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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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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613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5 07:00
조회
540
추천
4
글자
11쪽

4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44화




“가위~ 바위~ 보!!”

슬기의 구령에 얼떨결에 모두들 손을 내밀었다.

슬기와 광개토, 실리엔이 모두 보를 내민 가운데, 천마만 주먹을 내밀었다.

‘남자는 주먹이지.’

잠깐 출처를 알 수 없는 생각에 이끌려 주먹을 냈던 천마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게 뭐냐?”

“이게 뭐냐면, 방금 우리는 가위바위보를 했고, 아저씨가 졌어.”

슬기의 말을 천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권이 장을 이기지 못한단 말인가?

“본좌의 주먹은 무엇보다 강하다.”

하지만 천마의 진리는 일행에게 통하지 않았다.

슬기가 천마의 등을 떠밀며 크로우를 가리켰다.

“아저씨가 죽이면 돼. 얼른~”

자신의 목숨이 어처구니 없는 행태로 결정되는 걸 보며 크로우는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아니, 이게 무슨...?”

하지만 그는 말을 다하지도 못하고서 그 무엇보다도 강한 천마의 주먹(!)에 머리 날아간 시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몸뚱아리만 남은 크로우의 시체는 곧 사라졌다. 그리고 역시나 그 자리에 그의 애검 ‘슈프림 피닉스’가 남았다. 천마의 손짓에 따라 둥실 떠오른 검이 슬기의 손으로 들어왔다.

“고마워.”

선업점수가 만만찮게 깎일텐데도 솔선해서 크로우도 죽여 주고, 물건도 주워주는 천마에게 슬기가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천마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본좌의 물건을 네가 보관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더냐.”

“에? 아저씨 물건?”

“본좌가 죽였으니 본좌의 전리품이지 않느냐.”

슬기는 항변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나중에 돌려주게 될 때, 슬그머니 빼서 돌려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광경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던 미스란디르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레이디(군사는 보기보다 비위가 강한 사람이었다)께서 찾는 물건이 ‘노스텔지어의 목걸이’가 맞소?”

먼저 가려운 부분을 언급하는 군사의 모습에 슬기는 희망을 발견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맞아요. 아까부터 좀 전의 꼰대한테 말했었지만, 그 목걸이를 찾아주기만 하면, 여기 갑옷들이랑 아이템이랑 검까지 모두 고스란히 돌려드리겠어요!”

“허허허, 꼰대라. 더 원의 길드마스터께서 참 부적절한 대우를 받으셨군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다스린 미스란디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만, 지금 아가씨의 제안은 다소 형평성이 어긋난 제안이오. 한쪽으로 무게추가 많이 기운단 말이오.”

그 말에 슬기가 급히 받아 말했다.

“그렇죠. 갑옷 일체와 악세사리, 그리고 비싸보이는 명검까지 그 귀한 것 들 전부랑 그저 제 목걸이 하나랑만 교환하겠다고 하는 거니 무게추가 그쪽으로 많이 기울긴 하죠?”

느긋이 수염을 매만지던 미스란디르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요, 아가씨. 우리 꼰대, 허허허. 왠지 우리 마스터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오. 허허허.”

잠시 그는 웃으며 그 표현에 대해 매우 흡족해했다.

슬기는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우리 꼰대가 버려두고 간 아이템들은 물론 값비싸고, 귀한 물건들이긴 하지만, 사실은 없어도 무방한 것들이오. 우리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장비들과 무기가 많이 있기 때문이오. 하지만 아가씨의 목걸이는 단 하나뿐인 물건으로 대체 불가능한 것이니, 아가씨의 물건이 훨씬 더 귀한 물건이오.”

그의 말에 슬기는 당황했다.

“그저 흔해 빠진 기억 저장 목걸이에 불과한데요?”

“가치는 주인이 결정하는 법이지요.”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의 눈이 마치 아기의 눈처럼 맑고 또렷하게 빛이 났다.

당황해 하는 슬기를 보다 못해 광개토가 끼어들었다.

“더 원하시는 게 있으신가 봅니다.”

“아, 그렇습니다만, 그전에 다들 소개를 좀 부탁드려도 되겠소?”군사가 주위에 둘러선 천마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는 이 기회에 이들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천마의 한마디에 어그러졌다.

“늙은이, 눈까리 돌려대는 소리가 온 천하를 진동하는구나.”

천마의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미스란디르의 몸뚱이는 그만 석상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천마가 섬뜩한 웃음을 실실 흘리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하길래 겨우 목숨을 붙여 놓았더니, 여기가 늙은이네 경로당인 줄 아느냐?”

천마가 다가오자, 미스란디르의 머릿 속에 불과 몇 분 전에 치를 떨며 보았던 잔혹하고 포악했던 학살자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아니, 그게 아니오라...그저 한...가지 부탁을 더 들어달라는 말을 하려던 참이었소...”

미스란디르는 최대한 의연해 보이려고 애쓰며 겨우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슬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게 뭐죠? 한가지 조건이란 게?”

마른 침을 한번 삼킨 미스란디르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도 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남끝별의 성좌로 가는 중이었소. 소위 성 슈드의 성좌라 불리우는 곳이지요. 당신들도 익히 알고 있으시겠지만, 천마군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일곱 별의 성좌를 점령하려고 하고 있소. 그 곳도 그 중 하나인 것이지요. 우리가 막지 못한다면..컥!!


척!!


“늙은이가 혀가 참 길군. 아예 더 늘려서 줄넘기를 할까 보다?”어느새 다가온 천마가 손으로 미스란디르의 혀를 붙잡자, 어억, 하며 미스란디르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몸이 굳어버린 그로썬 그저 컥컥거리는 게 유일한 저항 아닌 저항이었다.

잠시 진심으로, 혀만 긴 이 늙은이의 장점을 두 세배로 극대화 시켜 줄까 고민하던 천마는 그의 팔을 붙잡는 슬기를 보고서야 손을 놓았다.

슬기는 그녀를 당황하게 했던 군사가 고통으로 몸부리치는 걸 보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래, 너나 나나 아저씨 앞에선 오십보백보야.’

군사의 나약한 면모를 보고서 냉정을 찾은 슬기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조건만 말해보세요.”

혀를 이리저리 놀리며 상한 곳은 없나 살핀 미스란디르가 빠르게 말했다.

“천마군으로부터 남끝별의 성좌를 지켜주시오.”

슬기의 입이 멍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 원 공격대를 단신으로 괴멸시킨 저...영웅이라면, 천마군의 공세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능히 이겨내시리라 믿소. 부디 시온을 지켜주시오.”


*


군사만 홀로 그곳에 남겨두고, 천마 일행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생각에 잠기거나, 생각이 없던 일행들을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날아가기만 했다. 그리고 오랜만의 짧은 침묵은 광개토에 의해 깨졌다.

“아가씨, 정말로 우리가 성좌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알아보기로 천마군 한 놈이 치안대 한명보다 더 세다고 하지 말입니다.”

이것저것 주워들은 광개토의 말에 슬기가 냉소를 지었다.

“우리가 아니라 아저씨 혼자겠지. 니 말대로라면 우리는 천마군 한 놈도 못 이겨.”

일행을 둘러보던 슬기의 눈에 실리엔이 들어왔다.

“휴~ 저것도 원래라면 강하겠지만, 저런 꼬맹이 모습을 하고서야...”

“아가씨, 그래도 나는 너보다는 강하다요.”

“야, 존댓말 똑바로 안 시키냐? 종년이 왜 이 모양 이 꼴이야?”

실리엔의 어중간한 존댓말을 들은 슬기가 광개토에게 화를 냈다. 하인이 잘못하면 주인이 욕을 듣는 법이다.

광개토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광개토는 욕을 들으면서도 실리엔 때문에 듣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달콤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 광개토의 표정을 살핀 슬기가 결국 인상을 쓰며 한마디 했다.

“변태!”

얼굴이 살짝 붉어진 광개토가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왜 삼 일입니까? 군사가 아까 삼 일만 지켜달라고.”

“다시 합류하는데 그 정도 걸리니까 하는 말이겠지. 다들 죽은 다음에 아마 소울시에서 부활했을걸. 이틀치 만큼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가 버린 거니까, 넉넉잡아 삼일이라고 한 거 같은데.”

슬기의 말을 듣고서 광개토는 수긍했다.

“어차피 일찍 갈 필요는 없고, 그네들 속도를 봤을 때 3,4 일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을 테니까, 우리도 던전 나들이 좀 하면서 비슷한 일정으로 도착하면 될 거야. 알았지, 아저씨?”

천마가 대꾸를 하지는 않았지만, 비행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슬기는 발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보며, 왠지 모를 행복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

살인마 아저씨와 변태 광개토, 그리고 무려 언데드 군주라는 실리엔과 함께 하는 여행이 왜 이리도 기분이 좋고, 평화로운 걸까?

참으로 평화롭고 안락한 비행이었다.

그러다가 천마가 불현 듯 말했다.

“여기다.”

‘이 아저씨, 여기다, 하고 나면 꼭...!!’

슬기의 생각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급강하가 이어졌다.

“아저씨, 잠깐만.. 아악!!! 천천히 좀!! 천천히 내려가자고!!!”

일행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아래쪽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


천마군의 첫 번째 용군, 로키가 괴마의 직인이 찍힌 명령서를 받아들자,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퀘스트가 떨어졌다. 띠링~


-‘성슈드의 성좌’를 탈환하라.

성슈드의 성좌의 외성은 육각형 모양으로 세워진 여섯 개의 성탑과 각 성탑을 연결한 성벽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외성을 모두 점령할 경우, 내성을 공략하기 용이할 것입니다.

‘동쪽 첫 번째 성탑’을 함락하여 천마군이 성 슈드의 성좌를 점령할 교두보를 마련하시오.

조건: 1. 성탑 내의 모든 적군을 죽이거나 행동불능 상태로 만드시오.

2. 성탑의 꼭대기에 천마군의 깃발을 꽂으시오.


로키는 다 읽은 명령서를 품에 넣으며 수련장으로 쓰던 공터를 나섰다. 그를 따라 5명의 용군이 함께 움직였다. 모두 3일간의 고문을 버텨내고 용군이 된 플레이어들이었다.

“퀘스틉니까, 대장?”

키는 작지만 날렵한 도적 출신의 용군, 레인이 로키에게 바짝 붙어오며 물었다. 나머지 용군 삼 인도 눈을 반짝였다.

불과 하루 차이로 팀장과 팀원으로 나뉘었다. 먼저 각성한 로키가 팀장, 나머지는 모두 팀원이었다.

“십병장이라길래 밑으로 열 명 깔아주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 쳇”

“직위가 그렇다는 거지.”

홍일점인 ‘쟈넷 잭슨’이 툴툴거렸지만, 마법사인 ‘디에스’의 말에 더 이상 불만을 뱉진 않았다.

“우리보고 성탑 하나를 점령하랜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로키가 말하자, 레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5명만으로 탑 하나를 점령하라고요? 헐, 대박!”

“재밌겠군.”

가장 뒤쪽에서 따라오던 호리호리한 체구의 검사, 스텐이 그의 엄청 긴 장검을 품에 안고서 희미하게 웃었다.

“근데, 정말로 우리가 점령해도 될까? 듣기로는 천마군이 일곱 개의 성좌를 모두 점령하면 천마의 봉인이 풀리고, 그러면 시온이 끝장난다던데?”

쟈넷의 걱정스러운 말에 로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

“뭐, 어때? 게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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