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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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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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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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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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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5화





“흑귀를 찾았다는 보고입니다.”

흑룡회의 간부이자 홍운, 일명 ‘하오문’이라 불리우는 길드의 수장인 진영운에게 천마에 대한 보고가 들어간 때는 마침 그의 가족, 아내와 딸과 함께 단골 식당에서 외식하는 중이었다.

여비서의 짤막한 보고에 진영운은 언뜻 기억이 나지 않아 되물었다.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가니 이런 점들이 문제였다.

“흑귀?”“석 달 전에 인형 30개를 망가뜨린 자입니다.”

“아아, 남대륙에? 그래, 삼 개월 간 연락이 없어서 멍청한 것들을 다 치워버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는데, 이제야 꼬리를 잡았나보군.”

아내와 두 딸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인 진영운이 가족들을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눈빛으로 여비서를 쳐다보았다.

“스무 개의 십인대가 투입되었습니다. 흑귀가 워낙 신출귀몰한 자라 선조치 후보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머저리 같은 것들이 고작 한 놈한테 다 털려서는.”

까만 옷을 입고, 귀신같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서 흑귀라고 불리우게 된 자는 석 달 전쯤 갑자기 나타나서는 홍운 길드의 2급 오토 캐릭터 30여 개체를 학살하고, 오토 캐릭터들이 떨군 홍운의 재산들을 모조리 챙겨서는 사라졌다.

그런 참극이 벌어진 후에 해당 작업장의 관리인이 고작 한다는 변명 나부랭이는 흑귀가 일당백의 강자였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후 그 관리자는 30구에 이르는 인형의 죽음과 분실한 재산들, 무엇보다도 태만하기 그지없었던 작업장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응당한 처벌을 받았고, 지금쯤 여러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에 보탬이 되었을 것이었다.

진영운이 나지막하게 여비서에게 말했다.

“일전의 보고에 의하면 일당백의 강자라고 하니 조심들 하라 그래. 그리고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고. 우리가 피해본 게 얼만데, 다 털어 먹어야지.”

그 말에 가까이 앉아 있던 여섯 살배기 딸이 진영운을 올려다 보았다.

“아빠, 뭘 먹어?”

“아냐, 우리 공주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정말!? 이야~!”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아빠가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웃으며 말하자 딸도 덩달아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막 북문을 통해 호호시로 진입하려던 현무대는 그전에 잠시 한숨을 돌렸다.

현무 1대의 백부장 ‘무악’이 십부장들을 불러 모았다.

“진대인으로부터의 명령이다. 흑귀는 일당백의 강자이니 각별히 조심하여 상대하고, 절대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신다.”

‘강자지만, 생포하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스무 명의 십부장들은 일체의 불만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럼 ‘대인 모드’와 ‘NPC 모드’ 실행하고, 준비 끝난 십인대부터 바로 시내로 진입한다. 목표장소는 남쪽 상업지구에 있는 ‘행복식당’이다. 진입할 때는 자연스럽게, 알지?”

“네!”

절도있게 대답을 한 십부장들이 곧 각자가 담당하는 십인대로 향했다.

십인대라 하면 열 명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뜻하는데, 홍운의 십인대는 십부장인 유저 한명이 나머지 아홉 개체의 오토 캐릭터를 통솔 지휘하는 형태였다.

평소에는 오토 사냥을 하며 길드에 돈을 벌어다 주는 인형들이지만, 이렇게 척살령이 떨어질 때면 대인용 살인기계로 변하곤 했다.

먼저 대인 모드가 실행되었다.

-플레이어를 상대합니다. 3, 2, 1. OK!

순식간에 현무대의 오토 캐릭터 백팔십 개체가 사람을 사냥하는데 특화된 킬러로 재 프로그래밍 되었다. 이들은 더 이상 멍청하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몹을 사냥하던 인형이 아니었다.

사람보다 월등히 빠른 반응 속도와 분석력을 바탕으로 변칙적이면서 효율적인 공격을 구사하는 살인 기계가 되었다.

이어서 NPC모드가 실행되었다.

-NON PLAYER CHARACTER로 위장합니다. 3, 2, 1. OK!

오토 캐릭터들의 본체가 사람이 아닌 ‘인공 의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능이었다. 이제 시온의 시스템은 이들을 유저가 아닌 NPC로 인식할 것이었다.

도시와 같은 안전지대에서 유저 간의 살인이 벌어지면 치안대가 출동하는 등, 유저가 유저를 살해할 때 받게 되는 각종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나온 편법이었다.

준비가 완료된 현무대의 대원들이 열 명씩 무리지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도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음?’

천마가 갑자기 고개를 들자, 파용도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천마가 때리려 하자, 파용이 놀라서 몸을 웅크리는 모양새 같았다.

‘아니, 이 자가 머시긴데, 나가 쫄아있는겨?!’

파용은 애써 마음을 진정하며 자세를 바로했다. 파용은 천마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그가 아는 천마는, 홍운이 노리는 자라는 것과 비행능력자라서 추적하기가 까다롭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살인자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널리고 널린 게 살인자고 흉악범이었다.

그렇기에 파용은 천마에게 본능적인 위압감을 느끼는 자신의 상태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쌈박질 좀 한다 아이가!’

뛰어난 추적자는 대인전에도 능해야 했다. 기껏 추적했는데, 도망자에게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만큼 허망한 사태도 없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추적자답게 파용은 전투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다.

생각할수록 천마에게 쫄 이유도, 저자세로 나가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 파용이 용기를 냈다.

“거, 함부로 고로코롬 눈깔시 돌리지 말어. 나도 성깔 있응께!”

파용이 입을 다물며 미간을 좁히자, 십년 간 추적자로 살아온 사람답게 강인하고 고집스러우며 한 번 정한 표적은 절대 놓치지 않을 것같은 집요한 인상이 드러났다.

하지만 천마는 이미 파용이 무슨 표정을 짓든, 무슨 헛소리를 하든 관심이 없었다.

천마의 관심사는 북쪽으로 1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어떤 사태로 향하고 있었다.

“호오~~!! 이거 참, 신기한 일이구나. 요괴들이 갑자기 사람으로 탈바꿈을 하다니!!”

천마의 광범위한 인지망에 180마리의 요괴들이 요괴 고유의 기척을 싹 바꿔버리는 현상이 잡혔다. 수많은 요괴들이 돌연 사람의 기척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 변화가 너무나도 놀라와 천마는 코앞에 파용이 있다는 사실 조차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존재 자체가 바뀌다니, 이런 말도 안되는 일에 본좌가 구경 가보지 않을 수 없군.”

천마가 벌떡 일어나자, 파용은 황급히 뒤로 피하려다가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파용은 일어나지도 못하고서 급히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아이쿠!! 이 늙은이는 그러니까, 그저 좋게 좋게 쳐다보면 좋겠다 그거지..”

쾅-

하지만 그 말을 들어야 할 천마는 이미 식당 밖으로 몸을 날린 후였다.

파용이 두 팔을 내리고 앞을 보니 천마는 간 곳 없고, 사람 모양으로 뚫린 벽만 보였다.

“저, 저기..”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파용은 천마를 부르려고 했지만 이름을 모르니 마땅히 부를 호칭이 없었다.


호호시의 북문에 난데없이 일진광풍이 몰아쳤다.

우우웅-

그리고 희뿌연 모래 먼지 사이로 광풍의 원인이 드러났다.

흑의를 입은 사내.

아무렇게나 날리는 까만 장발 사이로 이마에 붉은 기운이 어려 있는 사내가 3미터 가량 높이의 허공에 떠 있는데, 그의 주변으로 먼지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급격히 무거워지자, 현무대의 1대장 ‘무악’과 2대장 ‘유호선’은 본능적으로 그가 자신들이 상대해야할 표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현무대의 이동을 지휘하던 그들은 급히 현무대의 십부장들에게 귓말벌레를 날려 북문으로 재집결을 명했다.

“흐흐, 그 쪼꼬만한 것들이 연락 수단인가?”

천마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 귓말 벌레들을 정확하게 인지하더니 손을 들려다가 말았다.

기분 같아서는 벌레들을 모두 이쪽으로 강제로 끌어 모아다가 한주먹에 와그작, 압살해버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벌레들이 오간 후에 사람으로 변한 요괴들이 모여드는 걸로 봐서 그대로 두는 것이 이득이다 싶었다.


천천히 땅으로 내려서는 천마와 함께 안 그래도 무겁던 공기가 한층 더 무겁게 땅으로 깔렸다.

그 기이하고도 섬뜩한 분위기에 무악과 유호선은 크게 긴장하고 말았다.

수많은 임무를 치르며 강자들도 많이 상대해봤던 그들이었지만, 이런 위압감은 단언하건대 처음이었다.

하지만 사실 천마는 이들을 딱히 적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건 파용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들은 천마에게 그 어떤 위협이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천마는 요괴가 사람으로 변한 현상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할 뿐이었다.

“어디 보자. 이리 와 보거라.”

천마가 손을 들어 가까운 거리에 있던 오토 캐릭터를 가리켰다. 그러자 갑자기 천마의 손에서 기이한 흡입력이 발생하며 오토 캐릭터를 강제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놀랄 수밖에 없을 그 상황에, 사람이 아니었던 오토 캐릭터는 즉각적이고 신속한 반응을 보였다.

전사, 그 중에서도 쌍도끼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용사인 오토 캐릭터, 생사부(生死斧)는 천마에게 끌려가던 그 기세에 박차를 가해 맹렬하게 쌍부를 휘둘렀다.

카캉-

분명히 쌍부가 좌우에서 천마의 목을 쳤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쇳소리가 울렸다.

아니 그것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흉흉하기 이를 데 없는 핏빛 도끼 두 자루가 목을 정통으로 쳤는데 당연히 날아갔어야 할 머리통 대신 도끼의 날이 나갔다는 게 더 이해불가한 상황이었다.

“허허, 이 귀염둥이가 아주 죽으려고 귀욤귀욤거리는구나.”

천마의 손이 더 뻗어나갔는지, 생사부의 몸이 더 끌려온 건지 천마의 손아귀에 생사부의 목이 턱하고 잡혔다.

그리고 그대로 뚝.

오른쪽으로 90도로 목이 꺾여버리자, 동시에 온몸에 잔뜩 힘을 끌어올렸던 생사부의 맥이 탁, 하고 풀려버렸다.

“사람이 되었으니 이제 부활을 못하렷다?”

요괴와 사람의 차이를 부활의 유무라고 생각하는 천마는 그렇게 시범 삼아 한 놈의 목숨을

빼앗았다.

불과 몇 십 분 전만 해도 요괴가 아닌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것을 꺼려하던 천마였지만, 그건 그에게 아무런 해꼬지도 하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었다.

현무대의 오토 캐릭터처럼 감히 먼저 살수를 뻗어온 경우에는 그것이 사람이든 요괴든 아무 상관없었다.


“저..저자는 초능력자인가? 마법사인가?”

무악과 유호선은 그간 천마를 처음 겪었던 수많은 선배(?)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돌풍을 불러올 만큼 빠른 비행능력과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염력, 그리고 맨손으로 목을 부러뜨리는 거력까지, 천마는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였다.

“이거.. 상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사뭇 다르오.”

“단 한수에 한 개체를 잃었소. 이건 심각한 문젭니다!”

유저로서의 패널티를 피하기 위해 사용한 ‘NPC 모드’는 한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NPC화된 캐릭터는 죽을 경우, 그걸로 끝이었던 것이었다.

본래 NPC들은 죽으면 끝인 존재였다.

간혹 특수 이벤트의 진행을 위해 ‘이벤트 NPC’로 구분되어 죽어도 부활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건 특수한 상황이었고, NPC모드에 의해 NPC화된 오토 캐릭터들은 그런 효과를 누리지 못하였다.

“빨리 ‘NPC 모드’를 풀어야겠소. 얼른!!”

유저 패널티를 감수해야겠지만, 300렙에 가까운 오토 캐릭터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가 죽을 때 마다 10년 가까이 공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이었다.

“NPC 모드를 해제하라!!”

너무나도 급했던 두 대장은 귓말도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크게 소리쳤다.

십부장들은 신속하게 각자 휘하에 거느린 오토 캐릭터들의 모드를 해제해 나갔다. 해제는 간단했다. 그저 귓말로 ‘NPC 모드 해제’라고 말하면 되었다.

귓말을 받은 오토 캐릭터들이 일제히 모드 해제에 들어갔다.

---NON PLAYER CHARACTER 위장을 해제합니다. 3, 2, 1. OK!


그 순간 두 번째 오토 캐릭터의 목을 쥐고 있던 천마는 돌연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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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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