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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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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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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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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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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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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52화





‘모아 고원’ 혹은 ‘모아 대산맥’이 위치한 지역이라 ‘모아 지역’이라고도 불리우는 동서로 길게 뻗은 이 고산지대는 다시, 위치에 따라 ‘동모아’와 ‘서모아’로 나뉘었다.

새들도 쉽사리 넘어가지 못하는 이 산악지대를 넘어 북쪽의 평야지대에 들어서면 비로소 사우스랜드 남동부의 강대국 ‘한 제국’의 영토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었다.


실리엔을 찾기 위한 광개토와 일행들의 질주는 동모아 지역의 험난한 산세를 맞아 그야말로 두 시간 째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까드득 경은 길을 돌아갈 줄을 몰랐다.

그저 실리엔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일직선으로 진격해 나가는데, 그러다 보니 깊디깊은 계곡을 내려가기도 하고, 험난한 절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였다.

“좋은 길 두고 왜 여기로??”

빌이 절벽을 타다 말고 저쪽 한켠에 보이는 오솔길을 가리켰지만, 앞선 슬기와 광개토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일신에 신공을 갖추지 못한 빌은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헉헉, 난 이제 틀렸어, 기다리지 말고..”

주저 앉은 빌이 탄식을 내뱉으며 일행에게 당부의 말을 하려 했지만, 광개토와 슬기 등은 이미 저 멀리 산비탈을 넘어 사라져버린 후였다.

“..먼저들 가, 헉헉..”

자연히 그의 마지막 당부는 그 외에는 들은 사람이 없었다.

“..난 천천히 따라갈 테니까.”

빌이 허리춤에서 사각으로 접힌 가죽 지도를 꺼냈다. 그리고 바위에 편히 기대며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는 이 일대의 지형지물들이 간단한 선들과 도형으로 그려져 있었다.

“자식들, 지들은 아직 젊다 이거지?”

투덜거리면서도 빌의 시선은 지도를 찬찬히 훑어갔다.

“보자, 저쪽으로 계속 가면..”

빌의 시선이 지도 상단으로 일직선으로 올라가다가 불길하게 그려진 사각형의 미로 비슷한 표지에 닿더니 이내 휘둥그레 커졌다.

“헉, 천년왕릉?”

일행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에는 천 년 전 고대 왕국의 왕이 묻힌 무덤이라 하여, ‘천년왕릉’이라 불리우는 던전이 있었다.

시온의 역사가 이제 10년이라 실제로 1000년 전이라는 역사가 있었을까마는 어쨌든 게임의 설정상 그러했다.

“왕릉이라, 언데드 군주에 어울리는 곳이구만.”

왕릉이라 하면 분명히 언데드가 득실대는 던전일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천년’왕릉이라고 하니 평범한 언데드들이 아닐 것임에 분명했다.

빌은 잠시 지도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천년왕릉의 모티브는 중국의 거대 황릉. 그리고 중국의 대표적인 언데드는..

“이 동네 언데드가 강시였던가?”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빌은 한참을 그렇게 쉬고 나서야 다시 일행을 쫓아갔다.


사실 슬기와 광개토는 작은 목소리로 신경전을 벌이느라 빌의 말을 듣지도 못했었다.

“야, 저 까만 뼈다구가 사람 엿 먹이는 거 같은데? 뻔히 좋은 길 놔두고 왜 절벽을 기어오르냐고! 은근히 엿 먹이는 거 같은데?”

“조금만 돌아가면 될 걸, 여길 왜 뛰어내려 대체?”

절벽을 타면 절벽 탄다고 구시렁거리고, 계곡으로 내려가면 내려간다고 구시렁거리고, 슬기의 계속되는 불평불만에도 광개토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든 최단거리로 가고 있는거 아닙니까? 저는 오히려 한눈 안 팔아서 좋지 말입니다.”

“햐, 뭔소리니? 이놈 이거, 최단거리랍시고 멀쩡한 횡단보도 옆에 두고도 무단횡단할 녀석이네?”

슬기가 대뜸 이상한 예시를 들자, 광개토는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그래도 인내했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가 못 갈 길을 가는 건 아니잖습니까?”

광개토의 말대로 그들은 이제 절벽이든 계곡이든 얼마든지 오르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슬기가 불만을 가지는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햐, 이거, 야밤에 찻길에 차 없으면 옆에 횡단보도 있어도 그냥 무단횡단할 놈이네. 응? 갈 수 있으면 다 길이냐?”

슬기가 또다시 무단횡단 예시를 들며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비꼬자, 이번에는 광개토도 울컥 했다.

“아니, 왜 자꾸 무단횡단, 무단횡단 그럽니까, 누님? 전 무단횡단이나 일삼는 범법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광개토는 원래 무단횡단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 인세에 보기 드문 규범 청년이었지만, 그 또한 슬기에게는 꼬투리 거리였다.

“와! 개토, 너 지금 전국의 수많은 무단횡단러들을 범법자 취급하는 거니?”

슬기가 놀란 표정으로 비꼬자, 광개토는 입을 다물었다. 도저히 말싸움으로는 슬기를 이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광개토가 입을 다문다고 해서 슬기의 불평불만 러시가 쉬이 사그라드는 것도 아니었다.

“저 봐, 꼬맹이가 만든 해골의 색깔이 까맣잖아? 저게 만든 사람 마음이 까매서 저렇게 까만 게 나온거야. 꼬맹이가 생긴 건 멀쩡해도 마음이 시커멓다니까? 안 그러면 어떻게 사악한 것들의 군주를 하겠어, 안 그래?”

졸지에 실리엔이 의문의 1패를 당하는 모습에 광개토는 슬기의 입에 재갈을 물리든지, 자신의 귓속에 주먹을 꽂아 넣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것들은 눈앞의 절벽을 정복한 후에, 양손이 자유로워야만 가능한 일들이었다.


불평불만의 러쉬 속에서도 손발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윽고 절벽을 다 오른 그들의 발 아래멀리 마침내 거대한 정사각형 모양의 누런 흙빛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면이 거의 500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그 거대한 구조물은 산을 7부 능선쯤에서 통째로 옆으로 밀어버린듯한 인공적인 평지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실로 압도적이었다.

그런 구조물의 위용에 광개토는 슬기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던 계획도 깜박 잊고 입을 열었다.

“저거 진시황릉 아닙니까?”

비교적 최근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광개토가 교과서에 본 진시황릉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앞의 구조물을 비교했다.

“야, 여기에 진시황이 왜 있냐? 뭐, 어쨌든 비슷하게 생기긴 했네. 지도를 봐야 정확한 명칭을 알겠는데?”

그렇게 말하던 슬기는 그제야 지도를 가지고 있는 빌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뒤를 돌아 방금 올라왔던 절벽의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빌은 보이지 않았다.

“아놔, 이 늙은 오빠가 어딘가에 나가 떨어진 거 같은데? 뻗으려면 지도라도 주고 뻗을 것이지.”

아까 빌이 뻗기 직전에 그들을 불렀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슬기가 괜히 역정을 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구조물의 이름이 뭔지, 정체가 뭔지를 생각해 볼 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까드득 경이 곧 날 듯이 그 왕릉 형태의 구조물을 향해 달려 내려갔기 때문이었다.

슬기와 광개토는 엉겁결에 그런 까드득 경을 따라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광개토는 이 거대한 구조물이 거대한 무덤이라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았다.

구조물을 향해 달려가던 광개토는 곧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어? 입구가 없지 말입니다?”

그 말에 옆에서 달리던 슬기가 어이없어 했다.

“너 같으면 니 무덤에 입구를 만들겠니? 누가 들어올지 알고?”

“아, 그럼 여기가 진짜 무덤이 맞나 봅니다.”

“아, 몰라! 왠지 벌써부터 오싹해지는게 언데드가 득실득실 할거 같은데.”

그때 앞장서 달려가던 까드득 경이 구조물의 외벽에 도착했다. 높이 3미터 가량 되어 보이는 외벽을 보고서 까드득 경은 그대로 외벽을 부술 작정인지 달리던 기세를 줄이지 않은 채 힘껏 벽에 몸을 맞부딪혀 갔다.

콩-

발랑 뒤로 넘어진 까드득 경이 다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 번 더, 콩-

“누가 언데드 아니랄까봐, 진짜 뇌 없는 짓거리를 하고 계시네.”

슬기의 비꼼 속에, 광개토가 계속 벽에 몸을 처박으려는 까드득 경의 뒷덜미를 잡아들었다.

“여기에 리엔이가 있다는 거지?”

광개토의 말에 까만 해골 대가리가 맞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 거렸다.

그러자 고개를 돌려 슬기와 눈을 한차례 마주친 광개토가 까드득 경을 든 채로 힘껏 뛰어올랐다. 곧이어 슬기도 훌쩍 3미터짜리 벽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올라오자마자, 슬기와 광개토는 섬뜩한 광경에 급히 헛바람을 들이켰다.

“헉!!”

그들이 올라선 두께만도 1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외벽 바로 안쪽에 수천에 이르는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오와 열을 갖추고 서 있는데 하나같이 정면을 바라보고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중국영화에서나 볼 법한 중국식 관복을 입었는데, 위로 넓어지는 원기둥 모양의 관모라던가, 까맣고 퍼런 옷에 가슴에서 배를 거쳐 다리에 이르기까지 네모나게 빛바랜 금색 무늬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게 영락없이 중국 공포영화에서 보던 강시의 복장이었다.

“씨뱅, 이게 다 뭐야..읍!”

그렇게 광개토가 감탄인지 욕설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으려는데, 슬기의 손이 다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워낙 신속한 손놀림으로 주둥이를 처맞으니 광개토의 눈썹이 절로 가운데로 모였다.

“왜 이럽..헙”

광개토가 인상을 쓰자, 슬기의 손이 또 한 번 그의 주둥이를 강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슬기가 광개토는 쳐다도 보지 않고서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한 채 정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숨 쉬지 마. 알지? 쟤들 강시야.”

슬기의 기억이 맞다면, 강시는 사람의 호흡을 감지하고 달려드는 언데드였다.

한때 강시 영화 매니아였던 슬기가 아는 체를 하자, 그런 그녀에게 광개토가 역시나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누님, 누님은 우리가 호흡을 한다고 생각합니까? 여긴 누님 말마따나 게임인데.”

슬기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지금 광개토는 아까 그녀가 빌에게 쏘아붙였던 말을 그대로 그녀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고산지대라서 산소가 부족한 것 같다는 빌의 말에 게임에서 무슨 산소 타령이냐고 슬기가 쏘아 붙인 게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광개토 이 놈은, 이 위급한 순간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자신을 트집 잡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일의 경중도 구별못하는 자식!!

슬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숨 쉬지 말라면 쉬지 말라고. 그게 힘들면 내가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숨 안 쉬게.”

슬기의 위협에 광개토가 찔끔했다.

“네네, 숨을 안 쉬면 되는거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처사였다.

수천의, 아니 수천까지는 모르겠지만 근처에 있던 수백의 강시들이 동시에 광개토와 슬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워낙 똑같은 타이밍에 수백개의 머리가 동시에 움직이니 아무 소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 마치 척, 하는 환청이 들려올 정도였다.

“숨 멈춰!”

말을 내뱉자 말자 슬기가 곧바로 숨을 멈추었고, 거의 동시에 광개토도 엉겁결에 숨을 멈추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수백의 시선이 다시 각자의 정면을 향해 돌아갔다. 동시에 움직이는 강시의 고갯짓은 실로 괴이하고도 섬뜩한 구석이 있었다.

슬기의 손짓에 따라 둘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일단 적들의 규모를 알았으니 다시 작전을 짜야 할 때였다.

하지만 까드득 경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갑자기 까드득 경이 몸을 버둥거리자,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격한 반발력을 예상치 못한 광개토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꽈드득 꽈드득

바닥에 착지한 까드득 경이 목과 팔을 돌리자 경쾌한 뼈 마찰음이 시원스레 울려 퍼졌다.

“야이~씨!!”

슬기가 순간 솟구치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 긴박한 순간에 그거 하나 제대로 못들고 있는 광개토나, 유달시리 소리를 내 재끼는 까드득 경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냥, 수백의 멍한 눈동자가 슬기를 노려보았다.

슬기가 다시 다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숨을 참았지만, 그땐 벌써 가까이 있던 수십 구의 강시가 그들을 향해 뛰어 오른 뒤였다.

투투툭

수십 구의 강시가 뻣뻣한 일자다리를 하고 양팔을 앞으로 꼿꼿이 뻗은 채 슬기와 광개토 주변에 내려섰다. 무릎 관절을 전혀 쓰지 않고 뛰어오른 그들의 모습은 영화에서 보던 강시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창백한 그들의 얼굴은 일부 이미 썩어 버린 것들을 제외하곤 모두 마치 며칠 전에 죽은 것처럼 깔끔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일체의 감정을 보이지 않으니 더욱 이질적이고 낯설었다.

벽에 올라선 수십 구의 강시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슬기와 광개토가 숨을 참고 있자, 정말로 그들을 찾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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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화 20.01.05 358 4 12쪽
163 163화 20.01.04 349 4 11쪽
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1 3 13쪽
160 160화 20.01.03 383 4 13쪽
159 159화 20.01.03 365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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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156화 20.01.02 355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 152화 20.01.01 36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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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149 149화 19.12.31 359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147 147화 19.12.30 36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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