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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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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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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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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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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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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50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50화




슬기의 말대로 광개토의 눈에 10살 남짓한 소녀로 보이던 실리엔이 어쩌면 11살, 12살 정도로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죠? 우리 리엔이가 늙어 가는 거 같은데?”

“이건 늙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거야.”

광개토의 지나친 걱정을 슬기가 일축했다. 슬기가 과거에 했던 실리엔의 발언을 떠올리며 말했다.

“원래라면 더 성숙한 모습으로 각성해야 하는데, 개토 너가 반푼이라서 꼬맹이 모습으로 각성했다고, 그러면서 막 화 내고 그랬었잖아. 기억 안나?”

하지만 실리엔의 고운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었던 광개토에게는 도저히 기억해 내기 싫은 잃어버린 기억이었다.

“이 아가씨 생각에는 아마 천마기가 영향을 줬지 싶어. 전에 누가 그랬잖아. 천마기의 영향을 받으면 언데드들이 강해진다고. 그래, 맞아. 틀림없어. 이건 ‘상처 전이’로 천마기가 전달 되서 그런 걸 거야.”

슬기의 논리를 듣던 광개토가 멍하니 말을 내뱉었다.

“...그럼 이제 더 이상 리엔이에게 상처를 전이시키면 안 되겠군요.”

“뭔 소리야, 키워야지!”

슬기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그와 함께 실리엔도 두 눈을 뜨며 말했다.

“주인님, 더 주세요. 더 받고 싶어요.”

그 말에 광개토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래, 우리 리엔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천마기를 전해줄게.”

그녀가 원한다면 비록 그 자신은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얼마든지 해주겠노라고 광개토는 결심했다.


모두가 무사한 걸 본 슬기가 안도하며, 망루 한쪽 구석에 걸린 천마기를 제거할 무렵 천마가 돌아왔다.

건너편의 퍼스트 공격대가 여전히 한 개의 성탑을 점령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저 멀리 보이는 전투군이 적의 본진 부대와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걸 보며 슬기는 일행에게 정시계 방향에 위치한 다음 성탑으로 넘어갈 것을 지시했다.

허공을 날아 다음 성탑에 도착한 일행은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성탑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일단 망루를 점령하고, 천마가 성탑을 정리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망루를 지키며 천마의 깃발을 제거 한다. 다만 다른 점은 일행들이 싸울 때 일부러 천마군의 공격을 조금씩 허용해주었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열심히 싸우려 했지만, 천마군이 너무 강해서 상처를 안 입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 상처들은 고스란히 실리엔의 성장에 쓰여졌다.

서너번 상처 전이를 사용했을 무렵, 실리엔은 뚜렷하게 육체적으로 성장한 면모를 보였다. 애초에 10세에 불과해 보였던 실리엔은 이제 누가 봐도 여성의 2차 성징이 뚜렷하게 발현되어 가는 13, 14세 정도의 모습으로 변모했고, 광개토는 그런 실리엔의 모습에 점점 부담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그런 광개토의 모습을 보다 못한 슬기가 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이젠 그저 여동생처럼만 보이지 않아서...좀 그렇습니다.”

광개토의 대답을 듣던 슬기의 눈에 ‘뭐 이런 병신이 다 있지?’ 하는 어이없어하는 눈빛이 담겼다.


유년에서 청소년으로 변한 실리엔은 그만큼 능력 면에서도 상당히 강해졌다. 천마군이 빠르게 휘두르는 도리깨를 살짝 피한 실리엔은 한창 지나가고 있는 도리깨를 도리어 슬쩍 밀어서 천마군의 균형을 잃게 만들었고, 이어서 주먹, 팔꿈치, 무릎을 이용한 강력한 연타 공격으로 천마군을 전투불능에 빠뜨렸다.

그리고 그 공방을 틈 타 멀리 떨어진 다른 천마군이 단검을 던져오자 날아오는 단검을 그저 손바닥만 뻗어서는 허공에 묶어버렸다. 상급 뱀파이어 특유의 능력인 염동력이었다. 허공에 멈춘 단검은 마치 던지기라도 한 듯 빠른 속도로 도로 날아갔다. 그 바람에 단검을 던졌던 천마군은 허겁지겁 몸을 피해야만 했다.

실리엔은 명실공히 상급 뱀파이어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천마는 그런 실리엔의 활약에 더욱 안심을 하며 성탑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정리해나갔다.


천마 일행이 총 여덟 개의 성탑 중, 암묵적으로 그들에게 할당된 네 개의 성탑을 모두 정리했을 무렵, 퍼스트 클래스는 한창 두 개 째의 성탑을 정리 중에 있었다.

동쪽 성탑 망루에 서 있던 퍼스트클래스의 공대장, 에릭이 북쪽 성탑 망루에 모여 있는 천마 일행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대충대충 하지 말고, 확실하게 하시오!!”

에릭은 천마일행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성탑들을 대충대충 점령하고 넘어 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기네 공격대가 이제 두 개째를 공략하고 있는데, 벌써 네 개를 다 돌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슬기는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자신들의 할당량을 완수하고, 이제 저 흑인 노인네를 도와서 남은 성탑들도 마저 점령하려고 했는데, 감히 저 노인네가 그녀 일행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고서 오히려 질책을 하지 않느냔 말이다.

“지랄한다.”

슬기는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고는 천마에게 부탁했다.

“아저씨, 여긴 볼일 끝났으니 이제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알았다.”

천마는 잠자코 슬기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일제히 허공으로 떠오른 천마 일행은 내성 쪽을 향해 날아갔다. 에릭이 보기에는 그런 천마일행의 모습이, 마치 자신들의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도망치는 협잡꾼 같아 보였다.


*


내성의 복도에 서서 뻥 뚫린 창문으로 외성의 성탑들이 공략당하는 걸 보고 있던 로키 주변으로 일행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대장, 결국 우리가 점령했던 동쪽 성탑이 다시 적 손에 넘어갔어요.”

레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두려움이 함께 묻어 나왔다.

“괴마님이 우리를 안 부르셨더라면 지금쯤 우리는 꼼짝없이 목숨을 잃었었겠지?”

디에스가 한창 비명이 들려오는 동쪽 성탑을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듯이 말했다. 괴마는 그들을 부르고, 동쪽 성탑의 수비를 천마군에게 맡겼었다.

“그래도 결국엔 시간문제 일 뿐, 우리는 이제 죽은 목숨이에요. 여기도 안전한 곳은 아니라고요!”

쟈넷이 한심하단 눈길로 디에스를 째려보며 쏘아붙였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로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여기서 시온하면서 한 번도 안 죽어본 사람 있나?”

그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 없는 일행을 보며 그가 말했다.

“이건 게임일 뿐이야, 마치 한번 죽으면 끝인 것처럼 굴지들 말라고. 죽더라도 부활하면 그 뿐. 최후에 웃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한 거 아니겠나?”

그의 말은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모두들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게임이고, 즐거우면 그뿐이다. 선택을 했든, 하지 않았든 이제 그들은 천마군의 용군이고, 즐겁고 재미있게 그 역할을 수행하면 그뿐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로키가 마저 말을 맺으려는 순간,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10여미터 떨어진 곳의 외벽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뚫린 곳을 통해 매캐한 흙먼지와 함께 네 인영이 들어왔다.


천마의 뒤를 이어 내성의 복도로 들어온 슬기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선 다섯 명의 천마군을 보았다.

네 개의 성탑을 점령하는 동안에 했던 대로 익숙한 형태로 천마는 팔짱을 끼며 한걸음 물러섰고, 슬기와 광개토, 그리고 실리엔이 전면으로 나섰다.

하지만 주먹을 꼭 쥐고 천마군의 공세를 기다리던 슬기는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라, 얘네가 무슨 오류라도 생겼나? 왜 안 덤비지?”

광개토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혹시 정해진 루트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버그 걸리고 그런 건 아니겠지 말입니다?”

뒤에 선 천마가 말했다.

“저들은 요괴다.”

천마의 말에 슬기는 깜짝 놀랐다.

“뭐, 사람이라고?”

“요.괴.라.고.”

천마가 다시 한자한자 또박또박 말하자, 슬기도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사.람.이.라.는.거.지?”

천마 일행의 반응을 지켜보던 로키가 말했다.

“우리는 천마군의 용군이다.”

무슨 말인지 몰라하는 슬기를 보고서 광개토가 재빨리 설명했다.

“천마군 편에 선 플레이어들입니다.”

“그게 가능해?”그저 현실은 잠을 자는 곳에 불과할 뿐이라 모든 것에 깜깜무소식인 슬기가 처음 듣는 얘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봤자 동그랗기는 커녕 겨우 길쭉한 호박씨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우리는 적인 거네? 그럼 싸워야지.”

슬기가 그렇게 단정을 지으며 슬금슬금 다가가자, 마지못한 광개토가 그 뒤를 따라가고 실리엔도 따라 움직였다.

로키 일행에서는 사제인 쟈넷과, 마법사 디에스가 뒤로 물러서고, 초능력자 로키와 도적 레인, 그리고 검사 스텐이 앞으로 나섰다. 특히 스텐은 전투할 기회를 마다하는 자가 아니었다.

먼저 스텐이 품에 장검을 안은 모양새를 하고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의 목표는 여자를 무려 두 명이나 끼고 있는 키 크고 잘생긴 광개토였다. 광개토의 시신을 붙들고 오열할 두 여자를 생각하니 스텐은 흥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맹렬히 그를 향해 다가오는 스텐의 모습에 광개토는 앞으로 나서려는 실리엔을 가만히 손을 들어 저지하고서 역시나 앞으로 튀어 나갔다. 광개토의 입장에서 천마군은 무섭지만, 플레이어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단기간에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한데다가 파천기의 도움으로 훨씬 고레벨인 슬기와도 상대할 만 하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둘은 순식간에 서로의 거리로 들어갔다. 생각 이상으로 빠른 상대의 몸놀림에 서로 놀라는 것도 잠깐, 광개토의 주먹이 먼저 스텐을 향해 날아갔다. 갑자기 줄어든 거리 탓에 검을 뽑을 공간을 잃어버린 스텐은 할 수 없이 검집을 들어 광개토의 주먹을 막았고, 그렇게 몇 차례 방어에 치중하다보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자, 잠깐. 무기는 뽑게 해줘야지.”

스텐의 말에 광개토는 잠시 주먹을 내렸다. 확실히 일방적인 공격은 치고 박는 재미가 없었다.

두 걸음 가량 물러나주는 광개토의 배려에 발도 공격을 할 생각이었던 스텐은 그 계획을 포기하고 검을 뽑았다.

한손에는 2미터에 이르는 긴 장검, 다른 손에는 역시나 그만한 길이의 검집을 들고 자세를 잡은 스텐이 검을 까딱이며 들어오라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이미 한풀 꺾인 광개토의 기세는 다시 살아나기 어려웠다. 엄청난 사정거리를 가진 스텐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세는 한걸음 다가가는 것도 너무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검을 뽑기 전과 뽑은 후의 스텐은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스텐의 날카로운 공세에 잔 공격을 몇 차례 허용한 광개토는 좀 전의 결정을 후회했다.

‘검을 못 뽑게 만들었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후회라는 건 원래 이미 늦은 것이다.


슬기는 광개토와 스텐의 격돌을 곁눈질로 보면서도 그녀가 마주한 상대, 로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별다른 장비가 없는 걸로 보아 그녀처럼 권사인 것 같기도 했지만, 손에 낀 반지가 아무래도 권사들이 즐겨끼는 징이 박힌 링이거나 해머링이 아닌걸로 봐서 초능력자일 가능성도 높았다.

로키가 갑자기 조그마한 나무 조각을 하나 던져왔다. 그냥 나뭇가지를 꺾은 듯한 볼품없는 모양새였지만 슬기는 왠지 껄끄러운 느낌이 들어, 막아내기보다는 한걸음 옆으로 물러서며 나뭇가지를 피했다.

슬기를 지나친 나뭇가지는 그대로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로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라 소리로 밖에 듣지 못했지만, 들리는 소리로 짐작하는 바, 그냥 나뭇가지인 듯해 슬기는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이어서 로키가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또 다시 슬기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로키가 이번에 한 웅큼 집어 던진 것은 나뭇가지, 나뭇잎 같은 잡동사니들이었지만 개수가 많고 넓게 퍼져서 슬기는 완벽하게 피하지 못하고 몇 개인가를 맞고 말았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은 그 공격에 슬기는 더욱 기분이 나빴다.

“뭐하세요, 지금?”

슬기는 이런 장난질이나 일삼는 상대에게 단호한 가르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에 성큼성큼 걸어갔다.

로키가 다시 주머니에서 나뭇가지를 꺼내 던지자, 슬기는 단조롭게 날아오는 나뭇가지의 궤적을 확인하고서 손으로 쳐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슬기는 나뭇가지에 실린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느꼈고, 나뭇가지는 그녀의 가냘픈 손짓을 무시하고서 그대로 그녀의 가슴에 박혀 들어 와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나뭇가지가 가슴에 부딪히는 순간 슬기는 마치 달리는 오토바이에 무방비로 치인 듯한 느낌을 받으며 뒤로 튕겨나듯 넘어지고 말았다.

“.허..!!!”

터질 듯한 고통과 함께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그 고통어린 압박감에 슬기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자, 로키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1톤짜리 나뭇가지다.”

로키는 상대의 심리를 이용한 중력 공격이 보기 좋게 성공하자 기분이 괜찮았다.


하지만 천마는 기분이 안 괜찮았다. 그것도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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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19.11.26 501 5 12쪽
47 47화 19.11.26 49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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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19.11.25 516 5 11쪽
44 44화 19.11.25 540 4 11쪽
43 43화 19.11.24 527 5 12쪽
42 42화 19.11.24 532 5 12쪽
41 41화 19.11.24 548 5 12쪽
40 40화 19.11.23 565 5 12쪽
39 39화 19.11.23 546 6 11쪽
38 38화 19.11.23 56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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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19.11.22 590 8 12쪽
35 35화 19.11.22 598 8 12쪽
34 34화 19.11.21 588 8 12쪽
33 33화 19.11.21 575 8 12쪽
32 32화 19.11.21 588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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