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현설 님의 서재일껄요?

열흘동안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SF

현설
작품등록일 :
2015.07.10 23:19
최근연재일 :
2016.01.13 09:00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46,378
추천수 :
704
글자수 :
258,063

작성
15.12.14 09:00
조회
367
추천
5
글자
5쪽

열흘동안(77)

DUMMY

- 신나 아파트 -


대부분의 생존자들이 빠져나간 신나 아파트엔 정적만 한 가득이다.

“각하…….”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안타까워하면서 추위에 떨고 있는 각하의 몸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자칭 대통령 이정희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일어났다. 옆에서 경호하던 사람이 다가온다.

“형님…….”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이런 데서 무릎을 꿇을 내가 아냐. 걱정하지 마!”

“네! 형님!”

정희는 어르신의 양 손을 잡고 고마워한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아이구 무슨 소리! 괴물로부터 나를 구해주신 분인디~ 내 목숨은 각하 것이유~”

“감사합니다.”

정희는 감격해서 어르신을 꽉 안았다.

“!”

“뛰엇!”

크레인에 있던 똘마니들이 외쳤다. 정희는 어르신을 버리고 급히 아파트 쪽으로 뛰었다. 정희와 그 졸개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 바구니가 바닥에 납죽 대기하고 있다. 정희와 똘마니들이 올라타자마자 바구니가 위로 올라간다.

“각하!”

정희를 포근하게 안아줬던 어르신이 뒤에서 정희를 불렀다. 걸음이 느린 노인은 뒤에 처져 있다. 크레인 안에 있던 똘마니가 잠시 멈추자 정희가 고래고래 소리친다.

“뭣햇! 빨리 햇!”

크레인은 바구니를 천천히 들어 올려 5층에 무사히 당도하게 했다. 어르신이 크레인 몸통을 두드린다.

“여보게, 문 좀 열어주게!”

크레인 창문이 내려오면서 총구가 어르신을 향한다.

“죽기 싫으면 빨리 꺼지세요! 빨리 뛰면 안 먹힐지도 모릅니다. 어르신!”

노인은 뻣뻣해서 굳은 목을 뒤로 돌렸다. 희끄무레한 인영들이 스산한 단지 내 불빛을 받으면서 시나블 시나블 다가오고 있었다. 좀비였다.

“조용히 해!”

안전한 5층에서 정희가 주의를 주자 크레인의 창문은 다시 올라갔다. 노인은 벌벌거리는 다리로 뒷걸음질 하다가 인도에 있는 턱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뭐 내가 목숨 살려줬으니 섭섭해 하진 말라고!”

역한 냄새가 비위를 상하게 한다. 저들을 보고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본능인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적응할 수 없는 모습을 한 인간들이, 한 때 인간이었던 사람들이, 먹이를 찾아 노인한테 몰려들고 있다. 도망가야 하는데, 노쇠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뇌도 기능을 상실한 모양이다. 눈만 쓸데없이 밝아 저들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낱낱이 들어오고 있었다. 손톱사이에 피와 고깃덩이가 잔뜩 낀 좀비 하나가 노인의 숨결에 다다랐다. 노인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노인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지났는데도 자신의 가슴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순간은 참으로 길고도 긴가보다. 얼마나 기다려야 이 혐오스러운 냄새와 분위기로부터 안식을 얻을 수 있을지 노인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눈을 떴다.


“?”

노인은 좀비들 한 가운데 있었지만 어떤 좀비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았다. 노인은 아파트 5층을 봤다. 자칭 대통령 역시 의아하게 노인을 보고 있었다. 노인은 긴장으로 체액이 다 증발해 버린 몸을 천천히 일으켜 크레인을 봤다. 크레인 지붕 위에 아까 봤던 검은 슈트를 입은 사람이 있었다.

“아이구 어르신 왜 이제 눈 뜨세요. 한참 기다렸잖아요.”

사내의 목소리에 좀비들은 환장을 한다. 먹을 게 있는데 먹지 못하니 이를 박박 갈고 있다. 정말 소름끼치는 소리다. 노인은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어르신 지금 그 상태에서 천천히 단지 입구로 가세요. 거기에 저희 대원 한 명이 어르신 기다리고 있어요.”

이 말을 들은 노인은 무너지려고 했다.

“어르신 저 좀비는 눈물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는데요. 우시면 안 돼요. 뛰지도 말고 천천히 가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움직였다. 빨리 움직이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진짜 좀비보다 더 좀비처럼 걸었다. 노인은 이제까지 자신의 입 냄새가 가장 지독한 줄 알았는데, 좀비들의 입 냄새를 맡아보니 자신의 입 냄새는 꽃향기였다. 좀비 하나가 검은 눈을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노인을 본다. 노인은 오금이 저려 쓰러질 것 같았다. 그 좀비가 노인한테 천천히 다가왔다.

“쾅!”

크레인 위에 있던 대원이 발을 크게 굴렀다. 크레인 안에 있던 졸개가 화들짝 놀라 욕지기가 목까지 쳐 올라왔지만 꾹, 꾹 눌러 참는다. 노인을 보던 좀비의 두 눈은 다시 크레인을 향했다. 노인 옆으로 마지막 좀비가 지나가자 노인은 차가운 겨울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입술을 꽉 깨물고 뒤도 안돌아보고 열심히 걸었다. 단지 입구에 검은 슈트를 입은 사람 하나가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안심이 된 나머지 다리가 풀려버렸다. 대원이 잽싸게 다가와 바닥으로 쓰러지는 노인을 품에 안았다.


작가의말

올해도 얼마 안 남았군요.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느린 것 같기도 하고

세월은 참 요상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열흘동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열흘동안(14)회 두 번 올라갔어요. +6 15.07.27 684 0 -
90 완결-열흘동안(90) +3 16.01.13 967 3 6쪽
89 열흘동안(89) +2 16.01.11 309 3 6쪽
88 열흘동안(88) 16.01.08 243 4 6쪽
87 열흘동안(87) 16.01.06 347 5 6쪽
86 열흘동안(86) 16.01.04 372 8 6쪽
85 열흘동안(85) +2 16.01.01 953 4 7쪽
84 열흘동안(84) +2 15.12.30 367 5 7쪽
83 열흘동안(83) 15.12.28 338 5 6쪽
82 열흘동안(82) 15.12.25 308 6 6쪽
81 열흘동안(81) 15.12.23 371 4 6쪽
80 열흘동안(80) 15.12.21 325 4 6쪽
79 열흘동안(79) +3 15.12.18 404 5 6쪽
78 열흘동안(78) +1 15.12.16 474 4 6쪽
» 열흘동안(77) +1 15.12.14 368 5 5쪽
76 열흘동안(76) 15.12.11 778 5 6쪽
75 열흘동안(75) +1 15.12.09 538 6 6쪽
74 열흘동안(74) 15.12.07 912 5 5쪽
73 열흘동안(73) 15.12.04 704 5 8쪽
72 열흘동안(72) 15.12.02 462 5 7쪽
71 열흘동안(71) 15.11.30 477 6 6쪽
70 열흘동안(70) 15.11.27 498 5 7쪽
69 열흘동안(69) 15.11.25 538 6 7쪽
68 열흘동안(68) 15.11.23 427 6 6쪽
67 열흘동안(67) 15.11.20 491 6 6쪽
66 열흘동안(66) +2 15.11.18 442 7 6쪽
65 열흘동안(65) +2 15.11.16 558 8 5쪽
64 열흘동안(64) +2 15.11.13 810 6 6쪽
63 열흘동안(63) 15.11.11 480 6 6쪽
62 열흘동안(62) +4 15.11.09 761 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