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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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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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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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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신입사원 연수 (2)

DUMMY

처음엔 웬 날파리 한 마리가 굳이 교육에 참석하겠다고 난린가 싶었다. 그런데 이 날파리로 말할 거 같으면 세상 최강슈퍼 날파리였다.

이온의 발표는 비단 교육참석을 하겠다는 폭탄선언에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를 또다시 놀라게 한 것은 그의 뒷말이었다.


「특히, 철인3종 경기에는, 전체 137개의 조 중 단 한 조에 제가 참여하여 부족한 팀 전력을 한 큐로 끌어올려줄 예정입니다.」


그는 폭탄을 던질 거라고 예고하면서도, 한편으론 연막탄을 우리의 손에 쥐어주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다만, 연막탄을 쥘 수 있는 사람은 단 7명 뿐.


「저의 스펙은··· PPT 화면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먼저,‘아이언맨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이란 로고가 화면에 큼지막하게 떴다.

나도 들어봐서 아는 대회였다.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철인3종경기 중 하나다.

타이트한 제한시간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세 가지 종목을 모두 완주할 경우 ‘철인(Iron Man)’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고 들었다.

다음 화면에선 아이언맨 철인3종경기의 순서와 제한거리에 대한 정보가 스치듯 지나갔다.


[수영 3.86km, 사이클 180.25km, 마라톤 42.20km]

[제한시간 : 17시간]


뒤이어 PPT 화면에는 그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참가한 아이언맨 철인3종경기의 기록 리스트가 빠르게 지나갔고, 마지막 대회인 듯한 작년 경기의 기록에서 화면이 잠깐 멈췄다.


[7시간 51분 12초]

[세계 1위]


숫자가 휙휙 지나가서 뭐가 뭔지 한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세계 1위’라는 계량적 수치가 정지된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신입사원 모두의 머리에는 동일한 생각이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그야 말로 역대급 치트키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나만 알 수 있는 그의 신체적 비밀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가슴이 철벽이었구나. 세계최강철인이라서.’


저 철벽남을 어떻게 내 것으로······ 아, 아니지. 지금 무슨 생각을······.

생각이 왜 이렇게 불순하니, 여수야. 그만하고. 다시 본론, 본론으로 돌아가라고.

그러니깐 나는 역대급 치트키인 저 철인을 우리 조에 꼭 영입시키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는 실제 아이언맨 철인3종경기와 똑같이 진행하진 않을 예정이니 미리 겁먹진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주목적은 여러분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Anything is Possible’을 여러분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당연한 말이지. 누구 하나 실려 가면 어쩌려고.


「최대한 간략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예정이며 가장 기본 규칙은 한 조에 7명씩 짜여 있으니, 그 중 단 3명만이 로테이션으로 출전하면 됩니다.」


‘3명’, ‘로테이션’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내뱉어졌을 때, 강당은 마치 혹독한 전쟁이 끝났을 때에 나올 법한 격한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었다.


「단, 성비가 남자사원으로만 이루어졌을 경우, 바로 탈락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어느 팀으로 지원사격을 나갈지가 현재 여러분의 최대 관심사라고는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까?」


그의 얄미운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소리치는 신입사원들의 함성이 강당의 천장을 치고, 모르긴 몰라도 그의 귀를 격하게 때렸을 거다.


「진정들 하세요. 방법은 쉬워요. 사다리타기입니다. 식당 벽에 붉은 사다리가 137개가 그려질 겁니다. 그 위에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다리를 그려주시면 됩니다.」


나는 오징어 국에서 왕건이 오징어를 하나 건져 먹으며 그가 제시한 사다리타기에 대해 곱씹었다.


‘사다리타기라니. 로또당첨이랑 다를 게 뭐람.’


「기한은 철인3종경기 당일 자정까지. 당첨 발표는 경기 바로 직전입니다. 자, 며칠 남은 기간 동안 준비들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바로 부동의 철인이 될 차례입니다.」


뭐, 그냥 다 열심히 운동하란 말이랑 뭔 차인지.

그렇지만, 그를 ‘가진’ 조는 해외지사교육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쥐고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부디 저에게··· 저에게 그를··· 그를 주십시오. 제발.’


진짜 딱 2주 반 남았다.

철인3종경기를 생각하면 할수록 온 몸에 탕수욕··· 아니,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어차피 먹어도 찌지도 않을 거 먹고 오늘 밤 달린다!

식판에 담긴 밥과 국을 먹고 리필을 해서 또 먹었다. 배식 아주머니께 특별히 오징어 건더기를 팍팍 넣어달라고 해서 말이다.

그런 나를 보고 지켜보던 젤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여수야, 괜찮아?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 ● ●


저녁밥까지 먹고 짤막하게 7명이 모여 첫 조모임을 했다.

남자 다섯, 여자 둘.

다들 낯설어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입사동기라는 공통선에서 모인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물론, 젤리와 존이 함께여서 더 어색하지 않은 걸지도.

조모임 후엔 다음 일정인 헬스와 요가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필수 프로그램이지만, 운동종목은 개개인이 선택하게끔 되어 있어서 나는 헬스를 선택했다. 젤리와 존은 웬일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요가를 하러 떠났다.

헬스장은 흡사 태릉촌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빠이팅’이 넘치는 사원들이 가득했다.


‘다들 출신이 운동선수인 줄 알 뻔.’


게다가 여기저기에서 근육별에서 파견온 듯한 살색 근육맨들이 인간인 척하고 돌아다니며 자세교정과 헬스 프로그램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으아, 완전 부담.’


사정이 이러니 헬스장에 여자는 나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이쯤이야. 꿋꿋하게 운동할 수 있다.

나영이가 헬스를 받을 때 옆에서 눈과 귀로 배운 나는 제법 혼자서도 근력 운동을 잘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근육맨들이 다가오진 않아 오히려 편하게 운동했다.

1시간 정도 땀을 흘렸을까, 불현듯 지라도로 출발하던 날 이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신에, 오여수. 오늘도 호텔가면 운동해라. 3층에 헬스장 있는 거 알지? 참고로 수영장도 있다.」


철인3종경기에 수영도 들어가니깐 간만에 수영도 한 번 해볼까?


● ● ●


‘여긴 아예 사람이 한 명도 없어?’


헬스장으로 다들 몰린 모양이네. 첫날이라 그런가.

샤워실에서 한차례 샤워를 하고 땀과 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낸 후 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합숙 들오기 전 머리는 실내수영복을 준비해야한다고 말했지만 가슴은 비키니를 사라고 부추겼다. 나의 내적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쯤, 나는 결정했었다.

둘 다 모두 가져가기로.

그런데 막상 수영장에 오니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뭘 입나?’


어디선가 내 친구 움파룸파족 수십 명이 나타나선 머리를 뱅뱅 돌며 노래를 부른다.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는데······.


‘그래!’


내 생애 첫 비키니를 개시하자!

그러기엔 하필 가져온 비키니가 매우 위험한 부류다.

하도 수영복 점원이 예쁘다고, 예쁘다고 칭찬을 해대는 바람에··· 그만 덜컥 질렀던 흰색 트라이앵글 비키니.

잘못하면 훌러덩 벗겨져서 물속에서 가슴 부여잡고 난감한 조난자가 될 수 있는 치명적인 옷인데······. 단체생활에서 무슨 못 볼 불상사를 당하려고 이걸 샀나 몰라.

진짜 오여수, 너 정신 나갔어.

······그래도 가져왔으니깐, 오늘만 딱 입고 가방에 고이 모셔두자.

비키니로 환복하고 앞뒤로 허술한 곳은 없는지 꼼꼼히 거울로 점검한 후,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수영장은 꼭 동남아시아의 열대지방에 온 것처럼 라탄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 실내였지만, 마치 야외에 있는 것처럼 싱그러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여전히 사람 1도 없는 조용한 수영장.

준비운동도 하고, 물장구도 치고, 몸에 물도 끼얹고. 라틴 썬베드에도 막 누워서 날씬해진 다리를 쭉 뻗어 까딱까딱 여시 짓도 해보고.

좋아하는 노래도 불렀다.

혼자 왠지 신이 난다.

······혼자.

통유리로 비치는 달빛에 반짝거리며 일렁거리는 물에 밀린 외로움이, 어느새 밀물처럼 불쑥 내게까지 밀려온다.

괜히 청승맞아지려고 한다.

아직 많이 친해지진 않았지만······, 다음에는 젤리도 같이 수영하러 오자고 꼬셔봐야지 안 되겠다.


‘나답지 않게 괜히 센티해져가지고······.’


머쓱함을 털기 위해 코를 한 번 쓰윽 손으로 비비고는 물에 풍덩 뛰어들었다.

한여름의 수영장은 시원했다.

딱히 배운 적은 없어서, 내가 제일 잘하는 수영은 개헤엄 같은 자유수영이다.

왕년의 물 찬 제비, 한 번 가볼까!

예전 몸과 달리 많이 날렵해진 거 같다. 물살을 가르는 게 전혀 힘들지가 않아.

며칠 동안 이온의 등살에 못 이겨 하긴 했지만, 매일 계단 걷기에 스쿼트까지 한 보람이 있네!


‘기분 최고닷!’


기분에 취해, 물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레일을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수영장 벽시계를 보니 벌써 9시다. 첫날 술이 빠질 수 없다고 맏형인 존이 조원들을 자기 숙소로 집합시켜, 10시까진 가야 한다.


‘왠지 나가기 싫으다.’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딱 10분만 더 있을까?

물에서 오랜만에 누워 떠 있기, 해볼까?

어릴 땐 꽤 많이 하고 잘했었는데, 지금도 잘 될까 모르겠네.

자세를 잡고 물에 몸을 맡겼다.


‘오, 오, 오! 된다!’


아, 온 세상이 내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행복이로구나.

눈을 살포시 감았다.


‘아, 좋다.’


라고 막 생각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게 아닌가.


“오여수.”


동시에 놀라 반사적으로 물에서 일어나려는데 내 키보다 높은 수면인지라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어푸, 어푸푸푸······!”


이온이 소리쳤다.


“오여수, 팔과 다리를 움직여!”

“다···리가··· 어푸··· 어푸··· 푸.”

“할 수 있어!”


설상가상, 다리에 쥐까지.


“쥐이··· 쥐 나써··· 푸··· 푸···.”


내가 혼자 수영하길 기다리던 이온이 ‘쥐’라는 말을 듣자마자 풍덩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차로 치면 제로백 0.01초일까?

순식간에 다가온 그가 나의 목을 끌어 수심이 낮은 곳에 설치된 수영장 터치패드까지 데려갔다. 그리곤 나의 허리를 꽉 잡고 물에서 들어 올려 수영장의 벽 턱에 앉혔다.

허리에 있던 두 손은 금세 내 두 팔로 각각 나뉘어졌지만 물에 잠긴 내 두 다리는 그의 상반신과 맞닿아 있는 자세가 되었다.

닿아 있는 다리가 민망해 벌리려니 졸지에 쩍벌남도 아닌 쩍벌녀가 될 거 같아, 지금 자세 그대로 있기로 했다.

퍽 이상한 건, 그가 차가운 물속에 서있고 심지어 흠뻑 젖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몸이 불덩이인지, 옷을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끈한 열기가 그와 닿아 있는 나의 맨살을 타고 생생히 전해진다.

특히나 내 팔을 잡은 손이 ‘앗, 뜨거’ 핫팩 같다.

잠깐 스치듯 러시아에서도 그의 손이 뜨거웠던 기억이 나면서 앞으론 겨울에 이온의 손을 잡는다면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뭔 결론이 이렇게 난디야.

이 남사친의 손을 내가 잡긴 왜 잡아! 이러다 존 말마따나 손자까지 낳는 거 막 상상하고 그러는 거 아냐?

이거 완전 조선 시대 과부도 아니고.

여수야, 생각이란 걸 좀 끊고 살자.

그나저나 양복이 다 젖어서, 어째야쓰까······.

그렇다고 내가 지금 이 남자에게,


‘홀라당 벗으라고 할 수도 없고.’


걱정의 눈빛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는데 한 쌍의 보석같이 반짝인다.

뭔 남자가 눈에 사파이어를 박고 다녀.

자기가 무슨 행복한 왕잔 줄 아나. 성격은 완전 360도 다르지만.


‘······그래도 눈부셔.’


똑똑.

촉촉하게 젖은 그와 나의 머리에서는 물방울들이 한 방울 씩 떨어진다.

또똑똑. 똑똑.

똑···. 똑······.

그 순간 젖은 이온 바람이 살랑 불어와 촉촉하게 내 가슴을 적신다.


“오여수”

“······.”

“오여수, 괜찮냐?”

“······.”

“인공호흡이라도 해줘? 멀쩡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인공호흡’이 머리를 댕하고 때리며 나갔던 정신이 번쩍 난다.


“괜찮거든요. 그딴 거 없어도 숨만 잘 쉬네요.”

“평소처럼 다다다 거리면서 말하는 거 보니깐 괜찮은 모양이네.”


너무 틱틱거렸나?

그래도 나 때문에 다 젖은 사람한테······.


“옷이 다 젖어서 어째요······.”

“그러게 쓸데없이 물에 떠 있길 왜 떠 있냐! 너 때문에 내 인생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걱정해줘도 난리야.

왕자는 무슨, 물에 홀딱 젖은 거지네, 거지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억울한 건 정작 나잖아.’


이놈의 슈퍼 날파리가 갑자기 수영장으로 날아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날 일이 애초에 없었잖아.

암, 그렇고말고.


“아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화내야할 사람은 나 아니에요? 갑자기 나타나서 말을 걸면 어떡해요. 무슨 반전 비구름이에요? 맨날 뭘 이렇게 반전을 몰고 다녀요. 것도 좋지도 않은 반전을.”

“갑자기는 무슨. 아까부터 계속 와서 저기 썬베드에 앉아 있었거든.”


이건 또 뭔 소리!

난 들어오는 소리의 시옷도 못 들었는데.


“그럼, 왔다고 말을 하든가. 왜 가만히 있었어요?!”

“운동 열심히 집중하라고 그랬다. 왜?”

“왜요, 저도 누구처럼 철인이라도 만들게요?”

“되면 좋지. 그리고 세계 1위 철인이 되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냐? 이게 다 피나는 노력이다.”

“누가 뭐래나.”


나는 ‘열 받은’ 혀를 내밀고 메롱을 시전했다.


“시위하냐?”

“넹.”

“그래도 오여수 말은 잘 듣네. 나 없는 데서도 헬스도 하고 수영도 하고.”

“그럼요. 에?! 아뇻! 아이셔, 존심 상해.”

“이런 게 자존심 상하면 앞으로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걱정도 팔자네요.”


그가 내 눈에서 시선을 떼고 사선의 허공을 바라보며 뜸을 들이다 입을 뗀다.


“근데 오여수.”

“왜요?”

“옷은 그게 뭐냐? 또 물안경이랑 수영모는 어쨌고. 물에 헐벗은 귀신 뜬 줄 알았다. 헐벗었는데 흰색 쪼가리로 가릴 데만 가리고 긴 머리카락은 물에 둥둥 떠다니고.”

“악!”


너무도 남사스러워서 내 팔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뿌리치고 가슴을 가렸다. 배도 가리고 싶었지만, 인간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일 때부터 손은 두 개인지라······.

아 맞다. 48kg 되고 나서부터 뱃살이랑은 세이 굿바이한지 오래지.

뱃살은 그렇다 치고 아까 고려했던 그 치명적인 상황이 혹시나 내게도 발생했을지 몰라 아래쪽을 순식간에 힐끔 쳐다봤다.

두 개의 흰 삼각형 천 쪼가리가 있어야할 곳에 고이 잘 붙어 있구나!


‘휴. 다행이야.’


내가 비키니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쥐가 나는 바람에 깜빡 잊고 있었어.

어쨌든 비키니를 입은 건 입은 거라, 뭔가 죄지은 건 아닌데 죄짓다 들킨 기분이랄까.

개민망한 건 어쩔 수 없구나. 뉴뉴.


“그······ 냥 입어봤어요. 이게··· 뭐 어때서······.”

“진짜, 맹꽁이. 눈알 돌리지 마라, 그러다 훅 하고 빠진다. 물에 빠지면 그건 구제도 못해.”

“눈알이 왜 빠져요. 잔인하게시리. 아무도 없어서······ 입은 건데.”

“철인3종경기가 예정되어 있는데도 수영장에 왜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맹꽁아.”

“첫 날이라 헬스장으로 사람들이 몰린 거죠. 별 이유 있겠어요.”

“그건 좀 더 생각해보고. 쥐가 도망갔으면, 빨리 가서 씻고 옷이나 좀 걸쳐!”

“진짜 왜 소리를 지르고······.”

“진짜 못 보겠으니깐!”


그는 그러곤 수영장 물에서 훌쩍 빠져나와 유유히 샤워실 쪽으로 걸어갔다.

참나, 웃겨.

그럼 귀는 뭐냐고.


‘귀는 왜 빨개지고 난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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