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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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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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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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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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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61화





앞장서서 걷던 천마의 발걸음이 무덤 내부를 빠져 나옴과 동시에 우뚝 멈춰 버리자, 그 바람에 뒤따라오던 슬기의 이마가 가볍게 천마의 등에 부딪혔다.

투웅-

천마의 몸에서 절로 일어난 반발력에 슬기는 뒤로 휘청거리다가 광개토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어맛! 아저씨 왜 갑자기 멈추고 지랄이야?”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다가 추돌사고를 일으킨 자신의 잘못은 생각도 하지 않고서 슬기가 따지고 들었지만, 천마는 슬기의 욕설을 한 귀로 흘리며 전방을 향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것들 봐라. 웬 잡스러운 것들이 사방에 그득 하구나.”

슬기와 광개토가 퍼뜩 바깥을 살펴보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이리저리 갈팡질팡하고 있는 강시들만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마가 결코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둘은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며 전방을 찬찬히 살폈다.

하지만 둘의 시선에 보이는 것이라곤 오합지졸처럼 헤매는 강시들이 전부였다.

천마의 날카로운 두 눈이 ‘숨겨진 그림자의 스카프’의 은신 2단계로 몸을 숨긴 작전팀 현장 요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으며 지나갔다.

가만히 작전팀을 살펴보던 천마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본좌의 말을 정정하지. 잡스러운 것들치고는 용케도 본좌의 이목을 흐리게 했구나. 하마터면 몰라볼 뻔 했으니.”

“정말? 여기에 누군가가 숨어있다는 거야?”천마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모습에서 긍정의 의미를 읽은 슬기는 그만 크게 긴장하고 말았다.

천마의 이목을 피하는 능력이라니!

지금껏 만난 상대들 중 그 누구도 천마의 이목을 피해 몸을 숨긴 적은 없었다!


사격 대기.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수신호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기도비닉을 유지하기 위해 귓말벌레의 사용도 금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전팀은 호흡을 맞추기 위해 한 가지 절대 규칙을 만들었다.

-누군가가 사격을 하기 전까지는 사격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란 보통 작전팀의 수장인 ‘한슨’을 의미했다.


한슨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천마의 시선이 그를 스쳐 지나갈 때 온 몸에 오한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나도 내가 안 보이는데 우릴 봤을 리가 없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천마라는 작자는 나오자마자 걸음을 멈추었고, 곧 작전팀의 매복을 알기라도 하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과 태도가 마치 작전팀더러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해보라고 도발하는 것 같아 한슨은 사격을 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조금만 더 앞으로 나와라. 조금만 더..’

사정거리에 닿긴 했지만, 좀 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선 천마가 두어 걸음 더 나와야 했다. 적어도 건물에서는 나와야 제대로 벌집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주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강시들이 돌연 천마쪽을 향해 달려들어 버린 것이었다.


슬기와 광개토는 천마가 옆에 있다는 안도감에 평소처럼 숨을 쉬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강시들에게 발각당하고 말았다.

크아-

사람의 들숨과 날숨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생기에 강시들은 환장이라도 한 듯 뛰어들었다.

그 순간 천마의 냉소와 함께 휘둘러진 한 수에 달려들던 열 구의 강시들이 동시에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퍼퍼펑-

그리고 강시들이 터져나간 직후,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갑작스레 드러난 천마의 신위에 놀란 어느 현장 요원의 사격이었다.

그리고 그 총성의 메아리가 돌아오기도 전에 뒤따라 수백발의 총성이 연달아 쏟아지기 시작했다. 준비된 약속에 따라 사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탕탕탕탕탕-!!

갑자기 놀라서 쏜 첫 발은 천마의 발밑에도 닿지 못했었지만, 뒤이어 발사된 총알들은 준비된 사수들로부터의 격발이어서 정확하게 천마를 향했다.

천마는 대개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상대의 공격을 몸으로 때웠다.

레이드 보스에게 주어진 시스템의 설정(:딜러의 공격을 맞아주라)이기도 했고, 천마 스스로도 피하는 걸 귀찮아하는 편이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천마의 결정적 오판이었다.

“...윽!!!!”

망각의 총에서 발사된 탄환 한발을 맞는 순간, 천마는 거대한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일찍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온 공격들이 꽤 있었다.

그 중 최고는 드래곤 공격대의 대장, 아라곤의 ‘잊혀진 순찰자의 검공’이었지만, 단언컨대 지금의 충격은 그때 것의 1,000배쯤 되었다.

놀라운 것은 팔에 맞았는데도 정작 충격을 받은 것은 머리였다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충격의 여파로 천마가 휘청거렸고, 그런 무방비 상태의 천마에게 수십, 수백 발에 이르는 망각의 탄환이 연달아 박혀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을 허용할 때마다 천마의 머릿속은 거대한 충격으로 더더욱 곤죽이 되어버렸다.

“크으으으.”총알 세례 속에서 천마가 괴로움에 찬 신음 소리를 내뱉자, 첫 총성에 대뜸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던 일행들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천마가 고통을 느껴? 그가 고통스러워한다고?

하지만 천마도 아파하는 위력적인 총알 세례에, 아무도 밖으로 나가 천마를 데리고 올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어떻게 좀 해봐, 이러다 아저씨 죽겠어!”

슬기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지만,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는 건 광개토도 마찬가지였다. 광개토가 실리엔을 쳐다보자, 그녀가 한발 앞으로 나서며 치맛자락을 살짝 들었다.

그러자 검은 연기와도 같은 기운이 그 아래로 퍼져 나오더니 까만 해골의 형태를 갖추었다. 현재 실리엔의 유일한 종복인 스켈레톤 킹, 까드득 경이었다.

까드득 경은 소환되자마자 실리엔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곧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꽈드득 꽈드득.

뒤뚱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뼈 마찰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마침 총성도 잦아드는 참이었다.

짧은 다리를 힘차게 놀려 순식간에 천마의 다리 쪽에 도착한 까드득 경이 뼈만 남은 두 팔로 천마의 다리를 잡았다. 단숨에 건물 내부로 던지려는 의도였다.

30여 구의 해골병들이 모여 만들어진 까드득 경이었기에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까드득 경이 그렇게 다리를 붙잡는데도 천마는커녕, 천마의 몸을 보호하는 천마기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항시 발동되는 천마기마저 잠잠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충격에 빠져있는 천마였다.

퍽-

그때, 천마를 노리고 날아온 망각의 탄환 한 발이 막 천마를 던지려는 까드득 경의 손등에 박혔다.

총성이 줄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십여 발의 탄환이 계속해서 날아오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발이 까드득 경에게 적중하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저 손등에 맞았을 뿐인데도, 까드득 경의 온 몸이 검은 연기로 화해 버렸다.

까드득 경이 화한 검은 연기도 불과 0.1초 만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마치 처음부터 까드득 경 같은 건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한 발에 하루 치의 데이터를 되돌린다.

태어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까드득 경으로선 망각의 탄환 한 발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악!”

까드득 경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는 모습에 실리엔이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슬기와 광개토도 덩달아 놀랐다.

아니, NPC가 만겁돌파의 망토를 착용하지도 않고서 어떻게 이런 감정 발산을 할 수가 있는 거지?

그들이 그렇게 놀라는 와중에도 천마는 계속해서 망각의 탄환을 맞고 있었다.

탕탕탕 퍽퍽퍽

처음에 탄환을 맞았던 그 자세로 천마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거리면서 용케도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쓰러졌으면 좋았을 것을. 쓰러지지 않는 바람에 이후의 천여 발에 이르는 사격 공격을 대부분 허용하고 말았다.

단 한발에도 거대한 둔기에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런 충격을 천 번 넘게,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받고야 만 것이었다.

마침내 탄환이 바닥난 작전팀이 사격을 멈추었고, 비틀대던 천마는 그제야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저씨!”

비명을 지르며 슬기가 건물에서 튀어나왔고, 이어서 광개토와 실리엔도 나왔다.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떨군 천마를 부둥켜안은 슬기가 고개를 들어 작전팀을 노려보았다.

사격을 하면서 은신 2단계가 풀린 탓에 모습이 드러난 이백 명의 작전팀으로선 그녀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때 키클롭스의 두 멤버가 광개토의 등에 착용된 만겁돌파의 망토를 알아보았다.

“앗, 저거다!! 저걸 되찾아야 해!”

그들을 파견하며 키클롭스의 수석 장인인 장리우는 만겁돌파의 망토를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수차례에 걸쳐 신신당부를 했었다.

키클롭스가 광개토를 가리키며 작전팀에게 외쳤다.

“저 놈을 공격해요!”

계약에 따라 그들의 명령을 들어줘야 하는 작전팀들이 다시 망각의 총을 견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총알이 없음을 깨달았다. 쏴도 쏴도 쓰러지지 않은 천마의 모습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요원들이 마치 홀린 듯이 총알을 다 박아 넣어 버린 것이었다.

열 명의 요원이 총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그들의 손에는 각자의 주무기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에 광개토가 슬며시 코웃음을 쳤다.

“흥, 고작 열 명으로 날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

최근 천마군 네 놈도 동시에 상대할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한 터라 한창 기고만장한 그였다.

하지만 뒤이어 열 명이 더 무기를 들며 일어서자 광개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어? 이건 아닌데. 이건 너무 불공평한 처산데?”“개토야, 도망가.”

천마를 부둥켜안은 채로 슬기가 광개토에게 말했다.

어릴 적 아빠처럼 그녀를 지켜주던 천마는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는지 도저히 전투를 치를 상황이 아니었고, 천마 없이 상대하기에는 적들이 너무 많았다.

슬기는 분노를 참기 어려웠지만 일단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광개토만이라도 그러길 바랐다.

광개토 역시도 사부가 쓰러지는 걸 목도하며 꽤나 분노했지만, 현실은 분노를 표출하기에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정작 분노를 터뜨린 것은 그 둘이 아닌 실리엔이었다.

방금 그녀의 눈앞에서 까드득 경이 소멸했다. 연기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말 그대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아직 만든 지 한나절도 되지 않은 아이.

그래서 아직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던 아이.

고생했다는 말에 그저 행복해 하던 아이.

소리 없이 그녀를 향해 엄마, 엄마 했던 아이.


“..니들이 감히.. 본 군주의 충복을 죽였느냐?”

실리엔의 입에서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섬뜩한 목소리가 뻗어 나왔다.

날카롭게 뻗은 손톱을 치켜든 실리엔이 광개토가 막을 새도 없이 작전팀을 향해 튕기듯이 뛰쳐나갔다.

“리엔!!”

광개토가 급히 그녀를 불렀지만, 그땐 이미 요원들과 실리엔이 충돌한 후였다.


날카롭게 들어간 실리엔의 발차기가 한 요원의 가슴에 적중했다. 아니, 적중하려는 철나,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발동한다는 초감각 덕분에 요원이 가까스로 팔을 들어 실리엔의 공격을 막았다.

실리엔은 발차기가 먹히지 않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반탄력을 이용하여 바람처럼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손톱을 길게 휘둘렀다.

깡-

손톱과 두 번째 요원의 칼날이 부딪히며 쇳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반대 손을 휘둘러 뒤에서 다가오는 세 번째 요원을 공격했다.

서겅

이번 공격은 다행히도 상대의 팔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팔목이 잘린 요원이 팔을 붙잡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몇 차례 시도 끝에 한 번의 공격이 성공하고서야 실리엔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무 명의 현장 요원 중에서 그녀를 둘러싼 요원은 네 명이었다. 그들 중 둘은 방금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던 자들로서 결코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실리엔은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나 분노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건 무슨 기분이지?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지?’

분노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망토 없이 분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과거에 느꼈던 분노들과 지금 그녀가 느끼는 분노는 확실히 뭔가 달랐다.

‘이들을 다 죽여도 내 분노는 풀리지 않아!’

그때였다.

탕-

총소리보다 먼저 실리엔의 어깨에 총알이 박히는가 싶더니 총격의 충격에 가냘픈 체구가 훨훨 뒤로 날아갔다.


총을 쏜 요원에게 키클롭스 맴버가 가지고 있던 망각의 탄환을 몇 발 더 건네며 말했다.

“아니, 저년 말고. 저기 망토를 달고 있는 남자를 쏘라고요!”

장리우에게 받은 임무를 생각하며 그가 아껴두었던 망각의 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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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화 20.01.05 358 4 12쪽
163 163화 20.01.04 349 4 11쪽
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 161화 +2 20.01.04 382 3 13쪽
160 160화 20.01.03 384 4 13쪽
159 159화 20.01.03 365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5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9 6 13쪽
151 151화 19.12.31 373 6 13쪽
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149 149화 19.12.31 359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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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19.12.30 4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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