.

“사부님 조금만 천천히.. 으아가각!!”

갑작스런 급강하에 광개토의 비명이 길게 늘어졌다. 조금만 천천히 하강해도 될 텐데, 천마에게 천천히 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일행을 위한 배려? 그에게 배려를 말했다간 틀림없이 배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볼 것이었다. 착륙하겠다고 천마가 마음먹으면 그냥 신속하고 정확하게 착륙하는 것이다. 거기다 신속과 정확 중에 경중을 따지자면 신속이 더 중요한 듯 했다.

순식간에 세 명이 내려선 곳은 적당히 험준한 산속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중세 양식의 성채의 동쪽 성탑 꼭대기였다. 두 세평 남짓한 공간에 둘러쳐진 담도 변변찮아, 광개토는 하마터면 밑으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으허억...”

덜덜 떨며 몸을 추스린 광개토가 성 주변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가씨 여긴 어딥니까?”

어차피 사부는 아는 게 없다는 걸 아는 그가 슬기에게 물었다.

어깨 끈을 풀고 가방을 벗은 후 지도를 꺼낸 슬기가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대답했다.

“보자.. 여기서 북쪽으로 직선으로 올라왔으니까..음.. 어.. 여기가..음”

슬기가 뜸을 들이는 동안, 광개토는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성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짙은 색의 회색 벽돌을 사용했는지, 언뜻 보면 검은 성으로 보일 정도로 칙칙하고 어두워보이는 성이었다. 그리고 성의 정면으로 보이는 구불구불 뻗은 길 쪽에 몇 십명 정도의 사람들이 보였다. 각종 화려한 장비들로 몸을 둘둘 둘러친 사람들이었다.

“어, 저기 사람들이 보입니다?”

“여기 놀러온 플레이어들인 모양인데.”

흘깃 사람들을 내려다본 슬기가 말했다. 그리고 천마가 이어서 말했다.

“요괴라면, 던전 밖에 스물 여덟 마리, 던전 안에 마흔 두 마리가 있구나.”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그럼 저희 말고도 이 성을 공략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동안 십여개의 던전을 클리어하며 플레이어라곤 일행 말고는 본적이 없었던 광개토였다.

“개토야, 너는 이 게임이 무슨 게임이라고 생각하니? MMORPG라고. 당연히 다른 플레이어들도 던전을 찾지 않겠어?”

살며시 핀잔을 준 슬기가 지도를 덮었다.

“우리가 출발했던 장소도 정확히 모르고, 아저씨의 비행속도가 얼마인지도 잘 모르고 하니까 계산이 잘 안 되네. 가까운 마을에 들리면 그때 확인해야겠어.”

애써 변명을 하며 슬기는 생각했다.

‘독도법 하나 익히자고, 다시 모험가를 선택할 수도 없고.’

직업을 바꾸면, 직업 스킬은 초급 1레벨로 돌아간다. 슬기가 가진 초급 1레벨 독도법으로는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 정확한 현재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플레이어들이 저렇게 모인 걸 보면 이름 없는 성은 아닐 거야, 분명히.”

다시 가방끈을 단단히 당겨 맨 슬기가 천마를 흘낏 쳐다봤다.

“아저씨는 이번에도 안 들어 올 거지?”

천마는 양반다리로 앉은 채로 팔짱을 끼고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짜피 같이 파티플레이 해봤자 도움도 안 되는 경험치 도둑, 천마는 차라리 던전 밖에 있는게 나았다. 같은 파티더라도 장소가 다르면 경험치나 아이템을 나눠 갖지 않기 때문이다.

슬기는 던전에 들어가서 파티를 해체하는 것 보다야 파티를 유지하고서 이렇게 천마만 안들어오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귓구멍 잘 파놓고 있다가, 내가 부르면 냉큼 달려와야 해!”

대답 없는 천마를 쳐다보던 슬기는 살며시 파티창을 열어보았다.


파티장: 슬기 전사(권사) Lv. 240

파티원: 천마 ??????? Lv. 999

광개토 계열없음 Lv. 84


정말로 천마였는지, 아니면 천마라고들 불러서 천마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마군을 박살내고 난 후 확인한 파티창에 ‘?마’던 아저씨의 캐릭터명은 ‘천마’로 정상 표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천마에게는 귓말 벌레가 보내지지 않았다. 버그에 걸린 건지, 아저씨가 버그 플레이어인지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이건 분명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마에게는 그 문제를 커버 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의 놀라운 능력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상식을 파괴하는 천마의 청력이었다.

슬기가 천마에게 물었었다. 권마가 자신을 죽이려 할 때 어떻게 알고 왔냐고. 그때 천마가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질질 짜는데, 듣고 있어 줄 수가 없었느니라. 못생겼으면 울지라도 말든가.”

그녀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괜히 물었다고 후회했다.

아무튼 그때 거리가 거의 일 킬로미터 이상이었다.

일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천마 개객끼’라고 욕하면 당장 응징하러 올 것이 틀림없는 천마의 청력은 귓말벌레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음이 있었다.


슬기가 무쇠판을 덧댄 낡은 나무문을 열자, 컴컴한 나선형 계단이 아래를 향해 둥글게 돌아내려 가는 것이 보였다. 슬기는 천마를 한번 힐끔 쳐다본 뒤 심호흡을 하고서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광개토가 들어서며 열려있던 문을 닫았다.

그 모습을 본 천마는 두눈을 감고, 감각을 열었다.

계단 바로 너머에서 슬기와 광개토가 푸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얌마!! 횃불도 켜기 전에 문을 닫으면 어떡해!! 넘어질 뻔 했잖아! 넌 대체 생각이 있냐 없냐?”

“저도 아가씨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개토 이 자식, 광랩을 하더니 눈에 아주 뵈는 게 없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꾸준하게 둘의 목소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아싸, 또 랩업!”

광개토의 밝은 목소리에 슬기는 괜시리 인상이 구겨졌다. 비록 자신이 월등히 고랩이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신이 1업하는 동안, 1,20업을 해대는 광개토 자식이 괜히 아니꼬웠다. 비록 같은 파티원이고, 일행이라 할지라도 금수저는 곱게 보일 수 없는 것이다.

“엇, 앞에 네 놈입니다.”

광개토가 나지막히 외치며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좁은 복도 끝자락으로 벽에 걸린 횃불 아래 경비병 행색의 스켈레톤들이 보였다. 그가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슬기는 그 모습이 아니꼬웠다.

‘아직 100랩도 안되는 쪼랩주제에!’

언데드 몹은 기본적으로 강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하급으로 분류되는 스켈레톤이라 하더라도 150랩 이상은 되어야 상대 가능한 강한 몬스터에 속한다. 그런데 아저씨를 사사한 저 금수저이신 광개토님은 100랩도 안 되는 쪼랩이신 주제에 겁대가리를 상실하시고서 스켈레톤을 볼때마다 저렇게 좋다고 쪼르르 달려가서는 얼쑤!! 스켈레톤 한놈의 대가리를 그대로 박살 내 버리신다.

슬기가 그 못마땅하고, 불공정한 꼬락서니를 팔짱을 끼고서 쳐다보고 있는데, 곧 광개토의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아가씨, 여기 좀!”

아무리 파천무인지 뭐시긴지를 배워서 80랩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힘과 속도를 지니고 있다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했다.

“아가씨, 살려주세요!!!”

스켈레톤의 강력한 몸통 박치기를 가까스로 막아낸 광개토의 애절한 목소리에 슬기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알았다. 이 귀여운 놈아!’

화염과도 같은 붉은 기운이 슬기의 주먹에 새빨갛게 어리기 시작했다.

자리를 박차고 점프하듯이 달려나간 슬기가 곧 복도의 벽을 두어차례 밟고서 천장을 밟으며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듯한 모습으로 달려나갔다. 복도는 좁았지만, 천장으로 달려버리니 슬기는 금세 광개토와 스켈레톤을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스켈레톤의 머리를 지나는 순간 슬기의 두주먹이 질풍같이 두 해골의 대가리를 가격했다.

퍼퍽, 소리와 함께 두 놈의 몸이 흔들거리고, 광개토가 두 놈의 공세가 주춤한 틈을 타 겨우 뒤로 물러서며 한숨을 돌렸다.

“역시 아가씨이십니다!!”

확실히 권사로서의 슬기의 움직임은 대단한 면이 있었다. 광개토는 싸우면서도 힐끔힐끔 슬기의 몸놀림과 몸매를 살펴보았다.

‘아가씨가 얼굴만 빼면 몸매는 괜찮은데...’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가진 슬기의 주먹질과 발길질에 스켈레톤 한 마리가 전신을 두들겨 맞고 풀썩 무너져 내렸다.

“뭐하니?”

슬기의 말에 광개토가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스켈레톤을 공략했다.

공격을 허용했다가는 틀림없이 파상풍에 걸리고야 말 것 같은 녹슨 칼이 붕~ 하고 광개토의 몸을 가까스로 비껴 지나갔다. 슬기의 목소리에 재빨리 회피동작을 펼쳤기 망정이었다.

큰 동작 뒤에는 반드시 빈틈이 생기는 법. 광개토는 스켈레톤의 팔꿈치와 어깨를 빠르고 간결하게 한차례씩 주먹으로 후려 갈겼다. 검은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어린 광개토의 주먹이 닿자, 스켈레톤의 뼈가 모래성처럼 부서졌다. 이어서 빠르게 무릎으로 옆구리를 가격하고, 잔뜩 움츠린 녀석의 목을 수도로 바꾼 오른 손으로 힘껏 내리쳤다.


흐힉~


마치 김빠지는 듯한 소리가 스켈레톤의 텅 빈 성대로 세어나오면서 그와 함께 녀석의 대가리가 떨어져 나가고, 곧 몸뚱아리의 뼈무더기들이 허물어져 버렸다.

이제 한 놈 남았다. 마지막 녀석은 어울리지 않게 큰 원형 방패를 든 해골이었다. 좀 전에는 이놈이 앞서서 방패로 막고 다른 놈들이 공격을 해오는 형태의 조합 공격이 들어와서 그렇게 애먹은 것이었는데, 이제는 이 놈뿐이니 그리 어렵지 않다.

놈이 그 큰 방패로 돌진 공격을 해오자, 피할 곳이 여의치 않았던 광개토는 그 방패를 마주 잡았다. 그러자 곧 돌격하던 스켈레톤의 전진이 멈추었다. 방패를 사이에 두고 스켈레톤과 광개토가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잠시 둘이서 대치하는가 싶더니,

“이럇샤이마세!!”

광개토가 크게 기합을 내지르며 방패를 옆으로 거세게 휘둘렀다. 파천무로 단련된 광개토의 힘을 이기지 못한 스켈레톤은 방패를 쥔 채 복도 벽에 강하게 처박혔다.

“으라라차~”

광개토가 여러 차례 기합과 함께 방패를 휘둘러대니, 곧 방패에서 떨어져 나간 스켈레톤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서 광개토가 들고 있던 원형 방패를 번쩍 치켜들었다가 냅다 찍어버리니 스켈레톤의 대가리가 끊겨 나갔다. 그래도 언데드는 죽지 않고 움직였다.

그 모습에 살짝 놀란 광개토가 방패를 들어 연속으로 마구 찍어대자 결국 해골의 상반신이 모조리 바스라져 버렸고, 그제야 기다렸던 경험치가 들어왔다.

휴, 하고 땀을 닦는 광개토의 곁으로 슬기가 다가왔다.

“일본어도 알아?”

“네? 일본 별로 안 좋아합니다.”

“방금 이랏사이마세라고...?”

“으랏차차라고 했습니다만?”

무슨 소리를 하냐는 식의 광개토의 모습에 슬기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천마는 편한 자세로 앉아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인근 일 킬로미터 반경의 모든 소리들이 천마의 귓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천마는 슬기와 광개토의 목소리 외의 소리는 다 잡음으로 여기고 쌩깠다.

슬기가 물어온 적이 있었다.

“아저씨도 슈퍼맨처럼 집중력으로 잡음들을 거르는 거야?”

“누군지 모른다.”

“암튼간에, 그럼 여기저기 소리들이 다 들릴 텐데, 괴롭지 않아?”

“전혀.”

천마는 잡음들 따위 그냥 개무시하면 되는 건데, 슬기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개소리가 싫다고 세상 모든 개를 쳐 죽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때, 어디선가 잡음의 영역을 뚫고 들어오는 실낱같은 소리가 있었다.

‘여기로...여기로...와주시겠어요?’

작고 미약한 그 목소리가 마치 코끝을 스쳐대는 강아지풀처럼 천마의 귀를 간지럽혔다.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그 간드러진 목소리에 결국 천마는 한마디 하고야 말았다.

“니가 와라, 여기로.”

‘...’

천마는 귀찮았다.


작가의말

누가 부르면 가봐야 하는 것이 주인공의 숙명이거늘.


천마는 너무나 귀찮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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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19.11.24 532 5 12쪽
41 41화 19.11.24 548 5 12쪽
40 40화 19.11.23 565 5 12쪽
39 39화 19.11.23 546 6 11쪽
38 38화 19.11.23 5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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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19.11.21 58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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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19.11.21 588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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