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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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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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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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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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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51화





천년 강시 태고의 차갑고도 강인한 손아귀에 어깨를 붙들린 순간, 실리엔은 도저히 태고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만큼 완전한 언데드 군주와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언데드 군주의 힘 차이는 컸다.

태고의 손에 붙잡혀 강제로 이동당하기 직전 실리엔이 할 수 있었던 행동은 고작 두어 마디 입술을 달싹이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간신히 내뱉은 그녀의 주문에 의해 태고와 실리엔이 그곳을 떠나는 순간, 그 자리에 까드득 경이 소환되었다.

‘주인님, 소녀를 찾아주세요.’

까드득 경을 남기며 실리엔은 일행들이 그녀를 찾아와주기를,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았다.

그리하여 까드득 경은 그녀의 마지막 명령대로 그 곳에서 실리엔을 찾아올 일행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


천마가 ‘악마의 자식들’에 대한 얘기를 듣기 약 다섯 시간 전.

사우스랜드 남동부 동모아 지역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이름 모를 공동묘지.


광개토가 단숨에 유저 여섯 명을 박살내버리자,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입에서 고레벨 유저의 안하무인격인 만행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광개토를 손가락질하며 입을 벌렸다.

“저 자식들 누구지? 저렙존에 와서 PK를 하다니, 고레벨이라고 유세 떠는거야 뭐야? 틀림없이 악명 높은 색히들이겠지?”

“꼭 현실에서 찌질한 것들이 가상현실에서 있는 척, 센 척 하는 법이지!”

“어휴, 레벨이 깡패지, 깡패야!!”

하지만 그런 목소리들 사이에서 광개토 일행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방금, 움직임 봤냐? 졸라 시원시원하던데. 왠지 네임드일거 같지 않냐?”

“내가 고레벨 친구가 있어서 아는데, 고레벨 중에도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몇몇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 그러고 보니, 유명한 놈들 중에 저런 사람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거 왜 있잖아, 천마군 몇 놈은 쉽게 찜 쩌 먹는다는..”

“맞아, 저길 봐, 저 못생긴 여자말야, 저렇게 못생긴 여자에 대한 소문이 있었지, 아마?”

“그래, 맞아!! 저들은 틀림없이 악마의 자식들이야!”

슬기의 도드라진 외모는 이미 ‘악마의 자식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절세미인도 있다고 했는데?”

몇몇은 실리엔의 부재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도 잠시, 곧 그들은 실리엔의 부재 따위가 아닌 자신들의 목숨을 걱정해야할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니들도 다 뒈지려고 줄 서있었던 거지?”

여섯을 처치한 광개토의 눈과 주먹이 다음 사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유저들을 향하자, 그 광기어린 눈빛에 서른 네댓 명에 이르는 유저들은 모두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

“아니, 우리는 그러니까 그냥 구경..”

가까이 선 유저가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을 하자, 광개토가 차갑게 웃었다.

“하하하, 그러니까 우리 리엔이의 작품이 언제 뒈지나 구경하고 있으셨구나?”

발뺌도 소용없었다. 광개토의 말에 깃든 살기가 오롯이 유저들을 향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6년간 일진 같은 것들에게 항상 피해자로 있으면서 가해자들의 행패를 무수히 겪어왔던 광개토였기에 역설적이게도 가해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마치 연극연습을 계속 하다보면 상대역보다도 오히려 더 상대의 대사와 행동을 잘 알게 되는 그런 효과였다.

화난 몸짓으로 광개토가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쪽의 유저들이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악,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유저들이 급히 사과했지만, 광개토는 폭력 때문에 그저 굴복하는 척하는 그 성의 없는 사과 역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 리엔이의 적이야, 그저 사냥 차례나 기다리면서 구경하던 녀석들이야.’

광개토의 분노가 주변의 유저들에게까지 확산되려하자, 슬기가 급히 광개토를 막아섰다.

슬기는 일단 광개토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저 시커먼 해골바가지가 꼬맹이랑 관련 있는 건 확실해?”

슬기는 조금 전에 저 까만 뼈다귀가 ‘엄마’라고 말했던 사실을 애써 머리속에서 떨쳐버리며 광개토에 물었다.

이글거리던 광개토의 눈빛이 슬기를 쳐다보며 다소 누그러졌다.

“확실하지 말입니다. 저는 분명히 느낀다고요. 얘한테서 우리 리엔이의 냄새..아니 기운을 느낀단 말입니다.”

“야, 그럼 지금 여기 쪼렙들이랑 대거리 할 시간이 있긴 있냐? 꼬맹이는 사라지고, 저 까만 뼈다구만 남았는데 얼른 흔적을 찾아서 쫓아갈 궁리를 해야지! 아까부터 꼬맹이가 위험하다면서?”

“그렇지, 말입니다. 그런데 일단 이 색히들 좀 조지고 가야겠지 말입니다. 어차피 이딴 놈들 다 죽여버리는 데 10초도 안 걸립니다.”

천마에 비할 바는 못되나, 그래도 나름 진득한 살기가 묻어나오는 광개토의 목소리는 저렙 유저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으아, 튀어라!! 악마 놈들이 살인한다!!”

“씨뱅, 사냥터에서 사냥도 못하냐!?”

“악마의 자식이 아니라 이것들이 악마였어, 악마!! 특히 저 못생긴 여자!! 너무 무서워!!”

슬기는 아무 일도 안했는데, 오히려 사실상 그들을 보호해주기까지 한 셈이었는데도, 욕을 들었다. 하지만 슬기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욕을 듣는 상황에 이미 면역이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흩어지자, 공동묘지에는 슬기 일행과 까드득 경만이 남았다.


광개토가 까드득 경에게 다가가자, 신기하게도 까드득 경은 적의를 보이기는커녕 슬쩍 광개토에게 몸을 비벼대었다. 그러면서 광개토를 올려다보는 까드득 경의 입 모양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역시나 그 미묘한 변화를 감지한 슬기가 천천히 입 모양을 따라해 보다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개토야, 이 꼬마 해골이 지금 너보고 ‘아빠’라고 하는데?”

“네? 뭔 소리입니까, 그게.”

“그러니까, 그게 말야. 그러니까, 개소리겠지, 아마.”

슬기는 빠르게 물러섰다. 그녀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고 상황이었다.

무릎을 꿇어 까드득 경과 눈높이를 맞춘 광개토가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니? 넌 실리엔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지?”

언데드 몹에게 말을 거는 광개토의 모습에 빌은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언데드에게 말을 걸 생각을 하다니, 언데드는 지각이 없는 대표적인 몬스터 중 하나였다. 사람의 말을 알아 들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까드득 경은 광개토의 질문을 듣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손을 들어 북쪽을 가리켰다. 까드득 경은 심령으로 주종의 관계를 맺은 실리엔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 손길을 따라 광개토와 슬기의 고개가 북쪽 산등성이를 향하자 빌이 당황하여 외쳤다.

“워워, 잠깐만!! 지금 이 해골이랑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물론 방금 상황이 정말 공교로웠던 건 사실이지만, 이건 말이 안되는 거잖아. 안 그래?”

“얘는 그냥 언데드가 아니라 우리 리엔이의 작품입니다.”

광개토의 대꾸에 빌이 딴지를 걸었다.

“아니, 좀 전부터 자꾸만 작품 작품 거리는데, 그 말은 막내가 이 언데드를 만들기라도 했다는 거야?”

빌은 아직까지도 실리엔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그저 ‘언데드 군주’라는 직업을 보며,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엘프, 드워프처럼 언데드 군주를 할만한, 인간이 아닌 다른 어떤 종족일 수 있겠다는 정도의 생각이었지, 아예 유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빌이 그렇게 생각한 배경에는 가끔 실리엔이 광개토에게 쌍욕을 퍼붓던 장면들도 일조했다.(시온에는 ‘욕설은 유저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유저가 몹을 만든다고? 언데드 몹을? 뭐, 정령 소환같은 건가? 언데드 군주라서 언데드 몹을 소환하는거야?”

빌의 상식에 그건 해골병과 같은 언데드 몹을 만들어 내는 것은 리치나 네크로맨서같은 상위 언데드 몹들, 그러니까 NPC몹들만 가능한 일이었다.

“아, 뭐..그런 셈이지.”

“아, 뭐..그런 셈이지 말입니다.”

슬기와 광개토의 시선이 빠르게 부딪히며 어색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들은 아직도 빌을 완전한 아군으로 여기지 않았다. 현재 동고동락하며 지내고 있긴 하지만, 내밀한 비밀까지 공유하기에는 그의 첫 등장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던 탓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조그마한 까만 해골병, 까드득 경이 다시 광개토의 바짓자락을 붙잡더니 먼저 북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출발하지 말입니다!”

광개토가 까드득경을 따라 몸을 날리자, 슬기와 빌도 따라 뛰기 시작했다.

까드득 경은 작은 키와 짧은 다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앞뒤로 움직이며 달려 나갔다.

까드득 경의 뒤를 쫓는 광개토의 옆으로 슬기가 따라붙으며 말을 건네왔다.

“아무래도 보통 해골이 아닌거 같아.”

“우리 리엔이의 작품인데 당연하지 말입니다.”

슬기는 말할까 말까 망설이던 것을 결국 말하기로 결정했다.

“그보다도, 조금 전에 쟤가 혼자 중얼 중얼 거리는걸 내가 봤는데, 자꾸 엄마엄마 거리더라고.”

“네? 엄마 말입니까? 언데드한테 엄마가 있습니까?”

“게다가 너보곤 아빠 아빠 거리던데.. 혹시 꼬맹이를 엄마로 알고 널 아빠로 알고 있는거 아냐?”

“네?”

슬기의 황당무계한 말에 뭔가 부끄러운 상상을 해버린 광개토가 급히 정색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우린 아직 거기까진..”

“뭐래냐?”

광개토를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흘겨본 슬기가 입을 이죽거렸다.

“어쨌거나~ 참 잘하시네요, NPC랑?”

슬기가 광개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빈정거거리자, 광개토의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장밋빛 미래가 산산이 부서졌다.

“왜 이러십니까, 누님도..”

광개토는 뒷말을 이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천마를 걸고 넘어지려 했는데, 잘못했다간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전면전수준이 아니라 슬기의 성미라면 세계 대전이 벌어질지도 모를.. 아니 확실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들은 까드득 경의 뒤를 따라 북쪽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


빌은 껑충껑충 타조를 닮은 모양새로 산길을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평소 회피기술로 사용하는 보법 ‘질풍 걸음’의 2단계 스킬, ‘타조의 걸음’을 이동기술로 응용한 것이었다.

‘타조’라는 이름이 붙은 것 답게 웬만한 말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경신술이라 빌은 이 이동 기술에 대해 은근히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평소에 이 스킬로 차비도 아끼고, 남들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등 은근히 빌에게 자랑거리가 되어왔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전혀 자랑이 되지 못했다.

“헉헉, 이봐.. 동생들. 날 버리고 가지 말게.”

비공식적으로 시온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인 파천무와 소요공을 익힌 광개토와 슬기. 그리고 그 앞에서 달려나가고 있는 쪼꼬만한 까만 해골병까지. 그들의 달려나가는 속도는 빌이 쫓아가기에 버거울 정도였다.

빌은 스테미너가 훅훅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다급히 일행을 불렀다.

“훅훅, 아무래도 고산지대라서 산소가 부족한 듯 한데, 좀 천천히 가면 어떨까? 헉헉”

“헉헉, 이 양반이 게임 안에서 무슨 산소를 찾아?”슬기는 살짝 숨이 찼지만 성격상 한마디 쏘아붙이지 않을 수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

“지금 마시고 있는게 산소 같아?”

슬기가 그렇게 쏘아붙이자 빌은 입을 꾹 다물었다.

‘못생긴 게 트집 잡을 때만 더럽게 머리가 잘 돌아간단 말이야!’

빌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속으로만 불만을 품었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헉헉, 이 늙은 오빠, 허억 허억, 고관절이 다 나가려고 해서 그래. 아, 말하는 것도 헉헉, 힘들어 죽겠네. 헉”

“안되지 말입니다! 우리 리엔이가 지금 어떤 위기에 처해 있을지도 모르는데!! 더 빨리 가야하지 말입니다!”

둘과 달리, 광개토는 아직까지 쌩쌩한 얼굴과 숨소리였다.

“아, 그래.. 헉헉, 더 빨리..헉헉 가야지.”

빌은 차마 못가겠다는 말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어쨌거나 이들 일행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나중에 천마를 만났을 때 정식으로 일행으로 인정받고 천마의 정보를 요모조모 빼돌려야 했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타먹어야만 했다.

‘그래, 인.센.티.브!! 내가 너 때문에 산다!!’

빌은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다시 한 번 육체를 극한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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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165화 20.01.05 367 4 12쪽
164 164화 20.01.05 358 4 12쪽
163 163화 20.01.04 349 4 11쪽
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1 3 13쪽
160 160화 20.01.03 383 4 13쪽
159 159화 20.01.03 365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5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8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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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147 147화 19.12.30 369 4 12쪽
146 146화 19.12.30 41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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