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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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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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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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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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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6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6편





폭풍우에 휩쓸린 쪽배 마냥 온 세상이 뒤집히고 검은 색과 회색이 온통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돌아간다 싶은 순간, 천마는 눈을 떴다.

곧 천마는 자신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갇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사방이 막혀 있다는걸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산채로 무덤에 매장당한 느낌이었다.

천마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냐?”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입과 혀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말은 그저 생각으로 그쳐 버렸다. 마치 식물인간이라도 된 듯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팔을 움직여 보려 했지만, 팔은커녕 약간의 고갯짓도 불가능했다. 천마는 멍하니 그를 둘러싼 벽을 쳐다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천지가 뒤집히는가 싶더니 돌연 온몸의 활력이 돌아왔다. 손에 잡힌 사람인지 요괴인지 모를 것이 바둥거리는 느낌이 손과 팔을 통해 느껴졌다.

눈깜짝할 새에 눈앞을 막고 있던 벽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과 그를 둘러싼 수백 명의 적이 눈에 들어왔다.

족히 일분은 걸렸다고 생각했던 그 이질적인 경험은 사실상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의 경험이었다.

천마는 그의 손아귀 아래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오토 캐릭터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놈이냐, 방금 요사스런 술법을 펼친 놈이?”

천마는 방금 잠깐 겪은 ‘무덤 속에 무력하게 갇혔던 경험’이 어떤 강력한 술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술법은 분명히 눈앞의 녀석으로부터 비롯됐다. 녀석의 목을 붙잡은 직후에 큰 충격과 함께 술법에 빠졌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시 요괴가 되었구나. 역시 네 놈들은 요괴 새끼들이었어.”

천마는 주변의 그를 적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시 요괴로 돌아갔음을 깨달았다.

무심한 손길로 손에 들린 요괴의 목을 뚝, 하고 분지른 천마는 아직 요괴로 돌아가지 않은, 요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아직 사람같은 놈들 중 하나를 찾아서는 ‘천마의 손아귀’로 잡아당겼다.

아직 사람인 그것이 날아와 붙잡힌 순간, 공교롭게도 그 찰나에 그것도 사람에서 요괴로 돌아갔다.

그 순간!

천마는 다시 한 번 그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음을 깨달았다.

아니, 같은 경험을 두 번째 하면서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된 것인데, 몸은 이동하지 않았고 정신만 이동했다!!

그의 강인하고 활력 넘치는 본체와 달리 지금 그가 느끼는 육신은 마치 온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는 냥,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몸은 절대 그의 몸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가 첫 경험 때와 다른 점은 이번에 갇힌 곳은 시커먼 무덤 속이 아니라, 눈앞에 좁고 가로로 긴 창을 통해 환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투명한 벽을 통해 내다 본 바깥은 어떤 실내였는데, 맞은편에 거의 천장에 닿을 만큼 크고 길쭉한 원통형 물체들이 벽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원통형 물체들은 각각 사람 둘은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였다.

그리고 천마는 본능적으로 그가 있는 곳 역시도 그 원통형 물체 중 하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 천마는 그 원통형 물체들 사이로 조그마한 창문을 하나 발견했다. 창문 밖으로 살짝 하늘이 보였다. 그 하늘도 그가 알고 있던 하늘처럼 푸른빛이었다.

‘오호라, 여기 하늘도 파랗구나!’


쑤웅-

또다시 천지가 뒤집히고, 천마는 다시 본체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신묘한 술법이로구나.”

천마는 진심으로 탄복했다. 방금 저쪽에서 본 하늘은 아마도,

“네놈들 세상의 하늘이겠지?”

천마는 말로만 듣던 요괴들의 세상을 엿본 것에 대해 꽤 만족감을 느끼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말로만 들었다고? 내가 언제?”

천마는 또다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자연스레 있었던 것처럼 여기는 자신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천마는 곧 의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머리 한켠으로 치워버렸다. 알다가도 모를 듯한, 처음 겪지만 왠지 익히 겪은 듯 한 느낌을 받았던 일이 이것 말고도 한두 개가 아니었고,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또 겪고 싶은 술법은 아니로다.”

온몸의 기운이 쫙 빠져나간 듯한 그 탈력감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걸렸고, 두 번째는 똥인지 된장인지 알아보기 위해 찍어 먹어봤고, 이제 똥이란 걸 확실히 안 이상 더 이상 찍어먹을 일은 없어야 했다.

천마는 아직 사람인 것들은 제쳐두고, 확실히 요괴로 돌아온 것들부터 차근차근 때려잡아 나갔다.


현무대는 홍운의 1군 무력집단이었다.

홍운 길드, 그러니까 외부인들에게는 하오문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길드의 오토 캐릭터들은 총 5개군으로 등급을 나뉘었다.

그 중에서도 1군은 10년 전 시온의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었을 당시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맹활약해 온 오토 캐릭터들이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근 10년을 일체의 휴가 없이 장기근속한 끝에 1군의 오토 캐릭터들은 모두 300레벨 언저리에 다다른 뛰어난 앵벌꾼들이 되었다.

이들은 평상시에는 상위 사냥터에서 본업(오토사냥: 앵벌이)에 충실하다가, 2군이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만 이렇게 소집되곤 했다.

석 달 전 설산신녀를 포함한 2군급 오토 캐릭터 서른 개체가 괴한으로부터 떼죽음을 당하자, 홍운은 정황상 1군이 투입되어야 할 사태라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2군 100인이 있으면 감당할 만한 사안이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홍운의 지도부는 아예 1군 200인을 투입함으로써 압도적이고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현무대의 1대와 2대, 총 200명의 인원이 천마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었다.

그랬는데,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보라!

“이..이건 악몽이다..!!”

“이런 괴물이 있을 수가 있나?!!”

무악과 유호선은 눈앞의 펼쳐지고 있는 광경들을 보며 연신 몸서리를 치는 중이었다.

전투를 시작하며 천마가 읊조렸었다.

“네놈들이 시작한 싸움이니라.”

사실 이 전투의 시작은 천마가 시전한 소환 스킬, ‘천마의 손아귀’였지만, 천마 생각엔 그건 그저 상대를 부르는 기술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저 불렀을 뿐인데 대뜸 천마의 목을 나무인 양 도끼질을 한 현무대의 대원이 이 전투를 발발하게 만든 주범이자, 전범이었다.

그에게 칼을 겨눈 자를 살려둔 적이 없는 천마는 요상한 주술이 살짝 꺼림칙하긴 했지만, 곧 전투에 몰입했다.

처음에 현무대 몇몇을 목을 부러뜨려 죽이더니, 이내 죽은 시체를 무기 삼아 휘두르기 시작했다.

휙- 퍽!

휘둘러진 현무대원의 머리통이 터지고, 서 있다가 그걸 맞은 현무대원의 머리통도 같이 터져나갔다.

천마는 자신의 손에 들린 무기의 머리통이 터져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휘둘렀다.

휙휙, 퍽퍽

얼마나 힘이 장사인지 천마는 건장한 현무대원 둘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는 마치 막대사탕 휘두르듯이 거침없이 휘둘러나갔고, 그 생체 무기에 맞는 족족 현무대원들은 몸의 어디 한 곳이 터져나가며 쓰러졌다.

“대체 힘이 얼마인거야!!?”

“아니, 그것보다 방어력이 더 괴물이야!! 저것 봐, 방어력이 얼마나 높은지, 아예 피하지도 않아! 우리 편의 공격을 그냥 몸으로 때우고 있다고!!”

유호선이 기겁하며 외치는 그 시간에도 천마의 몸에는 현무대의 공격 십여 방이 제대로 적중해고 있었다.

뼈를 부술 듯 한 기세로 쇄골로 내리 찍히는 도끼질!

등짝에서 앞가슴으로, 그대로 몸을 꿰뚫어 버릴듯한 창날 찌르기!

격렬한 파공음과 함께 어느새 날아와 천마의 가슴에 박혀 버린 라이플 탄환!

시야의 사각지대인 하늘로부터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비!

뜨거운 불꽃에 휩싸인 철퇴가 천마의 옆구리에 박혀들며 흑의를 까맣게 태웠고, 동시에 빛나는 채찍이 천마의 왼쪽 허벅지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 사이를 휘적휘적- 가로지르는 현무대원의 죽은 몸뚱아리.

이미 죽어버린 현무대원의 눈빛이 아직 살아있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권고하는 듯 했다.

‘도망쳐라, 나처럼 되기 싫으면... 아, 이미 늦었나? 그럼 자살이라도 해, 어서!!’

퍼퍼퍼퍼퍽--

현무대원들의 머리가, 팔이, 어깨가, 다리가 날아가는 동안, 천마는 터럭만큼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불에 탄 흑의도 원래 까맣다 보니 그을린 티도 안 났다. 서로간에 공격 일변도로 맞붙었지만, 결국 피해를 입고 목숨을 잃은 건 현무대뿐이었다.

“크크크, 이것들아, 뭐 재미난 거 없느냐? 아까 그 주술은 빼고.”

천마는 두 번이나 겪었던 똥 같은 술법만 아니라면 뭐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드루와, 드루와.”

말로는 들어오라면서 천마가 먼저 쳐들어갔다. 아무 놈이나 잡아다가 휘두르다가 생체병기의 내구도가 다하든지, 혹은 강제로 시체가 사라져버리면 또 다시 새로운 싱싱한 병기를 집어 들었다.

악마같은 천마의 모습에 현무대원은 스스로 판단하는 이지가 없음에도 주춤주춤 물러섰다.


“이건.. 완전 망한거요... 젠장!!”

“설마하니 그 와중에 드랍템마저도 다 챙겼을 줄이야..”무악과 유호선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수백 대 일의 싸움을 벌이면서도 단 한 개의 드랍템도 놓치지 않고 챙긴 남자, 천마가 있었다.

천마가 두둑해진(실제로는 외형적 변화는 전혀 없었다) 웨이스트백을 흐뭇하게 두드렸다. 얼마 전에 천마군을 제거해준 보답(이라 쓰고 강탈이라 읽는다)으로 한 유저에게 받은 유품(!)이었다.

무려 200여개의 전리품을 기쁜 마음으로 날름한 천마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두 놈에게 다가왔다.

현무대와 천마의 일전이 벌어지는 내내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던 무악이 돌연 떨림을 멈추더니 천마에게 소리쳤다.

“이놈!! 우리가 누군지 아..십니까?”

‘아느냐!?’하고 노성을 지르고 싶었지만, 몸이 마음을 거부하는 바람에 끝이 흐지부지해졌다.

가까이 다가온 천마가 둘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말없이 공격만 일삼던 기존 놈들과 반대로 이 두 놈은 말만 하고 공격은 하지 않을 기세였다.

가만히 쳐다보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늙은 미꾸라지가 부른 놈들이겠지.”

무악과 유호선은 천마가 말하는 미꾸라지가 파용이라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그렇다!”

유호선의 대꾸에 저 멀리 북문 어귀에서 슬쩍 고개만 내밀고 있던 파용이 크게 탄식했다.

“이런 상도덕도 없는 새끼!!”

본래 암흑가의 뒷거래는 걸린 경우, 거래자를 엮어 들어가지 않는 법이었다. 당연히 유호선은 모른다고 발뺌을 했어야 했다.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던 파용은 갑작스레 그를 옥죄어오는 압력에 기겁하여 몸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그의 앞에는 천마가, 그리고 옆에는 무악과 유호선이 있었다.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주변 풍경에 파용은 기겁을 했다.

“헛!! 뭔일인교!! 뭐야, 이거? 내 지금 순간이동 당했나?”

무악과 유호선도 갑자기 나타난 파용의 모습에 한 번 더 화들짝 놀랐다.

“본좌는 한번 입밖에 낸 말은 분명하게 지키느니라. 이백마리를 다 죽이고 난 후에 네놈, 늙은 미꾸라지를 죽이겠노라.”

불과 몇 분 전에 들었던 천마의 약속(?)을 다시 떠올린 파용은 그만 사색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다년간 수많은 지능범들을 쫓아다녔던 경험이 그 순간 빛을 발했다. 머리를 팽팽 돌린 파용이 벌벌 떨면서도 제 할 말을 했다.

“..그.. 말인즉, 이 둘..을 죽이기 전까지는 나를 살려두겠다는 말..?”

파용의 창백해진 얼굴에 한줄기 혈색이 감돌았다. 보아하니 천마는 자신의 말을 철썩같이 지키는 타입인 듯한데, 그렇다면 반드시 현무대가 모조리 전멸하고 나야만 자신의 죽을 차례가 온다는 계산이 섰다.

다시 말해, 이 둘(무악과 유호선)이 죽지만 않는다면 자신의 목숨도 부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파용아, 넌 할 수 있다. 얼른 이 놈들을 죽일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파용은 일단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홍운’의 이름을 팔기로 결심했다. 천마에게 홍운의 악명만 제대로 먹혀들게 만든다면 상황을 잘 마무리 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파용은 일단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말을 시작했다.

“대..대인! 내 말 좀 들어보소, 혹시 아시능교? 기분 나쁘다고 죽이고, 수틀려도 죽이고, 걸핏하면 죽이고, 말 안 들으면 또 죽이는 무서운 사람들이 있거든예.”

“본좌에 대한 소문은 어디서 들었느냐?”

“..예..?”

파용은 홍운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엉뚱한 천마의 반응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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