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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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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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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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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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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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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9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49화




슬기는 천마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일행이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지켜줘.”

천마는 이번에도 슬기의 부탁을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지시하는 게 있으면 즉각적으로 들어주고.”

천마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의 부탁 중에서는 들어주기 어려운 것도 없었다.

“그 대신 아가씨와 제자도 본좌의 말을 들을 것이 있다.”

천마의 말에 슬기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이 아저씨가 우리에게 부탁하는 게 있어?’

천마는 당부 사항을 말하려고 생각의 흐름에 입을 맡겼다.

“절대 달리는 버스에서 손을 내밀거나 머리를 내밀어서는 안 된다.”

천마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한 것에 반해 뜬금없는 소리라 슬기와 광개토는 뭐? 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함부로 창 밖의 사람들에게 침을 뱉거나 욕을 해서도 안되고.”

다소 포인트가 어긋난 듯한 천마의 당부는 엉뚱한 듯하면서도 현재 상황과 상통하는 바가 있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한 슬기와 광개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버스가 무엇인지 모르는 실리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님, 버스가 뭐예요?”

실리엔의 질문을 듣는 순간 슬기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슬기가 경직되어있는 동안, 광개토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사람이 이삼십 명씩 탈수 있는 말없는 마차라고 버스를 설명했다.

‘방금 뭔가 엄청 소름끼치는 생각이 들었는데, 뭐지?’

눈 깜짝할 새에, 모르는 어휘가 나올 때 마다 물어대던 천마와 방금 실리엔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었지만, 슬기가 그걸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그 장면은 무의식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뭔가 매우 찝찝하고, 꺼림칙할 따름이었다.

천마의 가벼운 손짓에 모두의 몸이 둥실 떠오르더니, 가볍게 날아서 첫 번째 성탑 위에 살포시 내려섰다.

일행이 성탑 망루에 착지하니 망루를 지키고 있던 네 명의 천마군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천천히 날아온 탓에 이미 알고 대비한 상태였던 것이었다.

창과 검을 든 천마군이 달려오는 기세는 상당히 강맹하여 슬기와 광개토는 긴장하고 말았다. 위력적으로 찔러오는 그들의 무기는 불길한 검은 오오라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서슬에 슬기와 광개토는 절로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도와줘, 또는 처치해 등의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지독한 공포감에 슬기는 그저 탄식외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실리엔이 광개토의 앞으로 튀어나가 광개토의 가슴을 향해 날아오던 창날을 옆으로 걷어찼다. 마치 새하얀 빛만 잔상으로 남을 정도로 눈부신 속도의 방어였다.


캉-


실리엔의 발에 의해 공격 궤도가 틀어진 창은 광개토의 오른쪽에 위치한 성벽을 강하게 때리고 말았다. 이어서 실리엔이 그 작은 몸집으로 고개를 숙이며 천마군을 향해 파고 들더니 풀썩 뛰어오르며 이단 앞차기로 천마군의 턱을 걷어차버렸다.

컥, 천마군의 고개가 덜컥하고 뒤로 젖혀질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천마군은 그대로 창을 놓치며 뒤로 넘어가더니 대자로 뻗고 말았다.

하지만 실리엔의 활약에 놀랄 겨를도 없이 다음 공격이 다시 광개토를 향해 날아왔다. 이번에는 검이었다.

실리엔이 다시 몸을 날렸지만, 그녀보다 검이 보다 빨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광개토가 움직였다. 그가 재빠르게 회피동작을 펼치자, 가슴을 노리던 검은 가슴이 아닌 왼팔을 살짝 베고 지나갔다. 그렇게 살짝 회피한 후에 즉시 반격하려던 광개토는 가볍게 입은 줄 알았던 상처에서 전해져오는 갑작스러운 격통에 으윽, 하고 신음을 뱉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절호의 공격 기회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한 타임을 버텨내는 동안 실리엔이 광개토의 앞을 막고 설 수 있었다. 곧 검을 든 천마군과 실리엔 간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슬기가 방금 자신을 공격하려던 천마군을 쳐다보았다. 슬기를 공격하려던 천마군과 천마를 공격하려던 천마군은 사이좋게 서로의 목에 검과 창을 꽂고서 동귀어진한 상태였다. 천마가 가볍게 손가락질을 몇 차례 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광개토의 상처를 보고서 살짝 화난 슬기가 천마에게 따졌다.

“우리 일행을 다치지 않게 보호해달라고 했잖아.”

천마가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진정 다치지 않으려면, 조금은 다쳐봐야 한다.”

천마의 그 단호한 의지에 슬기는 입을 다물었다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나는 왜 좀 다치게 안 뒀어?”

“여자 몸에 흉 져서 좋을 건 없지.”

천마의 무심한 한마디는 슬기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여..여자 몸에 흉 져서 좋을 건 없다고...?’

슬기는 기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은 ‘노스텔지어의 목걸이’ 속의 그가 자신에게 가끔 하던 말이었다.

‘하긴... 특별할 것도 없는 말인데.’

슬기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엉뚱한 망상을 날려버렸다. 이런 말도 안되는 끼워 맞추기나 망상은 일단 혐오감부터 들었다.

“어엇, 아가씨.”

광개토가 갑자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슬기를 쳐다봤다.

“왜?”

“머리 흔들지 마십시오. 비듬 떨어집니다.”

“개토, 넌... 그냥 죽었어야 했어.”

얼굴이 벌게진 슬기는 주먹을 떨며 간신히 화를 참아 내었다.

“아저씨, 우리가 천마군을 몇 놈까지 상대할 수 있을까?”

아직 핏기 어린 얼굴을 한 슬기의 질문에 천마가 두 놈이라고 대답했다.

“네년과 제자놈이 힘을 합쳐 한 놈, 그리고 저 꼬맹이가 한 놈.”

그러자 슬기가 천마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럼 천마군 두 놈까지는 우리한테 오지 말고, 여기 성탑 아래 층을 싹 정리해줄래? 그러니까, 이 성탑에 있는 천마군들을 다 죽여달라는 말이지.”

슬기는 정리라는 어휘를 썼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어떤 장면, 예컨대 책상이랑 의자를 정리하고, 대기병력 휴게실의 침대보까지 단정하게 정리하는 천마를 상상해버리고선 급히 좀 더 이해하고 쉽고, 직접적인 말로 바꿔서 명령을 내렸다.

“목은 목끼리 몸은 몸끼리 따로 정리하라는 말이렷다.”

천마가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했지만, 그 살벌한 농담은 너무나도 진담처럼 들려 웃음이 끼어들만한 빈틈이라곤 좁쌀 만큼도 없었다.

슬기가 얼어붙은 고개를 간신히 끄덕이자, 천마는 그대로 바람이 되어 질풍처럼 바닥을 부수고 아래로 떨어졌다.

“옆에 계단이 있는데...”

슬기의 중얼거림은 천마에겐 닿지 않을 소용없는 말이었다.


순식간에 나선형 계단 한가운데 빈공간을 통해 바닥에 착지한 천마는 눈 앞에 문이 있는데도

굳이 벽을 뚫고 널찍한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등장에 깜짝 놀란 십여 명의 천마군들이 무기를 꺼내들 무렵, 천마는 이미 장이든 지든 다 부숴버리는 그의 권으로 세 명째의 머리를 터뜨리는 중이었다.

“크크크, 이것 봐라. 본좌의 권은 무적이다.”

집요한 천마는 결코 패배의 쓰라린 기억을 잊는 법이 없었다.

결국 천마는 주먹의 강함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오로지 주먹으로만 천마군 8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팔이 안 움직입니다. 그리고 꽤 아프기도 하지 말입니다.”

광개토가 억지로 왼팔을 들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아픔만 더 커져갔다. 옷을 찢어 살펴 본 상처는 살짝 스친 경상에 불과했지만 상처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큰 고통이 느껴졌다. 광개토는 새벽에 봤던 천마군 관련 뉴스를 떠올렸다. 그 뉴스에서 말하길 천마군에게 상처를 입으면 그들의 기운인 천마기가 침입하는데,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더디다고 했었다.

“아무래도 천마기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뭔데?”

현실 세계에서는 잠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슬기라 ‘천마기’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광개토는 간략하게 천마기에 대해 알려줬다.

“어쩌지? 힐러가 필요한 거 같은데.. 아 맞다, 개토야, 너 사제잖아?!”

“아, 저 사제입니까?”

슬기는 놀라운 발견을 한 사람처럼 굴었고, 광개토는 마치 십 년 전 헤어졌던 친구의 소식을 들은 사람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사제 스킬을 찾아보던 광개토가 낙심한 어조로 말했다.

“치료마법이 없습니다.”

광개토의 사제 스킬은 상처 전이(하급), 자연 치유력 강화(하급), 공포 억제(하급)이 전부였다.

그가 가진 스킬들을 보고 받은 슬기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상처 전이를 언급했다.

“네가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한테 옮기면 그게 치료 아닐까?”

“드릴까요?”

광개토의 진지한 대답에 슬기가 실리엔을 가리켰다. 슬기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광개토가 펄쩍 뛰었다.

“안됩니다. 우리 리엔에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 리엔이? 이게 미쳤구나, 이제!! 야, 쟨 NPC라고. 아마 피통도 너보다 훨씬 많을걸. 언데드라서 아프지도 않을거야.”

‘리엔’이라는 애칭에 눈이 돌아간 슬기는 열변을 토하며, 광개토를 강제로 실리엔 앞으로 끌고 갔다.

“안됩니다. 안돼요!!”

다급하니 광개토의 입에서 ‘요’자가 튀어나갔다. 하지만 슬기는 막무가내였다. 슬기에게 실리엔은 고작해봐야 NPC에 불과했다.

둘의 실랑이를 지켜보던 실리엔이 차분한 눈빛으로 광개토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주인님, 그 상처를 저에게 주세요.”

“어헝~ 리엔아. 흑흑”

그만 오열하고 만 광개토를 보며 슬기가 인상을 썼다.

“고작 생채기 하나 가지고, 쯧쯧. 누가 보면 죽을 병이라도 전하는 줄 알겠네.”

오열하는 광개토의 어깨를 실리엔이 위로하듯이 가볍게 두드렸다.

고개를 들어 실리엔을 쳐다본 광개토는 몇 차례 눈물을 훔치더니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돼 알겠지? 그럼 내가 그 상처를 다시 옮겨줄테니까.”

광개토의 말을 듣고서 실리엔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광개토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렇게 그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슬기에게 물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겁니까?”

“스킬 설명에 사용법 나와 있어.”

화를 내려던 슬기는 곧 저 불쌍한 광개토가 게임 시작하고 3주가 지난 아직까지 변변찮은 계열 상급자 한 명 못 만나고, 계열도 줍다시피 겨우 하나 주워서 여지껏 제대로 된 배움 한번 받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상념에 잠겼던 슬기는 광개토가 나지막히 읊어 대는 시동어에 정신을 차렸다.

“정과 마는 거울이라 그저 앞 뒤만 다를 뿐.”

상처를 감쌌던 광개토의 오른손에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뒤이어 간신히 실리엔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왼손에서도 검은 빛이 일어났다. 그리고 광개토의 왼팔에 있던 검붉은 생채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아아~”

실리엔이 갸날픈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왼팔의 고통이 완전히 가신 광개토가 눈을 뜨고는 가늘게 신음을 흘리는 실리엔을 보며 소리쳤다.

“리엔아! 아파? 아픈거야?”

그때 실리엔이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더니 기묘하게 매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분이 좋아요, 주인님. 조금이지만 힘이 차오르는 게 느껴져요.”

뜻밖의 대답에 광개토가 놀라기도 하고, 기이하다고 생각하는데, 옆에 선 슬기의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이것 봐, 얘..”

광개토가 눈을 돌려 슬기의 손가락을 따라가니 실리엔의 살풋이 솟은 가슴에 눈길이 닿았다. 화들짝 놀란 광개토가 시선을 거두는데, 슬기가 여전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얘, 가슴이 조금 커진 거 같은데?”


작가의말

본 작은 미성년자 이용가 기준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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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19.11.24 549 5 12쪽
40 40화 19.11.23 566 5 12쪽
39 39화 19.11.23 546 6 11쪽
38 38화 19.11.23 5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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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19.11.22 590 8 12쪽
35 35화 19.11.22 59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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