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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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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5
추천수 :
158
글자수 :
4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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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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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베이 여신 (1)

DUMMY

● ● ●


“회사에서 뭘 많이 줘서 그런가 준비해온 수영복은 무용지물이야. 내가 가져온 수영복 보다 회사에서 준 래쉬가드가 훨씬 좋은 거 같아.”

“응. 포탈 지식인에 따르면 워터파크엔 래쉬가드가 좋다더라. 그래도 몰라서 이거저거 물놀이에 필요한 건 다 넣어왔어.”


나의 대답에 젤리는 탈의실 거울을 보면서 곁눈질로 잘했다는 눈빛을 보내며 한숨을 푹 내쉰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니-이. 저녁 6시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야 하다니-이. 뭔가 너무 아쉬워. 게다가 어느 계열사로 어느 부서로 발령이 날지도 모른 채 말이야.”

“나두. 1지망이 안 되더라도 3지망 중에 하나에는 발령나면 좋겠어.”

“응. 제발, 제발. 결과는 주말에 문자로 개별 연락 준다고 했지?”


선크림을 팔에 바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물었다.


“그나저나 오늘 워터파크에서 단체사진 찍는다고 했지?”

“우리 조는 다이나믹 풀장 옆에서 1시까지 모이랬어.”

“응. 밥 먹고 가면 되겠네.”


회사라는 딱딱하고 거대한 목적지향적인 공동체에서 만났지만, 앞으로 업무를 볼 때 가장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이고. 또 하루의 시름을 함께 나눌 것을 믿기에.

그들과의 한 달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게 된다는 사실에 몹시 기대가 되었다.

현장에서 사진을 주려나, 바로 파일로 받으면 좋으련만.

그때 무언가 떠오르기라도 한 듯 선크림을 바르던 손을 돌연 멈춘 젤리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근데 들었어? 이번에 상자 꽉꽉 채워서 나눠준 선물들 다 사장님이 사비 털어서 나눠준 거래.”

“나두 들었어. 대단해.”

“도대체 사장님이 이번 기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뭘까? 아는 입사 선배한테 물어보니깐 이런 적 정말 완전 처음이래.”

“음······. 괜찮은 인재가 많아서? 사장님은 사브르 사장이니깐. 가령, 미래의 일론 머스크가 될 싹이 보이는 사원이 한두 명이 아닌 게 아닐까?”


다시 거울을 보며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던 젤리가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스케일이 다르잖아. 오늘만 해도 캘리포니아 베이 통째로 빌린 거라던데?”


이건 몰랐는데.

선크림을 다 바르고 아쿠아 슈즈를 신기 위해 숙였던 고개를 들고 놀란 얼굴로 젤리를 보며 되물었다.


“통째로?”

“응. 우리 편하게 놀라고. 그리고 외부에서 행사팀도 불렀대.”


레크레이션 팀까지?

나는 속으로 놀라며 젤리의 의문과 꼭 같은 의문이 피어올랐다.

이온이 이렇게까지 신입사원들에게 많은 걸 준비해 베푸는 이유가 정말 뭘까?


‘음······.’


이유야 어찌되었든. 부동이라는 튼실한 회사에 입사했고 그것만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느낌인데 하물며 이곳에서 마저도 찬밥 신세가 아닌 사람으로서 12첩 임금님 수라상을 거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드니 어이 아니 좋을 수가 있겠는가.

다들 취업 준비할 때 고생 많이 했을 텐데. 보상받는 느낌도 들고.


“일단은 입사하길 참 잘했다란 느낌이야. 취업을 하도 힘들게 해서 사실 입사하기 전에도 뭐든 시키는 일은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었는데.”


다 사용한 선크림의 뚜껑을 닫는 젤리를 보며 흰소리를 해대자 그녀도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래도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1순위 후계자의 베풂이 마냥 순수해보이진 않는다만······.

얕은 상념에 빠져 있자니, 젤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상기시키는 말을 했다.


“하기야 우리 사장님, 세계 부자 순위 7위인 메디치가 죠반니잖아.”


그러고 보니 이온의 두 번째 이름이 메디치가 죠반니였지. 이름이 왜 두 개나 되는지 물어본다는 게 계속 까먹었네.

궁금하긴 해. 혹시······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친부모를 찾았더니 부모가 알고 보니 부동그룹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이환 회장님이었고, 정다정 여사였다 뭐 이런 건가?

음-. 애를 버리기엔 부모가 너무 부잔데? 후계자를 버릴 이유가 없는 것처럼 타당한 이유가 없잖아. 막장드라마라면 모를까.

그래도 이온이 기를 쓰고 숨기려고 했던 거 같진 않은 걸로 봐선 막장은 아닐 거 같고······.

기회가 될 때 꼭 물어봐야겠다.


“고로 이까이 선물들 나눠주는 게 껌 한 개 나눠준 거랑 뭐가 다를까 싶어. 한 개 전부 다 도 아니지. 그 얄삭한 껌의 만분의 1정도 될까? 그지, 여수야.”

“으응. 그렇겠지? 그래도 부자라고 다 돈을 잘 쓰진 않으니깐.”

“맞아. 그래서 우리 사장님은 멋쟁이-. 어떻게 또 사이즈도 이렇게 딱 맞는지 몰라. 래쉬가드 너무 이뻐.”


젤리가 기분 좋게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돈 후, 나가자는 손짓을 보냈다.

고갯짓으로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응. 가자. 인사팀에서 신경을 많이 썼나봐. 화사해서 좋아. 뭣보다 좋은 건 회사로고가 없는 거?!”


함께 탈의실을 나서던 젤리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돌아봤다.


“맞네! 로고라도 있었음 사내행사 있을 때 한 번 쓰고 집에 다 짱박아 두거나 모임 나가시는 부모님 등에서 뜻밖의 회사 로고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젤리의 과장된 말과 표정에 한바탕 웃고 나서 우리는 나머지 조원들을 만나기로 만남의 장소까지 이동했다.

존과 박나훈 선배가 홀 기둥 근처에 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를 발견하곤 존이 먼저 손을 들어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존과 나훈 선배의 옷차림이 매우 단출했다.

그 모습 어쩐지 낯설고 어색해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자 젤리가 오바스럽게 눈을 가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악, 내 눈. 내 눈! 억. 기분 좋게 나왔는데 이런 봉변 원치 않는 다구요.”


존이 젤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젤리 젤리 갠차나? 마니 널랐어?”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젤리였다.


“누구 눈 실명하게 만들려고 작정했어요? 그 벗은 등짝에 토르의 망치 스매싱을 맞기 전에 빨리 탈의실 다시 가서 래쉬가드 입고 와요! 회사에서 돈 쓰면 뭐해. 줘도 입질 않아.”

“젤리, 젤리 노노. 우리넌 아쿠아우주선 탈 거라거.”


당당하게 벗은 가슴을 탕탕 치는 존의 대답에 이번엔 내가 물었다.


“아쿠아우주선이 뭐에요?”


조금은 민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훈 선배가 먼저 나섰다.


“너희들 워터파크 처음이야?”


젤리와 나는 동시에 ‘네’를 외쳤다.


“꼬불꼬불하게 꼬아져있는 바디슬라이드는 알지?”


그건 알지. 영화나 TV 광고 보면 나오니깐.


“아쿠아우주선은 굽어져 있는 바디슬라이드의 첫 시작 일부 구간을 원통형으로 만들어 수직 하강하도록 만든 바디슬라이드라고 보면 되는데.”

“그러니깐 거대한 빨대 속에 들어가서 떨어지는 건가요?”

“오! 여수. 역쉬 떡떡해. 스트로우 안에서 떨어지다 미끄럼틀 탄다고 생각하면 되지.”

“와-. 엄청 재밌겠네요! 저 스피드한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아직 즐겨본 적은 없지만···.”


F1 드라이버가 꿈이었단 말은 차마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훈 선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타깝지만 여수도 젤리도 오늘은 파도풀이나 튜브슬라이드나 타야겠는 걸?”

“왜요?”


쯧쯧 거리며 존이 끼어들었다.


“오시 노노.”

“오시? 아- 옷이. 왜요? 래쉬가드가 뭐 어째서. 예쁘기만 한데.”

“래쉬가드는 안 돼. 수영복 입어야 돼. 래쉬가드나 옷에 장신구가 있으면 아쿠아우주선 안이 긁히게 되거든. 긁힌 부분에 쓸려서 다음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잖아.”

“그렇구나. 그럼 난 그냥 안탈래요. 어차피 스피드한 거 좋아하지도 않아.”


난 타고 싶은데.


“여수 넌 타고 싶어?”

“네.”

“수영복 혹시 여분으로 가져온 거 있어?”

“있어요.”

“그럼 이따가 아쿠아우주선 타고 싶을 때만 잠깐 갈아입어.”


괜찮은 생각이다.

어차피 귀신 비키니는 못 입을 테고.

남은 수영복은 얌전한 수영복이라.


“그러면 되겠네요.”


나는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훈 선배도 미소를 머금으며 ‘그래’하고 대답한 후. 손을 짝짝 치며 우리를 환기시켰다.


“자 다들 준비운동 간단히 하고 출발하자.”


그런데 젤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잠깐만’을 외쳤다.


“안전문제 때문에 인사팀에서 조원들끼리 다니라고 했는데 도현 오빠랑 주완이 오빠는 어디 갔어요?”

“멀라서 무는 거?! 나우 우리 워럴파크. 러브라인 있는 애덜은 보내져야지.”


존의 대답에 젤리가 걱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아-. 연애하지 참. 하기야 인사팀이 쫓아다니면서 조원들이랑 있나 없나 검사하진 않을 테니깐. 그래도 그렇지. 너무 대놓고 다니네. 그러다 깨지면······.”

“얼레리꼴레리?!”


그새 또 서주완까지 연애를 시작했구나. 사이클 연습하느라 바쁜 줄만 알았더니 언제 또 눈이 맞은 걸까.

커플천국 솔로지옥일세.

굵은 고춧가루를 탄 쓴 소주라도 마신 것처럼 목이 쏴 해진 기분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자니 나훈 선배가 다시 한번 모두를 환기시켰다.


“워터파크 기구 타려면 줄 장난 아니니깐. 오늘 난 아쿠아우주선 10번쯤은 타려고 하니깐 협조 좀 해줘. 간단한 체조 정도할 테니깐 다들 따라해.”


그러나 젤리는 또 할 말이 남았는지 나훈 선배를 제지했다.


“두 사람. 오늘 아쿠아우주선만 타려고 하는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파도풀도 타고···.”

“그럼 구명조끼는 어쨌어요? ”


멍한 눈빛으로 존과 나훈 선배는 서로를 바라보다 덤앤더머처럼 우스꽝스럽게 놀란 표정을 동시에 짓더니 남자 탈의실로 허둥지둥 뛰어갔다.

다 큰 성인의 귀여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자니 젤리가 또 그들 등에다 소리쳤다.


“둘 다 올 때 구명조끼 들고 오지 말고 꼭 입고 와요! 아니면 아까 말한 대로 망치맛 좀 보게 될 거에요!”


젤리의 말에 불현듯 우스운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물었다.


“젤리 중에 망치맛이 있는 거야? 젤리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젤리가 몸소 망치맛을 보여주기 위해 나의 등에 손바닥 매를 날렸다.


“여수 너두 매를 벌어.”


매는 벌지 말자. 뉴뉴.


● ● ●


“오늘 저희 사브르에서 캘리포니아 베이 전체를 전세 냈으면 다른 이용객은 없어야 되는 게 맞지 않나요? 그리고 미리 연락이라도 주셨으면 의논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일처리가 좀 아쉽네요.”

“죄송합니다. 그쪽에서도 급했던지 오늘 아침에 사정, 사정을 해서요. 구석진 실외 다이나믹 풀장에서 금방 찍고 간다고 하니 한두 시간이면 될 겁니다.”

“어쩔 수 없네요. 촬영팀들 이용 공간에 저희 직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내 팻말 정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벌써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직원들 안전에 특별히 더 신경 써주시고요.”

“평소보다 3배의 안전요원을 고용했으니 걱정은 마십시오. 실외 다이나믹 풀장은 어차피 촬영팀이 있어서 그쪽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요원들도 다른 쪽으로 배치 완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드라마 제목이 뭐라고요?”

“‘이 바람이 불면’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 들어봤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거. 이따가 구경이나 가봐야겠네요.”

“하하. 네. 저도 가보려고요.”


복도 기둥에 기대 서 워터파크 안내도를 보고 있자니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이 바람이 불면’?

들어봤는데······.

아. 그때 소안미도에서 찍었던 드라마잖아. 김로미도 출현하고 있는······.

그녀를 생각만 했는데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김로미랑 마주치면 괜히 가만히 있다가도 골치가 아플 테니 잘 피해 다녀야겠구나.

짧은 생각을 하며 화장실을 간 젤리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덤앤더머 존과 나훈 선배가 돌아올 방향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런데 누군가 뒤에서 이름을 불렀다.


“오 사원?”


뒤를 돌아보자 인턴 때 나의 사수였다.


“신 실장님!?”

“오랜만이네요. 합격한 건 알고 있었어요. 살을 많이 빼서 면접 때보고 많이 놀랐었는데 노력이 정말 대단해요.”


윽. 노력은 아닌데······.

머쓱해서 대답을 못하고 있자 신 실장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뭣보다 놀라웠던 건 알죠? LJ1에 대한 관찰력. 예리했어요. 사장님이 LJ1 컨셉이랑 실내외관 디자인이랑 모두 총괄했었는데 그걸 완전 똑같이 맞췄으니. 사장님이 얼마나 놀라 했었던지.”


이온이 LJ1 디자인을 했다고?!

경영인인 줄로만 알았는데!

자동차 디자인까지?!

금시초문이라 눈을 크게 뜨자 신 실장이 더 놀라했다.


“이런! 놀라는 거 보니 이 사장님이 디자인 한 거 몰랐구나.”


신 실장이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곧 한쪽 눈을 찡긋했다.


“모른 척 해줘요. 난 여수 씨가 아는 줄 알았지. 워낙 사장님이 나한테 호들갑을 떨며 칭찬하길래 여수 씨한테도 대놓고 칭찬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아 네.”

“꼭이에요. 언론보도도 안한 부분이라.”


이번에는 대답대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약속의 눈빛을 보내줬다.


“고마워요. 그나저나 사장님은 만났어요?”

“네?”


사장님을 만날 일은 없는데. 적어도 오늘만은.

안개 속에서 만난 이후 만난 적도 없고 바쁜 사람이 워터파크까지 오겠냐 싶었는데.


“아직 다행히도 못 만났구나.”


다행히도?


“그나저나 여기서 뭐해요? 다들 나가서 노느라 바쁜데. 오늘 날씨가 9월 초치곤 한여름 더위라 놀기 딱일 텐데.”

“조원들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요. 사장님 만나면 너무 놀라진 말아요. 말렸는데도··· 날씨가 무진장 어어엄청 덥다며 그러고 나갔으니깐.”

“네?”

“아. 아녜요. 직무야 마케팅 쪽으로 지원했을 테고. 계열사는 어디로 지원했어요?”

“사브르, 부동전자, 온엔터로 지원했어요.”

“그래요. 1지망으로 온엔터사 할 줄 알았는데. 온엔터사 설립 준비하느라 고생 많이 했었는데 사브르였네요. 결국.”

“네?”


악. 왜 자꾸 ‘네?’하는 거야.

나 ‘네’만 말하는 멍충이 로봇 같아.


“하하. 그냥 그렇다고요. 계열사 클레임 기간 3개월인 거 알고 있죠? 어디로 발령 나든 혹시 마음 바뀌면 클레임 걸어요. 아무튼 실외 다이나믹 풀장 쪽은 가지 말고요. 그쪽에 오늘 드라마 촬영 있으니깐. 그럼 다음에 봐요.”


그러곤 눈인사를 한 신 실장은 워터파크로 연결된 출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신 실장님 원래도 잘잘한 수다가 많으셨는데 더 많아진 거 같지만, 더 멋있어졌네.

사브르 인턴 때 그렇게 외로움에 사무쳐하시더니······. 이젠 애인이라도 생기신 걸까?


‘······.’


뭐래. 남 연애 관심은.

실없단 생각에 다시 워터파크 안내도를 펼쳐보며 타고 싶은 놀이기구의 우선순위를 혼자서 매기기도 하고 안내문구도 읽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안내도를 작게 접어 방수지갑에 넣고 멀뚱멀뚱 워터파크로 이어지는 복도를 오고가는 동기들과 눈인사를 하고 있자니 조금 민망했다.

웬일인지. 정말로 상의탈의 동기들이 많았다. 물론 남자 동기들.

의도치 않게 벗은 몸들을 보고 있자니······ 므흣해서랄까.

왠지 이온에게 진심으로 고마워지려고 한다.

한 달 동안이나 철인3종경기를 위해 단련한 동기들이 성별을 떠나 나름의 늠름하고 섹시한 피지컬을 가지게 된 거 같았다. 물론 건강은 기본일 테고.

여자동기들도 래쉬가드로 활동성은 높였지만 아름다운 바디라인은 가리지 못했다.

선남선녀들이 바글바글한 게 오늘 어쩐지 이곳이 굉장히 뜨겁게 위험할 것 같다. 홀홀홀~.

그나저나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젤리도 깜깜무소식이고.

할 일도 없고.


‘간단하게 몸이라도 풀까.’


목부터 까딱까딱하고 있는데 멀리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 거 같이 큰 소리가 났다.


“물 싫다구. 물에서 물장구는 치는 장면은 왜 필요한 거야?! 서 팀장. 나 물 싫어한다구 미리 작가한테 말 안 해놨어? 저번에 소안미도에선 그나마 언덕 위 촬영이어서 괜찮았던 거잖아.”

“로미야. 네가 아직 그 정도 급은 아니잖아?”

“뭐야! 지금 나 완전 물 맥이는 거야? 나 숨 넘어가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아니···. 그게 아니잖아. 작가님이 필요해서 넣으면 넣는 거지. 극의 흐름 상 필요하시다잖아.”

“두고 봐. 오늘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 작가 새끼 앞에 가서 내가 내 목조여 죽는 시늉이라도 해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게 할 테니깐. 그렇게라도 인지도 얻으면 되겠어?”


그 순간. 그녀의 고개가 약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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