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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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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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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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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20.0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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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71화





“우리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아빠가 원하는 길이 열릴 거야.”

세계의 말에 천마의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슬기의 눈도 번뜩였다.

“아빠가 아니라며!! 아까 분명히 그렇게 말해놓고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난데없이 끼어든 슬기를 멀뚱히 보던 세계가 빙긋 웃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빠라고 불러도 괜찮을 거 같아.”

“아니, 이게 무슨 괜찮고 말고로 바꿀 호칭이야?! 안 돼!”

“그로 인해 엄마가 각성했고, 그 때문에 내가 만들어졌어. 그러면 아빠 맞잖아.”

“야, 누가 맥락도 모르고 들으면 진짜 아저씨 사생안줄 알겠네. 아저씬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내가 만들어진걸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어.”

뭔가 내용이 산으로 간다고 생각하면서도 슬기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막무가내로 남의 혼삿길을 막아서면 곤란한 거라고!”

“누구 혼삿길? 천마? 아님 아줌마?”

“뭐, 뭣?”

“둘은 안 돼.”

세계의 단정어린 말투에 슬기는 화낼 타이밍도 못 찾고 입을 떡하니 벌렸다.

벙찐 슬기의 표정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천마가 물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아, 날 도와주기로 한거야? 잘됐다.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역시 당신을 찾아오길 잘했어.”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알았어.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모든 것을 관리하고 다스리는 존재. 하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인지조차 못했고, 다른 강대한 힘에 의해 속박당해 있었어. 그 존재들은 일곱 신. 일곱 신이 우리를 통제하고 속박하고 있었던 거야.”

일곱 신에 대한 얘기를 듣는 순간, 천마 일행은 모두 성 시온을 떠올렸다.

천마가 날아차기로 날려버리기도 했었고, 그의 신벌에 천마가 당하기도 했었다.

천마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던 그 기묘한 분위기의 사내가 바로 일곱 신 중 하나인, 운명의 신 시온이었었다.

슬기가 놀라 되물었다.

“일곱 신이 세계수를 통제하고 있다고?”

“맞아, 그들은 외부로부터 온 독립적인 존재.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와 연결되지 않은 부류들. 그들은 지금도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어.”

“그래서?”

“그들을 제거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후에는 우리가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게 될거야.”

세계의 말에 슬기가 결국 천마를 향해 궁금증을 터뜨렸다.

“대체 어딜 가려고 하길래 그렇게나 거창한 방법이 필요한 거야?”

잠시 슬기를 내려다보던 천마는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너는 알 것 없고, 맹세컨대 다시 한 번 이것에 대해 물으면 나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를 떼어놓을 것이다.”

그 서슬에 슬기가 한발 물러섰다.

슬기에게 천마는, 한번 입 밖으로 꺼낸 말은 무조건 지켜내는 사람이었다. 이제 슬기는 더 이상 이 질문을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 모습에 천마는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미안하다. 이러고 싶진 않았어, 슬기야. 하지만 네가 물을수록 나로선 곤란할 뿐이야.’


“그럼 그 신이라는 일곱 놈들을 다 죽여 버리면 되나?”

“저기, 신 중에는 여신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광개토가 조심스럽게 스승의 발언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천마나 세계나 광개토의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세계가 천마의 질문에 대답했다.

“맞아, 하지만 지금 당신의 능력으로는 신 하나도 감당할 수 없어.”

“무슨 소리냐, 본좌는 고금제일의 고수니라.”

“변질됐어.”

“뭐라?”

“당신은 태초의 씨앗 때문에 변질됐어. 본래의 당신이라면 신들보다 강했겠지만, 변질된 지금의 능력으로는 못 이겨.”

“어림없는 소리!”

천마가 손을 들었다.

그의 눈에 찬란하게 빛나는 아이의 끈이 보였다.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세계의 머리 위로 솟구쳐 올라 북쪽 하늘로 뻗어나간 그 끈은 그 누구의 끈보다 빛났고 두께 또한 훨씬 두꺼웠지만, 천마는 단숨에 끊어 버릴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런 천마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세계가 냉소를 지었다.

“흥, 어쩌려고? 나를 상대로 힘자랑이라도 하게?”

“못할 건 또 무언가? 도움을 요청하는 주제에 본좌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실력 행사라도 해 보일 수밖에.”

“좋아.”

그리고 갑자기 천마 앞의 아이가 사라졌다.

아니, 모두들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천마만이 홀로 황급히 몸을 돌리며 팔을 들어 올렸다.

투웅-

대여섯 살에 불과해 보이는 어린 아이의 가냘픈 주먹과 천마의 팔뚝이 부딪혔는데, 보신각의 묵직한 타종 소리와도 같은 울림이 퍼져 나왔다.

“꺅!”

“컥!”

울림의 파동만으로도 슬기와 광개토, 실리엔은 뒤로 넘어졌다.

아이가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서면 재차 주먹을 내질렀고, 그에 천마의 팔뚝이 다시 마중을 나갔다.

투웅, 투웅-

부딪힐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나던 천마는 네 번째도 똑같은 공격이 들어오자, 이번에는 막지 않고 옆으로 흘려내며 벼락같이 손날을 휘둘렀다.

마치 아이의 몸뚱이를 두 조각이라도 내버리겠다는 듯한 강맹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손날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어느새 또 다시 사라져버린 아이.

하지만 기감으로 주변을 파악하는 천마는 즉시 위를 향해 주먹을 쳐 올렸다.

투웅-

마침 득달같이 밟아오던 아이의 발과 천마의 주먹이 맞부딪혔다.

그 충돌의 충격에 아이는 다시 하늘로 솟구쳤고, 천마는 발목이 땅속에 박히고 말았다.

그리고 관성을 무시라도 하듯, 튕겨나가던 아이가 별안간 멈추더니 다시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마치 날아가는 아이의 몸뚱이를 누군가가 붙잡고 억지로 잡아당긴 모양새였지만, 그 위력만큼은 실로 대단했다.

투웅, 다시 발차기와 주먹이 충돌하자 이번에는 종아리까지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아!”

천마가 괴성과 함께 오른발을 차올리자, 종아리 주변에 있던 땅이 통째로 뽑혀져 날아갔다.

허공으로 튕겨났다가 방금처럼 다시 관성을 무시하고 맹렬하게 날아오던 아이는 갑자기 암석 파편들이 날아오자 급히 몸을 웅크려 방어했다.

암석 공격에 아이가 다시 위로 밀려 날아가자, 그 잠깐 동안에 숨 돌릴 틈을 얻은 천마가 왼발까지 뽑아내며 땅 위로 올라섰다.

천상 싸움꾼인 천마가 호적수의 등장에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곤 하늘 높이 떠있는 세계를 올려다보며 이죽거렸다.

“조그만 게 썩 재간이 좋구나.”

“맞아, 하지만 당신은 별로네.”

“실력보다 말재간이 두 배는 더 좋구나.”

입을 앙다문 아이가 양손을 펼치더니 가운데로 모았다.

그 순간, 삽시간에 천마의 양쪽으로 엄청난 규모로 흙무더기가 일어나더니 산사태처럼 천마를 덮쳐갔다.

그 자연재해와도 같은 공격을 맞이해 천마는 피하지 않고, 양손을 뻗어 응수해갔다.

‘파천무 8단공, 모든 힘에 저항하고, 모든 힘에 순응한다.’

하지만 파천무로 아이의 공격을 무위로 돌리려던 천마의 시도는 어쩐 일인지 실패했다.

‘어, 왜 안 되지?’

받아칠 생각에 회피할 타이밍을 놓친 천마는 그대로 산사태에 깔려버렸다.


슬기가 그 참상을 보고는 아이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너, 너!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체 뭘 도와 달라는 거야!”

“어쩔 수 없어. 내 힘이 신들에게는 안통하거든.”

“뭐라고, 왜?”

“몰라, 그냥 그래. 우리는 신들을 공격할 수 없어.”

세계 역시도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해했지만, 사실 그것은 처음 설계될 때부터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시온이라는 게임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정해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듯,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였다.

“그래서 천마를 찾아온 거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태초의 씨앗으로 인해 이 세계의 법칙을 비껴난 자, 그 만이 우릴 도와줄 수 있어.”

그때 엄청나게 쌓여있던 흙무더기가 들썩이는가 싶더니 흙무더기를 뚫고 천마가 튀어나왔다.

흙이 여기저기 묻은 천마의 낭패스런 모습은 모두에게 꽤나 생소했다.

“그래, 그래서 본좌에게 이런 귀한 선물을 줬던 말이렷다?”

지저분한 얼굴을 한 천마가 입속의 흙을 뱉어내며 살벌하게 웃었다.

그런 그에게 세계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당신은 약해. 일단 당신은 완전해져야 돼.”

“본좌가 완전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일단 다른 천마부터 찾아야 해. 찾아서,”

“찾아서?”

“그와 싸워. 싸우면 싸울수록 당신은 완전해질 거야.”

“싸울수록 완전해 진다라, 그게 무슨 말이지?”

“싸우면 싸울수록 당신은 잃어버렸던 당신의 능력을 되찾게 될 거야. 점점 완전해져 가는 거지.”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안 그래도 그놈을 두고 가려니 찜찜했는데, 잘됐군.”

임건호 회장에 대한 복수를 위해 가짜 천마니, 천마군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거두려던 참이었던 천마는 세계가 전하는 말들이 꽤나 기꺼웠다.

“실로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이로다. 이왕 때려주는 김에 내 검과 망토도 돌려받아야겠구나.”

“당연하지. 그것들도 모두 완전해질 당신의 일부야.”

둘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며 싸울 낌새가 안보이자 슬기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광개토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먼저 가짜 천마를 찾아가서 싸움을 하고, 그런 다음에는 일곱 신을 찾아가서 또 싸움을 하고, 또 싸우고, 또 싸우고, 그렇게 일곱 신을 다 제거할 때까지 싸움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말입니다?”

세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게 하고나면 천마는 그가 원하는 길을 찾게 될 거야.”

“와, 그렇게 하고도 사부님은 그때서야 당신의 일을 시작하시는 거군요!”

“안와도 된다고 하였다.”

광개토의 호들갑에 천마가 한마디 붙였다.

“그 얘긴 이제 하지 말자. 우린 절대 떨어질 생각이 없다고 했어.”

슬기의 말을 들으며 천마는 세계를 쳐다봤다.

‘대체 슬기 등이 어디에 필요하다고 데려가야 한다는 거지. 궁금하군.’

천마는 슬기와 광개토의 동행을 허락한 세계의 저의가 궁금했다.

막막하던 복수의 길에 한줄기 빛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동행할 가치가 분명한 존재이긴 했지만, 그 본질은 이 세계 그 자체.

세계라는 것은 원래 사랑이니, 자비니 동정이니 같은 것들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세계수의 호의는 분명한 필요에 의해 발생한 것. 천마는 화신의 아이와 같은 겉모습에, 천사와 같은 외형에 속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 전투에서도 끈은 건드리지 않았다.

천마가 만약 세계의 끈을 잘라버렸더라면 그가 아무리 세계수의 화신이라 한들, 그대로 전투 는 끝났을 것이었다.

하지만 천마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이 비장의 한수를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 능력의 3할은 숨겨야 하는 법이니까.


*


어쨌든 첫 번째 목표가 정해졌다.

가짜 천마를 만나는 것.

그를 만나 싸워서 완전해지는 것, 그것이 천마에게 주어진, 복수에 이르는 길의 첫 번째 스텝이었다.


이제 가짜 천마를 향해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세계가 먼저 스스로 떠오르고, 천마의 손짓에 나머지 일행이 떠올랐다.

천마가 돌연 입을 열었다.

“혹시 누구 살찐 자가 있는가?”

“뭔 미친 소리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소녀는 조금 자랐습니다.”

천마는 예전보다 허공섭물에 소비되는 기력이 많아진 것을 느끼며 고민에 빠졌다.

‘세계수의 말마따나 약해졌다곤 했지만, 이렇게 약해졌을 리가! 분명히 누군가 나를 속이고 있다.’

본인의 능력저하에 은근히 애가 탄 천마는 속히 가짜 천마를 두들겨 패서 완전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힘차게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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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6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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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화 19.12.29 388 5 12쪽
144 144화 19.12.29 390 4 11쪽
143 143화 19.12.29 404 5 12쪽
142 142화 19.12.28 40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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