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천하무식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무협

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576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1 17:00
조회
587
추천
8
글자
12쪽

3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34화




“바..방금 뭔가 엄청난 욕설을 쳐 들었던 거 같습니다만?”

황망한 표정으로 실리엔을 가리키며 광개토가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렇게 손을 들고 있는 것도 힘에 부치는 듯 팔이 덜덜 떨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부님 저, 너무 기운이 떨어져서 말하는 것도... 힘듭니다.”

천마가 슬며시 손을 움직이자, 마치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하던 광개토의 몸뚱이가 번쩍 제자리에 꼿꼿이 세워져서는 천마 앞으로 휙 당겨졌다. 그리고 천마의 손짓에 따라 스윽 하고 떠오르듯 올라온 광개토의 양손에 천마가 쌍장을 마주쳐갔다.


우르르릉~


광개토의 머릿속으로 천둥소리가 어디선가 은은하게 들려오며 동시에 천마와 맞닿은 손을 통해 뇌전처럼 강대한 기운이 광개토의 양팔을 지나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무척 뜨거우면서도 차가웠고, 따뜻하면서도 서늘했다. 강렬하면서 동시에 부드러웠으며, 성난 해일처럼 몰아치면서도 깊디 깊은 늪지처럼 끈끈했다.

그 기운은 순식간에 광개토의 온몸을 휘감았고, 그 막대한 충만감을 광개토가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그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양만 남겨두고 재빠르게 원류인 천마에게로 돌아갔다. 마치 파도에 따라 바닷물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꼬맹이가 만들어놓은 조그마한 물웅덩이에 한 줌 바닷물만 남겨두고 사라진 것과 같았다.

“아아..!”

그 찰나간의 충만감에 강렬한 쾌감을 느낀 광개토가 몸을 부르르 떨며 기쁨의 신음성을 내뱉었다. 쾌락에 찬 표정으로 광개토가 천마를 바라보았다.

“사부님, 정말이지..정말 대단하십니다. 최고입니다!”

쾌감의 여운에 잠긴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광개토를 보며 슬기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변태.”

하지만 슬기의 말에 아랑곳 않고, 광개토는 존경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천마의 기운을 잠시나마 느껴본 광개토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기운을 차린 광개토에게 구슬을 든 실리엔이 다가왔다. 보스방 문에 박혀 있던 구슬이었다. 실리엔이 자기 머리 만한 그 구슬을 광개토에게 내밀었다.

“뭐, 뭡니까?”

광개토는 역시나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니 부담스러웠다.

그가 슬기쪽으로 두어 걸음 물러서자, 슬기가 그런 광개토를 귀찮은 듯 슬쩍 밀쳤다.

“왜 이래, 절루 안가?”

“아, 제가.. 그게 여자분이 가까이 오면 부담스러워서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슬기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오호라, 저기 저 귀신 꼬맹이는 여자라 부담스럽고, 이 아가씨는 여자가 아니라 이거지? 오냐, 상남자인 이 형이 지켜줄게. 아, 말이 잘 못 나갔다. 지켜줄게가 아니라 직여줄게 였는데, 잘 못 들은거 아니지? 하하하”

흥분한 슬기가 상남자의 얼굴을 하고선 상남자의 기세로 호탕하고 웃으며 코로 방귀 수준의 수증기를 내뿜었다. 그렇게 한 여자와 한 상남자 사이에 끼인 광개토가 난처해 하는데, 실리엔이 나지막히 광개토에게 요청했다.

“주인님, 기운을 조금 더 전해주세요. 제가 완전하게 각성하려면 조금 전에 주신 것의 열 여섯 배만 더 불어 넣어 주시면 되세요.”

‘열 여섯 배가 대체 얼마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도 광개토가 생각없이 그 구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얹은 직후 크게 후회했다.

‘방금 전에 기를 다 빨리는 바람에 죽을 뻔했는데, 이 소녀의 미모에 내가 깜빡 속아넘어갔구나!!’

확실히 예쁜 여자는 정상적인 사고를 못하게 만드는 요물이라고 생각한 광개토는 이제 곧 작동할 구슬에 또 빨려나갈 기운을 걱정했다. 하지만 구슬은 작동하지 않았다.

“아, 주인님. 봉인 구슬이 작동하지 않네요. 흑흑흑..전 어쩌면 좋을까요? 흑흑”

소녀가 금새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눈을 하고선 구슬프게 흐느꼈다.

그때 때마침 천마가 들어왔던 벽을 통해 강풍이 한차례 휘몰아쳤고, 공교롭게도 천마의 잿빛망토가 풀럭풀럭 움직이다 소녀의 등에 닿았다.

그 순간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던 소녀의 얼굴이 험악하게 돌변했다.

“이런, 병신 새끼가 어디서 주인이랍시고, 행세야, 행세가!! 너 이 새끼야, 너 같은 부족한 새끼 때문에 내가 이런 꼬맹이 몸에 묶였잖아, 씨발! 이 병신을 그냥 죽여버릴까?!!”

실리엔이 속사포 랩이 주특기인 랩퍼 마냥, 불과 3초의 시간에 60음절의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소녀가 주먹을 치켜들고, 광개토에게 달려들려는데, 한발 앞으로 나섬과 동시에 잿빛 망토가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구슬이 작동하지 않는군요. 매우 격렬하게 무척이나 아쉽지만 할 수 없죠. 주인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실리엔이 평소처럼 돌아왔다.

“허억~~~ 이 여자 뭐야!!?”

강력한 디스 래핑에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던 광개토가 기겁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슬기는 거침없이 욕을 해대는 실리엔을 보며 뭔가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욕설을 해대는 NPC라니, 분명히 그 자체로도 있을 수 없고,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놓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이거 NPC 맞죠?”

광개토가 생각에 잠긴 슬기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아마도 그럴걸? 너도 알다시피 연기인지 안개인지 하는 것이 모여서 된 건데, 그게 사람이겠어?”

슬기의 말에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광개토가 실리엔을 노려보았다.

“근데 한번씩 갑자기 왜 홰까닥 하는 겁니까, 네?”

그의 윽박에 실리엔이 살며시 얼굴을 붉혔다.

“주인님, 저에게 화내지 마세요. 저는 그저 주인님의 여종에 불과하답니다.”

살짝 다리마저 꼬는 소녀의 애교 띤 모습에 감정이 메마른 천마를 제외한 모두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광개토의 머릿속에 저 아름다운 소녀가 양복 차림을 한 그의 넥타이를 똑바로 매어주고, 식사를 가져오고, 욕실에서 시중을 들어주는 모습이 떠올랐다. 광개토의 입이 살짝 기분 좋게 벌어졌다.

상상 속의 소녀가 말했다.

“주인님, 얼른 귀가하세요. 기다리고 있겠..”

‘으악!! 저런 미성숙한 여자애를 두고, 이런 상상이나 하고 있다니!!’

광개토는 잠시나마 자신이 미쳤었노라고 후회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꾸 여종이니 종년이니 자기 비하를 하시는데, 똑바로 말씀해 주세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광개토의 단호한 질문에 실리엔이 옷매무새를 바로 하더니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했다.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다시 말씀드리자면, 저는 실리엔 반 작퀸, 다크 서클의 소녀..(여기서 소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입니다. 뱀파이어 가의 명문 작퀸 가의 여가주로 이곳 트란실 지역의 언데드 군주이기도 해요...”

때마침 열린 보스방 문틈으로 으그그그그극, 하는 소름끼치는 괴성이 흘러나왔다.

“그랬어야 했어요... 정상적으로 각성을 했다면 말이죠. 지금은...제대로 깨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군주로서의 영향력이 상실되었답니다.”

말을 이어가며 마지막에 실리엔이 한번 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저기 안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슬기가 슬쩍 문틈 안을 기웃거리는 시늉을 하며 말하자, 실리엔이 슬기에게는 무미건조한 반말로 대답했다.

“그래, 맞아. 나의 신실한 충복 ‘으그그 경’과 ‘후를르 경’이 깨어난 것 같구나.”

그와 동시에 으그그그 거리는 소리 사이로 ‘흘르르를르’ 하는 괴상한 소리도 들려왔다.

“그냥...소리나는대로 이름을 붙인 거 같은데?”

슬기의 타당한 듯한 반문에 실리엔은 대꾸하지 않았다.

“잠깐, 그런데 왜 광개토에게는 존댓말을 쓰고, 나한테는 반말이야, 이 쬐그만 것이?”

슬기의 양손을 허리에 척 얹으며 화난 척을 하는데, 소녀는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이에 슬기가 진짜 화 한번 내볼까 하고 생각하는데, 방 너머에서 쿵쿵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 옆에서 멍하니 가만히 서 있던 천마가 말했다.

“두 놈이 곧 저 방에서 나오겠구나. 둘 다 별 볼일 없는 것들이다만,”

나지막히 말하던 천마가 슬기를 내려다보았다.

“별 볼일 없기로는 너희들이 더 하겠지만..”

슬기는 발끈하고 싶었지만,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에 그럴 수 없었다.

“그럼 아저씨가 우리를 보호해준다는 전제 아래, 나랑 광개토 둘이서 잡을 수 있을까?”

“..전제가 무슨 말인가?”

“아니. 그렇게 가정을 하자면?”

“가정은.. 그.. 함께 사는 것 아니냐, 본좌와 네 년이 같이 살아야 하는 건가?”

이 짧은 어휘력의 벽이 참으로 높고도 높구나 하고 슬기는 절망했다. 그 와중에도 그녀와 같이 사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듯한 천마의 반응에 뜨겁게 분노했다.

“씨발, 그냥 파티 풀고, 싸울 동안 나랑 아저씨 제자가 안 죽게 보호해줘. 알았지?”

“안 죽게 보호해달란 말이냐?”

천마가 슬기의 말을 되풀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년은 보호해주지 말고! 으득.”

슬기가 실리엔을 가리키며 으르렁거리자, 천마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슬기가 천마를 파티에서 추방시키자마자, 보스방의 반쯤 열렸던 문짝이 통째로 부서지며, 기괴한 형태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먼저 나온 녀석은 죽은 사람의 몸을 이리저리 짜맞춘 듯 여기 저기 인체의 특징을 가진 부분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한데 모여 족히 성인 남성의 다섯배는 됨직한 뚱뚱하고 거대한 외형을 가진 괴물이었다. 특히 손에 들린 거대한 무쇠갈고리의 비주얼은 섬뜩할 지경이었다. 원래 무기 색은 검은 색인 듯 했지만, 말라붙은 핏자국으로 갈고리는 거의 갈색처럼 보였다.

“어보미네이션!! 저게 왜 여기에?!!”

슬기가 깜짝 놀라 외쳤다.

좀전까지 나왔던 스켈레톤, 좀비, 구울 들과 같은 하급 언데드와는 전혀 격이 다른 중급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언데드 몬스터의 등장이라니!

그리고 그 뒤로 튀어나온 무언가는 허리를 잔뜩 굽혔는지 방에서 나오자 마자 허리를 펴는데, 키가 무려 3층 높이의 홀 천장까지 닿았다. 그런데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 마치 그림자만 홀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으으..저건 뭡니까?”

귀신과도 같은 그 형상에 잔뜩 쫄아버린 광개토의 질문이 들려왔지만, 슬기 역시 처음 보는 괴물이라 대답해줄 말이 없었다. 그저 상당히 위험해보였다.

하지만 슬기는 기묘하게도 이 상황이, 무서운 놈과 처음 보는 기괴한 놈을 맞닥뜨렸고, 이 두 괴물이 자신들에게 강력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 상황이 그다지 두렵거나,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슬기의 생각이 이어지는 동안, 갑작스런 시체덩이 괴물의 공격이 날아왔다. 손에 들고 있던 사슬 달린 거대한 무쇠 갈고리를 냅다 던진 것이다.

우우웅~

거센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고 날아오는 그 쇠갈고리가 무섭지 않았다.

‘아저씨가 날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겠...?!’


퍼억~~!!!!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슬기의 생각이 도중에 끊겼다.

실 끊긴 연처럼 뒤로 훌훌 날아간 슬기는 그대로 벽에 처박혀 뒤통수와 등짝에도 강한 충격을 받았다.

가슴과 뒤통수에 상당한 고통을 느끼며 쓰러진 채 슬기가 숨 막힐 듯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지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아..저씨.. 왜?”

왜 보호를 안 해줬냐고 물으려는데, 천마가 단호하게 선언했다.

“본좌가 반드시 ‘안 죽게’ 보호해주마.”

“야이..병..신아...”

죽지는 않은 슬기가 한탄했다. 이 모자란 아저씨한테는 오해의 소지가 없게 잘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건데...

천마를 잘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강령이 정해졌다.


-천마에게 어떤 행동을 시키려면 명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라!


가슴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얻게 된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무식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51화 19.11.27 496 5 12쪽
50 50화 19.11.27 513 5 13쪽
49 49화 19.11.26 499 5 12쪽
48 48화 19.11.26 501 5 12쪽
47 47화 19.11.26 489 4 12쪽
46 46화 19.11.25 496 4 13쪽
45 45화 19.11.25 516 5 11쪽
44 44화 19.11.25 540 4 11쪽
43 43화 19.11.24 527 5 12쪽
42 42화 19.11.24 532 5 12쪽
41 41화 19.11.24 548 5 12쪽
40 40화 19.11.23 565 5 12쪽
39 39화 19.11.23 546 6 11쪽
38 38화 19.11.23 569 6 12쪽
37 37화 19.11.22 597 8 13쪽
36 36화 19.11.22 589 8 12쪽
35 35화 19.11.22 598 8 12쪽
» 34화 19.11.21 588 8 12쪽
33 33화 19.11.21 575 8 12쪽
32 32화 19.11.21 588 7 13쪽
31 31화 19.11.20 624 6 13쪽
30 30화 19.11.20 616 9 12쪽
29 29화 19.11.20 587 7 14쪽
28 28화 19.11.19 595 8 13쪽
27 27화 19.11.19 613 7 12쪽
26 26화 19.11.19 637 9 15쪽
25 25화 19.11.18 631 6 19쪽
24 24화 19.11.18 651 8 15쪽
23 23화 19.11.18 647 8 14쪽
22 22화 +1 19.11.17 662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