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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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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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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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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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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5 12:00
조회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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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4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45화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동쪽 성벽을 향해 전진하며 로키는 다시금 되뇌였다.

‘어짜피 게임인데, 뭐 어때?’

천마가 깨어나면 시온의 기득권은 천마군이 가지게 될 것이고, 그는 기득권자의 입장에서 더욱 큰 부와 명성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현실에서는 사라지고 없는 전쟁과 폭력, 강탈과 정복. 사실 시온에서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을 제대로 느끼기는 쉽지 않았었다. 매너를 지켜야 했고, 플레이어로서 지켜야할 규범과 도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없지. 그저 최소한의 명령만을 지키면 될 뿐. 게다가 명령이라는 것도 폭력을 행사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정복을 하라는 것들 뿐이니!’

어쩌면 예전부터 일탈을 꿈꿔왔던 로키에게 이렇게 천마군이 된 것은 시온 인생에서 하나의 터닝포인트인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로키 별동대 다섯은 동쪽 성탑 근처의 얕은 구릉에 도달했다.

“생각보다 허술해 보이는데?”

디에스가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마디 하더니 곧 탐색마법을 펼쳤다. 허공에 반투명한 눈알이 생기더니 성탑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있는 디에스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딴 마법사들은 보통 집중할 때 눈을 감고 있던데, 얜 또 특이하네.”

로키 별동대에서 유일한 여성이자 사제인 쟈넷이 말하자, 도적, 레인이 원래 그런 거라고 말했다.

“집중하면 다 그래요,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 거지, 알고 보면 다 똑같아요.”

그래도 눈을 감으면 좋겠다는 쟈넷과 각자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거라는 레인의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중에 디에스가 눈을 떴다.

“3층까지 경비병력이 36명, 그 위로 나선형 계단이 꼭대기까지 이어지다가 성탑 망루에 4명, 해서 총 방어병력이 40명이오.”

디에스의 보고가 끝나자, 장검을 품에 안은 검사, 스텐이 나지막히 말했다.

“1층부터 모조리 쓸어버리면 되겠군.”

하지만 직접 내부를 둘러본 디에스는 그 의견에 회의적이었다.

“공간이 넓어서 포위 공격을 당할 확률이 높소.”

“빠르게 치고 올라가서 계단을 점령한 다음에 싸우면 우리가 유리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적들이 비록 많더라도 상관없을 거 같은데요.”

레인이 의견을 냈다.

“그러다가 막혀서 중간에 고립되면?”

이번에도 디에스가 반대했다.

“역시 마법사는 하나같이 다들 부정적이야.”

쟈넷이 고개를 흔들며,‘ 마법사=회의론자’ 라는 일반론을 꺼내들었다.

잠자코 일행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로키가 입을 열었다.

“성벽을 타고 올라간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대장, 대장이 준비하라고 해서 모두들 갈고리를 챙겨오긴 했지만, 무려 50미터 높이예요. 밧줄도 없단 말이에요.”

“밧줄? 무슨 소린지. 양손에 갈고리 하나씩 들고, 성벽을 타고 오르자는 거야.”

로키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당혹을 넘어 황당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저라면 가능하겠지만, 다른 분들은..”

레인이 말을 하려하는데, 로키가 말을 잘랐다.

“모두들 깜박하나 본데, 우리에겐 천마기가 있다. 천마기가 있는 우리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말? 하고 쟈넷이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일행들에게 묻는데, 로키가 일어났다.

“의심하지 마라. 천마기는 우리를 초인으로 만들어줬다.”

말을 마친 로키가 곧 앞장서서 달려 나갔다. 그는 놀랍도록 신속한 움직임으로 그늘만 골라 다니더니 곧 컴컴한 성벽 아래 그림자로 들어갔다. 이어서 일행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불이 밝혀진 성탑의 입구 쪽에 두명의 경비병이 서 있는 것이 보였지만, 일행들은 입구에서 멀찍이 떨어진 어둡게 그늘진 성탑의 옆면에 도달했다.

“내가 먼저 갈 테니 따라 와.”

로키는 갈고리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힘껏 발돋움을 하며 성벽을 뛰어올랐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무려 여섯 걸음을 걸어 올라가고서야 땅을 박찼던 추진력이 떨어졌다. 그 순간 로키의 손에 들린 갈고리가 강하게 벽을 때렸고, 천마기로 강화된 팔 힘 탓에 갈고리는 손쉽게 벽을 뚫고 박혔다.


파팍-


갈고리가 벽에 박히며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지만,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다.

그때부터 로키는 천마기가 잔뜩 실린 팔을 번갈아 놀리며 갈고리를 이용해 성큼성큼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팍-


금세 10여미터 이상 올라가는 로키를 보며 레인이 갈고리를 움켜쥐었다.

“자, 그럼 저도 올라갈게요.”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선 레인이 발돋움을 하며 성벽을 박차고 올라갔다.

그는 무려 열 걸음 가량을 벽을 밟고 올라가다가 갈고리를 벽에 박았다. 그리고 양손을 재빨리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로키를 따라잡았다.

“대장, 저 먼저 올라갑니다.”

역시나 도적답게 담이나 벽을 넘는 건 로키보다 뛰어났다.

“그럼 나도.”

항상 품에 앉고 있던 장검을 등에 둘러 맨 스텐이 땅을 박차고 그 뒤를 따르자, 쟈넷도 할수없다는 듯 갈고리를 양손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여전한 자세로 갈고리를 안 들고 있는 디에스를 쳐다보았다.

“디에스씨는 벽 안 탈거야?”

“내가 왜?”

되려 웃으며 반문한 디에스의 몸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비행술로 가면 되거든.”

떡 하니 입을 벌린 쟈넷을 두고 디에스는 혼자 올라가며 변명이랍시고 한마디 했다.

“미안해. 일인승이라..”


가장 먼저 올라갔던 레인은 먼저 고개만 빼곰히 내밀어 망루 위의 상황을 살핀 다음, 경비병들의 시선이 딴 곳을 향한 순간, 재빠르게 망루 위로 올라갔다. 바로 뒤를 이어 로키도 망루에 올라섰다.

망루 위에는 마법사의 말대로 경비병 4명이 다였다.

먼저 도착한 레인이 단검을 경비병 한 명의 목에 갖다 대려 할 때, 로키는 손에 들고 있던 갈고리를 다른 경비병에게 힘껏 던졌다.

훙~훙~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갈고리가 막 고개를 돌리려는 경비병의 등에 가 닿았다.


뚜둑-


마치 엄청나게 무거운 무쇠덩이에라도 맞은 듯이 경비병의 등뼈가 섬뜩한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그 광경에 깜짝 놀라던 다른 경비병도 뒤이어 날아온 갈고리에 얼굴을 맞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경비병의 얼굴은 무거운 바위에라도 깔린 듯이 짓뭉개져 있었다.

“웬놈들이냐!!”

홀로 남은 경비병이 소리를 지르며 경종을 울리려는 순간, 어느새 한 놈의 목을 베어버렸던 레인이 단검을 역수로 쥐고서 경종을 잡으려던 팔의 어깨죽지 부분을 내리찍었다.

“어헉!!”

로키만 쳐다보고 있던 경비병은 갑작스런 기습에 방비하지 못하고 그만 경종 줄을 놓쳐 버렸다.

“처..천마군..!”

레인의 신속한 이격이 목을 긋고 지나가자 경비병은 말을 다 뱉지도 못하고, 목을 부여잡은 채 사망했다. 순식간에 망루 위는 두 발로 선 사람이 단 둘만 남았다. NPC의 시체는 PC의 시체보다 다소 느리게 사라지기에 레인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죽은 자들을 살펴보았다. 특히나 갈고리에 맞아 죽은 시신이 신기했다.

마치 무거운 둔기에 맞은 것 같은 상처를 보며 레인이 로키에게 물었다.

“대장님은 초능력자라고 하셨죠? 무슨 초능력이세요?”

로키는 잠시 레인을 쳐다보다가 어차피 같은 편이라면 알려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력을 다루지. 쉽게 말해서 물건들을 실제보다 무겁게 만들 수 있다.”

“아하, 그래서 갈고리에 맞았는데도, 이렇게 짜부가 되었군요.”

레인은 역시 초능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머지 별동대원들이 망루에 올라섰다.

도착하자마자 갈고리를 바닥에 내팽기친 스텐이 장검을 가슴쪽으로 옮겨 잡으며 서둘러 계단쪽으로 향했다.

“계단은 내가 지키도록 하지.”

그런 스텐의 모습은 마치 싸우지 못해 안달난 검투사 같아 보였다.

서둘러 내려가는 스텐을 보며 로키가 사제와 마법사에게 뒤따라가 지원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품에서 천마기를 꺼내 망루 한 켠의 게양대로 가 깃발을 걸었다.

레인이 물었다.

“적들이 도망가면 어쩌죠?”

“어차피 퀘스트 완료 조건은 성탑 내 적들을 처치하는 거다. 어쨌든 성탑 안에만 적이 없으면 되는 거니, 도망쳐도 괜찮지.”

레인이 다시 물었다.

“그럼 소란을 듣고 적들이 모여 들면 어떡하죠?”

잠시 가만히 있던 로키가 천천히 대답했다.

“...다 죽여야지.”


*


천마 일행은 던전을 세 개나 더 클리어 하고, 삼 일만에 남끝별의 성좌가 보이는 낮은 구릉에 도착했다. 그동안 광개토는 150레벨이 되었고, 슬기는 249랩이 되었다. 슬기는 광개토의 광렙을 보며 투덜거렸지만, 슬기의 렙업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이었다.

“할배가 여기에서 다른 공격대들이랑 만나라고 했는데?”

슬기가 말하다말고, 손뼉을 쳤다.

“아!! 그 할배! 어떡해? 점혈도 안풀어주고 왔는데!”

슬기의 호들갑에 천마가 나직하게 대꾸했다.

“걱정마라, 풀렸을 테니.”

“아, 진짜? 언제?”

슬기가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며 천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뭔가를 계산하는 것처럼 오른쪽 위를 쳐다보던 천마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22분쯤 전에 풀렸겠구나. 3일짜리였으니.”

“...하하..”

슬기와 광개토는 할 말을 잃었고, 천마와 실리엔은 할 말이 없었다.

“뭐, 더 원 길드의 군사 정도면 상당한 레벨의 플레이어 아니겠습니까? 설마하니 늑대한테 잡아 먹히고 그러진 않겠지 말입니다.”

걱정을 날려버리려는 의도에서 한 광개토의 괜한 말에 슬기가 정색을 했다.

“이쯤되면 알 법도 한데? 시온은 현실성이 너무 강해서 아무리 고랩이라도 급소에 한방 잘못 맞으면 끝인 게임이야. 늑대한테 목 한방 제대로 물리면 고랩이고 저랩이고 다 끝이라고.”

“아...그렇습니까?”

그러고 보니 랩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적들도 마비에 걸리고선 광개토의 한방에 목숨을 잃곤 했었다.

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에 광개토가 천마를 힐끔보며 슬기에게 물었다.

“저, 그럼 우리 사부님도 잘못되면 한방에 죽을 수도 있는 겁니까? 늑대한테 목을 물린다거나 하면 말입니다.”

그 말에 슬기는 늑대에게 목이 물린 천마를 상상해보았다.

“음...늑대 이빨이 다 나가지 않을까.”

“그렇죠? 저도 왠지 그럴 거 같습니다.”

슬기는 오히려 천마가 늑대를 깨물고 있는 광경이 더 상상하기 쉬웠다.

가만히 서 있던 천마가 말했다.

“이 언덕 바로 너머에 요괴 이백마리가 진을 치고 있구나.”

그 말에 슬기가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아, 할배가 말했던 공격대들인가보다!”

군사의 말이 맞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천마 일행은 언덕을 넘어갔다.

그리고... 만나버렸다. 드래곤 공격대를! 천마에게 4박 5일동안 영혼까지 탈탈 털렸던 그 공격대를!

먼저 드래곤 공격대를 알아본 슬기가 당황해하자 광개토가 물었다.

“아가씨, 왜 그러십니까, 혹시 저 놈들이 아가씨에게 뭔가 해코지를 했습니까?”

광개토를 돌아보며 슬기가 헛웃음을 지었다.

“어, 나 저 놈들한테 한번 죽었었어.”

그리고 슬기는 막 화를 내려는 광개토에게 뒷말을 이어 붙였다.

“그리고, 쟤네들은 한 200번 죽었을걸.”

실제로는 500번도 더 죽였지만, 원래 때린 놈들은 자신의 폭력을 미화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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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19.11.24 54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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