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동안(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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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는 망치로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방금 말한 태환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고문을 당했는지 옷에 피를 묻히고는 무장한 사람들한테 질질 끌려나왔다. 백호의 두 눈은 저도 모르게 태환을 봤다. 태환의 입술이 잔인하게 위로 올라간다.
“송 태우! 태우는 각하 덕에 좀비사태에서 무사히 구조되고 안락한 곳에 보호 받았다! 그러나, 송 태우 당신은 각하의 은혜를 저버리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급기야 한국식 민주주의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할 말 있는가?”
태환을 보는 태우의 두 눈에선 레이저가 나올 기세다. 태환은 그런 태우를 비웃는다. 태환은 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다시 태우의 죄상을 낱낱이 알린다.
“하지만 너그러우신 각하는 태우를 딱 한 번 용서해줍니다. 누구나 두 번의 기회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각하의 생각이셨습니다. 하지만 저 빌어먹을 태우는 각하의 그런 깊은 마음도 모르고 이곳을 탈출하려고 했습니다.”
태환은 태우를 보다가 사람들을 본다.
“살아있는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혼자도 아니고 여럿이서 탈출하려고 했다니! 제 정신입니까? 죽으려면 혼자나 죽지!”
여기저기서 태우를 욕하는 소리가 들리다.
“각하께선 태우를 그냥 두면 죽을까 염려하셔서 어쩔 수 없이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여러분! 각하는 정말 할 만큼 하신 거 아닙니까?”
“옳소!”
“맞소!”
“그런데도 태우는 정신을 못 차리고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서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고 말았습니다!”
“윽!”
백호와 대원 두 명은 각본에 짜인 듯 관중들 앞에 끌려 나왔다.
“이들은 우리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좀비사태를 일이키고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좀비의 먹이로 던져 주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
사람들이 술렁술렁 거린다. 태환이 그런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반신반인이신 각하께서 그것을 알고 이렇게 잡았습니다. 여러분! 전화위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사악한 저들이 갖고 있는 전투복을 손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각하만이 오직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직 각하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각하야 말로 그야말로 막강한 신의 아들입니다. 기독교에선 각하를 예수님이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미륵이라고도 합니다.”
“각하 만세!”
“만세!”
“만세!”
“민주화도 저런 민주화가 없구만.”
백호가 사람들을 보다가 종민을 보면서 체념한다. 종민은 어떻게 해야 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다. 자신은 하나에 구출할 사람은 3명이니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아니, 태우까지 4명이다. 태환의 목소리가 종민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
“각하!”
“우리가 따라야 하는 사람은 누구!”
“각하!”
“우리가 충성할 사람은 누구!”
“각하!”
태환이 태우를 봤다.
“왜! 넌 내 쌍둥이 동생인데 왜! 나와 함께 각하는 섬기지 않는 거냐! 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태우를 향한다.
“왜!”
다들 태우에게 거칠게 물었다. 태우가 일어서려고 하자 총 든 사람이 머리를 내려친다.
“윽…….”
“여러분께 묻습니다. 제 철없는 동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알려주세요.”
“잘난 반신반인한테 묻지 왜?”
백호의 입은 틈만 나면 구시렁거렸다. 물론 위험한 사람한테 들리지 않게 작게 한다. 뇌졸증, 뇌진탕 등을 조심할 나이라 어쩔 수 없다.
“각하를 배신한 놈은 죽여야 하오!”
“맞소! 예외는 없소!”
“옳소!”
태환이 잔인한 눈으로 태우를 노려본다. 그러다가 백호의 두 눈과 마주친다. 태환이 나서려는데 자칭 대통령이 말한다.
“여기 세 명은 내가 교화시키겠소!”
“우와~”
“쳇, 신이면 나 같은 거 교화 금방 되겠군!”
백호의 말에 다들 얼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대통령이 웃는다.
“만약 내가 교화 안 되면, 넌 반신반인도 아냐. 쓰레기야!”
백호 뒷목에 커다란 충격이 번졌다.
“씨…….”
“이들이 알고 있는 걸 다 토해내게 만들어서 우리의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다들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백호 등을 노려본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숭고하신 각하! 태우를 제 손으로 처치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대통령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태환을 본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안 되네!”
“각하!”
“어찌 혈육을…….”
“각하! 허락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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