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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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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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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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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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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1화






천마에게 멱살잡힌 채로 강제로 삶의 터전이 심해에서 연해로 바뀌어버린 괴물 상어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이 세상에 그녀가 두려워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것들은 그녀보다 작았고, 약했고, 게다가 맛있기까지 했다.

다만, 심해에서만 생활을 하다보니 한낮의 찌르는 듯한 태양 광선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럴 때면 그녀는 여기저기 곳곳에 있는 섬들과 그 아래 해저 동굴을 피난처로 삼아 속히 밤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심해에서 진화되어 온 생명체답게 시각은 간신히 태양빛을 느낄 정도로 퇴화되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가공할 청각과 후각을 지녔기에 가만히 바닷속을 유영하며 주변 수킬로미터 내의 모든 생명체와 그 외 움직이는 것들을 감지해 냈다.

그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한입 식사거리거나 잠깐 즐길법한 유흥거리 들이었다.


오늘도 평소처럼 한낮의 태양빛을 피해 섬 아래 해저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던 괴물 상어는 기다리던 밤이 찾아오자 즐거운 마음으로 동굴을 떠나 수면 근처로 올라왔다.

그녀의 퇴화된 시각은 별빛이나 달빛 정도는 감지조차 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밤은 그녀에게 심해의 어둠과도 같은 편안함을 선사하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가만히 청각과 후각을 개방했다.

처음 그녀가 연해의 냄새를 맡았을 때는 온갖 맛있는 것들의 냄새만 느껴졌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후각에 처음 맡는 냄새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나무로 만들어진 배와 인간의 냄새였다.

이미 근방에 그녀의 적수가 없음을 알고 있었던 괴물 상어는 겁 없이 새로운 냄새에 달려들었었다.

그렇게 맛을 알게 된 인간고기는 그다지 맛이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대신 나무로 이루어진 배를 부수는 재미가 각별했고, 특히 그녀가 등장만 했다하면 비명을 내지르는 인간들의 반응이 재밌어서 그녀는 한때 열심히 배를 부수고 다니곤 했었다.

그리고, 어느 땐가부터 그녀가 나타나면 배들이 뭔가를 그녀에게 바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무통에 든 육고기들이었는데, 평생 육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던 괴물 상어에게 그 맛은 대단한 별미였다.

‘오늘도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겠지?’

괴물 상어는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포착한 유희 상대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배 주변을 몇 차례 돌아주고 나면 듣기 좋은 인간의 비명소리도 간간히 들려오고 곧 맛있는 육고기 맛도 볼 수 있을 터였다.

역시나, 이번 배에서도 수십 개의 육고기 나무통들이 바다로 풍덩풍덩 던져지기 시작했다.

‘오냐, 오냐.’

인간들의 공물을 기꺼이 받아주겠다는 고등한 사고를 하는 것부터가 이 괴물 상어가 일반 상어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등한 사고를 하는 것이나 거의 범선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몸집을 가진 것이나, 그녀는 뱃사람들로부터 가히 ‘해신’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존재였다.


그런 그녀의 예민한 감각에 갑자기 뭔가 익숙하면서도 결코 반갑지 않은 존재의 냄새가 느껴졌다.

‘헉! 안 돼!!’

그녀를 저 깊은 심해에서 끌어올린 존재의 냄새, 그녀의 아구창을 날려 가장 중요한 송곳니를 날름 가져간 그 존재의 냄새였다.

그녀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지금도 가끔 그 존재를 생각하며 공포로 부르르 떨 때가 있었다. 그랬는데, 그 존재의 냄새가 이렇게 가까이 느껴질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원래 그녀의 감각능력이라면 몇 킬로미터 밖에서도 느꼈을 것이었지만, 한창 배를 와그작와그작 부수는 재미와 육고기의 향긋한 향에 한껏 취했던 터라 이토록 가까이 접근하기까지 깜빡 놓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천마 본인이 이 자리에 있지 않고, 그와 오랜 생활을 함께 했던 슬기와 광개토에게 그의 체취가 다소 남아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었기에 그녀가 미처 감지 못한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그 냄새를 맡았을 때 바로 달아났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잠시 얼어붙어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그녀의 몸 위로 세 개의 물체가 떨어졌다.

‘그들이야!!’

과거 천마에게 아구창을 한 대 세게 얻어맞고, 강제로 천마 일행의 수련 장소로 등판을 빌려준 적 있었던 괴물 상어는 다시금 등판에서 느껴지는 꼭 같은 그 감촉이 그렇게 섬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등판 위의 사람들을 떨쳐 내 버렸다간 또다시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등판 위에서 전해오는 한층 짙게 풍겨지는 천마의 체취에 괴물 상어는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도 못했다.


“누님, 이게 정말 잘하는 일이지 말입니다?”

“좀 전에 못 봤어? 이거 속도면 며칠도 안 걸릴걸?”

슬기는 배보다 빠른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게 바로 그것이었다.

지난 일주일간의 선상생활을 하며 슬기가 했던 가장 큰 후회 중 하나는 가문에 손을 벌려 에이션트 패쓰의 대금을 준비 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지금쯤 아저씨를 만났을지도 몰라.’

슬기는 별 근거도 없이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쯤 이미 부활한 천마는 사우스랜드를 헤집으며 천마군을 학살하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돌아다니며 그녀를 찾고 있을거라고.

그녀는 절대적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그를 만나게 된다면...초강력 슈퍼 울트라급 따귀를 쳐올려 붙일 것이다. 목도 온전히 못 가누게 패버리고 말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이미 30대인 그녀가 마치 10대 소녀와 같은 그런 낭만(?)적인 꿈을 꾸는 데는 사실 나름의 근거가 있긴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천마는 특별했고, 특히나 그녀를 대하는 모습들이 더욱 특별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수십 번이고 죽었을 행동들이 그녀만은 용인되었었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녀만이 그에게 함부로 할 수 있었었다.

‘우린 분명히 뭔가 있어.’

슬기가 그걸 느낀 것은 천마와 헤어지고 그와의 과거를 돌아보면서부터였다. 그가 그녀를 대하던 그 모든 행동들과 장면들은 지금 돌이켜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그래서 그녀는 빨리 가야만 했다.

“우린 빨리 가야 해.”

그렇게 슬기가 괴물 상어 위로 뛰어 내리자, 광개토와 실리엔도 할 수 없이 그녀 뒤를 따라 괴물 상어의 등판 위로 뛰어 내렸다.

“이제 어쩌지 말입니다?”

막상 상어의 등판 위에 올라타긴 했는데 그 뒤가 문제였다.

“이걸 어떻게 조종합니까? 말도 아니고.”

광개토는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인 슬기의 뒤통수를 보며 나직이 혀를 찼다. 천마가 사라진지 벌써 3주 이상 지났는데도 슬기는 종종 천마가 일행에 함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처럼 뒤 없는 판단을 내리곤 했었다.

그동안은 그럴 때마다 다행히도 능력이 일취월장한 광개토가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했었지만, 지금 그들이 올라타고 있는 괴물 상어는 광개토로서도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 괴물 상어는 광개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천마기의 냄새 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는 바가 컸다.

비록 천마의 기운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원래 천마도 기운을 갈무리하고 다닌 터라 겉으로 드러나는 천마기의 총량은 천마와 광개토가 그렇게 다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냄새도 비슷했다.

또한 천마가 착용하던 망토를 슬기가 둘러매고 있는 것도 괴물 상어의 판단에 크게 작용했다.

슬기가 손가락으로 남동쪽을 가리켰다. 배가 가고 있던 진행 방향 쪽이었다.

“저쪽으로 가자.”

마치 친구에게 같이 쇼핑하러 가자는 투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광개토는 어이가 없었다.

‘사부님만 제정신이 아닌 줄 알았는데, 누님도 그쪽이었어요?’

역시나 괴물 상어는 꼼짝도 하지 않고, 수면 위에 떠 있기만 했다.


그쯤 해서 배 위에서도 상어의 등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저, 저, 저걸 봐! 해신님 몸 위에 누가 있어!”

“어어? 해신님을 타고 다니다니!! 용왕신님이신가?!”

슬기 일행을 바라보는 뱃사람들은 슬기 일행이 원래 자기네 승객일 줄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만 공포의 존재인 해신 위에 사람 같은 것이 타고 있으니 그 역시 해신과 같은 괴물급 존재가 아닐까 하고 추측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유저들은 빠르게 슬기 일행의 정체를 파악했다.

“저들은 매일 앉은뱅이 흉내 내던 그 자들이잖아!”

“맞아, 그들이야. 되도 않은 흉내 짓거리나 할 때부터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미쳤군!!”

“저 괴물이 이제 몸만 한번 뒤집어도 저들은 꼼짝없이 상어밥이 될 거야!”

유저들은 모두 슬기 일행에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저쪽으로 가자고!”

슬기가 다시 한 번 악다구니를 쓰며 명령을 내렸지만, 괴물 상어는 여전히 꼼짝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한 바퀴 몸만 뒤집어도 슬기 일행으로서는 꼼짝없이 큰 낭패를 당할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누님, 이 괴물이 사람 말을 알아듣겠습니까? 이게 게임도 아니고!”

광개토가 소리치며 슬기의 등을 붙잡으려는 순간, 그녀가 무한의 배낭에서 거의 사람 몸집만한 거대한 이빨을 꺼냈다. 그리고 슬기는 그 거대한 이빨을 들고 휙 공중으로 몸을 띄운다 싶더니 그대로 괴물 상어의 등판에 꽂아 버렸다.

송곳니는 단번에 절반 가까이 괴물 상어의 살갗을 파고들었고, 그 즉시 괴물 상어는 우우우우, 하는 낮고 긴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저쪽으로 가자고!!”

그리고 슬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괴물 상어의 몸이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믿지 못할 광경에 광개토가 입을 쩍 벌리자, 그 모습을 돌아보며 슬기가 웃었다.

“게임이잖아.”


괴물상어는 그간 슬기 일행이 타고 있던 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전진해 나갔다. 처음에는 살짝 살짝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지만, 슬기 일행은 금세 괴물 상어의 조종법을 깨달았다.

약간 좌측으로 기울었다 싶으면, 광개토가 괴물 상어의 오른쪽 귀로 추정되는 부분을 강하게 주먹으로 내리쳤다(혹시나 얕보일까 전력을 다했다).

상어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때까지 몇 차례 때려주자 상어는 곧 이 친근하고 자상한 바디 랭귀지를 이해하고 말았다.


항해는 해가 뜨고도 계속 되었다.


괴물 상어는 태양빛이 무척이나 싫었지만, 자기 등판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들은 싫은 정도가 아니라 무서웠다.

지금은 약하게 툭툭 건드리는 정도지만, 언제 이빨이 뽑혀나갈 만큼 강력한 일격을 날려올 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튼튼하고 질기기 그지없는 그녀의 등짝을 파고든 날카로운 물체도 꽤나 위협적이었다. 어릴 때 형제자매들과 장난치다가 깨물렸을 때 말고는 일찍이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어서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그녀의 등판을 파고든 물체가 그녀의 이빨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싫은 것과 무서운 것 중에서 그나마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다른 것을 피할 수 있다면, 괴물상어의 선택은 싫은 것이었다.

태양광선은 그저 싫었지만, 등짝에 타고 있는 것들로부터 전해져오는 냄새는 그야말로 무서운 것이었다.

괴물 상어는 태양광선의 날카로운 공격을 참을지언정, 그녀의 이빨을 뽑아간 괴물의 손아귀로부터 목숨을 건지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그녀는 해를 피하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고서(어차피 방향은 위에서 알려주니까) 슬기 일행이 가리키는 곳으로 그저 전력을 다해 헤엄치고 또 헤엄쳤다.


이틀 뒤 새벽, 사우스랜드의 동해안 북부에 위치한 거대한 항구 도시 ‘에도라’에 때 아닌 재난이 닥쳤다.

엄청난 크기의 괴물 상어가 나타나서는 항구 인근 해역에서 항해하던 배들을 마구잡이로 박살내며 돌진하더니 끝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대형 범선도 두 척이나 침몰시켜버리고서야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 와중에 상어의 등에 올라타고 있던 슬기 일행이 부둣가로 내동댕이쳐지다 시피하며 상륙했지만, 그 모든 일이 새벽에 일어난 터라 그 모습을 주의 깊게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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