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천하무식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무협

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602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31 07:00
조회
359
추천
4
글자
12쪽

149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9화





그 뜨거운 분노에 자못 놀라 잠시 화낼 타이밍을 놓친 태고가 다시 분위기를 잡아갔다.

“트랜실이면 여기서 한참은 남서쪽으로 내려가야할 터! 타 지역의 군주가 왜 본좌의 백성에 함부로 손을 대는가!!”

태고가 실리엔의 부도덕적인 행위를 비난했다. 아무리 백성과 신하가 없기로서니 다른 군주의 백성을 함부로 빼가면 안 되는 것이었다.

태고는 여기서 말다툼이나 하고 있을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너는 나와 같이 가야겠다.”

동모아의 언데드 군주, 태고가 성큼 걸어오더니 그 기세대로 트랜실의 언데드 군주, 실리엔의 손목을 강제로 움켜쥐었다.

실리엔은 피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부활하지 못한 그녀의 힘은 완전한 언데드 군주인 태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실리엔이 가지고 있는 것과 살짝 궤를 달리하는 이질적인 사기가 그녀의 온몸을 강력하게 옥죄어오자, 실리엔은 태고의 손아귀에 꽉 붙들린 채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했다.

태고의 두 눈에서 푸른빛의 사기가 넘칠 듯이 넘실거리는 순간, 번쩍 하고 다시 새까만 번개가 묘지로 내려 꽂혔다.

그리고 번개가 사라지자, 언제 누가 여기에 있었냐는 듯 숲속의 공동묘지는 침묵에 잠겼다.


*


새벽 여섯 시 정각.

광개토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각에 칼같이 출근, 아니 접속했다. 목숨과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보니 안 지킬 수가 없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광개토는 천막의 바람막이 천을 젖히며 바깥으로 나왔다.

서쪽 새벽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광개토는 이내 실리엔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리엔? 리엔아?”

평소같으면 광개토의 부름에 냉큼, “주인님.” 하고 달려올 텐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침거리라도 구하러 갔나?”

가끔 실리엔은 슬기의 명령에 따라 먹거리를 사냥해오곤 했었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던 광개토는 점차 밝아오는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더 이상 수련을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쯧, 내가 그렇게나 수련할 때 망토가 있어야한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또 착용한 채로 로그아웃했나? 아님 리엔이가 가지고 있나?”

광개토는 망토의 부재를 살짝 아쉬워하며 파천무의 기수식을 시작했다.

느릿느릿.

파천무를 펼치는 광개토의 움직임은 느리기 그지없었다. 그 흔한 옷자락 소리,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 하나 조차도 없이 광개토의 수련은 숨막힐 듯 한 적막 속에서 천천히 진행되었다.

태산을 움직일 듯한, 아니 태산까지는 아니고, 낮은 흙더미 정도는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력이 광개토의 쭉 뻗어진 팔을 타고 흐르고, 바다를 가를 듯한, 아니 얕은 옹달샘 정도는 가를듯한 광개토의 발길질이 천천히 허공을 갈랐다.

그렇게 30여 분이 흐르고, 하늘이 완연히 푸른빛을 갖출 때쯤 광개토의 파천무 수련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후욱~.”

광개토의 마지막 들날숨과 함께 언뜻 하얗고 검은 기운이 광개토의 콧속으로 드나드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며 수련이 종료되었다.

‘흐음, 뭔가 다 채워져 가는 기분이야. 조만간에 다음 단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아.’

2단공으로 오를 당시에 수련을 빼먹다가 죽을 뻔했던 광개토는 이번에는 기필코 수련 시간을 제때 지켜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공으로 올라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천막에서 로그인한 슬기가 나왔다.

“누님, 또..”

망토 입고 잤냐고 말하려던 광개토는 슬기의 어깨에 망토가 없다는 걸 알고 순식간에 말을 바꿨다.

“..리엔이 사라졌어요.”

“또 사라져? 뭔소리야? 언제 걔가 사라진 적이 있다고.”

“아, 그렇지 말입니다. 근데 진짜 사라졌지 말입니다!! 어디에 갔을까요?”

“진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던 슬기가 탁, 하고 손바닥을 쳤다.

“얘, 닌자했네. 닌자했어!”

“그게 뭡니까?”

광개토가 처음 들었다는 듯이 어리둥절해하자, 슬기는 짧게 설명했다.

“아이템 먹고 튀는 애들을 옛날에는 닌자라고 부르기도 했어.”

자기 먹을 아이템(혹은 돈)만 먹고 함께 했던 동료들은 나몰라라 하며 신속하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가히 닌자에 비견될 만 했었기에 생겨난 말이었지만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말이었다.

“아, 누님 나이가 좀 되셨었지 말입니다.”

간밤의 실리엔에 이어 광개토마저도 나이로 공격해오자 슬기는 기분이 좀 더러웠지만 나이 많은 사람답게 좀 참아주기로 했다.

“암튼 됐고, 꼬맹이, 이거 진짜 망토 들고 튄 거 아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새벽마다 망토 맡긴지도 3주나 되었는데 튀려면 진즉에 튀었겠지 않습니까?”

하지만 일단 의심을 하기 시작한 슬기는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아니야, 그때는 저기 바다 건너 먼 동네에 있었었고, 이제는 꼬맹이네 동네도 그때보다 훨씬 가까워졌으니까, 튈만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사람도 아닌데 그런 생각까지 하겠습니까?”

“뭐래? 맨날 새벽마다 꼬맹이가 욕한다고 나한테 하소연하던 게 누구였더라?”

그 말에 광개토는 흠칫 몸을 떨었다. 새벽마다 만나게 되는 망토를 입은 실리엔은 꽤나 까다로운 와일드 토커였었다.

‘날 빨리 키워, 굼벵이가 업어갈 느려터진 자식아!’

‘빙신 같은 주인아, 언제까지고 본녀가 기다려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멀쩡한 허우대 값도 못하는 반쪽짜리가 어디서 주인이라고 깝치고 있어? 니가 주인이야? 니가?’

실리엔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자 광개토는 머리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아니야!! 나의 리엔이 닌자짓을 했을 리가 없어!!”

하지만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 나자, 실리엔이 망토를 들고 날랐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평소 그녀가 하던 욕을 생각하면 그에 반만 실천해도 그녀는 이미 대륙 끝까지 도망친 후일 것이었다.

광개토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때마침, 빌이 접속했다.

“좋은 아침! 오늘도 좋은 시간 가지자.”

아마도 ‘good morning! have a good time.’이라 말했을 것이 분명한 듯한 그의 인사말이었다.

시온은 유저들이 각자 자신이 아는 언어로 말하면 그걸 동시에 실시간으로 통역하여 다른 유저에게 전달해주는, 언어 통번역 시스템를 가동중이었다.

좌절에 빠진 광개토의 표정을 보고 빌이 살짝 놀라자, 슬기가 이유를 알려줬다.

“실리엔이 사라졌어. 아마도 도망간 거 같아.”

“오, 막내가!?”

실리엔에게 백인으로서의 동질감을 느껴왔던 빌이 아쉬움을 표시하자, 광개토는 그럴 리가 없다고 소리쳤다.

“틀림없이 여기 근처 어딘가에서 사냥이라던가, 아니면 흡혈이라던가, 뭐 어디서 욕이라도 하고 있을 겁니다. 분명하지 말입니다!!”

“그래, 한 100킬로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 피 빨아먹으면서 니 욕 하고 있겠지. 변태같은 주인 새끼라면서. 아니, 이제는 변태 같았던 주인 새끼라고 하겠지? 과거형으로 말야.”

슬기가 담담하게 광개토의 말에 응수했다.

“우리 리엔이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 꼬맹이도 찾을 겸, 얼른 남서쪽으로 가보자. 아저씨도 거기 있을거야.”

“그게 아니라, 이 근처에서 찾아봐야 한단 말입니다.”

“근처에 없을거라니까? 벌써 멀리 갔을거라고. 그러니까 일단 아저씨부터 찾고 보자.”

광개토와 슬기가 점차 목청을 키워가며 대립각을 세웠다. 광개토는 당장 실리엔을 찾기 원했고, 슬기는 그런 일로 천마를 만나는 시간이 미뤄지는 게 싫었다.

그렇게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둘은 곧 빌의 의견을 물었다.

“형님, 리엔이는 분명히 이 근방에 있을 겁니다. 찾아야 합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오빠, 걘 벌써 떠났어. 자기 땅으로 갔을 거라고. 오빠도 알지? 걔 계열이 언데드 군주야. 트란실 지방이 지네 땅이라고!”

둘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저는 분명히 느낄수 있지 말입니다!! 우리 리엔이는 분명히 이 근방에 있습니다. 느껴진단 말입니다!!”

“어머, 얘가 미쳤나봐. 너 그거 되게 이상한 소리인거 알지?”

슬기가 뭐라 하든 광개토는 굽힐 생각이 없었다. 광개토가 불끈 쥔 주먹을 내밀었다. 수많은 천마군을 처죽이며 그들의 피로 단련에 단련을 거듭해온 철권이었다. 피내음이 물씬 풍겨나오는 주먹을 흔들며 광개토가 비장하게 말했다.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시지 말입니다.”

“그게 좋겠네.”

둘 사이에 끼어 난처하기 그지없었던 빌이 광개토의 절충안에 재빨리 동의했다.

“그럼 단판으로 승부를..”

“삼세판!! 한국인은 삼세판으로!”

광개토의 말에 슬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자, 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위,바위..보!!”

그와 동시에 광개토는 주먹을 내뻗었다. 아무래도 남자는 주먹이었다... 보다는 파천무 제2단공에 이르며 갖게 된 초인적인 인지 지각능력이 슬기의 수를 가위로 읽은 탓이었다.

파천무 2단공이 입문을 넘어 완숙에 이르자, 이제는 상대의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걸 넘어서 상대의 의도 자체를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 선제 대응 동작을 펼칠 수 있을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즉, 광개토는 상대의 수를 미리 알고 대응할수 있는, 즉 가위바위보의 신이 된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슬기의 손놀림이 아무래도 심상찮았다. 직목의 수법을 연마하며 자잘한 움직임들의 연계 동작이 대가의 수준에 이른 슬기의 손가락들이 가위를 내려다가 도중에 자잘한 변화를 보이며 보로 바뀌어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어느덧 슬기의 몸에 익기 시작한 소요공은 천하에서 가장 은밀한 공부!

은밀하기 이를데 없는 소요공까지 접목되자, 광개토가 슬기의 변화를 느꼈을 때는 이미 내어 버린 주먹을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광개토는 주먹을 냈고, 슬기는 보를 냈다.

“늦게 냈어!!”

광개토가 얼마나 급했는지 반말까지 해가며 소리쳤다.

하지만 빌은 냉정하게 결과를 선언했다.

“일 대 영.”

빌이 보기에는 구령에 맞게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승부였다.

광개토는 마음이 급해졌다. 당연히 자신이 이길줄 알았던 가위바위보였거늘, 예상과 달리 슬기가 만만치 않은 적수임을 알아차린 광개토가 비장의 수를 꺼내 들었다.

“뒤돌아서 눈감고 합시다! 눈감으나 뜨나 어차피 가위바위보는 운을 겨루는 경기 아니겠습니까?”

광개토의 말에 언뜻 반박하기 어려웠던 슬기는 결국 광개토와 등을 맞댔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의 대결.

상대의 수를 보지 못하자 슬기는 별다른 기술을 걸지 못했지만, 광개토는 이미 눈을 가린 채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훈련을 지겹도록 한 바가 있었다.

보지 않고도 슬기의 수를 읽어낼 수 있는 광개토로서는 도저히 질래야 질수 없는 승부였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두 번 모두 광개토가 승리를 가져갔다.

결국 일행은 광개토의 말대로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로 행보를 결정했다.

“차라리 아저씨를 만난 후에 아저씨 더러 찾아달라는 게 더 빠를걸?”

슬기가 빈정거렸지만, 광개토는 흔들리지 않았다.

“저는 느껴지지 말입니다. 우리 리엔이가 아무래도 곤경에 처한 것 같습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요!! 어서 찾으러 갑시다!”

“야, 그러지마, 그거 진짜 이상하게 들리는 거 알지?”

워낙 다급한 광개토의 표정에 슬기는 핀잔을 주면서도 서둘러 천막을 거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무식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1 171화 20.01.07 373 5 12쪽
170 170화 20.01.07 363 4 12쪽
169 169화 20.01.06 350 5 13쪽
168 168화 20.01.06 347 4 13쪽
167 167화 20.01.06 339 4 12쪽
166 166화 20.01.05 365 4 12쪽
165 165화 20.01.05 367 4 12쪽
164 164화 20.01.05 358 4 12쪽
163 163화 20.01.04 350 4 11쪽
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2 3 13쪽
160 160화 20.01.03 384 4 13쪽
159 159화 20.01.03 366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6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9 6 13쪽
151 151화 19.12.31 373 6 13쪽
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 149화 19.12.31 360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147 147화 19.12.30 370 4 12쪽
146 146화 19.12.30 418 5 13쪽
145 145화 19.12.29 388 5 12쪽
144 144화 19.12.29 391 4 11쪽
143 143화 19.12.29 404 5 12쪽
142 142화 19.12.28 402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