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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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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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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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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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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43화




천마는 동서남북을 자유로이 오가며 더 원 공격대를 유린했다.

“이쪽이다!”

“으아악!!”

“여기야, 여기! 아악!”

천마는 비명 지를 시간도 안 줄 정도로 야박하지는 않았다. 적당히 비명 지르고 빠르게 혼돈에 빠질 수 있도록 적절한 속도로 적절한 공세를 펼쳤다. 천마의 위치가 시도 때도 없이 바뀌니 이미 인중룡의 톱니바퀴는 작동을 멈춘 지 오래였다.

“네놈이 사내라면 내 눈 앞에 나타나라!!”

성기사 계열의 탱커 플레이어가 ‘완전무결한 방어’를 펼치며 도발을 걸었다. 10초동안 물리 저항 100프로, 마법저항 75프로로 고정되는 튼튼하기 그지없는 탱킹 스킬, ‘완방’을 믿으며 호기롭게 외친 그 앞에 홀연히 천마가 나타났다.

“역시 나타났구나!”

그와 맞부딪힌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더 원은 천마의 행동 패턴에서 특이한 걸 하나 발견했다.

“내가 상대해주마!!”

성기사의 연이은 도발에 천마의 얼굴에 그에게로 고정되었다.

‘이상하다. 마치 몹처럼 도발에 일일이 반응해 주는구나.’

“어디서 시덥잖은 자식이 본좌의 성별에 의문을 제기하느냐?”

천마는 녀석의 발언 중에 ‘사내라면’이라는 말에서 기분이 상했다.

천마가 달려들자, 성기사는 두눈을 부릅뜨고 하체를 단단히 고정했다. 아직 스킬 효과가 살아있어 절대 죽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마는 마치 ‘완방’의 존재를 알기라도 하는 듯 그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머리통을 붙잡고는 밀집되어 있는 공격대원들을 향해 아주 강하게 집어던져 버렸다.


쿠르르르쾅!!


“으헉!!”

“크악!!”

‘완방’으로 인해 강철같은 방어력을 가졌던 그는 말 그대로 강철 공이 되어 같은 편이던 공격대원들을 볼링공에 쓰러지는 볼링핀 신세로 만들어버렸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죽어나듯이 천마의 스트라이크 공격에 대여섯명의 공격대원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렀다.

“오호, 이거 재미있구만 그래?”

천마는 공격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무게 나가는 것들(주로 중갑으로 무장한 탱커)을 집어다가 볼링공 던지듯 공격대를 향해 마구 던져대었다. 이따금 탱커들이 시전하는 도발 스킬은 천마 입장에서는 먼저 던져달라는 아우성에 불과했다.


그렇게 ‘더 원’, 말 그대로 시온의 명실공히 1위 레이드 팀 100명의 플레이어는 난생처음 만난 ‘사실상’ 400인 레이드급 보스 ‘천마’에게 만난 지 5분도 되지 않아 완벽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


슬기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크로우는 굳게 입을 다물고서 대꾸하지 않았다.

“내 목걸이 어디 있냐고!”

“영감님, 그거 댁들이 가지고 있어 봐야 어디 쓸데 있다고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영감님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고, 본 아가씨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를 지닌다고. 얼른 대답해!”

“대체 그거 알려주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이렇게 버티는 거야?”

“내가 목걸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찾아서 나한테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니까?”

침묵과 질문이 반복되는 동안 크로우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강제로 시선이 돌려진 크로우는 그저 자신의 성이 악마에게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평소 믿어 마지 않는 미스란디르지만, 오늘의 악마는 불가항력 천재지변 급이었다.

그리고 그저 너무 늦기 전에 이 마비 디버프가 풀리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비록 지속시간이 3일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있지만, 원래 마비 디버프는 공식적으로 가장 길어봐야 30분이다. 3일은 아마도 시스템이 표기 실수를 한 것일 거라고 그는 애써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비가 풀린다고 한들, 검은 옷의 악마가 다시 나타난다면? 크로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악마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이윽고 크로우가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그냥 죽여라.”

“어머, 이 영감님, 충격 받고 실어증이라도 걸린 줄 알았네.”

크로우의 말문이 열린 것을 보며 슬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슬기는 이내 비꼬아댔다.

“누구 좋으라고 죽여 달라는 거임? 내 목걸이의 행방을 알려주거나, 돌려주겠다는 확답을 주기 전엔 못 죽어.”

혀를 깨물고 자결할 수도 있었지만, 크로우는 더 원 길드의 마스터라는 체면상 그런 하급의 수법으로 이 위기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몇 분 전에도 얘기했듯이 너는 절차가 잘못되었다.”

“절차 같은 소리하네! 어디서 꼰대같은 소리만 해대고 있는지.”

으르렁 거리는 크로우를 마주보며 슬기도 인상을 쓰며 맞받아쳤다. 험악한 인상으로 승부하자면 단연 슬기의 승리였다. 만약 크로우가 스스로 고개를 돌릴 수만 있었더라면 절대 쳐다보지 않았을 면상이었다. 슬며시 눈을 감는 크로우를 보며 슬기는 눈싸움에서 이기기라도 한 듯 의기양양해 했다.

“아하, 이 영감님이 이걸 믿나 본데?”

크로우는 자신의 손에 깍지를 껴오는 슬기의 동작에 정말로 기겁할 정도로 화들짝 놀랐다.

“뭐하는거냐!! 이년이!!”

크로우의 역정에 슬기가 찌그러진 메주처럼 빙긋 웃었다.

“이 년이 요즘 참 ‘년’ 소리를 많이 듣네요. 근데 말야, 댁한테까지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거든?”

슬기는 그렇게 대꾸하며 크로우의 손가락에서 더미 반지를 빼내었다.

그 동작에 크로우는 엇! 소리를 내며 깜짝 놀랐다.

이어서 슬기가 아! 하고 손뼉을 치더니, 근처에서 주먹만한 돌멩이를 하나 주워다가 크로우의 입에 처넣었다.

“..!!!”

돌멩이가 이빨에 부딪혀서 아팠지만, 입안에 가득 들어찬 돌멩이 때문에 크로우는 말을 하기는 커녕 입을 닫을 수 조차 없었다.

“야, 니들은 멀뚱히 서서 뭐하니?”

슬기의 요청에 따라 광개토와 실리엔까지 합세해서 크로우의 장비들을 벗기기 시작했다.

어깨 장비를 풀러 낸 광개토가 한창 낑낑대며 갑옷 하의를 벗기고 있는 슬기의 모습에 살짝 입을 벌렸다.

‘아니 그걸 왜 그렇게 열심히 벗기시는 겁니까?’

자신도 모르게 위험한 생각을 한 광개토가 조심스레 말했다.

“..설마.. 아니지 말입니다?”

“응, 뭐가?”

슬기가 건성으로 대답하며 하의를 마저 벗겨내었다.

광개토는 다음에 이어질 슬기의 동작을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쳐다보고 섰다. 하지만 슬기는 광개토의 예상과는 달리 크로우의 목과 귀에 달린 악세사리들에 손을 뻗었다.

이어서 귀걸이와 목걸이를 제거하던 슬기가 가만히 선 광개토를 쳐다봤다.

“뭐하냐?”

“아... 아닙니다. 다행입니다.”

광개토는 예상했던 참극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모름지기 ‘사람’과 ‘사람’이 사랑을 해야 아름다운 것이다. 광개토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실리엔을 흘낏 쳐다보았다.

‘아니지, 꼭 사람과 사람이 아니더라도 괜찮을지도’

광개토는 이내 소녀의 모습을 한 실리엔에게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윽고 크로우는 속옷과 달랑 허리에 채워진 검 하나만 가진 신세가 되었다.

슬기가 크로우의 입에서 돌멩이를 빼내었다.

“뭐..뭐하는 짓이냐!!?”

천하의 크로우도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슬기가 냉담하게 대꾸했다.

“뭐긴, 이제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개같은 년!”

분노한 크로우가 욕설을 내뱉었다. 이제는 죽으면 얄짤 없이 모든 장비를 잃게 생겼다. 억지로 벗겨진 장비들이야 지엠에게 요구하면 소유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몸에 소지 하고 있는 유일한 장비 물품, 그의 애검 ‘슈프림 피닉스’는 그가 죽는 순간 무조건 소유권을 잃고 말 터였다. 그것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아, 진작에 자살을 했어야 하는 건데!!’

처음에는 체면 챙기느라, 그리고 그 뒤엔 돌멩이 때문에 자살을 하지 못한 크로우는 빠르게 결단하지 못했던 자신의 우유부단함에 통탄했다.

“너희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아느냐? 우리는 천마군으로부터 남끝별의 성좌를 지키기 위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너희 년놈들이 사욕에 눈이 멀어 대의를 무너뜨린 것이다. 알겠느냐?”

어느새 산발이 되어버린 머리를 하고서 크로우가 입에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뭐래? 그냥 묻는 말에 대답만 했으면 그냥 간단하게 끝났을 것을! 영감님네의 화는 영감님의 똥고집이 만든 거거든요!!”

슬기도 버럭 화를 내며 크로우를 노려봤다.

“흥!! 네놈들은 우리 길드의 7공격대도 아무 이유 없이 공격했던 악한 놈들 아니더냐?”

크로우가 드래곤 공격대를 들먹였다.

“그..그건!”

그 당시 천마의 묻지마 폭력을 떠올린 슬기가 당황해하자, 크로우가 의기양양해 했다.

“거 봐라. 너희 연놈들은 어차피 근본이 악한 것들이라 내가 순순히 알려줬었더라도 어차피 우리를 공격했을 것이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잔인하고 포악한 너희들이 문제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크로우의 폭언을 듣고 있던 슬기가 광개토를 쳐다봤다.

“이 영감이 완전 미쳤나봐?”

“아.. 미친겁니까?”

거물에게 감히 미쳤다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껄끄러웠던 광개토는 슬기에게 완전히 동조하기보다는 살짝 한 다리만 걸치는 언행을 시도했다.

“개토야, 우리가 정말 아무나 막 공격하고, 죽이고 그러는 사람들이냐?”

하지만 질문한 슬기나, 듣는 광개토나 그 발언이 튀어나온 순간 멈칫했다.

그러하다... 적어도 파티에 그런 미친놈이 한명 있기는 하다.


그때 그 미친 놈, 천마가 웬 할배를 하나 데리고 왔다.

“부디 살려주게..어헉”

천마에게 멱살을 잡힌 미스란디르는 애걸하다 말고, 천마의 손짓에 바닥으로 던져져서는 신음을 내뱉었다.

“군사!”

“마스터!”

크로우의 외침에 미스란디르가 돌아보고, 둘은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였다. 무려 헤어진지 5분 만에 다시 만난 것이었다.

그 5분 남짓한 시간에 더 원 공격대는 전원 사망하고야 말았다. 어쩐 일인지 번개 같은 속도를 지닌 적은 종종 딜러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맞아주곤 했었다. 하지만 7공격대의 보고서대로 그는 아무런 데미지도 받지 않은 듯 했다. 어쨌든 그런 일방적인 학살이 끝난 다음, 군사는 결심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일단은 적에 대해 알아야겠다.’

공격대를 전멸시킨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겠다는 단호한 결의로 미스란디르는 천마에게 목숨을 구걸했었다. 당장의 굴욕은 훗날의 승리로 보상받을 수 있을 터였다. 미스란디르는 자신을 포로로 잡는다면 보다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천마에게 설득했다.

물론 천마는 설득 당하지 않았지만(알아먹질 못하니 설득 당할 수가 없었다), 노인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슬기에게 데려왔다.

그렇게 천마의 손에 잡혀 언덕 위로 올라왔는데, 죽은 줄 알았던 마스터가 아직 살아 있었다.

“목걸이 하나 내놓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상기된 얼굴로 슬기가 크로우를 노려보더니 뭔가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영감님아, 아무래도 말로는 안 될 거 같으니까, 일단 오늘은 좀 죽자. 그런 다음에 내 목걸이를 가져오면 그때 영감님 검이랑 바꿔줄게, 물물교환~ 어때 괜찮지?”

“혹시 네놈들 천마군이냐, 그러고보니 저 자의 이름도 천마이고, 하는 짓도 천마군을 돕는 행태이니 틀림이 없으렷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좌를 지키러 가는 우리 공격대를 어줍잖은 이유를 들어가며 공격할 리가 없을 터!!”

크로우가 핏대를 세우는 꼴을 보며 군사는 단번에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 슬며시 고개를 내저었다.

‘자기 확신증이 또 도졌군.’

마스터는 가끔 이렇게 자기 말에 도취되어 남 말을 안 들으려 할 때가 있었다. 그의 강한 추진력은 이처럼 독이 될 때도 있었다.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래, 네놈들은 여기서 함정을 파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슬기와 크로우가 언쟁을 벌이고 있는 그때, 군사가 끼어들었다.

“뭐하시오? 말만 하지 말고, 우리 마스터를 죽이시오. 그런 다음 나랑 얘기 좀 합시다.”

군사의 돌발적인 발언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특히 크로우가 가장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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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19.11.23 5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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