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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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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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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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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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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3화





천마의 봉인이 깨진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천마군과 시온군 간의 전쟁에 큰 전환을 가져오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온군이 천마의 일곱 번째 제자 시마를 공략해버린 것이었다.

더 원의 열 개 공격대가 모두 모였고, 그 외에도 적사풍을 비롯한 수많은 크고 작은 길드들뿐만 아니라 시마의 성채가 있던 노스랜드의 수많은 유저 개개인들이 힘을 합쳐 일구어낸 쾌거였다.


노스랜드의 동쪽 변방 사막지대.

“천마군들의 숫자가 줄어들었습니다!”

“적의 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아군들이 전해오는 소식에 시온군 지도부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이군요. 시마를 잡으니 놈들의 부활 능력이 사라진 걸로 보입니다.”

더 원의 총군사 ‘미스란디르’가 밝은 표정을 지으니 평소보다 열 살은 젊어보였다.

더 원의 마스터 ‘크로우’도 크게 기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이제 우리가 승기를 잡았어!”

예상대로 천마군은 불사의 능력을 잃었다.

그에 반해 유저들은 여전히 부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지속된다면 끝내 살아남는 쪽은 시온군이 될 터였다.

이것은 무려 십수 만에 이르는 유저들이 힘을 모은 결과였다. 시온의 10년간의 역사 가운데 이렇게 많은 유저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의 적을 향해 무기를 든 전례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시온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더 이상 ‘제2의 삶’을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이 놀라운 기적의 발단은 운명의 신을 만나고 온 성녀 일행의 발언이었다.

-천마군이 불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성 시온과 시마 간의 계약 때문이다.

-성녀가 목숨을 바치는 조건으로 성 시온과 시마 간의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성 시온은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계약서는 웬 미친 놈 때문에 사라졌고, 정상적인 절차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보고를 받은 더 원의 총군사가 한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계약의 당사자인 시마를 죽여보면 어떻겠소? 원래 약속도, 지킬 사람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파기되는 법이니.”

모든 성좌를 빼앗기고 끝내 천마의 부활을 막아내지 못해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던 더 원과 뭇 길드들은 군사의 의견에 다시금 힘을 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한 곳이 바로 북대륙, 노스랜드에 위치한 천마군 성채.

천마 확장팩이 ‘2막’으로 넘어감에 따라 세계 각지에는 천마의 제자들이 각각 하나씩 총 일곱 개의 천마군 성채가 세워졌다.

세계 각지로 흩어진 천마군들이 천마의 파편을 찾아다가 모아두는 곳이 바로 제자들이 지은 천마군 성채들이었다.

그리고 그 일곱 개의 성채 중 시마가 건축한 천마군 성채가 바로 노스랜드에 있었다.


시마와 휘하의 일천 천마군의 무력은 실로 놀라웠다. 알고 보니 그간 그들은 시온군을 봐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가히 일당백의 용사들이었다.

하지만 시온군의 군세가 십수 만에 이른 것은 훨씬 더 놀라운 일이었다. 너무 수가 많다보니 하마터면 일부 유저들은 이벤트 전투 지역으로 설정된 금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뻔도 했다!

그렇게 천마군과 시온군이 격돌했고, 천마군 하나당 정말로 시온군 백 명을 상대하게 된 상황!!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고, 천마군은 개개인이 일당백의 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일당백을 상대하게 되자 분전 끝에 모조리 몰살당하고 말았다.

물론 그 와중에 시온군이 입은 피해도 격심하여, 십만에 가까운 병력을 잃은 후에야 가까스로 천마군 일천 병력을 완벽하게 제압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벌어진 시온군 정예와 시마의 대결.

시체와 영혼을 무기 삼은 시마의 위력은 괴악스럽고도 강력했지만, 시온군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미 시마에게 무수하게 당했던 노스랜드 길드들의 경험.

시마가 노스랜드에 위치한 북끝별의 성좌, 즉 성 니어의 성좌를 공략했을 때 노스랜드의 수많은 유저들이 시마에게 도전하고 실패하고 목숨을 잃었었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좌의 봉인은 깨어졌고, 당시 피 흘렸던 모든 유저들은 그들의 희생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여겼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좌절의 경험들은 두 번째 기회에서 비로소 성공의 발판이 되고야 말았다. 노스랜드의 길드들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쌓아둔 그 경험들이 마침내 시마를 거꾸러뜨린 것이었다.


*


시마의 죽음은 천마 용군들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반 유저였다가 천마군에게 붙잡혀 사흘간의 갖은 고문과 실험 끝에 천마군의 편에 서게 된 자들. 대신 천마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일반 유저들보다 월등하게 강해진 자들이 바로 천마 용군이었다.

“하자르 파티도 귓말이 안되는데?”

“묠니르 쪽도 안 돼.”

“대장, 다들 돌아선 거 같은데, 우리도 돌아가면 어떨까?”

귓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이 더 이상 천마 용군이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레인과 디에스의 보고에 이어 쟈넷이 파티장인 로키에게 물었다.

물체의 중력을 조절하는 초능력자, 로키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계속 천마군 편에 있을거야? 다들 떠나고 있는거 안 보여?”

쟈넷이 재차 로키에게 말했다.

“그동안 할 수 없이 천마 용군으로 활동했다지만, 이제 돌아갈 기회가 생겼는데 안돌아가기도 좀 그렇지 않나?”

디에스가 쟈넷의 말을 거들었다.

동료들의 말을 들으며 말없이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 속의 나뭇가지들을 만지작거리던 로키가 한쪽 구석에 앉아 검을 닦고 있는 검사에게 말을 건넸다.

“스텐, 네 생각은?”

파티장의 질문에도 전투 외에는 다른 어느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스텐은 아무 대꾸가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그의 답을 어느 정도 알아낸 로키가 쟈넷과 디에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난 그냥 지금 상태로 있는게 좋겠는데. 스텐도 나랑 같은 생각인거 같고.”

“왜? 다시 평범한 유저로 돌아갈 기회가 생겼는데 왜? 왜 거부하는 건데?”

“봐봐, 다른 파티들도 다들 돌아갔잖아! 하자르네도, 묠니르네도, 나래네도 다 시온군 쪽으로 전향했다고.”

쟈넷과 디에스가 재차 말하자, 로키는 그만 빙긋 웃고 말았다.

“하하하, 돌아가면, 돌아가서 어쩔건데?”

말하면서 로키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

“돌아가고 나면 더 이상 합법적으로 PK(Player Kill:유저 사냥)를 할 수 없게 되는데,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몹을 상대로 과연 지금과 같은 흥분과 스릴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 그들은 이미 사람 고기 맛을 본 호랑이들이었다.

천마 용군인 그들은 천마의 파편을 운반하며 벌써 백여 명에 이르는 시온군들을 처치해 왔었다.

퀘스트에 이끌린 시온군들이 불에 뛰어드는 나방 마냥 그들에게 달려들면, 로키 일행은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생명을 앗아 버렸었다.

사람과의 목숨을 건 전투. 비록 인공지능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몹이 주는 즐거움은 사람이 주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시온군으로 돌아가면 아마 다시는 못 돌아올 거야. 사람 사냥은 그걸로 끝이라고. 너희들 정말 그걸 원하는거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로키가 지적하자 나머지 일행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다들 돌아갈 수 없을 줄로 알았던 과거의 위치로 돌아갈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만 하느라 천마 용군이 가지고 있고, 그들이 누리고 있던 이점을 깜박 하고 있었다.

“나는 남겠어.”

스텐이 한마디하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나도 남을거야. 어차피 게임인데, 이왕이면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

로키가 웃으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진영 선택!!

당신의 영혼을 속박하고 있던 시마의 계약이 깨졌습니다.

꿈에 바라 마지않던 천마 용군의 제약에서 풀려날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천마군과 시온군 중 원하는 진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천마를 좇아 세계를 파괴할 것인지, 시온군의 편에서 천마를 저지할 것인지 결정하십시오.

*진영 선택과 상관없이 보유하고 있던 천마기는 사라지지 않지만, 시온군을 선택할 경우, 천마기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습니다.

선택: 1. 천마군

2. 시온군 - 전향 퀘스트로 연계


어제 저녁부터 떠있던 퀘스트였다.

로키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1번, 천마군.”

곧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띠링~

-천마군을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천마 용군입니다.

로키에 이어 스텐도 천마군을 선택했다.

둘이 순식간에 천마군을 선택하자, 둘씩 양측으로 나뉜 의견 가운데 중립을 지키던 레인도 슬그머니 천마군을 선택했다.

파티원 다섯 명 중 세 명이 천마군을 선택하자, 시온군을 선택하려고 했던 쟈넷과 디에스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하지만 그들도 내심 로키의 말에 끌리는 중이었다.

“그래, 어차피 게임인데. 이왕하는 거 재밌게 하자! 그리고 나 없으면 누가 니들 힐 해줄 건데?”

쟈넷마저 그렇게 말하며 천마군을 선택하자, 홀로 남은 디에스도 별 수 없었다.

평범한 선역이 되느니 신나는 악역으로 지내는 게 분명 더 재밌으리라.

“에효, 우리 밖에 없는 거 아냐?”

결국 디에스마저 천마군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기존 천마 용군 중에서 여전히 천마군으로 남기로 한 파티가 하나 늘었다.

시온군으로 돌아가기로 한 용군이 72%.

천마군에 남기로 한 용군이 28%였다.


*


세상에서 천마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혹은 사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음식 냄새였다.

영혼에 새겨진 ‘삼시 세끼’ 사수의 본성에 이끌려 천마가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물론 천마가 모른다는 말이다) 중소 도시였다.

완만한 산세 아래 대략 이천여 호 규모로 조성된 ‘호호시’는 점심때를 맞이해 한창 음식 냄새가 가득해 천마를 꼬시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지.”

금강산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면서 천마는 그런 소릴 중얼거리며 허공을 날아 어느 한 주점 입구에 착지했다. 아니, 입구가 아니라 곧장 벽을 부수며 주방 한가운데로 착지해버렸다. 그곳이 냄새의 근원지였으니까.

갑자기 큰 충격음과 함께 벽이 무너지고 뿌연 먼지 가운데 천마가 나타나자, 주방에서 한창 음식을 만들던 두 요리사가 천마에게 말했다.

“손님, 주문은 밖에서 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주문을 받은대로 조리하는 요리사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인공지능은 이런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주문이 무엇이냐?”

금세라도 달려들 듯한 기세로 천마가 물었지만, 요리사들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수준낮은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했다.

“드시고 싶은 음식을 말씀하는 거죠. 주문을 하시면 저희가 음식을 만들어 드립니다.”

“크흠!”

천마는 차마 죄 없는 사람을 상대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요괴(사람)를 상대로는 폭풍처럼 몰아치던 그의 손속이 사람(NPC) 앞에서는 살랑이는 미풍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밥이랑 벌건 야채 같은 걸 함께 볶은 음식을 내오거라.”

천마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이름 따윈 제쳐놓고 음식의 모양새를 설명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공지능은 고지식했다.

“음식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주문은 나가서 하셔야 합니다.”

어어, 하다가 천마는 주방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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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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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화 20.01.03 383 4 13쪽
159 159화 20.01.03 365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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