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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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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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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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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98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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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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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30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30화




처음에는 그저 못생긴 년이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구경했고, 그 뒤에는 생뚱맞게 등장한 남자의 능력이 궁금해서 방관자적 자세를 취했던 것이 그만 이렇게 큰일이 되고 말았다.

구모네는 좀 더 일찍 개입하지 않은 것을 자책하며, 서둘러 천마와 이제는 2남 2녀가 된 일행 사이로 끼어들었다.

“지금 대단히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만~”

2남 2녀를 먼저 쳐다본 지엠이 눈을 돌려 천마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곧 치안대가 도착하겠지만, 잠시 지엠인 저 구모네가 사건을 조사하고자 합니다. 괜찮으시죠?”

2남 2녀 일행이 고개를 마구 끄덕이는 가운데, 정작 플레이어를 살인한 천마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구모네는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악수를 하려는 듯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먼저 사건의 조사를 위해 플레이어 캐릭터의 신원 정보 확인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구모네의 말에 천마는 멀뚱히 그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후에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구모네가 말을 이었다.

“제 손을 잡으십시오. 성함이?”

“...천마다. 쏘가리 같이 생긴 요괴 놈의 손은 별로 잡고 싶지 않구나.”

천마가 슬그머니 팔짱을 끼며 왜소한 지엠에게 거절의 의사를 확실하게 보였다.

“네? 쏘가리..라고요? 아니, 그보다 천마라고요?.. 하긴 천마일수도 있겠죠.”

자신의 외모를 비하한 표현에 구모네는 다소 기분이 상했지만, 금새 그런 마음을 떨쳐버렸다. 지엠이라는 직분은 어느 상황에서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했고, 그는 그 분야에서 자신이 다른 지엠 못지않다고 자부했다.

신규 컨텐츠의 네임드 보스 이름이 천마라고 해서, 유저가 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구모네는 다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놈은 왜 이렇게 지엠의 정당한 요구를 거절하는가? 혹시 숨겨야할 뭔가 라도 있나? 만약 그렇다면 더 쌩큐인 셈이다.

프리랜서인 지엠은 사건을 한 건 해결할 때마다 일의 경중에 따라 추가 급여가 발생하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수록 더 좋아하곤 했다.

“어쨌든 지엠의 신원정보 확인 요구에 플레이어는 응당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제 손을 잡으세요.”

하지만 천마가 미동도 하지 않자, 구모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제 손을 잡으시지요?”

여전히 정중한 어투였지만,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구모네가 다시 말했다.

“최대한 인간적으로 고객님 대우를 해드리려고 하는거니까, 좋게 말씀 드릴 때 제 말을 들으십시오.”

그리고서 그는 천마 뒤의 슬기에게 말했다.

“저기, 일행분에게 제 말을 들으라고 좀 해주시죠. 아시다시피 이건 적법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 슬기는 지엠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아까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는 손 하나 까닥 안하던 새끼가.’

그러고 보니, 아까 신청서를 건넸을 때도 무시했던 녀석이었다.

‘얼굴 못생겼다고 차별하는 외모지상주의자 새끼!’

점점 불만이 쌓여가는 슬기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모네는 딱딱한 어조로 명령하듯 말했다.

“절차에 따라주지 않으신다면 잠시 후에 치안대가 왔을 때에 두 분께 불리한 증언을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슬기의 생각에 그건 곤란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천마에게 말했다.

“아저씨, 손 한번 잡아줘.”

슬기의 말에 천마가 냉랭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흥, 어느 누가 감히 본좌에게 악수를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시커먼 남자 요괴새끼가.”

감히 일국의 황제이자, 한 종교의 교주에게 악수를 청할 수 있는 자는 그에 버금가는 존귀한 존재이거나, 혹은 그가 허락한 자여야 할 것이었다. 눈앞의 쏘가리같이 생긴 요괴 새끼는 어느 것에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천마는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꼭 본좌의 손을 맞잡고 싶다는 말이렸다.”

빙그레 웃는 천마를 보며 구모네도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맞습니...헉!!!”

구모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마의 억센 손이 구모네의 손을 마주 잡아갔고,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구모네의 손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뭉개져버렸다.

“으아악!!”

비록 30프로의 감각밖에 전달하지 않는다지만, 손에서 전해지는 고통이 대단했다. 천마에게 손을 잡힌 채 비명을 지르던 구모네가 다급하게 왼손을 번쩍 들었다. 곧 지엠의 대 플레이어 전용 스킬인 ‘암흑의 다크니스’가 시전되었다.

플레이어의 인지 체계를 무너뜨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며, 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크리티컬’ 스킬로, 하이 랭커들도 감히 반항할 수 없게 만드는 지엠 최고의 스킬이었다.

그러나 천마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왼손이 섭섭했구나?”

천마의 왼손이 스킬을 시전중인 지엠의 왼손을 잡더니 그마저 뚝하고 부러뜨려 버렸다.

“으아악!! 이런 씨팔, 개 같은 경우가 있나!!”

예상치 못한 고통에 구모네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그는 고작 30프로의 고통도 견디지 못하고서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구모네에게는 지금의 고통이 근 10년 동안 느껴본 가장 큰 고통이었다.

잠자코 욕설을 듣고 있던 천마가 나지막히 말했다.

“사망 마일리지 다 쌓였다. 쏘가리 새끼야.”

그리고 곧장 녀석의 머리를 날려버리려고 주먹을 치켜 드는데, 등뒤에서 고개를 좌우로 맹렬히 흔들어대는 슬기의 기척이 느껴졌다.

마음을 바꾼 천마는 쳐들었던 주먹에서 손가락을 하나 세워서 지엠의 목덜미를 번개같은 속도로 두 세 차례 찔렀다.


파팍~


천마가 손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지엠의 동작과 소리가 뚝 멈췄다.

“아가씨 덕분에 목숨은 부지한 줄 알아라.”


천마의 점혈 장면을 본 두 남자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 저거야!! 역시 저 놈이었어!”

말도 안 되는 디버프가 천마의 행위였을 거라고 짐작했으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두 남자는 지엠마저 점혈 해버리는 천마의 모습에 턱이 빠질 정도로 놀라버렸다. 감히 지엠 앞에서 우리에게 버그를 쓸까 싶었는데, 아예 상상을 뛰어 넘어 지엠에게 버그를 걸어버리다니!

천마의 시선이 그들을 향하자, 두 남자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지엠도 갈아버리는 천마의 위용 앞에 여관 안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두려움으로 벌벌 떨었다.

슬기가 눈알만 뒤룩거리는 구모네 앞에 섰다.

“이것 봐, 쏘가리 자식아. 사람을 말야, 그렇게~”

쏘가리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지만, 화룡정점은 그 다음이었다.

콱~

슬기의 강렬한 발차기가 구모네의 사타구니 가운데에 정확하게 격중했다.

“..외모로 깔보지 말라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격통에 구모네의 눈과 코와 입에서 눈물, 콧물, 침이 일제히 쏟아져나왔다.

‘이게 30%라고, 이게?!!’

“어어..어버..”

지엠의 고통스런 신음을 소리를 기꺼운 마음으로 듣던 슬기가 천마를 향해 돌아오더니 그의 팔을 당겼다.

“아저씨, 딴 데 가자. 이제 여기선 할게 없을 거 같아.”

그녀는 왠지 이번에도 치안대가 안 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것이니 얼른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천마와 슬기는 여관에서 나갔다.

그렇게 지엠마저 공격한 두 남녀가 밖으로 나가는데, 여관 안에 가득 찬 플레이어들은 마치 마비 디버프라도 걸린 듯이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저 자들을 잡아요!! 잡으라고요!!’

구모네의 사력을 다한 외침은 그저 의념 공간을 맴돌기만 할 뿐, 3년짜리 마비, 침묵 디버프를 뚫지 못했다.

3일이 아니라 3년짜리였다.




해가 산등성이를 막 넘어가려던 찰나, 광개토가 접속했다.

광개토는 파티장 곁으로 접속을 선택했다가, 생각지 못한 풍경에 살짝 당황했다.

“마을이 아니네요?”

그가 접속한 곳은 수려한 산세가 한눈 가득 들어오는 산기슭에 소박하게 설치된 천막텐트 옆이었다.

“이놈아, 시간이 없다. 얼른 파천무를 시작하여라.”

“네넵!!”

천마의 성화에 광개토는 얼른 텐트 옆 빈터로 가서 자세를 잡고 파천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노을빛깔 속에서 광개토의 모습도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슬기가 천마에게 물었다.

“저렇게 열심히 매일 연습하면 개토도 언젠가 아저씨처럼 강해질까?”

“미쳤느냐.”

뜻밖의 대답에 살짝 열 받은 슬기. 그에 아랑곳 않고 천마가 말을 이었다.

“인력으로 공을 쌓을 수 있는 것은 5단공이 한계다. 그 이상은 하늘의 안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 특히 본좌와 같은 마신경은 오직 한명에게만 허락된 천좌다.”

“엇, 그건 결과의 평등이 아닌데?”

어디서 주워들은 이상한 사상을 떠올리며 슬기가 주절거리자, 천마가 정색했다.

“원래 결과의 평등 같은 건 없느니라.”

“알아, 안다고... 그나저나..”

슬기가 화제를 돌렸다.

“아까 사망 마일리지인가 뭔가 하는 소리를 하던데, 그게 뭐야?”

그리고 슬기가 바로 말을 덧붙였다.

“또 마일리지가 무엇이냐? 이런 개소리 지껄이면 주먹 날아간다?”말을 해놓고서 슬기는 내심 깜짝 놀랐다.

‘이 괴물앞에서 주먹 운운하다니. 정말 편한 친구에게서나 쓸 농담을 이 괴물에게 하고 있구나!’

어쨌든 천마는 슬기의 그런 행동이 아무렇지 않은 듯 설명을 시작했다.

“음.. 욕 한마디에 목숨을 거두는 건 너무 심한 처사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정도까지는 들어주다가 사망 마일리지가 다 모이면 그때 목숨을 거두는 걸로 정했느니라.”

“호오~~”

약간 사람다워진 천마의 생각에 정말로 감탄한 슬기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욕설 몇 번이면 마일리지 다 모은 거야?”

“한번.”




“운명하셨습니다.”

50대의 남의사가 애써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서 말한 팽자양의 사망선고에 부인 왕씨가 허물어지듯 남편의 몸 위로 쓰러졌다.

“여보!! 이러는 게 어딨어요!! 어떻게 게임을 하다 죽어요?!”

열흘 전 갑자기 들려온 다이브의 경고음과 함께 뇌사상태가 되어버렸던 남편은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 후에도 눈 한번 뜨지 못하고, 끝내 숨이 멎고 말았다.

“여기 사망확인서에 서명을 해주십시오. 팽부인.”

하지만 여자는 볼펜 대신 의사의 옷깃을 붙잡았다.

“한 번만 더 봐주세요. 기적이.. 그래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부인. 부군의 경우는 누차 말씀드렸지만, 비록 원인 불명이라고는 하나 목과 척추를 연결하는 신경이 모조리 괴사하여, 내장의 활동들이 이미 모두 정지해버렸습니다. 사실상 이미 열흘 전에 사망하신거나 다름이 없으십니다.”

이미 몇 십번이나 들었던 설명. 그리고 몇 백번이나 들었던 의문이었다.

‘대체 얌전히 게임만 하던 남편이 왜 이런 봉변을 당한 걸까?’

의사는 남편의 증상을 보며, 마치 단두대형을 당한 사형수들과 같은 모습이라고 했었다.

팽부인의 기억 속에서 열흘 전 그날의 남편은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다이브에 탑승했었다. 그는 여느때보다 한결 밝은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었다.

‘오늘로써 도적 랭킹 1위는 나 천년호리의 자리가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기쁜 기색이 가득했던 남편의 얼굴. 그것이 팽부인이 남편의 얼굴에서 본 마지막 표정이었었다.


작가의말

천년호리는 1화에서 장렬하게 사망했던 도적입니다.

게임에서 죽었는데, 현실에서도 그만 죽고 말았군요.

확실히 평범한 상황이 아님에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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