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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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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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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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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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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54화





광개토와 슬기는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고래로부터 전해져오는 격언에 깊이 공감했다.

“분명히 한 마리 한 마리는 천마군에 비할 바 못되지 말입니다. 대략 200렙 중후반대 몹으로 보입니다만.”

“맞아. 나도 한 번에 서너 마리는 상대할 만 하더라. 근데 그럼 뭐하냐. 강시가 수천 마린데.”

250렙 이상의 강시가 수천마리나 있는 던전이라니, 이건 벨런스 붕괴 수준이었다. 쉽게 말해 깨라고 만든 던전 수준이 아닌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슬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과거 열심히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주워들었던 기억들을 되살렸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긴 천년왕릉이라는 곳이야, 고대 중국을 모티브로 한 언데드 던전이지. 그래서 몹도 중국 언데드인 강시가 나오는 거고. 근데 예전에 내가 듣기로는 이렇게 수천 마리가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몇 마리 죽이면 다시 몇 마리 깨어나는 식으로 그럭저럭 사냥도 하고, 경험치도 벌고 하는 곳이라고 들었거든?”

“지금은 다들 눈이 시뻘겋던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이상해. 천년왕릉에 뭔가 변고가 생겼든지, 여기 언데드 군주가 훼까닥 했든지, 무슨 수가 난거야...”

“그럼 어떻게 들어가지 말입니다? 아무래도 여기에 우리 리엔이가 있는 거 같은데 말입니다.”

슬기와 광개토는 곧 침묵에 빠졌다. 둘은 입을 다물고서 어떻게 이곳을 공략할 것인가, 어떻게 실리엔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중심부로 침투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

먼저 그럴듯한 전략을 찾은 것은 슬기였다.

“화공 어때?”

“불 말입니까?”

“그래, 원래 강시 영화에 보면 최후의 공격으로 화공을 사용하거든. 불이야말로 강시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인거지.”

“그래서요?”

“그러니까, 불을 지르자고. 근처에 나무도 많겠다. 불을 붙여서 막 던져 넣는거야. 그럼 불이 번져나가서 강시들을 싹 다 죽어버리지 않겠어?”

슬기의 말에 광개토는 턱을 긁적였다.

“강시가 수천인데, 다 죽으려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광개토는 지금도 시시각각 위기에 처해있을 실리엔이 걱정되는 마당에, 불만 질러놓고 마냥 기다리는 전략에 완전하게 지지 하기는 어려웠다.

광개토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성동격서라고..”

“오호, 동쪽을 공격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서쪽을 치겠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누님이 동쪽에서 불을 지르면서 난리를 피우면, 제가 그 틈에 서쪽으로 가서 무덤 중심부로 곧장 달려가는 겁니다.”

“뭐,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거 같은데?”

둘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수백 개의 장작을 구했다. 그런 다음 항상 들고 다니던 캠핑용 도구에서 점화구를 꺼냈다.

마법으로 작은 불씨를 만들어 낸 뒤 수십 개의 장작으로 이루어진 십여 개의 모닥불을 만드는 건 금방이었다.

“아가씨 열심히 던지셔야 합니다.”

“알았어, 손에 불나도록 던질게.”

“손 말고 나무의 불이나 꺼뜨리지 마시지 말입니다.”

그렇게 각오를 다진 둘은 곧 각자 맡은 자리로 가 섰다.

한 면이 거의 50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보니 동쪽 끝에선 슬기와 서쪽 끝의 광개토는 서로가 깨알처럼 작게 보였다.

하지만 그런 깨알같은 형태의 슬기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광개토는 뛰어난 시력으로 정확하게 캐치했다.

이윽고 슬기가 불붙은 장작들을 왕릉 외벽 너머 안쪽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십여 개의 불붙은 장작들이 외벽 너머로 사라졌다.

화르륵-

그리 많이 던지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안쪽에서 불길이 환하게 일어났다. 비쩍 마른 강시들이라 마른 장작처럼 불과의 궁합이 아주 좋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아니었다. 그러기엔 왕릉이 너무 컸다.

생각보다 미미한 화공의 효과에 광개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무엇보다 실리엔에 대한 걱정이 컸다.

‘에이!! 어떻게든 빠르게 달리면 되지 않을까?!’

첫 번째 전투에서 자신이 강시들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걸 확인했던 광개토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광개토는 숨을 참고 사뿐히 외벽 위쪽으로 올라섰다. 그리고서 외벽 안쪽에 줄지어 선 강시들을 보는데, 역시나 숨이 턱 막혀왔다.

동쪽 끝에서 슬기가 열심히 불장난을 하고 있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그 일대의 수십 구를 제외하고선 어떤 강시도 그 불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직 정면을 바라보고선 수천의 강시는 사람의 기척이 감지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을 격렬하게 두들겨 오는 실리엔에 대한 위기감은 더 이상 다른 선택지를 살펴볼 여유를 주지 않았다.

‘할 수 없어. 이대로 돌파한다!’

실리엔에 대한 걱정이 최고조로 달한 광개토의 마음과 시야는 이미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할 만큼 넓지 못한 상태였다.

그가 조금만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면 좀 더 동쪽으로 이동하여 목적지와의 직선거리라도 줄였겠지만, 지금의 광개토에게는 결과론적인 말에 불과했다.

뒤로 두세 걸음 물러섰던 광개토는 힘차게 도움닫기를 하며 전방을 향해 뛰어 나갔다.

콰작-

디디는 발에 담긴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그가 박찬 외벽의 일부가 살짝 부서져 나갔다.

‘으야아아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날카로운 기합성이 광개토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도 그의 몸과 공기가 부딪혀 만들어낸 파공성이 주변 강시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었다.

“쿠어~!!”

호흡은 못 느꼈지만, 공기를 갈라대는 광개토의 소리에 주변의 강시들이 괴성을 지르며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허우적대는 손들은 이미 광개토가 지나가버린 공기의 흔적만을 할퀼 따름이었다.

그러나 광개토의 정면 쪽에 위치했던 일부 강시들은 제대로 광개토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광개토는 휙 뛰어오르며 앞을 막고 선 강시의 어깨를 밟았다. 그리고 한 번 더, 또 한 번 더 그의 앞을 막는 강시들의 어깨와 머리 등을 밟으며 성큼성큼 전진했다.

마음 같아선 다리에 힘을 주어 어깨고 머리고 간에 다 밟아 부숴 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속도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몇 걸음 못 가 강시들에게 둘러싸일게 뻔했다.

하지만 파괴 본능을 억지로 참아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개토는 결국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아직 그의 공부는 이런 묘기와도 같은 움직임을 오래도록 유지하기에는 부족했다.

무작위로 고개를 흔들고 이빨을 드러내고 팔을 휘젓는 강시들의 움직임에 광개토는 결국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몸을 둥그렇게 말았던 광개토는 한 차례 바닥을 구른 후, 그 기세로 폭발할 듯 몸을 튕기며 다시 달려 나갔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강시들이 전방을 막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비스듬히 큰 곡선을 그리며 달려갔다.

목적지까지 200미터 가량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곡선을 그리며 달리자, 그는 곧 그가 도달하고자 했던 무덤 중심부의 입구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에잇!! 이것들아!! 비켜, 비키란 말이야!!”

끝내 광개토가 분통을 터뜨리자 그간 숨겨오고 참아왔던 호흡이 덩달아 폭발하며 훨씬 많은 강시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크아!!”

“쿠오!!”

“크르르르~!”

광개토의 호흡을 감지한 수백 마리의 강시들이 일제히 양팔을 쳐들고서 겅충겅충 달려왔다.


수백 개의 장작에 불을 붙였지만, 슬기의 움직임도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터라 금방 다 던져 버렸다.

“이쯤이면 됐겠지?”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슬기는 광개토가 성공적으로 중심부로 진입했는지 궁금하여 외벽 위로 올라갔다.

외벽 위로 올라서는 순간 후끈한 열기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뜨거운 열기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니 외벽 안쪽으로 대략 100여 미터 안쪽 광경은 그야말로 불지옥이었다.

족히 수백 구는 되어 보이는 강시들이 불꽃에 휩싸여 비틀거리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한 모양새였다. 뜨거운 열기에 인상이 써질 법도 했지만, 슬기의 입가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이거지! 역시 영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강시영화에서 본 대로 강시와 불은 상극이었다.

하지만, 광개토가 어찌되었나 하고 고개를 돌려 불길 너머를 본 순간, 슬기의 미소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녀의 불장난 아래 타죽어 가는 강시들이 수백에 이른다면, 옆집에 불이 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한결같은 자세로 정렬해 있는 강시들이 아직 수천 구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서쪽 멀지 않은 곳에 생겨난 거대한 강시의 소용돌이.

수백 구의 강시들이 그들 가운데의 한 점을 향해 맹렬하게 몸을 들이밀고 있었다.

“..개토?”

슬기는 그 소용돌이 현상에 광개토 때문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광개토는 현재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이었다.

슬기는 즉시 아래쪽 강시들의 불지옥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불지옥이라고 모든 곳이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그 곳에 내려선 슬기는 아직 불이 붙은 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장작들을 집어다가 광개토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방향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그리고 한 번 더, 또 한 번 더. 그녀는 불붙은 강시들이 접근 할 때면 주먹질과 발길질로 밀어내면서 꾸준하게 불붙은 장작을 던졌다.

높게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간 불꽃들은 이윽고 하강곡선을 그리며 광개토 주변에 떨어졌다.

하나 둘 떨어지던 불꽃이 열 개, 스무 개 늘어나자 그에 따라 강시들의 몸에도 불이 번져나갔다.

타닥 타다닥

강시들은 마른 장작처럼 불이 쉽게 붙었다. 그리고 불이 붙은 강시가 몸부림치자, 옆에 있던 다른 강시들도 덩달아 불이 붙고 말았다. 아무래도 그들의 낡디 낡은 관복이 문제였다.

주변에 불에 타 전력을 상실하는 강시들이 늘어감에 따라 광개토는 조금씩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이미 그의 양 주먹은 강시의 몸통을 어찌나 많이 박살냈는지 아무 감각이 없을 지경이었다. 슬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광개토는 아마 몇 분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었다.

광개토는 어느새 불바다가 되어버린 주변을 바라보며 짧게 호흡을 끊어 쉬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강시들이 더욱 격렬하게 달려드는 걸 보고서 이렇게 짧게 호흡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호흡을 최소로, 꼭 필요할 때만 한 번씩. 그게 강시 대군을 상대하며 광개토가 깨달은 호흡 방식이었다.

광개토는 불길 너머로 그의 목표인 무덤 중심부 건물을 바라보았다. 거리는 대략 200미터. 그렇게 다가서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그다지 줄어들지 않은 거리였다.

분명 멀지는 않은 거리, 본격적으로 달린다면 10초도 걸리지 않을 짧은 거리.

하지만, 그 사이에는 아직도 침묵 속에서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선 수백의 강시들이 있었다.

그와 슬기가 주먹과 화염으로 부수고 태우고 해치운 강시들의 수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수천의 강시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광개토는 그만 맥이 탁 풀리고야 말았다.

‘나는..아직 멀었는가?’

파천무 2단공에 이르고 사부님의 말대로 꾸준히 수련하였더니, 어느새 부터인가 천마군 서넛은 너끈히 상대해내는 강자가 되어버린 그였었다.

그렇게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넘쳤기에 처음 강시들을 봤을 때만해도 다 때려잡으면 안 되냐고 슬기에게 너스레까지 떨기도 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그다지 강하지 못했다.

개별 개체로 따진다면 분명히 강시는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하였지만, 그런 강시들이 수십수백수천의 무리를 이루자 그로선 감히 상대하지 못할 엄청난 군대가 되어있었다.

‘역시 물량이 깡패인가!’

그렇게 자책하던 광개토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사부님이었다면 강시들이 아무리 많았다 한들 모조리 다 압살해버리셨을 거야.’

광개토는 정말로 그럴 것이라 믿었다. 사부님 앞에선 물량이 무의미했다.


그때,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기이하게도 새까맣게 빛난 그 벼락은 광개토와 슬기 사이로 정확히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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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화 20.01.05 358 4 12쪽
163 163화 20.01.04 349 4 11쪽
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1 3 13쪽
160 160화 20.01.03 383 4 13쪽
159 159화 20.01.03 365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5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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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149 149화 19.12.31 359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147 147화 19.12.30 36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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