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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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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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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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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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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36화




30세의 질리언 드와이트는 최근 심각하게 고민 중인 사안이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20세 생일날, 부모님으로부터 생일 선물로 시온의 다이브를 받은 이래 시온은 그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시온의 게임 방송으로 돈도 꽤 벌었었다. 화이트래빗 스캔들 이후로 게임 방송은 막혀버렸지만, 이미 시온 내에서 꽤 큰 부와 명성을 쌓았기에 그 후로도 시온은 줄곧 그의 생활이자 직업이자 비전이었다.

그런데, 이번 확장팩이 시작되고 나서 그의 시온 인생에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그저 좀 더 가까이서 천마군의 진격을 보고 싶었다는 그 이유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천마군이 진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의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은 그는 다음 날, 상상도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접속을 하자마자, 그는 기다리고 있던 천마군들에게 잡혀 장소를 알 수 없는 고문실에 갇혔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문을 당하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고문이지, 인체실험과 다름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몸 여기저기에 엄청 길다란 바늘을 찔러 넣는가 하면, 이상한 약품들을 먹이기도 하고, 피부에 바르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화끈하거나 간지럽거나, 차갑거나 따끔거리는게 여간 고통이 아니었다.

결국 고문을 견디지 못한 질리언은 혀를 깨물고 말았다. 이른바 자살. 강제 로그아웃을 행한 셈이다. 비록 실제 고통의 30퍼센트 정도로 고통이 경감된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상당한 고통이 수반되는 행위였다.

로그 아웃한 질리언은 며칠 동안 접속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인터넷을 돌아보니,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나같이 하는 말이 그랬다.

“씨발! 접속하면 다시 거기야!! 미쳤어!!”

모두들 심각하게 게임을 접는 것에 대해 고민하거나 접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홈페이지와 고객서비스센터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해결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TV쇼에 나온 시온의 이벤트 관리팀장이라는 동양인 남성은 원인에 따른 결과라며, 질리언과 같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책임지라는 얘기를 해댔다.

그 동양인이 말했었다.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서 이번 확장팩은 매우 모험적이고, 스릴이 넘치고 혁신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크흠(헛기침을 하는 그의 표정이 왠지 비웃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분들은 무모한 행동들을 하셨습니다. 바로 천마군에게 다가간 것이죠. 이에 대해 저희 시온은 어떠한 조치나 보상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동양인은 일부러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시온의 유명한 광고 카피로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제 2의 삶, 모험은 당신이 만드는 것이다! 당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퍼킹, 갓 뎀!!”

다년간의 방송 경험으로 인해 좀처럼 욕을 하지 않는 질리언의 입에서도 바로 욕설이 튀어나갔다. 하마터면 테이블 위에 놓인 장식용 야구공으로 스크린을 깨버릴 뻔도 했다.

질리언은 이미 수백번도 더한 현실적인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시가 20억짜리 저택이랑, 10억짜리 별장 한 채, 거기에 장비들도 못해도 50억치는 되는데, 오마이갓!! 이것들을 어떻게 포기해!!’

그의 전 재산이 시온 안에 있는 셈이었다. 이것들을 포기하게 된다면 막말로 ‘눈떠보니 길거리’ 꼴이 나는 셈이다.

시온 의존도가 높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많이들 접었다고 들었지만, 질리언은 그런 어중이떠중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게임을 포기하기엔 잃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참에 게임은 그만하고, 건설적인 직업을 갖는 게 어떻겠니?”

넌지시 건네시는 아버지의 말에 질리언은 폭발하고 말았다.

“젠장, 지금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이 저택이, 이 잘나가는 아들이! 전부 뭐 때문에 생겨난 거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게임이에요, 게임! 지금 시대는 게임이 곧 인생이라고요!! 그런데 저보고 인생을 포기하라고요!? 아버지보고 당장 이 저택을 포기하고 길거리에 나가서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하시겠어요!!”

그의 폭언에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 폭언이 현실이고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포기해야할 것이 너무 많아 포기할 수 없었던 질리언은 결국 다시 게임에 접속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게임 안에서 버텨내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으아아악”

비록 절반도 안되는 통증이라지만, 팔이 뽑혀나갈 듯이 당겨지는 고통는 그럼에도 매우 견디기 힘들었다.

하마터면 질리언은 또 다시 혀를 깨물뻔했다. 만약 또 자살해버린다면 5번을 채우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는 버텨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4번째 자살했다가 다시 로그인을 했을 때, 말없이 그에게 고문을 가하기만 하던 두 천마군이 나누었던 나지막한 대화 때문이었다.

그때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누었었다.

“이것들이 뭐라고 이렇게 까지 해줘야 하나?”

“닥치고 그냥 해. 함부로 입 열었다고 상관에게 보고하기 전에.”

“어, 니가 말 더 많이?”

“이젠 너.”

“너.”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않았더라도, 이 절망 같은 상황 속에서 절망을 느끼지만 않았더라도 한번쯤 웃어줄만한 둘의 티격태격 말다툼이었지만, 질리언은 그럴만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그의 정신은 온통 한 단어 ‘해줘야’에 꽂혀 있었다.

‘해준다고? 지금 고문을 가하면서 해준다라는 표현을 썼어? 해준다는 말은 좋은 것을 줄 때 쓰는 표현 아닌가? 어떻게 이런 끔찍한 고통들을 주면서 해준다라고 할 수가 있는 거지? 아니면 정말로 이 고통 끝에 선물과도 같은 것이 기다리고 있는건가?’

그때부터 질리언은 절망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 이 고통의 끝에 어쩌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새로운 종족 ‘천마군’으로 전환됩니다-

갑작스런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몸속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용트림하기 시작했다.

질리언이 온갖 고문과 실험을 버텨낸지 게임 내 시간으로 3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무려 고문을 받으며 72시간이나 접속해 있었던 것이다.

그를 고문하던 천마군들이 다가와 그의 팔과 다리에 묶인 족쇄를 풀었다. 그들의 행동은 그전과 달리 왠지 조심스러웠다. 마치 질리언을 두려워 하는 듯한 행동과 시선이었다.

형틀에서 벗어나 바닥에 내려선 질리언은 몸속을 돌아다니는 기이하고도 강력한 기운에 그만 힘껏 뛰어오르고 말았다.

수웅~ 하는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대략 5미터는 됨직한 높은 천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쿵하고 천장에 머리가 부딪혔다.

그리고 바닥에 착지했는데,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듯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몸의 어느곳도 아프지도, 부담되지도 않았다.

“우와!! 왓더퍽!! 이거 머임!?”

천장을 바라보며 질리언은 방금 자신이 점프한 높이가 도저히 믿기지 가 않아 다시 한 번 뛰어보았다. 이번에는 머리가 부딪힐 것을 대비하고 팔로 머리를 감쌌기 때문에 팔꿈치가 천장에 닿았다.

“우와~~ 나 완전 헐크 된 거 같아!!”

땅에 착지한 질리언이 그렇게 감탄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천마군이 검은 의복을 한 벌 가지고 오더니 질리언에게 건네주었다.

“로키 십병장님, 정복을 받으시지요.”

로키는 질리언의 인게임 이름이었다. 로키는 각종 고문과 실험으로 낡아 헤진 옷을 벗어버리고 흑의를 입었다. 그러면서 십병장에 대해 묻자, 옷을 가져왔던 천마군이 대답해주었다.

“로키님은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삼제자 ‘괴마’님의 천마 삼군 소속의 십병장으로서 열 두의 천마군을 지휘하십니다.”

‘에게, 꼴랑 열명?’

로키가 그렇게 생각하며, 물었다.

“그럼 나는 이제 천마군인건가?”

“네, 천마군 강화 과정을 통과하신 로키님은 이제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천마기를 이어받은 천마군이십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앞에 선 세 천마군에게서 언뜻 부러운 시선이 엿보였다.

상태창을 살펴보니 과연 ‘천마기’라는 스텟이 새롭게 생겨나 있었다.


-천마기 하급 1레벨 0.01%


로키는 좀전의 점프력을 생각하며 살짝 놀랐다.

‘몸에 이렇게나 강력한 기운이 넘쳐대는데도 하급 1레벨이라고?’

천장만 없었다면 6,7미터도 뛸 수 있을 것 같았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모진 고문과 생체 실험 끝에 이전보다 월등히 강해진 로키는 이제 천마군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


광개토가 높게 뛰어올랐다가 착지했다.

“저 이번에는 얼마나 뛴 거 같습니까?”

결과를 기다리는 운동선수처럼 광개토는 슬기의 판정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똑같아. 5미터. 어제랑 똑같다니까.”

슬기의 심드렁한 목소리에 광개토의 고개가 숙여졌다. 왠지 그럴 것 같았지만, 실망인건 실망이었다.

“기운 내세요, 주인님. 제가 보기에는 살짝 더 높아진 거 같아요.”

실리엔의 따뜻한 격려에 광개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얼마나? 얼마나 높아진 거 같은데?”

며칠 지냈다고 광개토는 실리엔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꾸 그녀가 자신에게 주인님이라고 하고, 겉보기에도 소녀에 지나지 않으니 용기 내어 시작한 반말이었다.

실리엔이 예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2센티미터 정도 더 뛰어 오른 거 같습니다.”

옆에 있던 슬기가 역시나 심드렁하게 말했다.

“거기 자갈 밟고 뛰어서 그래. 똑같은 거야. 그냥.”

슬기는 자라나는 떡잎일수록 거침없이 짓밟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싹을 향한 자연의 시련은 냉혹한 법이다. 그녀는 이런 직언과 직시들이 훗날 광개토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세뇌했다.

“그만하면 열심히 했다. 이제 그만해.”

슬기가 그렇게 냉소적인 말을 건네는 가운데, 실리엔은 계속 광개토를 독려했다.

“주인님은 천마님의 제자이시니, 틀림없이 대성 하실거예요.”

그때 곁에 선 천마의 망토가 실리엔에게 닿았다. 실리엔이 격노했다.

“씨발 그러니까! 대성한 후에 나를 찾아왔어야지!! 왜 코딱지만한 기운가지고 날 깨웠냐, 이 빌어먹을 반푼아!!!”

불꽃을 토한 실리엔이 다시 말했다.

“얼른 성장하세요. 파이팅!”

생긋 웃는 실리엔 뒤로 천마가 슬기에게 딱딱한 어투로 물었다.

“본좌를 왜 밀었느냐.”

“아니 그냥.”

천마를 실리엔에게로 슬쩍 밀었던 슬기는 웃음으로 무마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천마가 가까이 있을때면 실리엔은 저렇게 분노하곤 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실리엔이 분노하고, 광개토가 당황해 하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다.


“성장도 없는 노력따윈 그만둬.”

광개토가 새벽과 저녁마다 하는 파천무라는 춤사위를 할 때에도 슬기의 직언 퍼레이드는 계속 되었다. 그 시간에 몹이라도 한 마리 더 잡지!!

실제로 지난 2,3주간 한번도 빠짐없이 수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광개토의 점프력은 정말 눈꼽만치도 늘지 않았다. 제일 처음 파천무를 전수 받은 광개토를 보았을 때는 갑자기 초인처럼 늘어나 버린 그의 운동능력이 엄청 부러웠었는데, 그 이상으로는 아무리 수련을 지속해도 변화가 없는 걸 보며 슬기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부러움도 많이 가신 상태였다.

하지만 천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개토를 항상 닦달했다.

“아가씨의 말은 듣지말도록 해라. 파천무는 단공이 올라갈 때마다 성장이 있는 무공이니라. 꾸준히 연마하고 인내한다면...”

천마는 뒤에 이을 말을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죽음을 면하리라.”

“아, 네넷!!”

광개토는 칠공에 피를 흘리며 돌연사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수련하여 하루속히 2단공에 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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