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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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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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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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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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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0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50화





“누님, 그리고 말인데, 사실 우리 리엔이가 아니더라도 리엔이가 가지고 있는 망토는 꼭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야영 장소를 정리하는 중에 광개토가 덧붙이자, 슬기가 무슨 말이냐고 눈썹을 치켜 올렸다.

“기억 안 나십니까? 예전에 망토 벗은 사부님이 갑자기 이상해져가지고..”

광개토의 말을 듣는 즉시 슬기의 머릿속에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망토를 벗고 있었던 천마가 갑자기 이상해져서는 슬기를 마구 공격하더니 곧 폭주의 기미를 보이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려 했었다.

그때 광개토가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겨우 천마에게 망토를 씌웠고, 그제야 천마는 정상으로 돌아와 슬기를 알아보았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사부님을 찾게 되더라도 그분이 우리를 못 알아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망토를 찾아야 하지 말입니다.”

여차하면 한 번 더 천마를 망토로 보쌈 해버리겠다는 광개토의 야심찬 각오에 슬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대신 꼬맹이가 느껴진다는 둥, 냄새가 난다는 둥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줘.”

“네? 냄새 난다는 소리는 한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아니, 누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

깜짝 놀란 광개토가 벌게진 얼굴로 항변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주변에서 플레이 중인 유저들이 꽤 많았다. 아니, 원래 아침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낮이고 간에 플레이하는 유저의 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여기 사우스랜드가 대한민국과 시간대가 같다보니 한국인인 슬기와 광개토로선 낮에 플레이하고 밤에 자는 게 편했을 뿐이었다(빌은 아니었다).

삼삼오오 모여 몹을 잡는 유저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여기 아무래도 저렙 지역인가 봅니다.”

유저들의 옷차림을 슬쩍 본 광개토가 그렇게 말하자, 슬기와 빌이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광개토가 남서 방향의 숲을 가리켰다.

“저쪽인거 같습니다. 저쪽에서 우리 리엔이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광개토의 말에 슬기의 표정이 여지없이 일그러졌다.

“얘가 진짜 컨셉을 변태로 잡았나, 너 이러다 잡혀가!”

도대체 무슨 수로 실리엔의 기운을 감지한다는 것인지 슬기로선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더럽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해할 수 없기는 광개토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저쪽에 실리엔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어쩌면 희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다.

어짜피 만날 운명은 어떻게든 만나게 될 거라는 그런 바람이 광개토의 발길을 끌고 있을 따름이었다.

달리 물증도 없고, 흔적도 없었기에 빌과 슬기는 별수 없이 광개토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광개토가 가리킨 방향으로 숲 속을 한참 헤치며 나아가던 일행은 이윽고 한 40명쯤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어떤 이름 모를 공동묘지 주변에 모여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슬기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서 무덤의 개수가 쉰 기 정도 된다는 걸 파악했다. 저레벨 사냥지역답게 그리 크지 않은 묘역이었다.

슬기가 살짝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공동묘지? 그래, 말 되네. 언데드라면 묘지에 있어야지. 그러고 보면 개토는 어떻게 저기 멀리서부터 여기 냄새를 맡고 왔을까? 시체 썩는 냄새라도 맡았니?”

슬기는 광개토가 했던 ‘실리엔을 느낀다’는 헛소리의 이유가 바로 이 묘지에서 풍겨 나오는 언데드의 냄새나 기운을 광개토가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광개토가 그렇게나 ‘냄새’를 맡은 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슬기는 주관이 꽤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곳을 지목했던 광개토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어, 그러니까, 여기가 아닌데 말입니다?...근데, 또 맞는거 같기도 하고. 뭐지? 맞나, 아닌가?”

광개토가 횡설수설거리자, 슬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신차려, 개토야!”

광개토와 슬기가 그렇게 다툼 비슷한 걸 벌이는 동안, 묘지 주변 사람들에게서 몇가지 정보를 캐온 빌이 슬기와 광개토에게 보고해왔다.

“여기 이상한 몹들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너 냄새 패티쉬냐? 왜 자꾸 무섭게끔 냄새가 나니 안나니 하는거야, 변태처럼!”

“아니지 말입니다. 이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직감, 식스 센스인겁니다! 냄새는 누님같은 사람한테서나 나는..”

“허, 이게 돌았나? 냄새? 나한테 냄새난다고? 이제 아주 말을 막한다, 이 색히야?”

실리엔을 잃어버렸다는 조급함에 그만 막말을 하고 만 광개토를 슬기가 가차없이 물어뜯었다.

그 바람에 애써 수집해온 빌의 정보는 한낱 길가에 굴러다니는 개똥과도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빌도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 빌은 재빨리 핵심 정보를 늘어놓았다.

“간밤에 여자 귀신이 나타나서 여기서 플레이하던 유저들을 싹 다 죽였다고 하네. 무기가 손톱이었다고..”

“여자 귀신?”

슬기가 반응을 보였다.

“손톱?”

광개토는 더 흥미를 느꼈다.

“아무래도 막내 같지?”

빌의 마지막 말에 어느새 싸움을 끝낸 광개토와 슬기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기가 귀신이라도 본 표정으로 광개토를 돌아보았다.

“너 이 더러운 색히.. 진짜..꼬맹이를 느낀거야?”


빌이 계속 정보를 쏟아냈다.

“그런데 여자 귀신한테 죽었던 유저들이 지네들 엄빠(고렙 지인)를 불러다가 복수하려고 다시 왔는데, 그새 여자 귀신은 간 곳 없고, 왠 쪼꼬맣고 까만 해골병만 덩그러니 있다고 하네?”

실리엔이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말에 슬기와 광개토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그런데 이상한 게, 그 혼자 남은 해골이 그렇게 세다고 하네?”

“해골이 세봤자지, 그리고 몹이 좀 세기로서니 그게 이상한 일이야?”

“여기 지역이 5,60레벨 사냥터인데, 200렙 이상의 유저들도 못이길 만큼 센 해골이 있다고 하니 이상하지.”

“그건 좀 이상하네.”

슬기가 수긍하는데 마침, 묘지쪽에서 사람들의 환호와 실망 섞인 탄성이 동시에 들려왔다.

“오빠가 말한 그 해골 때문에 나는 소리같은데?”

일행이 가보니, 과연 묘지 한가운데에 범상치 않은 까만 색깔의 몸집 작은 해골병이 서 있고, 막 여섯 명으로 구성된 유저 파티가 전멸하여 사라지는 중이었다.

까만 해골이 언제 사람을 죽였냐는 듯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달그락 거리며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가를 반복하는데, 몸집이 작다보니 마치 어린 아이처럼 보여서 어떻게 보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슬기는 해골의 입 모양에서 어떤 반복성을 느꼈다.

텅빈 뼈다귀 사이로 소리가 모일리도 없거니와, 하물며 조음이 이루어질 수도 없겠지만, 슬기는 왠지 해골이 어떤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고 느꼈다.

직목의 수법을 지속적으로 연마하여 어느덧 잔움직임의 대가에 이른 슬기였기에 해골의 별것 아닌 달그락거림 속에도 ‘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슬기가 천천히 해골이 말하려 하는 단어를 대신 소리내어 말했다.

“..엄..마, 엄마, 엄마? 헐 뭐야?”

슬기는 말하다 말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뭐야, 내가 미쳤나, 쟤가 미쳤나? 왜 그렇게 들렸지? 해골이 엄마를 왜 찾냐고!”

슬기가 호들갑을 떠는데, 그때 광개토가 이끌리듯 앞으로 걸어 나가며 중얼거렸다.

“저놈한테서 우리 리엔이의 기운이 느껴지지 말입니다.”

마치 몽유병에 걸린 것처럼 광개토가 초점 없는 눈빛으로 흐느적거리며 걸어 나갔다.

그 모습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이제야 자기네들 순서가 된 200레벨이상의 유저 여섯 명이 슬쩍 광개토의 길을 막았다.

“저기요. 우리 차례거든요. 볼일이 있으면 줄을 서야죠.”

알고 보니 주위를 둘러싼 40 여명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줄을 선 사람들이었다. 시온의 인기 있는 몹들 중에는 이렇게 줄을 서가며 순서대로 사냥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광개토는 일반적인 경로로 레벨업을 하지 않아, 시온 내의 일반 상식에 꽤 무지했다.

“응? 볼일? 무슨 볼일요?”

말을 하면서도 광개토의 눈은 까만 해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강한 이끌림이 작용한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실리엔을 어둠 속에서 끌어 낸 것은 광개토의 천마기였다.

그 후로도 실리엔은 광개토의 기운과 일맥상통한 천마기로 성장을 해왔다. 그리고 그 실리엔의 천마기로 만들어 진 것이 바로 ‘까드득 경’이었다.

결국 실리엔과 까드득 경의 기운의 출발점은 광개토의 기운인 셈이었고, 지각 능력이 초인 수준에 이른 광개토가 그 기운의 유사성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광개토는 비로소 까드득 경을 알아보았다.

‘넌 우리 리엔이의 작품이구나!’

“사냥을 하려면 줄을 서야 한단 소리지. 몰라요?”

그때 귓가로 들려오는 말 한마디에 광개토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뭐, 인마?”

감히 실리엔의 작품을 사냥하겠다는 악당에게는 좋은 말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멍청하던 광개토의 얼굴이 갑자기 흉신악살처럼 돌변하자, 여섯 유저가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아니, 순서를 지키라고! 쪼렙 색히가 말귀를 못 알아들어?!”

뒤늦게 저렙한테 쫄았던 것이 부끄러웠는지 파티원 중 한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흉신악살처럼 구겨졌던 표정을 천천히 펴며 광개토가 되물었다.

“그러니까 무슨 순서를 지키라고?”

그 말을 마쳤을 즈음, 광개토의 표정은 얼음장같이 냉막해져있었다.

“저 까만 뼉다구 사냥하는 순서 말이야!”

스스로에게 느꼈던 부끄러움이 컸던 유저는 미처 광개토의 변화한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서 다시 소리쳤다.

“그러니까 지금 네놈이 감히 우리 리엔이의 작품을 부수겠다는 거구나.”

그제야 여섯 명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어? 너.. 저 몹이랑 아는 사이..?”

질문을 하던 유저는 물으면서도 이 질문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했다.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나, 내가 왜 유저한테 몹이랑 아는 사이냐고 묻는 거지?’

그 순간, 총 대신 광개토의 주먹이 그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푸악-

이미 유저들 중에서는 그보다 강한 자를 찾기가 어려워진 광개토였다. 200렙을 간신히 넘은 유저의 머리통은 그런 광개토의 일수를 감당하지 못했다.

“개토야!! 이 미친 새꺄!”

슬기가 뒤늦게 소리치자, 광개토가 연속 발길질로 세 명을 더 죽이며 대답했다.

“글쎄, 이놈들이 우리 리엔이의 작품을 파괴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으며 슬기는 광개토가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다.


*


유유자적하니 걸어가던 천마의 가공할 청력에 관심 단어가 들려온 것은 한창 위장이 점심 먹을 시간이라고 알려올 때였다.

“응? 악마의 자식?”

그가 물어보지 않았음에도 먼저 ‘악마의 자식’ 소리가 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마는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대략 1킬로미터 쯤 되는 거리를 단숨에 가로 질렀다.

구구궁-

주변의 환경에 아랑곳 하지 않는 천마의 무식한 이동의 여파로 돌풍이 불고, 몇몇 작은 나무들이 뽑히거나 밑동이 그대로 부러졌다.

하지만 그딴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천마는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깜짝 놀라 쓰러진 다섯 유저에게 짐짓 점잖은 어투로 물었다.

“방금 악마의 자식을 입에 올린 자가 누구냐?”

“아, 악마다!! 악마야!!”

가장 뒤에 쓰러져 있는 여자가 천마를 가리키면서 악마라며 비명을 질렀다.

앙칼진 여자의 비명이 듣기 싫었던 천마는 여자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로 허공을 격해 점혈을 했다.

순식간에 여자의 목소리가 강제 소거 당하자, 그 초인적인 능력에 가장 앞에 넘어져 있던 마법사 로브를 입은 남자가 대뜸 천마를 알아보았다.

“진짜.. 악마.. 님이시군요.”

“나는 됐고, 자식들에 대해서 말해보거라. 본좌가 만족한다면 너희들을 살려두겠느니라.”

그제야 천마가 왜 갑자기 들이닥쳤는지 깨달은 마법사가 얼른 입을 열었다. 들리는 소문에 악마의 손속이 무섭기 짝이 없긴 하지만, 입 밖에 낸 말은 반드시 지킨다고 하였다.

“오늘 아침에 악마의 자식놈.. 아니 님들께서 근처 공동묘지에 나타나셨었습니다.”

“근처?”

반문하는 천마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그 얼굴을 본 마법사로서는 천마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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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1 3 13쪽
160 160화 20.01.03 383 4 13쪽
159 159화 20.01.03 365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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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156화 20.01.02 355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8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8 6 13쪽
151 151화 19.12.31 372 6 13쪽
» 150화 19.12.31 366 4 13쪽
149 149화 19.12.31 359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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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19.12.30 4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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