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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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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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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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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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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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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53화





광개토의 손에서 풀려난 까드득 경이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광개토가 급히 몸을 날리려 했지만, 슬기가 팔을 붙잡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다. 그렇게 잠시 멈칫 하는 사이에 까드득 경은 수천에 이르는 강시들 사이로 금세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광개토가 그와 슬기를 둘러싼 강시들을 스윽 둘러본 후 슬기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슬쩍 슬쩍 주먹으로 좌우 어퍼컷 시늉을 했다.

‘누님, 이것들 다 해치워 버리면 되는거 아닙니까?’

광개토의 몸짓에서 의미를 읽어낸 슬기가 인상을 잔뜩 쓰며 크게 고갯짓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한두 마리면 몰라, 수천 마린데? 이걸 다 해치우겠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슬기의 몸짓이었다.

‘그럼 어떻게 들어갑니까?’

광개토가 가리키는 손끝에 수천 강시의 인파 속에 저 멀리로 우뚝 솟은 네모난 건물과 건물의 입구가 보였다. 한눈에도 왕릉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로 보이는 문이었다.


광개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실리엔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가 바로 코앞인데도 불구하고 수천의 강시들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그런데 길잡이 역할을 해오던 까드득 경이 저 혼자 후다닥 뛰어가 버렸다.

강시들은 같은 언데드인 까드득 경의 움직임에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슬기와 광개토 주변에 있는 수십 구의 강시들은 오직 방금 잠깐 느꼈던 슬기와 광개토의 호흡을 탐색하는 데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아, 여기서 이렇게 지체할 시간이 없는데, 우리 리엔이가 위험하다고!’

광개토의 육감이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자칫 서두르지 않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런 광개토의 조바심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강시 한 구가 광개토를 응시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강시의 쭉 뻗은 양손가락이 광개토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다시 그 죽어버린 면상을 광개토의 면전으로 가까이 들이 밀었다.

강시의 입장에서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생기의 흐름(광개토가 흥분하며 저도 모르게 뿜어낸 날숨)을 따라 탐색 작업을 하는 것이었는데, 광개토가 보기에는 마치 강시가,

‘니깟 게 뭘 할 수 있겠어? 여기서 한발자국이라도 더 전진할 수 있을 거 같아? 크크크.’

하고 비웃는 것 같았다.

그리고 끝내,

“에이씨~!!”

광개토의 입에서 욕설같은 기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주먹이 강렬하게 면전의 강시 얼굴을 찍어 쳐버리자, 강시 대가리는 한여름의 수박처럼 단박에 터져 나갔다.

“감히 어디서 썩어빠진 얼굴로 썩어빠진 미소를 날리고 X랄이야!!”

그러면서 주먹을 터는데, 놀랍게도 대가리가 사라진 강시의 두 팔이 대뜸 광개토의 목을 움켜 잡아왔다.

아니, 잡히기 직전 비좁은 공간을 억지로 비집고 번개처럼 올라온 광개토의 발차기가 먼저 강시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푸학-

심장 부위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강시가 두어 걸음 비틀 거리더니 자리에 쓰러졌다. 대가리를 날렸는데도 공격해 온 강시의 예상치 못한 몸놀림에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광개토가 소리쳤다.

“아가씨, 이 놈들 심장이 약점입니다!”

“니가 내 약점이야, 이 자식아!!”

슬기로선 끝내 싸움을 시작한 광개토가 그렇게 밉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내뱉었는데 그 순간, 그녀의 곁에 있던 강시 두 구가 그녀의 말과 함께 흘러나온 날숨을 느끼고선 동시에 갈고리같이 날카롭게 휘어진 스무 개의 손가락을 뻗어왔다.

족히 천년은 묵은 때로 온통 시커먼 강시들의 손톱 꼬락서니에 슬기는 감히 맞받아치지 못하고, 재빠르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열 개의 더러운 손톱이 움츠린 슬기를 향해 재차 강하게 아래로 긁어왔다. 하지만 슬기는 그보다 한 템포 앞서 앞쪽 빈 공간으로 몸을 날려 피해 버렸다.

“오빠들, 네일 관리 좀 해야겠는데?”

두 번의 공격을 통해 강시들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걸 파악한 슬기는 농담할 여유가 생겼다.

아니, 사실 강시들의 움직임은 꽤나 빠른 수준이었지만, 광개토나 슬기의 몸놀림 속도가 그들보다 월등히 빠른 것이었다.

강시 두 구의 공격을 피해 앞으로 나선 슬기에게 다른 세구의 강시가 달려들었다.

“크아~~”

“흐아~ 입냄새!!”

마른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듯한 강시의 괴성보다 족히 천년은 양치하지 않은 듯한 입냄새에 슬기는 기겁했다.

가장 왼쪽 강시의 손톱을 피한 슬기는 눈앞에 뻗어 있는 강시의 관복 팔소매를 잡고서 우측으로 힘껏 젖혔다. 왼쪽 강시의 공격을 역이용해 다른 두 강시의 공세를 막으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슬기가 간과한 것이, 이들의 관복은 말 그대로 천년 가까이 된 낡디 낡은 옷이었다.

천년 묵은 천 쪼가리가 슬기의 완력에 힘없이 뜯겨 나갔다.

투둑-

예상치 못한 그 현상에 슬기는 깜짝 놀라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간발의 차이로 슬기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간 다른 강시들의 손톱 공격!

찰나간의 빠른 판단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천년 묵은 손톱 때에 중독되어 죽었을지도 몰랐다.

입술을 깨문 슬기가 매섭게 강시들의 다리를 걷어찼다.

쿠당탕-

거의 동시에 강시 세구를 쓰러뜨린 슬기가 가장 가까이 쓰러진 강시의 심장을 부수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뒤에 있던 강시 두 구와 함께 좌우에서도 세 구의 강시가 더 달려들었다.

앞에 넘어진 세 구, 뒤쪽의 두 구, 그리고 좌우에 세 구. 삽시간에 총 여덟 구의 강시에 둘러싸인 슬기는 치명타를 먹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좌측에서 달려드는 강시를 밀쳐내며 포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여덟 구의 강시로부터 벗어난 슬기는 그만 우뚝,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무려 수백 구의 강시들이 그들을 향해 양손을 뻗고서 뻣뻣한 두다리로 겅충겅충 뛰어오는 그 광경에 숨이 턱 막히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슬기는 숨이 탁 막힌 그 상태로 그냥 숨을 멈추었다.

슬기의 코와 입가에 맴돌던 들숨과 날숨의 온기가 삽시간에 바람에 날려가고, 천하에서 가장 은밀한 기공, 소요공이 발동되었다.

강시들은 슬기를 눈앞에 두고도 갑작스레 사라진 그녀의 호흡을 감지하지 못하고서 이리저리 맴돌기 시작했다.


슬기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그녀의 몸과 그들의 몸뚱이가 툭툭 닿는데도, 숨을 참는다는 그 한 가지 변수만으로 강시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만 할뿐 슬기를 찾지 못하였다.

“크아...”

가까이에 있던 강시가 얼굴을 들이밀며 숨을 내쉬자 슬기는 코를 막고 숨을 참았음에도 불구하고 천년 묵은 입냄새를 맡은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 잡혔다.

그렇게 몇 초 간을 버티자, 이윽고 주변 강시들의 시선이 저쪽에서 한창 싸우고 있는 광개토를 향해 돌아갔다.

‘미안해, 개토야.’

슬기는 진정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사과를, 그것도 들리지 않게 마음속으로만 고했다.

애초에 미안함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숨을 참고 숨어버려선 안 되는 것이었다.

슬기 주변의 강시들이 광개토를 향해 몸을 날리고, 이어서 다가오던 수백의 강시들까지도 광개토 쪽을 향해 두 다리를 모으고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소리나지 않게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첫 공방에서 단 두 방에 강시를 처치한 후 광개토는 잔뜩 자신감이 올랐다.

‘천마군에 비하면 이건 뭐..’

모든 동작에 파천무의 묘리가 담긴 광개토의 주먹은 신속하면서도 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왼손 잽으로 가볍게 앞에 있는 강시의 면상을 두 방, 이어서 비틀거리며 허우적대는 양 팔 사이로 정확하게 심장을 노려 오른손 바디 훅 한방!

푸학-

이번에도 어김없이 강시의 가슴께에 시원한 격타음과 함께 뻥하고 구멍이 났다.

그와 동시에 광개토는 질풍처럼 뒤로 세 걸음 물러서며 좌우에서 달려들던 강시의 공세들을 피한 다음, 허리를 오른쪽으로 틀며 날카롭게 치켜 올린 팔꿈치로 등 뒤에 있던 강시의 가슴을 강하게 가격했다.

투항-

마치 대포에라도 맞은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팔꿈치에 가격당한 강시가 가슴이 뚫린 채 뒤로 훨훨 날아갔다.

광개토는 그 상태로 아직 몸에 남아있는 회전의 여력을 이용해, 이번에는 왼손 스트레이트를 오른쪽에서 덤벼오는 강시의 가슴에 꽂았다.

“커어~!!”

답답한 신음을 내뱉은 강시의 입에서 썩은 냄새가 풍겨왔지만, 광개토는 그런 것에 인상 쓸 겨를도 없었다.

그의 감각에 사방에서 달려드는 강시들의 움직임이 잡혔다. 눈부신 속도로 적들을 처치했지만, 처치하는 속도보다 몰려드는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네놈을 처치하는 동안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녀석들이 열 놈이었다.

게다가 그 뒤로도 더욱 많은 강시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모두들 두 발을 모은 우스꽝스런 자세로(더 이상 우습지 않았다) 양손을 한껏 뻗은 채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었다.

광개토는 눈앞에 허물어지고 있는 강시의 양 손목을 붙잡고 힘껏 잡아 돌렸다.

부우웅-

광개토는 괴력을 이용해 이미 죽어버린 강시를 풍차처럼 돌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강시의 시체는 훌륭한 무기가 되어 강시들의 접근을 막아냈다.

강시들은 광토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그럴 때 마다 옆으로 누운 풍차처럼 돌아가는 강시의 다리에 맞아 튕겨나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제자리 돌기를 하면서 광개토는 빠르게 주변을 탐색했다.

‘씨뱅, 백 마리도 넘어!! 어쩌지?’

그러고 보니 슬기가 보이지 않았다.

“누님, 누님!?”

광개토는 풍차돌리기를 쉬지 않으면서 기감을 활짝 열었다. 혹시라도 슬기가 위기에 처했다면 즉시 달려갈 작정이었다. 그는 슬기가 절대 다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부님 만나러 가셔야죠, 여기서 뒈져서 되겠습니까, 누님!?”

광개토는 슬기가 발끈하여 대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러 거친 표현을 섞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슬기의 응답은 없었다.

사실 기척을 숨기는데 최적화된 기공인 소요공의 발현으로 슬기의 기척을 느낄수 없었던 거지만, 광개토는 경황 중에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설마하니 변을 당한 건 아니시겠지?’

광개토는 무서운 상상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풍차 돌리기에 소홀하지 않았다.

투투투투투-

풍차에 걸려 넘어지는 강시들의 수가 점점 불어났다. 이미 넘어진 강시들의 몸뚱아리가 풍차의 경로에 방해물로 작용했다.

광개토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만했다. 이제 풍차도 한계에 달했다.

광개토는 방향을 정해 손에 들린 강시를 힘껏 한차례 돌린 후 그대로 손을 놓아 버렸다. 그러자 광개토의 거력을 한껏 받은 강시의 시체가 대포알처럼 그쪽 방향의 강시 장벽을 뚫고 날아갔다.

콰콰콰콰-

자신이 발사한 대포알의 뒤를 광개토가 바짝 쫓으며 달려 나갔다. 그리고 대포알이 이윽고 멈추려하자, 광개토는 달려 나가던 힘을 어깨에 가득 모아 그대로 대포알을 한 번 더 밀었다.

쿠앙--

그 공격으로 이미 예전에 목숨을 잃었던 강시(대포알)의 몸이 터져나가며 다시 한 번 강시 무리의 장막이 벗겨졌고, 광개토는 사력을 다해 그 너머로 몸을 날렸다.


쿵-

모든 힘을 쏟아 몸을 날린 탓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어깨부터 바닥에 떨어지고 만 광개토는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앞으로 한 바퀴 구르며 벌떡 일어섰다.

썩은 내가 물씬 풍기던 강시들의 악취는 어느덧 사라졌다.

풀내음이 가득한 그 곳은 천년왕릉 외벽의 바깥 쪽, 그러니까 처음에 까드득 경이 외벽을 어깨로 콩콩 치던 그 장소였다.


광개토는 후퇴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대로 냅다 줄행랑을 치려던 광개토는 힐끔 뒤돌아보았다가 섬뜩한 광경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천년 왕릉의 외벽에 줄지어 선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강시들이 그를 그저 내려 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강시들은 어떤 제약이라도 있는지, 그렇게 왕릉을 벗어나지 않고서 그저 흉흉한 눈빛으로 광개토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앞으로 내뻗었던 양손을 내린 수백 구의 강시들이 그렇게 외벽위에서 조용히 그를 내려 보자 광개토는 온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그를 내려다보던 강시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둘 벽 너머로 사라져 갔다.

그제야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쉰 광개토는 곧 행방을 알 수 없는 슬기와 구하러 가지 못한 실리엔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광개토는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며 흐느꼈다.

“으흑, 리엔아, 누님!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그때 풀숲 너머로 슬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개토야!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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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3화 20.01.04 350 4 11쪽
162 162화 20.01.04 360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2 3 13쪽
160 160화 20.01.03 384 4 13쪽
159 159화 20.01.03 366 4 12쪽
158 158화 20.01.03 356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6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 153화 20.01.01 363 4 13쪽
152 152화 20.01.01 36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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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149 149화 19.12.31 360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147 147화 19.12.30 370 4 12쪽
146 146화 19.12.30 418 5 13쪽
145 145화 19.12.29 38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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