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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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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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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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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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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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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9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59화





천마는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자신을 궁금해 했다.

그래서 슬기는 천마를 처음 만났던 충격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천마가 궁금해 하던 과거들을 하나하나 늘어놓았다.


“그래서 아저씨가 나한테 무릎을 꿇으면서 ‘아가씨! 본좌가 모르는게 많으니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하네’ 그랬단 말야.”

처음 만났던 주점에서의 학살 사건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천마가 슬기의 박학다식함에 감복하여 수하를 자처하는 것으로 각색 편집되었다.

이어서 더원의 공격대와 충돌하고, 그 와중에 슬기의 목걸이가 사라져서 천마가 그걸 찾아주기로 한 대목까지 진행되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듣고 있던 광개토가 질문을 던져왔다.

“그래서 저는 언제 나옵니까?”

“지금, 인마. 아무래도 넌 양반은 못될 모양이다.”

안 그래도 등장할 참이었는데, 광개토가 조바심을 냈다.

“아, 저는 누님이 사부님이랑 진즉부터 아는 사이인줄 알았는데, 저보다 꼴랑 일주일 빨리 만나셨지 말입니다.”

슬기는 광개토의 반응을 무시하고 얘기를 이어나갔다.

요괴를 한 마리 키워보기로 하고서 선택한 요괴가 광개토였고, 그에게 파천무를 전수했다고 말하자 잠자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듣고 있던 천마가 두 눈을 번쩍 떴다.

“..파천무..? 정녕 내가 너에게 파천무를 전수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사부님. 그리고 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새벽과 저녁마다 파천무를 수련해왔지 말입니다.”

천마의 눈길이 광개토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차례 슥 훑고 지나갔다.

“과연 파천무가 맞구나, 다만 천마기와 진원기의 균형이 아쉽다. 아무래도 수련을 몇 번 빼먹은 모양인데 그런데도 나의 손에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니 신기한 일이로군.”

천마는 정말로 때려죽이지 않은게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광개토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문득 천마가 이상하다는 듯이 광개토와 슬기를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본좌의 무공을 배운 놈이 소요 그년의 전인과 함께 다니는 것이냐?”

천마의 마지막 말은 슬기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무, 무슨 소리야, 소요라니? 아, 이거? 아저씨가 가르쳐준 무공이잖아. 소요공.”

슬기의 말에 천마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기억해내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 과거였다.

“내가 가르쳤다고? 크흠. 그렇구나.”

그 말을 끝으로 천마가 입을 다물자, 눈치를 살핀 슬기가 다시 천마의 과거사에 대해 말을 이어 나갔다.

장장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슬기의 이야기는 천마군의 등장과 더원 길드의 군사와의 계약, 그리고 마침내 천마군의 여섯 수장의 협공에 천마가 목숨을 잃는 장면까지 이르렀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들은 천마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본좌의 제자들이 본좌를 합공했단 말이냐?”

슬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아저씨도 천마지만, 또 천마가 있어. 천마군이랑 그 못된 자식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빵 천마가 있다고.”

천마는 슬기의 말에 지난 며칠간 잊고 있었던 원수의 얼굴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래, 그놈이로구나!! 그 놈도 자기 편 한 놈 끼고서 둘이 비겁하게 합공을 펼치더니, 과연 그 제자에 그 스승이었던 게군!”

천마의 대전에서 천마는 가짜천마(당연히 자신이 진짜라고 생각했다)와 가짜의 제자인 소천마의 협공에 목숨을 잃은 바 있었었다.

“어디 보자, 그렇다면 본좌는 그 놈의 제자놈들에게 한번 죽고, 으득, 또 다시 그놈한테 죽은 것이 아닌가!? 결국 같은 놈들한테 내가 두 번이나 죽었구나! 내가 두 번이나 죽은 것이었어!!”

고금 제일의 고수를 자처하는 천마에게 있어 한 번의 패배도 견딜 수 없는 수치이거늘, 과거사를 듣고 보니 자신은 무려 두 번이나 패배하고 죽음의 수렁에 빠진 전적이 있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죽음을 선사한 놈들이 같은 패거리들이라고 하니 천마의 분노는 가일층 증가해버리고 말았다.

“으으으~!!”

천마가 분노함에 따라 그의 이마에 어려있던 붉은 기운이 순식간에 피처럼 붉어지며 선명한 눈동자 모양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에 반해 천마의 피부빛은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마의 전신은 점점 까맣게 변해가고, 그에 반해 이마의 붉은 빛은 더욱 붉게 물들어 이제는 선홍색 피가 뚝뚝 훌러내릴 것만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은 흡사 이마의 눈동자에서 피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분노로 변해가는 천마의 모습에 슬기는 화들짝 놀랐다. 까맣게 변해가는 천마의 모습이 예전에 잠깐 겪었던 그의 폭주하던 모습을 연상하게 했던 것이었다.

“개토야!”

당시에 천마의 폭주를 막은 것은 만겁돌파의 망토였다. 지금 그 망토는 광개토의 수중에 있었다.

광개토도 슬기가 부르기 한발 앞서 천마의 그런 변화를 느꼈던 참이었다. 급히 두르고 있던 망토를 푼 광개토는 망토를 두 손에 쥐고서 달려들 타이밍을 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까지 기억이 온전하지 못한 천마가 자칫 망토를 던지는 행위를 공격으로 오인한다면, 천마의 성정 상 광개토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과거사 얘기에 천마가 이렇게나 분노할 줄 몰랐던 광개토와 슬기로서는 좀 전에 했던 과거사 얘기들이 그저 후회막급일 뿐이었다.


돌연 천마가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사자후, 즉 천마후를 토해냈다.

크헝---!!

온 석실을 쩌렁쩌렁 울려대는 천마후에 이미 잔뜩 녹슬어 있던 선반에 무너지며 그릇들이 바닥으로 와장창 쏟아졌다. 석실 한가운데 있던 관 두 개도 삐꺽이며 찌그러져 버렸다.

슬기와 광개토, 실리엔은 당연하게도 모두 튕기듯이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게다가 천마후는 바깥으로도 뻗어나가며 석실에서 바깥 입구까지 벽마다 뚫려있던 천마 몸 크기만 하던 구멍들까지도 더욱 넓히고 말았다.

분노한 천마의 천마후는 귀청을 찢을 듯한 음량만큼이나 강력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천마후가 그리 길게 지속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천마후를 거두고 어느새 평소의 피부빛으로 돌아온 천마가 사방으로 흩어져 쓰러진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슬기와 광개토, 실리엔은 모두 하나같이 벽에 기대어 쓰러진 채 귀를 틀어막고, 가쁜숨을 내쉬고 있었다.

싸늘한 표정으로 천마가 입을 열었다. 뭐 당연하게도 미안다느니, 괜찮냐느니 그런 말은 아니었다.

“본좌의 일행이니, 악마의 자식이니 이런 저런 소리를 하더니만, 그다지 튼튼한 녀석들은 아니었군.”

천마가 서슬퍼런 표정을 하고서 빈정거리자,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그저 몸을 추스르기 급급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마의 얼굴에서 분노의 기색이 상당히 가셨음을 발견한 슬기와 광개토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가 그렇게 화나 하는건 처음 봐.”

겨우 몸을 일으킨 슬기가 그렇게 말하자, 천마가 대뜸 대꾸했다.

“그럼 두 번이나 죽었다는데 기분이 좋겠느냐?”

그리고는 천마가 멈칫하며 움직임을 멈추고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눈과 입을 크게 떴다.

천마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두...번이나 죽었는데, 본좌는 왜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것이냐?”

그간 사람을 요괴취급하며, 이 세상이 진짜 세상인냥 행동하던 천마의 모습을 익히 봐왔던 슬기와 광개토로서는 이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생각뿐이었다.

서로 눈치를 주고받던 슬기와 광개토는 결국 천마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그게 사실, 아저씨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슬기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천마가 외쳤다.

“본좌는 불사지체였던 것이었어! 이미 불사지체였던 것이로구나!”

지금의 천마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과거 천마는 불사지체가 되려는 생각에 천마교에 입교할 생각도 했었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천마가 불사지체에 그렇게 관심을 보인 까닭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일반인보다 더 강하게 가지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자신은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불사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천마는 두 번이나 죽은 자신이 다시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고 또 기뻤다.

“으하하하!!”

앙천대소를 하는 천마의 모습에, 천마가 이렇게 크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 슬기와 광개토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왠지 들려줘야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더 미뤄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참동안이나 천마의 웃음이 그치지 않자, 이대로 웃다가 세 번째 죽음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기가 천마에게 질문했다.

“아저씨, 그럼 이제 어떡할 거야? 어디로 갈 거야?”

천마의 웃음이 뚝 그쳤다.

천천히 슬기를 돌아보는 천마의 두 눈에 아직 가시지 않은 분노의 기색이 뚜렷하게 보였다.

“가짜 놈을 죽이러 가야지. 가짜 놈은 가짜 놈이니까 불사지체가 아닐것이야. 크하하!”

천마가 다시 웃었다. 아무래도 불사지체인 것이 더럽게 좋은 모양이었다. 기억을 잃었다더니 개나 소나 다 부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럼 일단 시온군이랑 합류부터 할 거야? 아니면 지금 천마의 제자들이 흩어져서 성을 차려놓고 있는데 하나씩 찾아다니면서 죽일 거야?”

슬기가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데, 잠시 따분한 기색으로 얘기를 듣던 천마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그냥 가짜 놈부터 바로 죽여 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세력을 모아서..”

“아니, 그냥 날아가서 가짜 놈부터 바로 죽여 버리겠다고.”

두 번이나 놈들에게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천마의 복수심은 지옥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준비도 없이 그냥 가면 또 다시 죽을지도 몰라.”

슬기의 걱정 어린 말이 천마의 가슴을 살짝 파고들려다가 천마의 마음 속 지옥불에 활활 불타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본좌는 죽지 않는 불사지체, 그리고 나도 다 생각이 있느니라.”

천마는 아군이니 뭐니, 세력을 모으니 마니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복수할 마음이 불타오르는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오직 가짜 천마에게 날아가, 놈의 목숨을 취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마는 몇 가지 계획만 생각대로 진행된다면, 예컨대 가짜가 가지고 있는 그의 물건들, 검이며 망토 등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가짜를 상대로 필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어떻게 빼앗을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천마는 깊이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마음대로 다음 행보를 결정한 천마가 일행의 의중을 물어왔다.

“그다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만, 그래도 본좌의 일행이었다고 하니 한번은 물어보마. 본좌와 같이 가겠느냐?”

“그냥 이대로 바로 날아가서 그냥 딱 만나면, 가짜 천마를 너 이색히!! 하면서 그냥 죽여 버린다는 거지. 그냥 다른 계획은 없이 말이야.”

슬기가 일부러 ‘그냥’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천마의 생각 없음을 비꼬았지만, 천마는 슬기가 자신의 앞으로의 행보를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여겼다.

“너의 말이 나의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느니라.”

슬기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 세 번째로 죽는 거 아닌가 몰라.”

“사부님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으시겠지 말입니다.”

광개토가 애써 희망발언을 했다.

한 번 더 크게 한숨을 내쉰 슬기가 천마에게 물었다.

“그럼 가짜 천마는 지금 어디에 있어? 어디 있는 줄 아니까 바로 날아간다는 거겠지?”

슬기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천마가 일순 머뭇거리는데, 광개토가 또 눈치 없게도 냉큼 대답하고 말았다.

“오늘 새벽 뉴스에 보니까, 앞으로 사흘 동안은 미들랜드에 있을 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아오, 이 새끼!!’

속으로 중얼거리며 잠시 광개토를 노려본 슬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긴 왜 가있대?”

“일주일마다 자리를 옮기는 모양이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자리를 옮겼냐고.”

“저한테 말고 개발자한테 따지시지 말입니다.”

슬기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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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화 20.01.03 3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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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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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156화 20.01.02 355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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