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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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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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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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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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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22화




총사 ‘투페어’는 깜짝 놀랐다. 맹세코 시온을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저 맥주잔을 들었을 뿐인데, 갑자기 한차례 바람이 분다 싶더니 뒷 목에 찌르르하고 통증이 느껴지면서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무슨 일이지,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콸콸콸~ 맥주잔에서 흘러나온 맥주는 미처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대부분이 턱과 목을 타고 가슴을 비롯한 상의를 흠뻑 적셔버리고야 말았다.

천장을 바라보는 시야 위쪽으로 조그만 디버프 아이콘이 떠올랐다. 붉은 색 번개가 3개가 한데 모인 아이콘으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마비’였다. 한낱 어린 아이의 장난같은 해꼬지에도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디버프였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아래 달려 있는 디버프 지속시간이었다.

마비와 같은 디버프는 강력한 만큼 지속시간이 짧다.

총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3초만 버티자, 제발! 그 사이에 치명상만 안 받으면 돼~!’

“자, 이제 3초 지났지? 근데... 응?”

3초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자, 총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한 디버프 아이콘을 보며 까무러칠 듯이 놀랐다.

“뭐야!!! 3초가 아니라, 3...3일이잖아. 이런 미친 경우가 있나!?”

3초만 걸려도 무시무시한 마비인데, 어떻게 3분도 아니고 3시간도 아닌 3일이나 걸려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다행히 말은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투페어는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려했지만, 눈 앞의 맥주잔에 가려 천장 외에는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안달이 난 투페어가 급히 자신의 변고를 알렸다.

“이거 문제가 발생한 거 같은데? 갑자기 마비 디버프에 걸렸어.”

그러자 옆에서 성기사와 초능력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투페어님, 저도요! 저도 갑자기 몸이 안 움직여요.”

“이런, 대체 무슨 일이지?”

“마비 디버프는 둘째 치고, 지속시간이 이게 말이 돼?”

아무래도 파티원들이 단체로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투페어는 급히 초능력자를 불렀다.

“피니키, 자네 능력은 어떤가, 쓸 수 있나?”

그 말에 피니키는 재빨리 자신의 능력을 점검했다.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눈앞의 맥주잔은 치워낼 수 있었다. 초능력자인 피니키의 고유능력, 염동력이었다.

맥주잔을 치워내자 피니키의 눈앞에 멍청하게 서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 좀 전에 마을 어귀에서 만났던 세 남녀였다.

여자가 맥주잔을 들고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비를 풀려고 힘을 주고 있는 걸까? 이윽고 여자가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아저씨, 미친 거 아냐?”

여자가 뒤로 휙 돌며 성을 내자, 흑의의 사내가 움찔하며 말했다.

“어, 또 공격 신호인 것이냐? 두 번째 신호라면...아혈을...?”

“아니거든! 이 아저씨가 술도 한번 안 마셔본 사람처럼 왜 이래?”


슬기와 천마의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굿프리먼과 정도령, 양인은 완전히 쫄아 있었다. 이들은 아직 술잔을 들지 않았기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저 까만 옷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었다. 아니, 엄청난 속도에 눈이 쫓아가지 못한 거였다.

저 남자가 목을 툭 치고 지나가자 맞은 부위에서 짜르르하고 전기 충격과도 같은 통증이 느껴지며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3일에 이르는 마비 디버프 아이콘이 생겨났다.

아까 자기네들끼리 괴물이니 어쩌니 하더니, 정말 괴물인 모양이었다.

“저기,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굿프리먼이 공손한 어조로 묻자, 자기네들끼리 병신이니 멍청이니 하고 말하던 세 남녀가 그를 돌아보았다.

슬기가 저벅저벅 굿프리먼의 앞으로 걸어 왔다. 그리고 들고 있던 맥주잔으로 굿프리먼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이보세요. 본 아가씨가 묻는 말에 잘 대답하세요. 당신네들 사기꾼이지? 아니다, 악명높은 범죄자일까?”

“아니, 무슨 소리십니까?”

답을 정해놓은 듯한 슬기의 언사에 굿프리먼이 당황해 하는데, 같이 엉거주춤하게 있던 정령사가 항의했다.

“저기, 갑자기 이렇게 공격을 하셔 놓고, 이러시는 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래요. 깜빡하셨나본데, 여기 마을이에요. 이러시면 치안대가 나타날 거예요.”

정령사 옆에 앉아 있던 사제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차갑게 경고했다.

그 말에 슬기가 코웃음 쳤다.

‘마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산적 산채 주제에.’

그녀는 마음속으로만 대꾸하고서 초능력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봐요, 당신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랑 같은 파티인거 같으면서도 아닌 거 같던데,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잠시나마 기자 생활을 했던 슬기의 안목에 이들은 두 개의 파티가 하나로 모인 듯 해 보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두 팀으로 나눠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참이었다.

총사 쪽 세 사람은 피니키의 능력으로 시야를 가리던 맥주잔들이 치워져서 모두 이 상황들을 지켜볼 수 있었고, 이 쯤 되자 모두들 지금 이 마비 디버프의 원흉이 뒤에 등장한 세 사람, 그중에서도 까만 옷을 입은 남자라는 걸 깨달았다.

“나랑 여기 성기사, 초능력자는 원래 함께 모험을 하던 사이였고, 저들은 요 아랫마을에서 알게 된 자들일세.”

투페어의 말을 피니키가 받았다.

“이 전사님이 새로 발견한 던전이 있다고 해서 같이 파티를 맺고 올라온 거고요.”

초능력자의 말에 굿프리먼이 급히 외쳤다.

“맞아요. 새로 발견한 던전이 우리 세 명이서 돌기에 좀 버거워서 저분들이랑 같이 던전을 공략하려고 한 것일 뿐입니다.”

“그래요. 여섯 명은 되어야 돌 수 있을 고난이도의 던전이었어요. 틀림없이 강력한 보스와 귀한 아이템이 나올 것 같은 던전이었다고요.”

이어지는 정도령의 말에는 강한 호소력이 깃들어 있었다.

슬며시 고개를 끄덕인 슬기가 총사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말을 믿나요?”

그러자 슬기를 똑바로 쳐다보며 성기사가 대답했다.

“성기사에게는 상대의 진실을 가려내는 심안이 있죠.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어요.”

“아, 그렇죠. 성기사셨죠?”

슬기가 수긍하는데, 사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래요, 저희는 순수한 모험가 파티일 뿐이에요. 그러니 이만 이 마비를 풀어주세요. 지금이라도 풀어주신다면 치안대 앞에서 당신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겠어요.”

여사제의 아름다운 얼굴에 걸맞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모두의 마음을 자극했다.

슬기가 불현 듯 성기사에게 물었다.

“지금 저 여자의 말은 사실인가요, 거짓인가요?”

“아, 저 말은...모르겠네요. 눈을 봐야 하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어서.”

알 수 없다는 성기사의 변명을 듣던 슬기가 나지막히 광개토를 불렀다.

“개토야.”

“네, 아가씨.”

“이 놈, 죽여.”

슬기의 손가락이 자신을 향하자 굿프리먼이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광개토도 슬기의 말에 깜짝 놀랐다.

“네? 이 사람을 죽이라고 말입니까? 아니,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거 아닙니까?”

“그래? 그럼 내가 한다.”

슬기가 굿프리먼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그의 머리 앞 뒤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이봐, 잠깐! 잠..!”

슬기의 양손이 빠르게 반대방향으로 움직이자,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서 굿프리먼은 목숨을 잃었다.

전사 레벨 240대에 이르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개죽음에 천마를 제외한 모두가 경악했다.

“아, 아가씨..!”

광개토의 경악에도 아랑곳 않고, 슬기는 두 눈을 감고서 숨을 한껏 들이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흐음~~ 역시나 범죄자였어. 단번에 200이 찼네!”

슬기의 만족스러운 목소리에 모두의 눈빛이 변했다.

“범, 범죄자였습니까?”

당황한 광개토는 말까지 더듬었다.

“그렇다니까, 자, 다음 놈은 개토, 너가 죽일래?”

“아, 그건... 좀.”

아직도 망설이는 광개토의 모습에 슬기는 살짝 답답함을 느꼈다.

“얘네들 선업점수 디게 많이 주는데, 싫어?”

“간악한 년이구나!”

정령사, 정도령이 한기가 풀풀 날리는 목소리로 욕을 내뱉더니, 이내 정령을 불렀다. 자신이 불러낼 수 있는 정령 중에 가장 강력한 정령, 어둠과 죽음의 정령이자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무적 치트키와 같은 활약을 펼쳤던 정령이었다.

“정도령의 이름으로 계약에 응한 자, 귀요미여. 지금 이 자리에...컥!”

불길한 기운이 어리는 걸 본 광개토가 녀석의 머리를 재빨리 붙잡고 돌려버리자, 불길한 기운들은 이내 흩어져버렸다.

“야, 정령이름이 귀요미라잖아. 이름이 귀여워서 급 기대했는데, 아쉽네. 좀만 더 기다리지 그랬어?”

고개가 꺾인 정령사를 툭 건드리며 슬기가 아쉬워하는데, 광개토는 들어오는 선업점수에 정신이 팔려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가씨, 방금 선업점수가 250이나 들어왔습니다! 이 놈들 진짜 범죄자가 맞았습니다!”

순식간에 두 명이 목숨을 잃자 상대 파티의 분위기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다. 특히 홀로 남은 사제의 안색은 어둡다 못해 시커매져 그 미모가 다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가만히 있던 천마가 문득 입을 열었다.

“요괴 놈이 부활했다.”

“아, 그래? 그럼 아저씨가 좀 잡아와줄래?”

“알겠다.”

천마와 슬기의 대화에 개토를 제외한 나머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이들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천마가 일어서더니 그대로 위를 향해 풀쩍 뛰어올랐다.

쿠앙~!!

천마와 천장이 부딪히는가 싶더니 폭발음과 함께 천장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

“사부님은 대체...”

뚫린 천장을 바라보는 광개토의 얼빠진 목소리에 슬기가 대꾸했다.

“아저씨는 동선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항상 최단 루트만 고집하잖아.”

“네? 저게 그렇게 해석이 되는 겁니까?”

슬기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마가 양손에 한명씩 붙잡고서 나갔던 구멍으로 다시 들어왔다

“자, 데려왔다.”

천마의 거친 손동작에 그만 바닥에 널 부러지고 만 전사와 정령사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비명 섞인 고함을 질렀다.

“뭐야, 이건!!”

이들은 어느새 점혈을 당했는지 소리만 지르는 게 고작이었다.

“개토야, 빨리 죽여. 처음보다는 못하겠지만, 아직은 점수가 좀 될거야.”

“으윽, 정도령의 이름으로 계약에 응한 자, 귀요미여..”

정도령이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는 귀요미만 소환해 낸다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세뇌했다.

또다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광개토가 황급히 달려들려 했지만, 슬기가 저지했다.

“귀요미라잖아? 귀요미만 보자.”

어떤 상황, 어떤 괴물이 나타날지라도 우리에게는 괴물 중의 괴물, 괴수 중의 괴수가 있다는 자신감에 슬기는 정령이 소환되기를 기다렸다.

“...지금 이 자리에 현신하라!! 귀욤귀욤 귀요미!”

낭랑하게 외치는 정도령의 목소리에 다들 괜히 부끄러워졌다.

“으하하, 이 간악한 년놈들아!! 우리 귀요미를 기다려준 점을 어여삐 여겨 특별히 고통 없이 죽여주마!!”

정도령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불길한 기운이 모이고 모여 사람 몸뚱이만한 검붉은 불꽃 형태의 실체로 구현되었다. 마치 죽음이 모여든 듯이 농밀한 사기가 느껴졌다.

“츠츠츠... 심연의 어둠에서 나를 부른 이여, 그 댓가는 반드시 누군가의 생명으로 치루어야 하리라~ 츠츠츠.”

마치 송곳으로 칠판을 긁어대는 것처럼 불쾌하고 음산한 소리가 불꽃 형체로부터 흘러나왔다.

“에게, 이게 어디가 귀요미라는 거야?”

천상 여자, 슬기는 귀여운 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의 상실로 크게 분노하여 인상을 썼다.

“나한테만 귀여우면 됐지!! 죽어라, 개 같은 년아!!”

정도령의 외침과 동시에 어둠의 정령 ‘귀요미’가 한차례 제자리 회전을 하더니 크왁!! 하는 귀곡성과 함께 쏜살같이 슬기를 향해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려했다.

갑자기 귀요미가 제자리에 덜컥 하고 멈추더니 땅에 툭 떨어졌다.

“아니, 이것은 무슨 사술이냐!!”

뜻밖의 상황에 정도령의 입에서 놀란 비명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천마의 나지막한 목소리.

“이 놈도 점혈.”

그녀가 인상을 쓰면 점혈하는 것이 인지상정. 정령이라고 예외일 순 없었다.


작가의말

정령도 점혈하는 클라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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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19.11.24 527 5 12쪽
42 42화 19.11.24 532 5 12쪽
41 41화 19.11.24 548 5 12쪽
40 40화 19.11.23 565 5 12쪽
39 39화 19.11.23 546 6 11쪽
38 38화 19.11.23 569 6 12쪽
37 37화 19.11.22 597 8 13쪽
36 36화 19.11.22 589 8 12쪽
35 35화 19.11.22 598 8 12쪽
34 34화 19.11.21 58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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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19.11.21 588 7 13쪽
31 31화 19.11.20 624 6 13쪽
30 30화 19.11.20 61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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