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천하무식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무협

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693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7 17:00
조회
500
추천
5
글자
11쪽

52화

DUMMY

(52편)


방금까지 쓰러져있다가 이제 막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지만 핼쑥한 몰골의 슬기와 반대로 바닥을 구르고 있는 광개토, 그리고 그런 광개토 옆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실리엔까지, 남들이 보기에는 어쩌면 패잔병처럼 보일지도 모를 모습이었고, 로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로키 일행으로서는 성탑 구경하러 나왔다가 뜻하지 않게 조우한 적들의 선봉을 잘 꺾어낸 모양새였다. 비록 퀘스트는 아니지만, 분명히 공적을 인정받고 꽤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다만 마지막 남은 초능력자 하나가 꽤 강력해보이지만, 초능력자는 약점이 뚜렷한 계열, 그 약점을 잘 파고든다면 공략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로키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 레인이 약점을 잘 공략할 수 있도록 주의를 끌기로 했다.

“이봐,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닌데, 대장끼리 제대로 한번 겨뤄보는 게 어때?”

로키는 힘있는 목소리로 천마에게 말하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하지만 천마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슬기에게 말했다.

“한 번 더 기회를 가져 보겠느냐?”

고개를 끄덕인 슬기가 전의를 불태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처 전이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몸이 가뿐했다.

슬기가 앞으로 나오는 모습에 로키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한번 꺾긴 했지만, 권사는 그에게 부담스러운 계열이었다. 게다가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웠다.

‘이래서는 저자의 약점을 공략하기가 어려운데.’

하지만 슬기가 땅을 박차며 빠르게 달려들자, 로키는 곧 모든 정신을 눈 앞의 상대에게 쏟아야만 했다.

슬기는 빠르게 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로키가 던져대는 잡동사니들을 피해냈다.

‘이 자식은 초능력자야. 붙기만 하면 끝이야!’

슬기는 이런 생각을 하며, 착실하게 거리를 좁혀갔다. 처음의 전투도 방심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추하게 바닥을 뒹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주먹의 사정거리 안으로 상대가 들어온 순간, 그녀는 자비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강력한 일권을 날리며 외쳤다.

“가라!!”

초능력자들이란 기본적으로 머리를 쓰는 계열. 근거리에서는 필연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기에 이 일권은 무조건 먹힌다고 슬기는 생각했다.

하지만 슬기의 주먹이 닿으려는 순간 로키가 기이하게 빠른 속도로 스르르 옆으로 비껴섰다.

“엇?!”

마치 근접 계열의 회피기술과도 같은 그의 몸놀림에 슬기는 깜짝 놀랐다.

‘초능력자 아니었어?!’

큰 공격 뒤에는 반드시 큰 허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슬기는 급히 주먹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바로 옆에 선 로키는 이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이제 곧 저 손에서 1톤짜리 나뭇가지가 발출될 것이고, 슬기는 꼼짝없이 암기에 맞을 운명이었다. 살짝 몸을 피한 로키가 웃는 낯짝으로 나뭇가지를 찾으며 말했다.

“생긴대로 미련스럽구나.”

하지만 하필이면 주머니에 나뭇가지가 하나도 없었다. 어느새 주머니 속의 암기들을 다 소비해버린 것이었다. 절호의 기회에 도구가 없어서 공격하지 못한 로키는 매우 안타까워했고, 슬기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자세를 갖추었다.

“던질게 없나 보네?”

상대의 처지를 알아차린 슬기가 한결 여유를 찾은 얼굴로 이죽거리며 달려들었고, 로키는 다시 천마기를 이용한 빠른 몸놀림으로 슬기의 공격을 피해냈다.

상대에게 암기가 없다는 걸 아는 슬기는 더이상 좌우 스텝을 밟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맹공을 가했다. 하지만 천마기 덕분에 신속한 움직임이 가능한 로키도 호락호락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젠장, 너무 생각없이 뿌렸군!’

로키는 빈 암기 주머니를 만지작 거리며 안타까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슬기의 빠른 공격에 피하기만도 바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암기들을 주울 수도 없었다. 점점 매서워져 오는 슬기의 공격에 결국 로키는 상의에 달린 단추를 하나 급히 떼어 내어 던졌다.

갑작스런 1톤짜리 단추 공격에 깜짝 놀란 슬기는 급히 고개를 숙여 피해냈다.


투캉-


바닥에 떨어진 손톱만한 단추가 마치 무쇠덩어리가 떨어진 듯한 둔탁한 소리를 냈다.

“우와.. 이제 던질게 없어서..”

슬기의 시야에 로키가 상의의 단추들을 마구 뜯어 내는 모습이 보였다. 금세 단추가 하나도 없어진 로키의 벌어진 셔츠 사이로 매끈한 알몸이 드러나 보였다.

“이봐, 총각. 아무데서나 그렇게 옷 훌렁훌렁 벗는거 아니야.”

슬기는 로키가 하의에 달린 단추까지 떼 버리기 전에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 한결 차분한 움직임으로 슬기는 차근차근 로키를 공략해 나갔다.

로키 역시 단추를 아껴가며, 걸렸다 싶은 순간에만 던졌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단추는 번번이 빗나갔고, 로키는 차츰 초조해져갔다.

슬기의 입장에서 처음에는 초능력자 답지 않게 매우 빠른 속도의 움직임을 보이는 상대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적의 몸놀림이 광개토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쉽게 적응해 나갔다. 수십번 수백번 옆에서 지켜봤던 몸놀림이고, 종종 대련을 하며 겪어봤던 몸놀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단추가 두어 개 밖에 안 남았을 무렵, 그동안 계속 피하기만 하던 로키가 돌연 주먹을 뻗어왔다. 슬기는 그의 암기가 무서웠을 뿐 주먹은 안중에도 없었다.

“뭐야, 머리만 굴리는 총각인 줄 알았는데 힘도 쓸 줄 아네?”

가볍게 그의 주먹을 쳐내고 반격을 하려는데, 그가 첫 번째 주먹을 회수하지도 않고서 어설픈 동작으로 두 번째 주먹을 뻗어왔다.

“이래 가지고 힘 쓰겠어?”

슬기는 반격하려던 손으로 두 번째 주먹도 걷어냈다.

아니, 걷어내려고 했는데 주먹에 실린 어마어마한 무게에 슬기의 손이 도리어 튕겨 나갔다.

‘좆됐다!!!’

슬기의 머리에 그런 생각이 떠오른 순간, 엄청난 무게가 실린 로키의 공격이 두 번째로 슬기의 가슴에 제대로 적중했다.

“커억!!!!”

거친 신음소리와 함께 몇걸음이나 뒷걸음질친 슬기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오!! 씨.. 커억!!”

슬기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답답한 가슴을 움켜쥐며 앉은 자세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통했다..!”

로키는 환희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주먹을 들여다보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형편없이 밀리다 못해 패배의 직전, 천길 낭떠러지 끝에서 떠오른 생각의 전환이 그의 진화를 이끌어 냈다.

‘반드시 암기에만 걸 필요는 없잖아, 내뻗는 주먹에 중력 조작술을 걸어보자!!’

그 찰나의 생각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바야흐로 그의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꿔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암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면서도 내심 근접 전투 계열이 부러웠던 그는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다. 접근전에 대한 불리함은 천마기를 활용한 놀라운 몸놀림으로 극복하고, 공격의 순간에 중력을 적절하게 조작하여 순간 파괴력을 극대화 시킨다! 그리고 원거리를 상대할 때는 본래 하던 대로 중력 조작 암기를 사용하면 되는 거니, 그야말로 원거리 근거리를 모두 아우르는 강력한 캐릭터의 탄생이었다.


“개..개토야.. 전이 좀...”

슬기가 아픈 가슴을 부여잡으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광개토를 쳐다보았지만, 다시 말하건대, 그 산적처럼 건강하기 이를데 없는 얼굴로 하는 엄살은 광개토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게다가 한번 고통을 맞본 광개토는 두 번 속지(?) 않았다.

슬기가 시간을 끌어준 덕에 막 고통에서 벗어나 몸을 추스린 광개토는 벌떡 일어나며 크게 말했다.

“대신 제가 저놈을 깨부수고 오겠습니다.”

“아니야.. 그냥 전이만 좀 해주면 돼.”

“아닙니다. 제가 꼭 복수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니라고, 씨발...”

하지만 이미 달려나간 광개토에게 슬기의 진심 어린 욕설은 전해지지 않았다.

한편 천마는 광개토가 달려나가는 걸 그냥 지켜보았다. 슬기가 방심하다가 지고 돌아온 것에 대해 울화가 치미는 차에 제자가, 강해진 모습으로 이 분노를 달래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광개토가 달려 나오자, 로키는 마주 뛰쳐나가려는 스텐을 제지하고 자신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그는 방금 얻은 깨달음을 사용해 더 많은 전투를 치르고 싶었다.

슬기의 말도 안되는 요청(!)에서 도망치다시피 튀어나온 광개토는 곧장 로키를 향해 뛰어들었다. 로키 역시, 평소 같으면 단추를 던졌을 텐데 그러지 않고 광개토를 정면으로 맞섰다.

“이라랏!”

광개토가 매서운 기합을 내지르며 주먹을 내뻗자, 로키도 지지않고 중력을 조작한 주먹으로 응수했다.


투캉-


“으아악!!”

광개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로키의 주먹과 맞부딪혔던 주먹은 형편없이 부서졌고, 주먹이 부서짐과 동시에 그의 전의도 부서졌다.

달려들자마자 일격에 개박살나는 광개토의 어이없는 몰골에 슬기는 고구마를 한 백 개는 먹은 것처럼 목이 메어 욕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멍청한 새끼야!!”

하지만 반쯤 혼이 나간 광개토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 광개토는 얼이 빠진 채로 방금의 상황을 반복하여 복기했다.

‘주먹끼리 부딪혔는데, 저쪽은 탱크처럼 멀쩡하고, 왜 내 주먹만 경차 마냥 개박살이 난걸까?’

광개토는 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저 중력 조작하는 초능력자라는 것 정도?

‘게다가 초능력자라면서? 몸놀림이 왜이렇게 좋아?’

광개토는 자기 몸 추스르느라 슬기와 로키의 대결을 제대로 보지 않았었다.

적을 전혀 알지 못하고서 급급하게 전투에 임한 광개토의 당연하지만 처참한 패배였다. 광개토는 어이없게 어리석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로키는 자신의 주먹을 들여다보며 방금 느낀 기이한 느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 뭔가 친숙한 느낌이 있었는데’

방금 전 로키와 광개토의 주먹이 맞닿은 순간이었다. 직접적인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천마기가 깃들기 마련이다. 로키는 적과 주먹이 닿는 순간, 그의 천마기가 적을 공격하기 위해 주먹을 통해 내뻗어 나가는 걸 느꼈고, 그 순간 상대의 주먹에서도 동일한 기운이 뻗어 오는 걸 느꼈다. 둘의 기운은 주먹과 주먹이 맞닿은 틈 사이에서 충돌했고, 교류하다가, 어우러지면서 사라져 버렸다.

“설마, 너도 용군?”

용군이 아니고서야 플레이어가 천마기를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로키는 동일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광개토를 그와 같은 용군이라고 오해했고, 곧이어 강렬한 분노에 휩싸였다.

“그 능력을 낼름 받아먹고서 적편에 서다니, 이 배신자 놈아!”

분노한 로키는 주먹을 쳐들었다. 그리고 곧장 1톤의 무게를 실어 광개토의 머리에 냅다 꽂아버렸다.

아니, 꽂으려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광풍에 로키는 목적을 달성치 못하고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황급히 고개를 쳐든 로키의 시야에 배신자 놈 앞에 선 그 히든랭커 초능력자가 보였다.

“어..어떻게?”

로키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초능력자가 아니었던가? 초능력자에게 단 하나의 초능력만 허용되는 설정상 염동력을 가지고서 순간이동 능력까지 가질 순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무식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51화 19.11.27 497 5 12쪽
50 50화 19.11.27 515 5 13쪽
49 49화 19.11.26 500 5 12쪽
48 48화 19.11.26 502 5 12쪽
47 47화 19.11.26 491 4 12쪽
46 46화 19.11.25 498 4 13쪽
45 45화 19.11.25 518 5 11쪽
44 44화 19.11.25 542 4 11쪽
43 43화 19.11.24 530 5 12쪽
42 42화 19.11.24 534 5 12쪽
41 41화 19.11.24 550 5 12쪽
40 40화 19.11.23 567 5 12쪽
39 39화 19.11.23 547 6 11쪽
38 38화 19.11.23 571 6 12쪽
37 37화 19.11.22 599 8 13쪽
36 36화 19.11.22 591 8 12쪽
35 35화 19.11.22 600 8 12쪽
34 34화 19.11.21 589 8 12쪽
33 33화 19.11.21 577 8 12쪽
32 32화 19.11.21 590 7 13쪽
31 31화 19.11.20 625 6 13쪽
30 30화 19.11.20 618 9 12쪽
29 29화 19.11.20 589 7 14쪽
28 28화 19.11.19 596 8 13쪽
27 27화 19.11.19 614 7 12쪽
26 26화 19.11.19 639 9 15쪽
25 25화 19.11.18 632 6 19쪽
24 24화 19.11.18 653 8 15쪽
23 23화 19.11.18 648 8 14쪽
22 22화 +1 19.11.17 663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