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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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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614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4 07:00
조회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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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4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41화




크로우는 대략 2주전에 받았던 보고 내용이 떠올랐다.

단 두명에 의해, 엄밀히 말해 흑의를 입은 한 사내에 의해 제 7공격대가 괴멸 당했다는 황당무계한 보고였다. 아니, 제 7 공격대, 일명 드래곤 공격대는 이삼류 공격대도 아니고, 무려 서부대륙의 회색 재앙이라고까지 칭해졌던 리치 ‘노르투’와의 전투에서 최전방에서 공략을 수행하고, 끝내 적의 숨통을 끊었던 일류 중의 초일류 공격대 아니던가.

크로우는 당시에 군사에게 ‘철 지난 만우절 농담인가?’ 하고 너털 웃음을 짓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참사의 전모를 살펴보고는 할 말을 잃었었다.

보고서의 말미에 7공격대의 부공격대장인 로터스가 개인의 의견을 첨언했다.

‘...이상의 사유로 신원불명의 사내는 과거 유령검과 같은 심각한 수준의 버그 아이템을 사용하는 버그 플레이어로 사료됩니다.’

그 의견을 보며 크로우와 군사는 함께 고개를 흔들었었다.

‘아니야, 유령검은 사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기로 한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어쨌든 유령검과 ‘같은’ 버그 플레이어는 절대 아니었다. 물론 ‘다른’ 버그 플레이어일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희박했다.

‘대체 어떤 놈 이길래 100 대 1의 전투가 가능하던 말인가?’

공격대를 괴멸시킨 놈의 대한 분노와 더불어, 대체 어느 누가 그렇게 강할 수 있을까 하는 강자로서의 순수한 의문이 떠올랐었다.

그리고 크로우는 자신이 그렇게 궁금해 마지않던 그 흑의의 사내를 눈 앞에서 직접 대면하고 말았다.


“네 놈이구나.”

크로우는 슬기를 깔끔히 무시하고 천마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이봐, 영감. 내가 얘기하고 있는 거 안보여?”

슬기가 으르렁거렸지만, 크로우는 이번에도 무시했다. 사실, 보고 싶은 얼굴이 아니었다.

“대체 어떤 강자가 단신으로 공격대 전체와 싸울 수 있을지 궁금했다.”

크로우는 열기가 가득한 눈으로 천마를 노려보았다. 상황만 허락된다면 눈 앞의 강자와 호쾌하게 일전을 벌이고 싶었다.

“이보세요. 영감님... 안되겠네!”

크로우가 자꾸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자 슬기는 천마에게 부탁했다.

“아저씨, 이 영감 면상 좀 나한테 고정해줘. 딴 데 못 쳐다보게.”

한번도 해본 적 없고, 가능할까 싶은 부탁이었지만, 왠지 천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천마가 손을 까딱이자, 크로우의 머리가 느닷없이 아래로 팍 꺾여서는 슬기와 정확하게 마주보는 각도를 이루었다.

“억! 뭐, 뭐냐 이건!!”

크로우는 자신의 머리의 움직임이 강제되자, 깜짝 놀라 소리쳤다. 마치 마비에라도 걸린 듯 눈 앞의 못생긴 여자에게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슬기가 그런 크로우를 보며 비웃었다.

“그러게, 이 아가씨의 말을 귀담아 듣고 계셨어야지요. 여기서 지금 영감한테 볼일 있는 건 바로 본 아가씨거든.”

“아니..이, 이것은 신종 고문이냐? 눈알이 고통스러워.. 견..견딜 수가 없구나!”

크로우에게는 꼼짝없이 못생긴 여자를 두 눈 가득 시선에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 고문 그 자체였겠지만, 어쨌든 듣는 슬기는 기분이 더럽게 나빴다.

“야, 꼰대야, 세상이 어느 땐데 외모비하 발언이야?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싶어?”

“어..어차피 기자가 아니고선 영상을 바깥으로 내보내지도 못할 텐데, 아무렴 어때서? 설마하니 그런 얼굴로 기자일리는 없고.”

“어머, 또 외모비하?”

그때 저 멀리 공격대 뒤쪽에서 카랑카랑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진하라! 절대 방심하지 마라, A급 레이드 보스를 상대한다 생각하고 철저히 포메이션을 지켜라!”

“원!! 원!! 원!! 원!!”

100여명의 이르는 공격대가 명령에 함성으로 화답하자, 곧 큰 소리가 온 사방을 울리고, 천마 일행과 크로우의 피부까지 와 닿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천마가 불현듯 말했다.

“원 다음에 투 아니냐? 원~ 투~ 쓰리~ 포~ 해야 할 거 같건만.”

천마는 농담한 게 아니었고, 누구도 농담으로 받아내지 못하였다.


착착 접근하는 공격대를 한번 흘낏한 슬기가 크로우에게 말했다.

“이봐요, 영감님.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예요.”

기다렸다는 듯이 크로우가 대답했다.

“노스텔지어의 목걸이.”

“맞아요!! 그거예요!!”

슬기는 크로우의 대답에 정말이지 뛸 듯이 기뻤다. 그동안의 노고를 곧 보답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기가 다급히 물었다.

“누가..?”

“너희들은 절차가 잘못되었다. 나는 이토록 무법하고 무례한 너희들에게 어떤 답도 들려줄 수 없다.”

슬기의 말을 잘라버리는 크로우의 말투에서 지난 10년간 시온의 정상 자리를 지켜온 길드의 마스터다운 위엄(이라 쓰고 꼰대질이라 읽는다)이 드러났다.

“물을 것이 있다면 고개를 조아리고 공손히 절차를 밟을 것이지,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들이닥치다니, 그러고도 순순히 내가 대답해 줄 것이라 생각했느냐?”

크로우의 말을 듣던 슬기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뭐했다고?’

“그냥 물어보려고 했는데, 개진이니 발진이니 포메이션이 어쩌고 하면서 위협을 시작한 건 영감님 편 인거 같은데요?”

슬기가 억울한 심경을 담아 말했지만, 크로우에겐 닿지 않았다.

“아가씨, 뭔 진 모르겠지만, 일단 사부님께서 힘을 한번 보이시면 이 여...영감님이 말을 좀 알아듣지 않겠습니까?”

슬기와 크로우의 대화를 듣고 있던 광개토가 성큼 끼어들었다. 비록 영감이란 표현을 쓸 때 카리스마 넘치는 더원 길드 마스터의 모습에 살짝 목소리가 떨리긴 했지만, 그는 훌륭히 할 말을 마무리 지었다.

사실 예전부터 광개토는 비슷한 상황들을 많이 보았었다. 흔한 일이었다. 아무리 제아무리 강단 있는 녀석들이라고 해도 눈 없는 폭력에는 버티지 못했었다. 여기라곤 다르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더 원 공격대의 일렬이 천마 일행의 근처까지 어느새 다가왔다. 공격이든 후퇴이든 빨리 선택해야만 했다.

천마가 슬기에게 말했다.

“네 년은 이자를 데리고 뒤쪽 언덕으로 물러서라.”

그 말과 동시에 질풍같이 천마의 손가락이 크로우의 목덜미를 짚고 지나갔다.

크로우는 천마의 귀신같은 그 몸놀림에 깜짝 놀랐지만, 반응도 하기 전에 이미 마비 디버프가 걸려 버렸고, 머리에 이어 온몸까지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천마가 가볍게 한 손을 내젓자, 슬기와 광개토, 실리엔, 그리고 크로우까지 뒤쪽 언덕으로 부웅 날아갔다.

순식간에 100여미터 가량 뒤로 날아간 일행은 머리부터 떨어진 크로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애초에 일행들이 날아가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모습 따윈 쳐다보지도 않고, 천마는 그저 정면에서 다가오는 100명의 공격대를 똑바로 응시했다.

“크크크, 이상한 놈 때문에 그간 주먹이 참으로 근질근질 거렸었지.”

뜻모를 소리를 나지막히 내뱉으며 천마가 빙그시 웃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클클클~


나지막했던 웃음소리가 순식간에 증폭되며 더 원 공격대를 감쌌다.

“허억! 스텟이 하락됩니다!”

“이토록 강력한 디버프 공격이 범위 공격이라니 말도 안 돼!!”

단지 천마소만 들었을 뿐인데, 공격대는 당황했다. 하지만 일류 공격대답게 더 원 공격대는 금세 절망스런 표정을 걷어내고 결연한 의지로 무기를 더욱 굳게 붙잡았다.

“플랜 A를 발동하라!”

군사의 창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일 열의 열 두 명, 즉 일진 여섯 명과 이진 여섯 명이 빠른 걸음으로 천마에게 다가갔다.

이어서 이 열의 삼, 사진 열 두 명도 뒤이어 천마를 향해 빠르게 압박해 들어갔다. 아니, 이 열 뿐 만아니라 총 육 열 십이 진이 파도처럼 차례대로 천마를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군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모습을 지었다. 이제 정체불명의 적은 끊임없이 몰려드는 압박의 파도 속에서 곧 뭉개지고 짓이겨지고 말 것이다.

인중룡 포메이션은 가장 강력한 방어 진형 중 하나면서, 동시에 가장 날카로운 반격을 가하는 진형이었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한 개의 진은 다섯 명이 방어에 전념하고, 단 한 명만이 반격한다. 하지만 다섯 명이 전력을 다해 방어 하는 동안, 반격을 하는 한 명은 방어를 할 필요가 없어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는 필살의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적의 입장에선 사람 사이에서 갑자기 용과 같은 강력한 공격이 튀어나오는 셈인 것이다.

게다가 일 열은 적과 각기 한 합씩만 겨루고서 옆으로 빠져버린다. 하지만 적으로선 곧 이 열의 삼진과 사진이 압박해 들어가니 물러나는 일진과 이진을 쫓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육 열, 총 열 두 개의 진이 톱니바퀴 돌 듯이 차륜전을 펼치니,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대 레이드 보스 전용 포메이션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중룡 포메이션의 개발자이자 교관이었던 미스란디르는 곧 벌어진 교전과 그 이후의 결과를 기대하며 품 안의 부채를 꺼내었다.


항상 먼저 달려들어 개패듯이 패버리는데 익숙했던 천마였기에, 적들이 먼저 달려드는 광경은 다소 낯설었었다. 하지만 가서 패나, 서서 패나 패는 맛은 똑같을 터, 이런 걸로 성깔 더러운 꼬맹이들처럼 반찬투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클클클...”

천마가 두 손을 늘어뜨린 채 웃으며 기다리는 동안, 마침내 일 열의 열 두 명이 천마를 감쌌다.

천마는 생각했다. 어느 놈부터 때려줘야 잘 때렸다고 소문이 날까?

마침 가까운 곳에 왕년의 북어 새끼를 떠올리게 하는 볼품없이 마른 놈이 보였다.

“북어는...”

천마는 이번에도 뜻 모를 말을 지껄이며 손을 뻗었다. 곧 천마의 손에서 무서운 흡입력이 생기며 북어를 닮은 사내를 끌어당겼다.

“으앗!”

천마가 어떤 공격을 하든 합심하여 막을 생각을 하고 있던 다섯 명이 뜻밖의 공격에 당황했다. 막으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을 주며 버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당기기 있긔 없긔?

급하게 끌려가는 동료를 붙잡다보니 세 사람이 줄줄이 끌려왔다. 그럼에도 천마의 손에서 생겨난 흡입력은 전혀 그 힘이 떨어지지 않아 마침내 북어를 닮은 남자의 발목이 천마의 손에 붙잡혔다.

천마가 발목을 잡고서 그대로 휘둘렀다.

“...때려야 제 맛!”

천마의 매서운 스윙에 동료들은 그만 북어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직후 북어의 대가리와 끌려나왔던 동료들의 대가리가 강렬하게 조우했다.


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둘의 머리가 동시에 터져나갔다. 그러나 천마는 아랑곳 않고, 북어의 발목을 잡고서 계속 남은 사람들을 패버렸다. 플레이어가 목숨을 잃고, 시체가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2초 남짓. 그 시간 동안 천마는 일 열에 속한 열 한명을 모조리 때려버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반절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들도 날아가거나,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바닥에 쓰러진 동료들 때문에 이 열의 진입이 늦어졌다.


그 모습을 본 미스란디르가 벌떡 일어났다. 한번 펼쳐보기도 전에 부채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거기서..빠졌어야지..!”

말을 하면서도 그는 방금 본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첫 격돌이 있었던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떻게 저렇게 포메이션이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어린 아이의 손놀림에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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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19.11.24 533 5 12쪽
» 41화 19.11.24 54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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