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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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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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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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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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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65화





“저기, 나가서 어디 가지 말고, 꼭 기다려주세요.”

“흐음.”

“기다려주시면 제가 이번 문제를 해결해 드릴게요.”

“빈민구역 철거를 막을 방도가 있다는 말이야?”

“기다려만 주시면 확실히 무조건 막을 수 있어요!”

슬기가 먼저 출소하는 도훈의 뒤통수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슬기의 말을 믿어주었는지 블랙은 다음날까지 빈민구역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 확실한 방도란 게 뭔지 말해봐.”

도훈의 질문에 슬기는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 전에, 대체 감옥까지 들락날락 거리면서 이 사람들을 도우려는 당신의 의도가 뭔지 분명하게 알고 싶어요.”

“이유는 벌써 설명했지 않았나? 난 NPC들이 마음에 든다고.”

“편견이 없다고요? 그건 제가 이미 말했지만 그냥 생각이 없어서 그런거라고요.”

따지고 드는 슬기를 잠시 쳐다보던 도훈이 이윽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그쪽이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내놓으라는 거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슬기의 모습에 도훈은 한동안 턱을 긁적이며 먼산을 쳐다보더니 뭔가 결심한 듯 무릎을 쳤다.

“경험치야.”

“경험치요?”

“그래.”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그러니까 빈민들을 돕는 퀘스트가 있고, 그 퀘스트의 보상 경험치가 상당하다는 말씀인거에요?”

“이해가 안 간다면서 더럽게 이해 잘하네.”

“제가 알기로는 이쪽 동네 퀘스트들은 보상 아이템도 거의 없고 경험치도 별로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유저들이 안하는 거잖아요.”

“맞아.”

순순히 인정하는 도훈의 모습에 슬기는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요, 블랙님. 자꾸 말을 맥락이 안 이어지게 하시면 곤란하죠.”

“퀘스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나?”

도훈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지만 슬기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시온 개발사에 있는 퀘스트 생성관리부의 퀘스트 메이커들이 만들죠.”

“역시 시온 기자답게 잘 아는구만. 그럼 메이커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는 아나?”

“전부 다 해서 얼만지는 몰라도 이 도시 정도 규모면 못해도 30명은 넘겠죠.”

“잘 아는군. 여기 가몬 시 정도면 그쪽 말대도 30명 정도 될 것이고, 가몬 공국으로 넓혀 보자면 120에서 150명 사이가 되겠지. 이웃한 헤인 왕국이라면 유저들이 훨씬 더 많으니 4~500 명쯤 될 테고. 그렇게나 많은 퀘스트 메이커들이 매시간 단위로 퀘스트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요?”

이미 인터넷과 뉴스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을 지루하게 나열하는 도훈의 말에 슬기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때 도훈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마치 남이 들으면 안 되는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렇게나 많은 메이커 중에 한 명쯤 이상한 놈이 있다면?”

“이상한 놈요?”

“생각해봐. 원래 사람이 스무 명만 모여도 그중에 꼭 한 놈은 미친놈이란 말이야. 시온 전체를 돌아보자면 수천 명이나 될 퀘스트 메이커 중에서 이상한 놈이 한 명도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예를 들면요?”

“NPC 처우 관련 퀘스트에 유독 관심이 많고, 보상 경험치도 어마어마하게 책정하는 메이커가 있다면?”

도훈의 질문에 슬기는 곰곰이 생각하고 대답했다.

“짤리겠죠.”

“후.. 우문현답이군.”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도훈을 바라보던 슬기의 눈동자가 천천히 커졌다.

“정말로 그런 퀘스트를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모처럼 사업 기밀을 알려줬는데 말야. 안 믿으면 할 수 없고.”

“그럼 저랑 파티해봐요.”

“뭐?”

“증명을 해보시라고요.”

“내가 왜 그쪽이랑 경험치를 나눠먹어야 하지?”

“그야 제가 이번 퀘스트를 쉽게 완료시켜 드릴 거니까요.”

도훈은 슬기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야말로 확신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그럼 일단 게스트로.”

“네? 그럼 반 인분이잖아요.”

게스트 파티원은 절반의 경험치 밖에 획득할 수 없었다.

“어차피 그걸로도 증명은 되잖아.”

“윽!”

그렇게 슬기는 도훈의 파티에 게스트로 들어갔다. 슬기를 파티원으로 맞이한 도훈이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쪽 이름이 슬기라고 뜨는데?”

“그건 그냥 캐릭터명이고 제 이름은 지혜가 맞아요.”

“아, 그래? 그럼 그냥 그 이름으로 불러줘?”

“네.”


도훈이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그 확실한 방법이란 걸 들어볼까?”

슬기는 어제 빈민 대표와 경비병 대표들의 대화에서 언급됐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요. 여기 빈민구역의 철거를 지시한 게 공녀라던데.”

“맞아. 엘리스 공녀가 문제지.”

“아, 공녀가 걔뿐인가요?”

“일단 빈민구역 철거를 지시할 만큼의 권력을 가진 공녀라면 그 여자뿐이겠지.”

“아, 그렇구나.”

슬기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았음을 알고 내심 안도했다.

“안 그래도 그쪽의 방법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여자를 죽일 생각이야.”

“안돼요!”

슬기의 즉각적인 반응에 도리어 도훈이 놀랐다.

“뭐, 뭐야? 반응이 왜 이렇게 격렬한 건데?”

“그, 그게. 공녀는 죽여도 소용없어요!”

“왜?”

짤막하게 되묻던 도훈이 슬기의 대답이 있기도 전에 스스로 답을 알아냈다. 도훈의 눈에서 기이한 빛이 일렁였다.

“유저구나.”

“..네, 맞아요. 공녀는 유저예요.”

“그걸 어떻게 알지?”“그게, 공녀는.. 저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에요.”

슬기의 말에 도훈의 눈이 살짝 커졌다.

“호오, 높은 신분 중에도 가끔 유저가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사실이었군. 사실이었어.”

그런 후에 곧 도훈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게임마저도 기회의 평등은 없는 것인가?”

“네?”

“생각을 해봐. 누구는 일반 캐릭터로 시작하는데, 누구는 귀족이니 왕족이니 그렇게 시작을 한다면 이거야말로 우리 사회가 소리 높여 외치는 ‘기회의 평등’에 반하는 일 아닌가?”

“그, 그렇죠.”

“대체 어떻게 하면 시작부터 공작가의 영애가 될 수 있는 거야? 금수저가 될 수 있냐고?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알고 있겠지?!”

“..일단 여자여야 되겠죠.”

도훈이 퍼뜩 고개를 들어 슬기를 쳐다보았다. 그런 후 잠시 무슨 말이라도 할 것처럼 입을 벙긋거리던 도훈은 이윽고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아가씨가 알고 보니, 농담 따먹기를 꽤나 즐기는 스타일이었군, 그래.”

하지만 말을 하는 도훈의 얼굴은 전혀 웃는 표정이 아니었고 도리어 스산한 한기가 올라왔다.

그 서슬에 슬기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뭐, 제가 듣기로는 시온 개발사랑 관련된 사람들, 뭐 주주라거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니까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게임을 시작할 때 그런 특혜를 누린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확실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슬기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어디서 들은 소문인냥 돌려 말하자 도훈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서 말없이 턱만 긁적였다.

그리고 10초쯤 지났을까, 도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귀족으로 게임을 시작할 만큼 신분이 높은 사람을 개인적으로 아신다는 말이로군. 그렇지, 여기자님?”

그 말에 깃든 여전한 냉기에 슬기는 긴장하면서도 내심 의아해했다.

‘잘 사는 사람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나, 아님 불평등에 대단한 불만이라도 있나? 반응이 왜 이렇게 차가워?’

그러던 중, 인터뷰에서 들었던 말, 도훈이 고아였다는 말에 생각이 미쳤다.

‘아무리 고아였더라도 그렇지. 세상에 그렇게 불만을 가지고 살다간 제 명에 못 산다구.’

그런 생각을 하던 슬기는 문득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도훈의 시선을 느꼈다.

“왜요?”

“왜 아직 안가고 있나 싶어서.”

“네? 어딜요?”

“아는 사람. 공녀가 너 아는 사람이라며? 내가 먼저 가서 죽이기 전에 얼른 가서 중지를 하든 중단을 하든 어떻게든 하라고.”

눈을 부라리는 블랙의 모습에 슬기는 즉시 “넷!” 하고 외치고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일은 너무 쉽게 풀렸다.

“니 부탁이라면..”

“언니라니까!”

“부탁하는 주제에 따지기는! 암튼 뭐, 언니 부탁이라면 내가 들어줘야지.”

“고마워, 지혜야.”

“여기선 엘리스야.”

지혜는 곧장 그녀의 집무실을 지키고 선 경비병을 부르더니 뭐라고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 순간 슬기의 눈 앞에 퀘스트 완료창이 떴다.


퀘스트 ‘내가 쉴 곳은 어디에?’ 가 완료되었습니다.

가몬시의 빈민들은 이제 그들의 거처를 보장받았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관심과 헌신적인 노력이 각박한 세상 속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한줄기 위안이 될 것입니다.


*보상 물품: 없음

*보상 금액: 없음

*보상 XP: 12,500,000



‘뭐? 천이백오십만?!!’

단번에 차오른 경험치 바에 슬기는 소리 없이 경악했다.

동생한테 부탁 한번 했을 뿐인데, 지난 이 주간 힘들게 얻었던 경험치를 가볍게 상회하는 양을 획득한 것이었다.

‘그 사람의 말은 사실이었어!!’


슬기가 다시 빈민구역에 도착했을 때는 블랙이 막 출발하려는 때였다.

한달음에 달려온 슬기가 소리쳤다.

“이봐요. 진짜, 너무하네. 낌새가 왠지 이상하다 싶어서 열나 달려왔는데, 하마터면 놓칠뻔 했어!”

“인터뷰야 감방에서 충분히 하지 않았나?”

“저어언혀! 아닌데요. 아직 열 번은 더 해야겠는데요!”

“아니, 뭔 인터뷰를 그렇게나?”

도훈의 얼굴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자신을 납득시켜보라는 듯 번쩍거렸다.

그 모습에 슬기는 엉겁결에 입을 열었다.

“가을방학 특집으로 길게 하기로 했어요.”

“..가을에 뭔 방학이..?”

“유치원요, 유치원은 가을에도 방학을 하거든요!”

“이 기자가 사람을 무슨 바보로 아나?”

“있어요, 그런 곳도!!”

어린 시절, 고아원에만 있었지, 유치원은 다녀본 적이 없었기에 도훈은 슬기의 말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무조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도훈은 일단 의문을 제기했다.

“겨울엔 추워서 방학을 하고, 여름에야 더워서 방학을 한다지만, 가을에는 왜 방학을..”

“살찔까봐!! 살찔까봐 방학을 해요. 천고마비의 계절 몰라요? 가을이 얼마나 위험한데!! 암튼 뭐, 그런건 됐고! 그냥 이번 사건은 본 기자의 능력으로 해결했으니 나한테 크게, 어어엄청 크게 빚졌다 생각하고 그냥 인터뷰 열 번 해요. 알겠어요?”

슬기의 억지에 도훈은 말없이 턱을 긁적였다. 생각에 잠겼을 때 하는 그의 습관이었는데 슬기를 만난 이후 유독 많이 하게 된 몸짓이기도 했다.

그렇게 도훈이 입을 다물자 슬기도 말을 계속 잇기가 어려웠다. 이미 슬기는 자신이 한 아무말 대잔치에 크게 후회하는 중이었다. 기자는 거짓말을 해선 안 되는 법이었다.

도훈의 눈치를 살피던 슬기가 결국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빨리 크고 싶어요! 저도 경험치 많이 먹고 싶다구요!”

“그렇지, 그런 이유를 말해야지.”

슬기의 말에 도훈은 그제야 납득했다.

‘이 여자를 데리고 다녔을 때 나에게 유리한 점은?’

도훈은 가만히 슬기를 쳐다보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높은 신분의 유저를 알 정도의 인맥을 가진 여자, 기자라는 직업도 잘만 이용한다면 여러모로 잇점이 있다.

거기에다 감옥까지 두 번이나 찾아올 정도의 집념과 끈기도 있다. 경험치를 많이 받고 싶어서라고 털어놓는 솔직함도 플러스 요소.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히.. 이 여자의 도도한 듯한 눈매에 매력적인 미모가 마음에 들었다.

“좋아, 그런 이유라면 받아주지. 대신,”

“대신?”

“이제껏 그래왔듯이 모든 결정은 내가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꼴을 참을 수가 없거든.”

슬기가 뭐라고 항변하려 하자, 도훈이 한발 앞서 말을 이었다.

“물론 이번 퀘스트 완료는 그쪽의 공로가 컸지. 귀는 열어 둘게. 그래도 결국 머리는 나야.”

슬기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도훈은 말없이 떠날 채비를 마무리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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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화 20.01.04 360 6 11쪽
161 161화 +2 20.01.04 382 3 13쪽
160 160화 20.01.03 384 4 13쪽
159 159화 20.01.03 366 4 12쪽
158 158화 20.01.03 356 4 12쪽
157 157화 20.01.02 361 5 12쪽
156 156화 20.01.02 356 6 12쪽
155 155화 20.01.02 359 5 12쪽
154 154화 20.01.01 359 4 13쪽
153 153화 20.01.01 362 4 13쪽
152 152화 20.01.01 369 6 13쪽
151 151화 19.12.31 373 6 13쪽
150 150화 19.12.31 366 4 13쪽
149 149화 19.12.31 360 4 12쪽
148 148화 19.12.30 376 5 13쪽
147 147화 19.12.30 3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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