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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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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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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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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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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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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7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7화






“할 말은 끝났느냐?”

“예? 아니, 그게 아직..”

천마의 차가운 말에 파용이 어버버거리며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천마는 그를 지나쳐 무악과 유호선 앞으로 다가갔다.

그 신법이 표횰하기 그지없어 파용이 뒤를 돌아보았을 땐 이미 천마의 손에 무악과 유호선이 목숨을 잃고 만 후였다.

허물어지는 둘의 품에서 전리품을 취한 천마가 파용을 향해 돌아서며 잔인한 미소를 띠었다.

“이제 이백 마리 다 잡았고 미꾸라지만 남았구나.”

단호하고 잔인한 천마의 손속에 파용이 비명을 내질렀다.

“대인!! 저 좀 살려주이소!! 지가 다 말하긋소! 지가 일전에 대인을 먼발치에서 뵌 적이 있는데, 깜박했었다 아인교!! 결코 거짓말을 하려고 한건 아니었소!!”

파용의 고백에 뻗어나가던 천마의 기공이 급히 방향을 틀었다. 파용의 머리통을 스치고 지나간 기공은 몇미터 뒤에 있는 바위에 주먹만한 구멍을 뚫어 버렸다.

그 모습에 파용은 침을 꿀꺽 삼켰다. 스스로 나름 쌈박질에 일가견이 있다고 여겼던 쓰레기같은 생각은 이미 꾸깃꾸깃 구겨다가 망상의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은 지 오래였다.

‘내가 이런 괴물을 추적하고 있었단 말이야?!! 시펄!! 완전 헐값에 일하고 있었던 거잖아!!’

이순간 파용은 이 곳이 게임 안이라는 것도, 게임에서의 죽음이라 해봐야 그저 몇몇 페널티 이상의 불이익 이상의 손해는 없다는 것도 모두 잊었다.

천마에게서 전해져오는 거대하고도 불길한 존재감이 그 모든 것들을 잊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그저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이 사람들하고, 저것들하고 전부 다 하오문 길드에서 나온 자들입니다.”

파용은 긴장할수록 도리어 표준어를 사용하는 특이한 습성이 있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긴장할수록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에 비하면 꽤나 괜찮은 습관이라 할 수 있었다.

“혹시 예전에 이것들하고 얽힌 일이 있으십니까?”

천마는 대꾸하는 대신 주먹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할 말만 하면 되는데 꼭 이렇게 중간중간 질문을 던져오는 놈들이 있었다. 이렇게 질문을 툭툭 던져대는 놈들은 주먹으로 툭툭 쳐주면 곧잘 정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아니, 아니! 그라지 마이소!! 그냥 제가 다 말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저기서 저보고 대인을 추적하라고 의뢰를 줬습니다.”‘의뢰’라는 말이 생소했던 천마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 미간의 움직임을 독촉의 의미로 이해한 파용은 더 빠르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제가 대인을 쫓아가는데, 중간에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름은 서로 안물안궁이라 모르지만 분명히 활을 쓰는 자였지요. 아무튼 그렇게 한 달을 추적한 끝에 드디어 대인을 찾았습니다.”

“본좌가 분명하느냐?”

“그게.. 머리 스타일이 좀 바뀌긴 했지만, 확실히 대인이 맞았습니다. 그건 제가 분명히 보장합니다.”

사실 외모만 놓고 보면 동일인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지만, 파용이 보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천마의 몸 주변으로 빛나고 있는 노란빛은 여전했다.

오직 파용의 눈에만 보이는 이 빛은 천마가 퀘스트의 목표대상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대인이랑 대인의 일행들이 같이 있었습죠.”

그 말에 천마가 다른 의미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본좌의.. 일행?”

“네, 남자 하나랑 여자 둘이 대인과 함께 있었습니다.”

천마는 파용의 말을 듣고 살짝 몸을 가까이 기울여 왔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보거라.”

파용은 천마가 자신의 말에 흥미를 보이자, 조금씩 살길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고?”

잠시 말문이 막혔던 파용이 조그맣게 말했다.

“아, 네. 그리고..동행자가 갑자기 제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그만 죽고 말았습죠.”

“뭐, 죽었다고? 그럼 그게 끝이냐?”

“아..네 뭐, 그런 셈입니다.”

“그 일행에 대해 더 할 말이 없느냐?”

“그게.. 아무래도 워낙 동행자, 그 개자슥의 솜씨가 너무 좋은 나머지, 바로 죽어삐는 바람에 그만..”

“그럼 죽어라.”

그것이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파용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파용이 떨군 ‘산들바람의 허리띠’를 마지막으로 모든 전리품들을 꼼꼼하게 챙긴 천마가 그 자리에 멍하니 섰다.

“악마의 자식들은 네 놈이라고 하였는데, 왜 일행이 세 놈뿐이지? 아, 놈에게 동행자가 있었다고 했던가? 만약 그 놈이 본좌 쪽으로 합류했다면 네 놈이 될 수도 있겠구나.”

다행히도 천마는 더하기 연산이 가능했다.

“점점 모든 증인과 증거들이 본좌가 악마였다고 말하는구나.”

분명히 파용이 그를 과거에 보았다고 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천마가 돌연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 본좌가 왜 실종이 되었다는 것이냐, 왜 이렇게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이냐?”

몇몇 소문에 의하면 악마가 전투에 패배하여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고금제일의 고수인 본좌가 패배했을 리가 있나? 이렇게나 강한데 말이야.”

아닌 게 아니라, 천마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 강했다.

지난 일주일간 숱한 자들을 만나본 바, 아무도 자신의 일초지적이 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그들이 허약했다고도 볼 수 없었다.

자신에게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이 죽어가며 한결같이 지은 표정의 의미는,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였다. 즉, 그들은 그렇게 쉽게 죽을 약자들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천마의 강자부심이 폭발한 것이 바로 방금의 전투였다.

무려 200마리에 이르는 요괴가 있었지만, 천마는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실제로 순식간에 모조리 저세상으로 보내버렸다.

“본좌 말고 그 누구가 이백 대 일의 전투를 이토록 수월하게 치른단 말이냐.”

아무래도 그는 분명히 고금제일의 강자였다!

슬슬 생각에서 벗어나 악마의 자식들을 찾으러 다시 움직여봐야겠다고 생각한 천마는 곧 가볍게 허벅지를 쳤다.

“본좌의 일행들을 봤다고 했는데, 확인할 겸 살려둘걸 그랬나?”

천마는 잠깐 파용을 죽인 것에 대해 후회했지만, 곧 그런 생각을 떨쳐 버렸다.

“본좌가 한 입으로 두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천마는 조금 답답할지언정, 본인의 말을 그대로 지키는 언행일치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본인의 결정에 만족하며 천마는 천천히 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잿빛, 흔히들 말하는 회색빛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색깔이지만 그 색깔의 의미는 결코 흔하다고 볼 수 없었다.

선, 혹은 질서를 의미하는 새하얀 빛과 악, 또는 완벽한 무질서를 의미하는 새까만 빛이 서로 간섭하고, 어우러지고, 조화를 이룰 때에야 비로소 완벽하게 균일한 회색빛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9개월 전, 키클롭스의 수석 명장 ‘장리우’가 그의 작업실에서 그 잿빛 구슬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은 의아함이나 놀람보다는 환희였다. 티끌만큼의 부조화도 없이 완벽하게 섞여든 백색과 흑색의 조화!

그가 본 구슬은 ‘태초의 혼돈’처럼 완벽하게 조화로운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장리우는 시온에서 그와 같은 구슬을 일찍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이건 무슨 소재지?”

장리우는 누가 그것을 그의 작업실에 가져다 놓았는지 보다, 그것의 정체와 능력이 무엇인지가 더 궁금했다. 그는 천상 아이템 크래프터였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후, 장리우는 ‘태초의 씨앗’이라 명명한 그 구슬로 잿빛의 허름한 망토를 하나 만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장비들 중에서도 의존도나 중요도가 다른 장비들에 비해 낮은 망토 따위를 만들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태초의 씨앗으로 검이나 갑옷같은 중요도가 높은 아이템을 만들려고 하니, 정체도, 출처도 모르는 소재로 그런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망토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잿빛의 망토가 하나 만들어졌고, 그 능력이 궁금했던 장리우는 손수 아이템 테스트에 들어갔다. ‘태초의 씨앗’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탓에 다른 사람에게 테스트를 시킬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망토를 직접 입고 테스트를 시작한 장리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이..이것은 버그 아이템이 아닌가!!”

장리우는 그가 만든 물건의 진면목을 보고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니, 버그 아이템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시온이기에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었지만, 태초의 씨앗으로 만든 잿빛 망토는 버그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어떻게 가능한 거지?”

장리우가 찢어진 눈이 더할 나위 없이 동그랗게 치켜떠졌다.

현실과 가상의 연결고리!!

망토는 가상에서 행한 행동의 결과를 현실로 옮겨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예를 들어, 망토를 착용하고서 꾸준히 팔굽혀 펴기를 하면 현실의 근력도 강화되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정말 멋진 능력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무서운 능력이었다.

이 망토를 착용한 채로 상처를 입었다간 현실의 신체도 상처를 입고 만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장리우는 패닉에 빠졌었다.

우스갯소리로, 게임에 과몰입하거나 지나치게 열중하는 사람에게 ‘목숨 걸고 게임하냐?’ 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 망토는 정말로 게임을 목숨 걸고 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믿을 수 없는 능력 앞에서는 망토의 부수적인 능력들, 그러니까, 데이터 수준에서의 차단 및 은신 능력이라거나 뛰어난 아이템 복구력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불가해한 아이템의 능력 앞에서 장리우는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그런 초능적인 아이템을 본인이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도 느꼈다.

“가상과 현실의 거리는 마치 만겁과도 같으니, 이 망토의 이름을 만겁의 시공을 초월한다는 의미로 ‘만겁돌파의 망토’라고 지어야겠다.”

그리고 그 후에도 그는 주변인들 모르게, 심지어 그가 속한 팀의 보조 기술자들도 모르게 만겁돌파의 망토에 대한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그렇게 수개월 간에 걸쳐 여러 실험이 진행되었고, 데이터가 쌓여나갈수록 장리우는 그가 창조한 이 놀라운 망토에 대하여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인 법.

삼 개월 전 무렵, 마침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 동료가 그 망토에 대해 궁금해 하자, 장리우는 엉겁결에 은신 망토라고 둘러대고 말았다.

무시무시한 결과물을 완성하고 나자 그제야 소재의 출처에 의문이 생겼고, 장리우는 일단 망토의 정체를 숨겨야겠다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고 악수 중의 악수였다.

“호오, 이것이 바로 그 은신망토란 말인가?”

만겁돌파의 망토에 푹 빠져 키클롭스의 행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장리우는 동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삼일 뒤 그의 망토가 사라지고 나서야, 동료의 입을 통해 망토가 그가 속한 키클롭스 아이템 크래프트 팀의 대표, 천년호리에게 넘어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표의 의뢰로 만들었던 거 아닌가?”

동료의 멍청한 얼굴과 그보다 더 멍청한 소리를 듣는 순간 장리우는 터져나오는 분통을 도무지 참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망토를 착용한 대표의 존재는 어떤 수로도 추적할 수 없었고, 결국 이튿날, 팽자양 대표는 그의 자택에 설치된 시온 다이브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태초의 씨앗으로 만들어진 ‘만겁돌파의 망토’는 간곳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장리우는 키클롭스 소속의 모든 장인들에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 망토를 찾아와!! 찾아오라고, 얼른!!”

10여 년간 쌓아왔던 그의 부드럽고 대쪽같던 명장 이미지가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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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화 20.01.04 359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1 3 13쪽
160 160화 20.01.03 383 4 13쪽
159 159화 20.01.03 365 4 12쪽
158 158화 20.01.03 355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5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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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149 149화 19.12.31 359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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