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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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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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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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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20화




-시온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네.”

병태의 말에 눈 앞의 문구가 스르르 바뀌었다.

-접속 장소를 선택하십시오.-

1. 로그 아웃 장소

2. 파티장 (해당 장소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 이동 했나 보네? 두 분은 벌써 접속했나보다.’

병태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두 번째 항목을 선택했다.

-10초 후 정하신 접속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10초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두 분은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병태는 두근대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광개토로 변해갔다.


*


-파티원 ‘광개토’가 파티장에게로 접속을 시도합니다. 10초, 9초...-

“어머, 개토가 들어온다는데?”

갑자기 뜬 시스템 메시지를 본 슬기가 앞에 있는 천마에게 말했다. 마침 천마는 산적 두목의 멱살을 붙잡고서 명줄을 끊으려던 참이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게냐?”

“두목만 남았지? 빨리 죽여!”

슬기는 딱히 산적 두목의 선업 점수를 광개토와 나눠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터라 신속하게 명령했고 그와 동시에 두목의 머리가 뒤로 튕겨 날아갔다.

“형님, 저는 두목이 아..!”

두목이 다급하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지간히도 슬기를 괴롭히던 산적 두목이었는데, 역시나 천마의 손 안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이로써 100여 호에 이르는 산채의 모든 산적들이 모두 죽었다. 겉보기엔 번듯한 마을처럼 보이기도 한 산채였지만, 여관주인으로 보이는 자까지 선업점수를 주는, 모든 마을 주민이 산적인 마을이었다.

“휴, 다 끝났네.”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은 슬기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천마의 시선에 변명을 했다.

“개토가 들어온다는데, 안전한 상황을 만들어 놔야 할 것 아냐. 산적 두목처럼 강력한 적을 두고서 오게 할 수는 없는 거라구.”

천마에게 멱살을 잡힌 산적 두목이 얼마나 위협적이었겠냐만 슬기는 충분히 뻔뻔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슬기 옆에 노란 빛 무리가 어리더니 곧 광개토가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오늘도 날씨가 좋습니다.”

개토는 나타나자마자 반갑게 웃으며 천마와 슬기에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천마의 손에 들린 목 없는 주검을 보았고, 여기저기 세워진 허름한 목조건물들과 아무 인기척 없는 거리를 보았다. 비록 조잡한 형태였지만, 언뜻봐도 꽤 규모 있는 마을 같았다.

“여긴 어딥니까?”

“조그마한 산채야. 산적들의 마을이지.”

슬기의 대답에 광개토의 입에서 작게 탄성이 나왔다.

“아, 그렇습니까..산채라고 해서 작을까 했는데, 여긴 꽤 크군요. 근데, 왜 사람들이 없습니까?”

“산적들 마을이라니까.”

“아, 다 토벌한 겁니까?”

광개토의 목소리에 살짝 아쉬움이 섞여 나왔다. 자기만 빼놓고 이렇게 큰 산채를 토벌하며 선업점수 작업을 하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한 원망이었다.

그 낌새를 알아챈 슬기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하지만 광개토의 눈에는 매우 험악해 보였다) 광개토를 위로한답시고 능청을 떨었다.

“개토야, 이 누님이 해보니까 말야. 산적들이 주는 점수가 너무 쥐꼬리만 하네. 산적만 토벌해가지고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거 같아.”

“그럼요?”

“산적 한 마리 잡아봐야 선업 점수가 2, 3점 밖에 안 오르는데, 너 마이너스 600점이라며? 그럼 산적을 대체 몇 놈이야 잡아야 하는 거니?”

슬며시 손가락을 꼽으며 세던 슬기가 두 눈을 번쩍 뜨며 자신의 질문에 자신이 대답했다.

“200명 넘게 잡아야 돼!”

“그게 많은 겁니까?”

광개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이 근방은 산이 많아서 산적들이 그 정도는 있지 싶었다. 설마 슬기와 천마가 이미 그 이상의 산적들을 죽여 버리는 바람에 인근의 산적 씨가 말라 버렸을 줄은 상상도 못한 그였다.

슬기는 능청을 떨었다.

“당연하지! 산적들이 이산이고, 저산이고, 산마다 있는 게 아니란 말야.”

지금은 그랬다. 아까는 아니었지만.

“그럼 전 도시로 못 들어가는 겁니까?”

광개토는 슬슬 애가 타기 시작했다. 빨리 마을로 들어가서 제대로 된 계열을 판정받고, 정상적인 게임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그 길이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산적이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어.”

그러면서 슬기가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악명이 높은 범죄자를 잡거나, 강력한 던전, 또는 레이드 보스를 사냥하면 선업 점수가 올라가지.”

방법을 들은 광개토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갑시다!”

“흐흐, 그런 것들은 플레이어 두세 명이 가서 해낼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야.”

슬기가 비웃자, 광개토가 천마를 바라보았다.

“사부님이 함께 하시는데 우리가 그저 두세 명입니까?”

그 말에 슬기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섬광이 지나갔다.

눈앞에 있는 저 검은 머리카락의 괴물로 말할 거 같으면 무려 100명의 플레이어들의 합공에도 아랑곳 않고 무참히도 개발라 버린 괴물 중의 괴물이다.

‘아, 나는 왜 이 무식하고 강력하기 짝이 없는 괴물을 산적 사냥하는 데만 쓰고 있었던 걸까?’

“아저씨, 우리 괴물 잡으러 가자!”

슬기의 말에 가만히 서 있던 천마의 얼굴이 그녀를 향했다.

“요괴 여섯 마리가 오고 있다.”

그의 생뚱맞은 말에 슬기와 광개토의 고개가 마을 바깥쪽으로 돌아갔다.


*


243렙의 전사 ‘굿프리먼’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그를 포함한 총 6명의 소규모 파티가 나란히 산길을 오르는 중이었다. 하늘은 푸르르고 녹음은 우거지고, 공기는 맑고, 마음은 평화롭다. 느릿느릿 동쪽으로 넘어가는 황금빛 햇살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참으로 사기치기 좋은 날씨였다.

“날씨가 참 좋죠?”

나름 정중하게 건넨 한마디에 그의 뒤에서 걷고 있던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 성기사가 웃음기 없는 눈빛으로 무미건조하게 그를 쳐다봤다. 어디서 개가 짖냐는 그 반응에 그는 마른 헛기침을 한차례 했다.

“허흠~”

“열심히 좀 갑시다~이러다 댁이 말한 마을까지 도착이나 하겠소?”

헛기침을 하느라 살짝 느려진 발걸음에 성기사의 대꾸 대신, 뒤에서 핀잔이 들려왔다. 투박한 장총을 든 총사의 걸걸한 목소리였다.

“지가 빨리 가자고 독촉해놓고, 왜 자꾸 걸음을 늦추는 거야?”

총사가 자기 뒤에선 초능력자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걸걸한 목소리가 소리를 줄였음에도 굿프리먼의 귓가에 똑똑히 박혀왔다.

살짝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파티의 가장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오랜 동역자인 정령술사와 사제가 있었다. 마침 그 둘도 굿프리먼을 보는 중이었다. 그들의 시선에서 조금만 더 참으라는 격려가 느껴졌다.

그래, 조금만 참자. 오늘 밤만 지나면, 이 년이고, 저 놈이고 모두 비참한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한번만 살려달라고 손발이 다 닳도록 빌고 빌 이들을 생각하자 그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아하하, 미안합니다. 얼른 갑시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빨리 하여 커다란 바위 옆 모퉁이 길로 향했다.

이 바위만 지나면 곧 마을이 등장한다. 장엄한 풍광을 자랑하는 산자락에 위치한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작은 규모의 마을이다.

새롭게 발견된 던전을 탐사하자는 꾐에 굿프리먼을 따라온 성기사, 총사, 초능력자 동료들은 이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러 오후 늦게서야 마을을 출발했다.

만족스러운 저녁시사를 하고, 솜털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저절로 이 산속 마을의 여관을 부활지점으로 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그 직후 이들은 죽임을 당할 것이다.

사실 이 마을은 마을인 척 위장한 산적들의 산채였다. 성기사와 총사, 초능력자 이 세 명은 죽을 때마다 부활지점으로 정해진 이곳에서 부활하게 되어 또 죽임을 당할 것이고, 결국 아이템을 다 털리거나, 굿프리먼 일행에게 거금의 보석금(?)을 건넨 후에야 풀려나게 될 것이다. 아니면 게임을 접거나.

이는 숙박장소를 부활지점으로 자동 지정하는 시온 시스템을 악용한 범죄였지만, 어차피 시온은 최소한의 법과 규칙만 지키면 그 외에는 꽤나 자유롭고,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이른바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 중에서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입장인 것이다.


이윽고 모퉁이를 돌자 눈에 익은 마을이 등장했다. 이제 곧 익숙한 얼굴들을 만나고, 술 한 잔 할 생각에 굿프리먼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눈에 익숙한 마을의 풍경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한창 사람들이 돌아다닐 오후 시간인데도 골목골목 사이로 단 한명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평소와 다른 그 풍경에 머릿속 한켠에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야, 멋지다!! 참 멋진 곳에 자리한 마을이로구나!”

뒤에서 총사의 걸걸한 탄성이 들려왔고, 굿프리먼의 느려진 발걸음에 총사가 다시 재촉해왔다.

“전사님, 안가고 뭐하쇼? 얼른 갑시다. 마을이 코앞인데, 갑자기 돌아가고 싶어진 건 아니시겠지?”

뒤이어 진짜 일행이라 할 수 있는 정령사와 사제의 나지막한 탄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도 마을의 변고를 눈치 챈 듯했다.

“잠깐만요. 뭔가 이상해서...”

굿프리먼은 일행들에게 말을 하려다가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세 남녀를 발견했다. 새까만 복장을 한 중키의 마른 남자와, 멀리서도 왠지 못생겨 보이는 여자 하나, 그리고 큰 키에 비율 좋은 남자였다.

조급해진 마음을 숨기며 그는 마을 입구의 세 사람을 불렀다.

“이보세요! 거기 세 분!”


그 목소리를 들은 광개토가 나머지 두 분을 쳐다봤다.

“저 사람이 우리를 부르는데요?”

슬기가 다가오는 여섯 명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천마는 다가오는 여섯 명의 장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흐음, 가져보고 싶은 게 몇 개 있구나.”

천마는 자기가 쓸 것도 아니면서 아직도 남의 것을 탐냈다.

“아저씨, 아저씨 물건들 그거 내가 들고 다니느라 아주 어깨가 빠질거 같거든? 쓰지도 않을 거면서 왜 자꾸 탐을 내는 거야?”

슬기의 말에 천마는 가만히 있다가 불현 듯 말을 내뱉었다.

“부익부 빈익빈.”

“응?”

“양극화”

“뭐라는 거야?”

“원래 가진 자가 더 가지고 싶어 하는 법이다.”

“아, 그러니까 나는 못된 놈이라 더 못되지고 싶다! 그런 소린거야, 아저씨?”

슬기의 말에 천마가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선언하듯 말했다.

“본좌는 사마의 지존이니라.”

천마와 슬기의 대화에 광개토도 관심을 가졌다.

“사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멀뚱히 요괴 일행들을 응시하고 있는 천마 대신에 슬기가 대답했다.

“나는 못된 놈 중에 못된 놈이니, 이제부터 삥을 뜯을 것이고, 행여나 말릴 생각하지 마라. 이런 뜻 아닐까?”

하지만 슬기와 광개토의 우려와 달리 천마는 움직이지 않았고, 요괴무리와 천마 무리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만큼 가까이 섰다.


“이보시오들, 혹시 저 마을에서 나오는 길이시오?”

굿프리먼이 마을을 가리키며 묻자, 슬기가 대꾸했다.

“묻기 전에 자신부터 소개하셔야죠.”

슬기의 얼굴을 본 굿프리먼이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뭐냐, 저 겉면이 갈라진 미트파이처럼 생긴 여자는?’

몸매는 그럭저럭 상위권이라 쳐 줄 수도 있겠지만, 얼굴이 너무 헬 등급이라 둘이 나란히 같은 방향을 쳐다보거나, 뒤통수만 보고 얘기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수많은 비호감으로 생긴 괴물들과 정면에서 맞장 떴던 경험을 되살려 굿프리먼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전사 ‘굿프리먼’이라고 합니다. 일행들과 여행 중에 하루 묵을 참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굿프리먼은 일행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하나하나 소개해 나갔다.

“이분은 성기사이신 제이제이님이시고, 옆에 총사님은 투페어라는 분이십니다.”

나머지 일행들은 굿프리먼이 소개를 시작하자 잠자코 서 있었다. 소개가 계속 이어졌다.

“그 옆에 계신 분은 초능력자이신 피니키님이시고, 정령사 정도령님과 사제 양인님이십니다.”

굿프리먼의 일행 소개가 끝이 났다.

상대 파티원들이 빤히 쳐다보자, 슬기도 소개를 했다.

“저는 권사 슬기예요. 그리고 여기는 계열이...아직 없는 광개토님이고, 이 아저씨는...음...”

계열도 모르고, 그렇다고 이름을 천마라고 소개하기도 애매해 슬기가 망설이자, 천마가 슬쩍 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너희는 아직 본좌의 이름을 들을 준비가 안 되었다.”

‘뭐라는 거야, 씨발?’

슬기의 머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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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19.11.21 590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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