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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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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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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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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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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4화





“뭘 드릴까요?”

식당 겸 주점의 카운터에 앉은 주인아줌마가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천마가 천천히 양손을 써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밥이랑 매운 채소를 같이 볶은 건데.. 고기도 들어가고.”

“뭘 드릴까요?”

주인아줌마가 재차 똑같은 질문을 해왔다.

“밥을 볶았는데.. 색깔이 좀 빨갛느니라.”

천마는 머릿속이 간질간질하니 끝내 요리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주문하실 음식의 이름을 말씀하세요.”

게다가 기어코 음식의 이름을 알아야겠다는 요리사와 주인의 행태도 답답했다.

결국 천마는 김치볶음밥을 포기했다. 대신 이름을 아는 유일한 음식을 주문했다.

“칼국수를 가져오너라.”

“네, 50 브론입니다.”

손을 내민 주인 여자는 천마가 가만히 그녀의 내민 손을 쳐다보고 있자 뒷말을 이어붙였다.

“선불이에요.”

“선불?”

일찍이 단 한 번도 물건을 직접 사본 적이 없던 천마는 선불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돈을 주셔야 주문이 완료됩니다.”

천마는 그제야 선불이 돈이라는 걸 먼저 내놓으라는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크큭, 이것들이 본좌가 오냐오냐 해줬더니 간덩이가 부었구나.”

웃음 띤 얼굴과 달리 천마는 슬슬 기분이 나빠져 가는 중이었다.

뱃속에서는 어서 빨리 ‘삼시 세끼’의 미션을 완수하라고 독촉해오는데, 요리 하나 주문하는데도 뭔 놈의 절차가 이리도 많은 건지!

열이 뻗치기 시작하자, 이마의 붉은 기운이 점점 짙어져 갔다.

“정녕 너희들이 본좌의 인내심을 시험하겠다는 것이냐?”

돈이 없었던 천마는 돈 대신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NPC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다. 진상 유저들을 하나하나 봐줬다가는 시온의 경제 근간은 진작에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인 여자는 천마의 변해가는 분위기를 아예 감지하지도 못하는지 한결같은 어투로 컴퓨터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칼국수는 50 브론이 되겠어요.”

“크크크, 먹고 주겠노라.”

“칼국수는 50 브론이 되겠어요.”

“크크크..”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 바야흐로 천마가 일반 NPC의 목숨을 취하기 일보 직전에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어떤 사내가 끼어들었다.

“아지매, 내가 내긋으~.”

콧수염을 좌우로 길게 기른 중년 남자가 은으로 된 동전 하나를 꺼내 흔들더니 주인 여자에게 건넸다.

“그라고, 김치 볶음밥도 같이 주쇼. 남는 돈은 팁 하시고.”

“네, 저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일단 입금이 완료되자 주인 여자는 친절한 몸짓으로 자리를 가리켰다.

상황을 정리한 콧수염 사내가 천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그의 식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천마도 자신의 자리로 정해진 좌석이 아닌 콧수염 사내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천마가 팔짱을 끼고 앉은 채로 가만히 콧수염 사내를 쳐다보자, 사내가 곧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내 면상에 뭐 묻었나?”

하지만 천마가 아무 대꾸도 없자, 평범한 여행가 복장을 한 그 사내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살다보면 그깟 돈이야 넘칠 때도 있고, 뭐, 한 푼도 없을 때도 있고 그런 것이제.”

여전히 침묵을 고수하는 천마. 콧수염 사내는 천마의 그런 반응에 머쓱하니 팔짱을 꼈다.

둘의 어색한 분위기는 천마의 음식이 나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츄라라라라

뭔가 칼국수를 먹는 소리라고 여겨지지 않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국물과 면발이 동시에 동이 났다. 이어서 맨손으로 볶음밥을 집어드는 천마.

“흐음, 뜨겁군.”

볶음밥을 맨손으로 집어드는 천마의 모습에 콧수염 사내는 살짝 당황했지만 태연한 척 했다.

순식간에 두 가지 음식을 모조리 천마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언제 사라졌냐는 듯이 무거운 어색함이 다시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 속에서도 콧수염 사내는 용케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 천마의 입이 열렸다.

“늙은이,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었는가?”

“커헙!”

대뜸 늙은이 소리를 들은 콧수염 사내가 격렬한 헛기침을 했다.

“시방,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콧수염 사내의 대답에 천마의 눈동자가 유리알처럼 번뜩였다. 거짓을 간파하는 천마안이었다.

“크크크, 감히 본좌한테 거짓말을 하다니 늙은이가 그만 살고 싶은가 보구나.”

“허~ 참! 니미.. 밥값을 대신 내준 사람한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이라믄 되나? 그라고 자네 말대로 내가 훨씬 행님같은데 말을 그 정도로 밖에 못하나?”

콧수염 사내가 코를 벌렁거리며 화난 척했지만, 천마를 속일 수는 없었다.

“본좌가 얼마나 앉아 있어 주면 되겠느냐?”

그 말에 콧수염 사내의 입이 쩍하니 벌어졌다. 그리고 그가 손사래를 치려는 순간, 천마가 한마디 더 내뱉었다.

“조금 전에 조그마한 벌레 새끼한테 이곳 위치를 말하던데, 아마도 본좌를 찾는 손님들이 있는 모양이지?”

콧수염 사내, 파용은 자신의 은밀한 행동마저 파악하고 있는 천마를 보며 그만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


“이놈 좀 모자른 놈 아니오? 감히 우리가 누군지 알고 그런 짓을 저질렀냔 말이오.”

“도망쳤던 놈이 무슨 배짱으로 이 동네에 다시 얼굴을 디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금일로써 고놈 운은 다했다고 봐야지.”

“그나저나 파용, 그 사람도 두 달 넘게 소식이 없길래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 있었던 모양이오.”

“대단한 작자지. 어쨌거나 결국 이렇게 표적의 위치를 알려왔으니. 돈 욕심이 대단한 자야.”

앞장서서 달려가는 두 사람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에도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200여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함께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수준 높은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눈빛과 표정에 흉흉한 기운이 가득했다.

“곧 목표물을 방문 수거할 예정이니 슬슬 준비들 하거라.”

가장 앞선 자가 나지막하게 말했음에도 나머지 199명이 한 목소리로, “네, 대형!!” 하고 크게 응답했다.

그들, 중국의 거대 오토 사냥 길드인 ‘하오문’의 무력집단, 현무대는 점차 가까워져 오는 호호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천마의 눈썹이 슬쩍 꿈틀거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천마가 나지막이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파용은 그 숫자의 의미가 뭔지 궁금했다.

“..팔십삼, 팔십사, 팔십오...”

“..백삼십일, 백삼십이, 백삼십삼..”

기묘하게도 천마의 입에서 나오는 숫자가 커질수록 긴장감도 함께 커져갔다.

“...백구십팔, 백구십구, 이백. 이백 마리로구나. 본좌에게 볼일 있는 요괴 새끼들이.”

그제야 천마의 입에서 흘러나온 숫자의 의미를 알아챈 파용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허미..어떠코롬..?”

‘보도 안허구 대가리 개수를 세는교?’라는 뒷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거기까지 말했다간 천마가 방금 카운팅한 200명과 영락없는 한 패거리로 몰릴지도 몰랐다.

파용의 머릿속은 맹렬하게 돌아갔다.

우연찮게 천마를 식당에서 보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석 달 전쯤 홍운에게 의뢰를 받아 천마를 쫓았던 그는 마지막 순간에 동행자(빌)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는 바람에 의뢰에 실패하고 말았었다. 부활하자마자 다시 그 장소로 갔지만, 이미 그들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제아무리 시온 최고의 추적자라고 한들 하늘 높이 종적을 감춰버린 목표를 쫓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하오문이라고도 불리우는 홍운 길드의 뒷골목식 일처리가 무서웠던 그는 차마 추적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하지 못하고서 그의 주무대인 한 제국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런데 웬걸? 도착하고 보니 떡하니 그의 목표였던 천마가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의 단골 식당에!!

그의 눈에 천마의 몸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노란 빛이 똑똑히 보였다. 파용에게만 보이는 그 노란 빛은 천마가 바로 그의 추적 퀘스트 목표라는 걸 의미했다.

목표를 포착한 파용이 가장 먼저 한 것은 홍운의 의뢰 담당자에게 귓말벌레를 날리는 것이었다.

“여기 그.. 뭐시긴데 거시기 떳소!”

사정을 알지 못하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릴 목소리마저 잔뜩 깔고서 작게 말했지만, 홍운의 담당자는 바로 알아들었다.

파용이 작게 말하자 담당자도 덩달아 작게 물어왔다.

“어디?”“호호.”

“30분.”

그것이 귓말로 주고받은 대화의 전부였다.

파용은 홍운의 무력집단이 오기까지 30분을 벌어야 했다. 그런데 마침 천마가 식사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잘됐다, 싶었는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좀 이상한 것이, 천마가 돈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 나가면 곤란했다. 파용이 알기로, 목표는 당대 최고의 추적기술을 지닌 그의 추적을 뿌리칠 만큼 행동이 신출귀몰한 자였다. 여기서 그를 놓쳤다간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식당에 붙잡아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파용은 재빨리 천마와 식당 주인의 대화에 끼어들어 식사 대금을 대신 지불했다. 그것이 천마와 파용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게 된 전말이었다.


한편, 천마 역시도 파용이 그에게 다가왔을 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과거에 파용의 기운을 잠시 느껴본 적 있었기에 천마는 그의 기운을 낯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음식 이름처럼, 그 기운 역시 어디서 언제 느꼈는지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법인데, 그가 대신 지불해 주겠다고 하니 살짝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랬는데, 이놈이 가당찮게도 거짓말을 해왔다.

처음 보는 거라며 잡아 때는 그 모습에 천마는 호감을 싹 거두었다.

그저 돈을 대신 지불해준 그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그리고 그의 호기심을 자극시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목숨을 거두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이봐, 늙은 미꾸라지.”

“뭐, 뭣! 미꾸라지?”

“늙었는데도 잘 안 잡히게 생겼구나.”

범인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범인을 잘 잡는 형사가 될 수 있는 법. 다년간 도망자들을 쫓다 보니 파용 역시도 어느덧 도망자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천마가 그걸 지적한 것이었다.

천마가 고개를 숙이고 턱을 내밀며 파용을 똑바로 쳐다봤다.

“본좌의 자비로움에 감사해라. 특별히 네 놈은 요괴 이백 마리를 모조리 죽인 다음에 마지막으로 죽여주마.”

천마의 그 살벌한 기세에 파용은 온몸이 얼어붙는 걸 느꼈다. 그는 본인도 모르는 새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아, 아니...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리고 대체 왜 다 죽인다고 그러시는지..?”

파용은 대뜸 다 죽여버린다는 천마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홍운의 무력집단이 좋은 의도로 천마를 찾았던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 만나보지도 않았는데 저렇듯 대뜸 죽이겠다고 말하다니.

“응? 본좌를 찾아온다는 건 죽으러 온다는 소리 아닌가?”

파용은 당연히 몰랐겠지만, 새롭게 눈을 뜬 이후, 천마는 본의 아니게(?) 만나는 사람마다 목숨을 거두었었는데 그 비율이 구할 이상이었다.

이번 역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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