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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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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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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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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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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7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57화





태고의 팔에서 떨어져 나와 실리엔을 굳건히 붙들고 있던 태고의 두 손이 실리엔을 놓았다. 그리고 휘리릭 날아가 자기 자리였던 태고의 손목에 갖다 붙더니 금세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언제 떨어져 나가기라도 한 적이 있었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정작 손을 잘랐었던 천마는 가만히 있는데, 슬기와 광개토가 꽤나 놀라고 말았다.

“강시..라더니.”

“하는 짓은 그냥 스켈레톤인데 말입니다?”

그랬다. 부서진 뼈가 다시 재생하듯 복구하는 현상은 해골 형태의 언데드 몹들의 대표적인 능력이었다.

태고가 왼손을 들더니 광개토를 향해 까딱까딱 거렸다. 덤비라는 의미였다.

그 여유 가득한 모습에 가뜩이나 괜한 말을 했다가 졸지에 배수의 진을 치고만 광개토는 분노했다.

‘괜히 손에 장지진다 했어, 괜히 그런 말을 했어!!’

광개토의 울분이 가득 담긴 주먹이 태고의 가슴 한가운데 명치를 향해 송곳처럼 박혀 들었다.

뻑-

소리를 듣는 순간 광개토는 공격이 실패했음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공격은 답답한 소리와 함께 태고의 왼손에 굳게 붙잡혀 있었다.

콱-

광개토의 주먹을 움켜쥔 태고가 손가락에 잔뜩 힘을 주어 광개토의 주먹을 부수려 했다.

하지만 광개토는 민첩하게 주먹을 빼내며 동시에 몸에 걸린 회전력을 이용해 오른쪽 무릎으로 태고의 왼쪽 옆구리를 강하게 올려쳤다.

그러자 태고도 광개토의 주먹을 놓쳤던 왼손으로 그대로 광개토의 오른쪽 무릎을 내리쳤다.

퍽-

태고의 왼손바닥과 광개토의 오른 무릎이 맞부딪히며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광개토는 실패한 무릎 공격을 내리며 그대로 오른발로 태고의 왼쪽 발등을 짓밟았다.

“크악!”

왼발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태고가 신음을 내지르면서도 주먹 쥔 왼손을 다시 뻗어 끝내 광개토의 오른쪽 옆구리를 가격했다.

“허억!”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광개토가 뒷걸음질을 쳤다. 태고는 급히 따라가며 후속타를 먹이려 했지만, 광개토에게 밟혔던 왼발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그만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옆구리의 맞은 부위를 열심히 손바닥으로 비비며 광개토가 말했다.

“아니, 강시 주제에 권법이 웬 말이야. 그냥 뻣뻣하게 점프나 할 것이지!”

태고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천 년 간 갈고 닦은 본 군주의 권법에 맞서는 모습이 제법이로구나.”

태고는 사실 시원스레 욕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이미 실리엔이 손에서 떠난터라, 인공지능의 제어에 따라 욕설이 불가능하여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끝내 답답함을 풀 수 없었던 태고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크항!! 죽어라!!”

비스듬히 위로 치켜든 태고의 왼손이 바람이 되어 내려 꽂혔다.

팔을 들어 막으려던 광개토는 돌연 느껴지는 칼날과도 같은 예기에 급히 몸을 틀며 팔의 각도를 줄였다.

스컹-

분명히 막았다고 여겼는데 광개토의 팔뚝에 날카로운 칼자국이 남으며 피가 튀었다. 조금만 각도를 덜 줄였다면 틀림없이 팔이 통째로 잘릴 뻔한 공격이었다.

깜짝 놀란 광개토가 비겁하다며 한소리 할 생각으로 태고의 팔과 손을 훑어보았지만, 태고의 손은 변함없이 까만 뼈다귀일 뿐, 별다른 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았다.

“쓰바, 팔이야, 칼이야?”

“크크크, 풍연검이다. 맨손으로 쓰는 검술이지.”

태고가 NPC답게 친절하게 기술명을 알려줬다.

하지만 이어진 두 번째 공격은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또다시 손날에 베이고만 광개토는 아예 눈을 감고, 기감에 의지했다.

그렇게 한동안 광개토는 익숙치 않은 풍연검 공격에 이리저리 피하며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조금씩 적응해갈 무렵, 다시 태고의 풍연검이 시전되었다.

재차 칼날처럼 베어오는 태고의 공격에 광개토는 앞 선 방어보다 더 각도를 적게 주며 다리도 함께 움직였다.

거의 평행이나 다름없는 각도 탓에 태고의 팔과 광개토의 팔은 스치듯이 미끌렸다. 그리고 태고의 매서운 칼날이 광개토의 팔뚝을 정확하게 지나가는 순간, 광개토의 왼발이 바닥을 강하게 디뎠다.

쾅-

동시에 광개토가 왼발의 추진력에 힘입어 온몸을 우측으로 짧고 강하게 튕기자 광개토의 오른 팔뚝에 부딪힌 태고의 왼팔이 옆으로 크게 튕겨 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휘둘러진 광개토의 왼손 훅!

멀찌감치 큰 궤도를 그리며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체 빠르고 급작스러웠던 탓에 레프트 훅은 정확하게 태고의 오른쪽 턱에 적중했다.

턱이 꺾이며 휘청이는 태고!

이어서 광개토의 오른손 어퍼컷이 이격으로 이어졌다.

콱-

이번에는 저절로 고개가 들려버린 태고!

광개토는 제 삼 격으로 왼손 바디 훅을 넣었다. 가볍게 무릎을 굽히며 회전을 가득 실은 광개토의 왼 주먹이 태고의 오른쪽 옆구리에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다시 앞으로 고개를 숙이는 태고!

아직 쓰러지지 않은 태고의 모습에 광개토는 이를 악물고 사 격을 우겨넣었다. 네 번째 공격은 굽혔던 몸을 폭발적으로 일으키면서 명치에 꽂아 넣는 오른 팔꿈치 공격이었다.

그런데 팔꿈치 공격을 하기 직전에 더 강한 공격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더 굽히며 고개를 드는 순간, 광개토는 보았다. 그를 정확히 내려다보고 있는 태고의 시퍼런 안광을.

‘충격이 없었어?’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태고가 양팔을 내려찍었다. 태고의 두 팔은 정확하게 광개토의 좌우 쇄골을 때렸고, 광개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으악!!”

광개토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재빨리 뒤로 구르며 몸을 피했다.

다행히도 태고는 여유를 부리며 광개토의 뒤를 쫓지 않았다. 일격을 성공시켰다고 미친 듯이 연타를 날려대는 광개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두세 바퀴를 구른 후에야 간신히 일어선 광개토는 두 팔을 제대로 들 수조차 없었다. 굽혔던 무릎을 막 펴면서 솟구치려고 할 때에 카운트성으로 내려 찍힌거라 단번에 양쪽 쇄골이 다 나가버린 것 같았다.

정타 공격은 그가 더 많이 성공시켰건만, 단 한방에 전투 불능 근처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양팔을 늘어뜨린 광개토를 보며 태고가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 본 군주 앞에서는 주먹을 들면 안 되는 법이지.”

광개토는 태고의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며 빠르게 자연치유력 강화를 스스로에게 걸었다.

곧 온 몸에서 일어난 천마기가 꿈틀대며 이곳저곳, 특히 양 어깨의 쇄골을 붙들고 치유하기 시작했다.


광개토가 열세에 처하자 슬기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저씨, 아무래도 개토 혼자 안 되겠는데, 안 도와줄거..읍!”

한줄기 바람처럼 다가온 천마가 한 손으로 슬기의 턱을 잡아들자, 엉겁결에 공중으로 들린 슬기는 짧은 신음과 함께 뒷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본좌에게 욕을 했느냐?”“무..무슨?”

“아.저.씨.라고 하지 않았느냐, 왠지 꽤나 기분 나쁜 것이 틀림없이 욕이렷다.”

슬기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과거에 꼭 이런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말인즉, 천마는 정말로 그녀를 기억 못한다는 말이었다.

슬기는 턱을 잡힌 채로 열심히 항변했다.

“아잉야, 용 아잉야, 이엉..그어.. 나이 마은 앙아나 아이엉 그앙 애잉어엉 응우오 잉으 어야(아니야, 욕 아니야. 이건 그저 나이 많은 남자나, 아니면, 그냥 애칭처럼 쓸 수도 있는 거야).”

옹알이와도 같은 슬기의 항변에 천마가 슬그머니 팔을 내렸다.

“다시 말해 보거라.”

천마는 그저 슬기가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서 풀어준 것이었다.

“쓰바, 욕 아니라고!!”

턱이 아픈 슬기는 간단하게 요약정리했다.

천마가 다시 슬기의 멱살을 잡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욕이로군.”

광개토의 목숨이 위태로운 이런 급박한 순간에 자꾸 욕 운운하는 천마에게 슬기도 그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씨바, 넌 욕들어 처먹어도 싸, 이 자식아!! 제 멋대로 죽질 않나!! 부활했으면 냉큼 찾아와야지, 내가 이렇게 찾으러 올 때까지 코빼기도 안보이질 않나!! 그래놓고 감히 이 아가씨한테 욕 한마디 좀 들었다고 지랄을 떨어, 지랄을? 씨X놈아!”

슬기의 욕설이 계속해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야이, 빙신같은 새끼야! 언제는 무적인양, 고금제일의 고수인냥 굴더니 그깟 여섯 놈을 못 이겨서 뒈지고 지랄이야? 나랑 개토가 너 찾는다고 성좌 거길 얼마나 헤집고 다녔는지 알아? 에라이 똥물에 튀겨 죽을 새끼야! 아니다, 그냥 튀겨 죽일게 아니라 일단 옷부터 다 벗기고 털도 다 밀자! 맨날 북극곰 털깎는 소리한다고 개소리를 짖는데, 어디 한번 털부터 밀어보자!! 일루와, 확 거시기부터 다 밀어버릴꺼니까!”

천마는 그만 주춤 물러서고 말았다. 그리고는 금세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 다시 꼿꼿하게 섰다.

“감히 본좌에게 욕설을 이렇게나... 많이 한 죄를 안 물을 수 없군. 넌 사형이니라.”

심각한 표정으로 선고를 내린 천마는 곧장 손을 들었다. 이제 그의 손에서 기공이 발출되는 순간 여자의 머리는 없어질 참이었다.

그런데.. 왠지 목숨을 거둘 수가 없었다.

못생긴 얼굴에, 표독스러운 인상까지 결코 좋은 꼴이 아닌 슬기의 몰골이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마는 목숨을 거둘 수 없었다.

천마가 손을 든 채 가만히 있자, 슬기가 분노로 인해 떨리는 목소리로 선언하듯 말했다.

“뭐 하냐, 안 죽이고? 얼른 죽여라. 안 그래도 시온 따위 신물 나도록 지겨운 참이었는데 이제 죽으면 그냥 겜 접고 다시는 안나타 나련다.”

천마는 슬기의 표정과 말투에서 진심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이것은 피육에서 느껴지는 같잖은 고통이 아니라 영혼에서 울려오는 저릿한 고통이었다.

“흥, 요괴들 따위.”

천마는 내면에서 전해오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재차 손을 들었지만, 이번에도 살수를 뻗지 못했다.

그렇게 금세라도 목숨을 거둘 것처럼 말하면서 정작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천마의 모습에서 슬기는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죽일 줄도 모르는 거 아냐?”

슬기가 언제 분노했냐는 듯이 은근한 어조로 비꼬자, 천마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천마의 차가워진 안색을 살피며 슬기가 다시 은근하게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증명을 해보이시던가.”

“증명?”

“저기 까만 뼈다귀 있잖아. 저걸 한방에 죽인다면 내가 믿어줄게.”

“흥!”

콧방귀를 끼면서도 천마의 고개와 손이 태고를 향해 움직였다.


천년강시, 태고는 아직 팔을 회복하지 못한 광개토를 상대로 한창 즐겁게 노는 중이었다.

바람의 칼날처럼 희번득거리는 풍연검이 녀석의 팔뚝과 허벅지를 횟감처럼 저몄고, 산을 무너뜨린다는 폭렬권으로는 조금씩 회복되어 가던 녀석의 어깨를 완전히 짓뭉개버렸다.

그리고 이제 태고는 그의 진신절기라 할 수 있는 고루혈마수로 녀석의 두개골에 열 개의 구멍을 선명하게 뚫어버릴 참이었다.

“본 군주의 안식처를 시끄럽게 한 너의 죄를 이제는 분명히 알렷다?!”

마침내 태고의 입에서 마무리 멘트가 나왔다. 결말이 정해진 이후에야 나오는 이 멘트의 결말은 침입자의 죽음이었다.

거장 피아니스트가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치기에 앞서 숨을 고르며 두 손을 치켜들 듯, 태고의 치켜든 양손이 바야흐로 마지막 클라이막스만이 남았음을 선포했다.

그리고,

“인마, 일루와 봐.”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들린 순간, 태고는 갑자기 바뀌어버린 주변 환경에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건 무엇?”

그리고 그것이 그가 완벽하게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내뱉은 유언이었다.

푸학-

‘천마의 집요한 손아귀’에 이은 주먹질 두 방으로 태고의 상반신을 통째로 날려버린 천마가 슬기에게 물었다.

“자, 이제 증명이 되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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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화 20.01.04 360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2 3 13쪽
160 160화 20.01.03 384 4 13쪽
159 159화 20.01.03 366 4 12쪽
158 158화 20.01.03 356 4 12쪽
» 157화 20.01.02 362 5 12쪽
156 156화 20.01.02 356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3 4 13쪽
152 152화 20.01.01 36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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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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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19.12.30 4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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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19.12.29 39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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