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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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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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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25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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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추천
5
글자
12쪽

140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0화






마법사의 장황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악마의 네 자식, 혹은 악마의 네 제자라 불리우는 이남 이녀의 소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스트랜드에 있는 동끝별의 성좌, 성 엘리나의 성좌였다.

처음에 악마라는 자가 나타나 열세였던 시온군의 전황을 단번에 뒤집어엎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악마라는 자에 대해 크게 열광했다고 한다.

비록 그가 잔인하고 포악한 언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영웅의 등장에 열광한 시온 유저들이 더 많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세도 채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천마의 제자 여섯이 한꺼번에 덤벼들어 셋이 목숨을 잃은 끝에 악마를 처치한 후,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동끝별의 성좌는 천마군에게 넘어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이후로 악마는 다시 등장하지 않았고, 악마 없이는 천마의 제자들을 상대할 수 없었던 시온군은 성좌의 탈환을 포기했다.

오직 악마와 함께 등장했었던 이남 이녀, 소위 악마의 자식들이라 불리우는 사람들만이 성좌 탈환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었는데, 그들은 쉬지 않고 천마군이 점령한 성좌를 두들기고 두들겼다고 했다(이 대목에서 천마는 혼잣말로 “병X들이군.”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단 네 명의 힘으로는 성좌를 도모하기는커녕, 성채에 있는 여덟 개의 성탑 중 하나를 점령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종종 성탑을 점령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렇게 그들의 손에 죽어간 천마군만 해도 누적으로 따지면 근 수백여 명이 넘어간다고 하니 그들의 도전과 시도는 성공과 별개로 점차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안 그렇겠습니까? 그 이름 높은 더 원의 유저들도 두 명은 감당하지 못한다는 천마군을 악마의 자식들은 한 번에 세 네놈을 상대했다고 하니, 그들의 명성이 그렇게 높아지는 건 당연한 거죠.”

“동끝별의 성좌가 무너진 이후로는 그들의 종적이 묘연해졌다고 하더군요. 들리는 소문에는 이곳 사우스랜드로 오고 있다고도 하고, 노스랜드로 시마를 죽이기 위해 갔다는 말도 있고.. 그렇습니다.”

악마의 자식들의 행적이 묘연해졌다는 말로 마법사의 장황하던 설명이 끝이 났다.

잠도 하나도 안 오면서 괜시리 하품하던 천마가 눈썹을 긁적였다.

“네 녀석은 참 말을 재미없게 하는 재주를 가졌구나.”

“네? 아, 죄송합니다.”

그 말에 천마가 손가락을 들었다. 천마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마법사가 그 손가락의 움직임에서 위기를 느끼고 화들짝 놀라자 천마가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본좌가 분명히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네?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건 다 믿을만한 정보에 입각한 사실입니다만..”

“그거 말고, 죄송하다는 말. 네 놈은 사실 하나도 안 죄송하지 않느냐?”

천마의 예리한 지적에 마법사는 속이 덜컹 내려앉고 말았다. 천마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평소 재미없게 얘기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그럴 때마다 마법사는 진실이나 옳은 말들은 쓴 법이고, 오히려 자신은 남을 웃기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재미없다’라는 말을 되려 훈장처럼 여겨왔던 터였다.

“그래도 입 아프게 나불대었을 터이니 특별히...고통 없이 죽여주마.”

“..네?”

‘특별히’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살려주겠다고 말할 걸로 기대했던 마법사가 전혀 예상 밖의 뒷말에 입과 눈을 크게 벌렸고, 그 순간 그의 머리는 아무 소리도 없이 붉은 안개와 함께 증발해 버렸다.

“어쨌든 본좌가 한 말은 지켜야하는 법이라...”

십여 분 동안 얘기를 주고받으며 위기의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남은 두 일행은 이 돌발적인 상황에 다시금 벌벌 떨기 시작했다.

이들로서는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여 대는 천마가 진짜 악마 같았다. 소문의 그 악마가 아니라, 진짜 ‘악마’ 말이다.

“저..저희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드래곤에게서나 느낄 법한 공포를 느끼며(사실 드래곤을 본 적도 없었다) 여태 살아남은 탱커와 궁수가 두 손을 비볐다.

“이놈들아. 왜 이렇게 두려워하느냐. 본좌는 아무렇게나 이유도 없이 살생을 일삼는 자가 아니니라.”

‘거짓말!!!’

두 일행은 남의 거짓말은 그렇게나 단호하게 목숨값을 치르게 하면서 스스로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일삼는 천마가 그렇게 가증스러울 수가 없었지만, 당장은 목숨이 귀했다.

“네, 맞습니다. 악마님은..!”

‘정의로운 분이십니다.’라고 말하려던 탱커가 문득 어떤 깨달음을 얻고는 다급히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주, 죽을 뻔 했어!! 이런 고도의 유인술이라니!!’

인사치례의 말들, 가볍게 과장한 표현들을 무려 거짓말로 낙인찍고 가차 없이 목숨을 거두어 갔던 천마의 만행을 볼 때 이번에도 그대로 말을 내뱉었다가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었다(물론 천마는 그런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깜냥이 되지 못하였지만, 이들은 알 수 없었다!).

‘그냥 입을 벌리지 말자. 트집을 안 잡히려면 그 수밖에 없어.’

그렇게 합죽이가 된 두 사람을 보던 천마가 이후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이제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둘만 남은 둘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더니, 탱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둘만 남은 데다 리더도 죽었기 때문에 마을로 돌아가서 재정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너희들 갈 길을 가보도록 해라.”

“네, 그럼 이것들은..?”

유이한 생존자 중 나머지 한 명인 궁수가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 일행들의 장비를 가리켰다.

동료 네 명이 죽어가며 떨군 장비 아이템들이었다. 개중에는 도적이 애지중지하던 사울의 열쇠(이름은 열쇠지만, 단검이었다)도 있었다.

도적은 평소 그 검을 닦으며 언젠가 이 열쇠로 숨겨질 보물 상자를 열거라고 중얼거리곤 했었다.

천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죽고 싶나?”

천마가 역시나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부터 쓰지도 않는 전리품에 이상한 탐욕을 부리곤 했었는데, 기억을 잃었어도 그 성미는 여전하였다.

“아, 아닙니다!”

“아닌데, 죽고 싶은 거 같은데?”

진즉부터 사나웠던 천마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며 둘을 훑자, 둘은 정말이지 기절할 것만 같았다.

간신히 입을 연 궁수가 빠르게 사과했고, 탱커도 덩달아 사과를 거듭했다. 그들의 모습에서 거짓을 찾아 볼 수 없었던 천마는 아쉬움(?)을 달래며 사과를 받아주었다.

탱커와 궁수는 몇 차례나 더 천마에게 고개를 조아린 후에 또 다시 말실수라도 할까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서 천마의 축객령이 철회되기 전에 줄행랑을 쳤다.


한동안 둘의 기척이 멀어지는 것을 감지하며 서 있던 천마가 이윽고 땅에 있는 전리품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4개의 장비 아이템이 허공으로 둥실하고 떠올랐다.

“아가씨야, 챙겨 두거라.”

무심코 평소처럼 그의 전리품 전담 창고인 슬기를 향해 장비 아이템을 날려 보내던 천마는 곧 받을 사람 없어 땅바닥에 와장창, 하고 요란스레 떨어져 나뒹구는 그 아이템들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내가 왜 이러지?”

천마는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대체 왜 아무도 없는 공간에다 말까지 걸어가며 아이템을 던져버린 것일까?


천마는 그렇게 한참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생각이라는걸 하지 않았던 그의 머리가 맹렬하게 생각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춘 상태였다.

그를 가리켜 악마라고 불렀던 마법사를 생각하며, 천마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말이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악마라는 자의 특징 중 하나가 잔인하고 포악한 성격이라지 않는가.

천마는 자꾸만 본의보다 잔인하게 발동되는 자신의 언행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정말 자신이 악마라는 그 작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럼 자식들이라는 년놈들을 만나러 가봐?”

하지만 그렇게 막상 생각을 하자, 그의 물건들을 훔쳐 간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놈이 마음에 걸렸다.

“그 전에 도둑새끼부터 족쳐?”

아주 잠시 고민하던 천마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치며 자신의 현명한 결정에 만족해했다.

“아니지, 맛있는 건 아껴뒀다 잘끈잘끈 씹어 먹어야지!”

그리고 만약 악마의 자식들과 그가 아무 관계가 없다면 말끔하게 그들을 죽이고 돌아서면 될 것 같았다(그의 잔인한 성품은 저절로 상대를 죽인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놈들이 어디 있다고 했지? 이쪽으로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동쪽에 있다고 했나? 북쪽에 있다고 했나?”

천마는 점심이 지났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중천을 넘어 해가 기울여져 있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쪽이 서쪽인가?”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겠지만, 천마는 사고의 초심자답게 ‘해가 기우는 쪽은 서쪽’이라는 단 하나의 지식만으로 쉽게 단정 짓고 말았다.

“나는 동쪽으로 가야하니까..”

마법사는 이스트랜드가 동쪽이라고 했었다. 천마는 해가 기운 쪽의 반대 방향인 동쪽(사실은 서쪽)을 향해 느긋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


‘표적이 어떤 방식으로 이동할지 모른다고 했는데..’

윗선으로부터 듣기로는 심지어 날아서 이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그 비행 속도가 무지하게 빨라 절대 한눈 팔아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만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으려니 눈알이 점차 뻐근해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눈알 빠지겠구만. 현장 따윈 모르는 것들이 말은 또 얼마나 쉽게 씨부려 대는지!”

현장 요원 발트웰은 그에게 추적 감시 업무를 지시한 관리 요원을 욕했다. 모르긴 몰라도 근방에 잠복해 있는 백여 명의 현장 요원들이 모두 그들의 윗선, 즉 관리 요원들을 욕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이 이곳 한 제국 남단에 있는 ‘모아 고원’의 수십 킬로미터 이르는 지역에 잠복하게 된 것은 갑자기 떨어진 감시 명령 탓이었다.

천마성에서 출발하여 한제국의 수도 ‘동문’에 이르기까지 길게 그어진 일직선 경로의 삼분의 이 지점에 위치한 이 고원 지대는 동서로 수백 킬로미터 가량 길게 늘어졌다.

더불어 고원의 평균 고도 자체가 웬만한 산들보다도 높아 ‘구름도 넘어가다 포기하는 모아 고원’이라 불리었다.

그런데 관리 요원들은 이곳을 누군가가 지나갈 텐데, 아마도 날아서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현장요원 백여 명을 배치시킨 것이었다.

‘흥, 콧방귀도 얼어붙는 이곳을?’

발트웰은 관리 요원들의 대가리 굴리는 꼬락서니가 아니꼬웠지만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발트웰을 위시한 백여 명의 현장 요원들은 장장 삼일 밤낮을 추위에 떨며 언젠가 나타날 표적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하지만 천마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

도둑놈을 쫓으려던 처음의 목적을 바꾼 천마는 모아 고원의 한참 남쪽에서 서쪽(그는 동쪽이라 믿고 있다)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건지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동서는 잘못 알고 있으면서 남북은 바로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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