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4,929
추천수 :
158
글자수 :
402,501

작성
20.01.23 09:37
조회
45
추천
2
글자
15쪽

신입사원 연수 (13)

DUMMY

● ● ●


함 부장과의 대화 이후 나는 머리에 마취총을 맞은 것처럼 혼미한 이 주일을 보냈다.

함 부장이 한 말을 씹고 또 씹고······.

어느새 입맛은 씹을수록 웅담맛이 되어갔다.

도통 말이 되지 않는 조언이다. 나는 여느 여사원들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고 말한다. 최소한 내 기준에서는.

단지.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조금 튀는 외모 뿐.

그렇다면 나의 외모 때문에 미운털이라도 박힌 걸까?

아니면······.

함 부장이 혹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던 걸까? 예전에 자신이 겪었다거나 남이 겪는 모습을 목격했다거나.

아니면 진짜 내 행동이 남들과 많이 다르기라도 하는 걸까.

아. 모르겠다. 혼란하다. 연예인도 아니고 그런 소문을 몰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예전에는 직접 겪어볼 일도 없어서.

함 부장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했든, 나를 저격하기 위해서였든. 어찌되었든 그녀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기피했고 마라톤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일과 후 조모임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도 벌어졌다.

불쑥불쑥 생각이 물꼬를 틀면 그 끝에는 이온이 보고 싶다로 결론이 났다.

이 사람은 어디로 꺼져버리기라도 한 걸까?

어디선가 음이온 한 줄기가 불어오면 이 지긋지긋한 마취에서 상쾌하게 깨어날 수 있을 거 같은데······.

한 여름에는 바람조차 불지 않네······.


“후-.”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


딥 베이지 색상의 린넨 버튼 원피스를 입고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있던 젤리가 눈썹 라인을 그리며 묻는다.


“나 한숨 쉬었어?”

“응.”


전신거울을 멍하니 쳐다보다 몸을 돌려 침대에 앉으며 나는 말했다.


“그랬구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지지난 주 일요일 함 부장님이랑 만나고 난 이후부터 너 좀 이상해. 기가 팍팍 죽어 있고, 모임도 안 나오고. 무슨 안 좋은 말이라도 들은 거야?”

“안 좋은 말은 무슨. 아무 일도 아냐.”


혹시 젤리라면 나보단 조모임을 많이 나갔으니깐 나에 대한 소문을 듣지 않았을까.


“젤리야, 있잖아. 요새 뭐 동기들 사이에서 새로운 소식 같은 거 없어? 뭐······ 소문 같은 거라든가.”

“무슨 소문?”

“그냥 아무거나.”


그녀가 눈썹라이너의 뚜껑을 닫으며 의자에서 몸을 틀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조 모임도 안 나오면서 눈치 겁나 빠른데? 오여수!”

“응?”

“도현 오빠랑 현희 씨 사귀는 거 말하는 거지?”


헐. 이건 몰랐네.

역시 낚시는 아무 생각 없이 해야 맛인가.

손맛 한 번 좋구나.


“진짜야?”

“몰랐어?”

“응.”

“이거 진짜 진짜 완전 비밀이다. 나도 현희 씨한테 살짝 들은 거거든.”

“응. 대박 소식이네.”


나는 손으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이거 말고도 암암리에 사귀는 동기들 대게 많대.”

“빠르다, 합숙 3주 만에. 젤리 넌? 없어?”


그녀가 의자에 그대로 앉은 채 내가 있는 침대 쪽으로 몸을 숙이며 목소리를 한껏 죽였다.


“있지 왜 없겠니.”

“누구? 누구?”

“아직. 확실해지면 말해줄게. 그냥 헛다리짚는 거일지도 모르니깐···.”


남들은 눈도 잘 맞는데 난 여태껏 뭐 했나 몰라.

허송세월을 낚았나?


“그래. 확실해지면 꼭 알려줘야 돼.”

“근데 물어봤던 소식이 이거 아녔어?”

“어? 어···. 맞긴 한데. 뭐 나에 대한 건 없었을까?”

“너?”

“응.”

“음······. 네 소문이라면······ 연예인 별에서 오여수가 발을 헛디뎌 잘못 떨어져서 지구에서 만년 월급쟁이 하고 있다는 소문은 길가다가도 들리지.”

“별 헛소리를.”


나는 눈으로 뭐 더 없냐는 신호를 보냈고 젤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다른 소문?”

“응···.”

“음···. 모르겠네.”


나에 대한 소문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함 부장이 과민 반응한 걸지도···.


“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들렸어?”


너무 꼬치꼬치 물어봤나보다.


“아냐. 걱정이 앞서네. 사람들이 많다 보니깐.”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본다.


“사서 걱정은. 진짜 별일 없는 거지?”


나는 괜찮다는 표시로 작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젤리가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팡팡 쳐준다.


“웃는 것도 힘이 없고. 너 운동 좀 적당히 해. 단기해외연수 가봤자 결국 일이잖아. 여행은 우리 돈 주고 가면 되지. 이미 우리 첫 월급이 입금되었잖아?!”


맞다. 월급.

직장인들이 사는 이유, 월급이잖아.

비록 통장에 월급이 꽂히자마자 ‘텅장’이 되었지만.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넘버원 은행과 신화은행에서 지라도까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월급통장 프로모션을 하러 내려왔었다.

과거 당한 게 있어서 나는 신화은행 부스에서 월급통장을 만들었다.

통장을 만들고 넘버원 은행에 작은 복수를 한 것 같아 얼마나 흐뭇했던가.

슈퍼당당하자, 오여수! 모래알처럼 손 안에서 흘려버릴 수 없는 든든한 월급통장이 생겼잖아.

소문 따위. 퍼질 테면 퍼지든가.

이제 갓 오픈한 나의 샛노란 라라랜드가 남의 손에 의해 누렇게 변질되게 가만히 눈 뜨고 보고만 있진 않을 테니깐.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하면 되는 거잖아.

미리 겁먹지 말자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벌떡 일어섰다.


“해피 아워에 늦겠다. 이제 갈까?”


● ● ●


‘해피 아워’.

직장선배와의 담화를 샴페인을 마시면서 하는 행사다. 옛날 중세시대 사교계를 상상하면 언뜻 매칭이 될 듯하다.

초창기에는 앉아서 커피와 다과를 나눠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래도 직장인의 술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면서 편하게 돌아다니며 샴페인을 마시는 형태로 진화 아닌 진화를 했다고 한다.

해피 아워에 초청된 소위 잘나간다는 직장선배들도 초청받는 그 자체로 보상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신입사원은 또 신입사원 나름대로 선배와의 인맥도 쌓고 몰랐던 동기들과도 알게 되는 나름 뜻깊은 자리다.

그리고 올해는 이 해피 아워가 에메랄드 호텔 달빛정원에서 진행된다.

A동과 B동 사이에 위치한 달빛정원까지 가려면 두 가지 루트가 있는데 나는 A동에서 B동으로 연결된 2층 높이의 구름다리를 지나 정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같이 나오던 젤리는 구름다리를 나오기 직전 화장품 파우치를 열어보더니 립스틱을 두고 왔다며 급하게 숙소로 도로 돌아갔다.

함께 가려는데 젤리가 늦을지도 모르니 먼저 가라며 극구 사양해서 혼자 막 구름다리를 건너는 길이다.

맑은 여름 저녁이다. 습하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


‘밤공기. 참 좋네.’


함 부장한테 뜻밖의 조언을 들은 후, 숙소 안에서만 내 쳇바퀴 돌았었는데. 좀 밖에도 나올 걸 그랬었나보다. 그럼 하루라도 일찍 고민을 훌훌 털어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이라도 나오니 기분이 스파클링 샴페인이다.

캬. 톡 쏘니 좋구나.

하늘엔 구름과 달이, 땅에는 구름다리. 그 아래로는 반짝 빛나는 LED 알전구들을 품고 있는 정원의 나무들. 그 속에 천여 명에 이르는 부동의 남녀장병들이 까맣게 운집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귀로는 경쾌한 재즈가 들려온다. 그 선율을 따라 길게 뻗은 정원의 기다란 길을 눈으로 쭉 따라갔다.

그 끝엔.

바람이 머물러 있었다.

그런 ······불순한 바람 말고, 청량한 바람. 그러니깐······.

음···, 이온 말이다.

티끌하나 묻지 않은 까만색 턱시도에 하얀 와이셔츠, 그리고 목엔 검은 나비넥타이. 가까이에서는 처음 보는 클래식한 정장차림이다.


‘훌륭해.’


보고 또 봐도 적응 안 되게 훌륭해. 피지컬이.

하물며 옆선으로 보이는 하얀 얼굴이 달빛 필터를 받아 더욱 광이 난다.

이놈의 달빛조차 온 세상이 아닌 오직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 한낱 조명 나부랭이 같다.

그러고 보니 그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어 있다.


‘웬 밤톨머리?’


비쭉비쭉 길이가 맞지 않은 짧은 머리카락이 오히려 날렵한 그의 전체적인 옆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듯했다.

열기를 가득 품은 이 밤 내게 있어서, 그는 말 그대로 귀족백수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나도 조금 더 예쁘게 입을 걸 후회가 된다.

함 부장의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조신한 하늘색의 케이프 원피스를 입었다.


‘아냐. 잘 입은 거야.’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니깐. 그래도 구두만은 내가 신고 싶은 걸 신었으니깐. 괜찮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다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앞으로 지나가던 웨이터가 들고 있던 쟁반에서 크리스털 유리잔을 하나를 들며 몸을 틀었다.

그 순간 그가 잡은 유리잔 속 샴페인이 찰랑찰랑 흔들렸고.

내리깔고 있던 그의 눈도 45도 각도 위를 바라보는 듯하더니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화끈.


‘저 놈의 몹쓸 눈. 눈!’


일각동안 마주쳤던 눈을 피하고 구름다리 끝까지 빠르게 걸어갔다.

계단만 지나면 나도 하나의 장병이 되어 군중 속에 묻히겠지.

조금만, 조금만 더 빠르게. 걷자.

걷다 이제는 안 보겠지 해서 다시 정원을 내려다보는데 절로 눈이 또 그가 있는 쪽까지 향한다.

본다.


‘아직?’


그가 한순간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구름다리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오는 게 아닌가.


‘웜마야.’


왜 저렇게 뚫어지게 보며 걷는 거여. 사람 참 민망하게시리.

속으로는 모델 워킹을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어색한 로봇 걸음으로 걷고 있다.

이러다 스텝이 확 꼬이면···!

뒷이야기는 생각지도 말자.

정신줄을 꽉 부여잡고 어느새 구름다리 끝에 다다랐다. 남은 건 계단. 곧 정원으로 내려갈 수 있다.

계단을 하나씩 걸어 내려갔다.

가슴은 여전히 두근쾅, 세근쾅.

누구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오픈 하이힐을 신었더니 누구 때문에 넘어질 판이다.

이 누구는 두 말하면 잔소리.


‘이노오오온!’


그만 좀 보시지.

그래도 남은 계단은 어느새 열 개도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힐끗 이온을 봤다. 바로 코앞까지 도착한 그를 발견한 바로 그 순간.


“어···어···!”


발이 꼬였고 거의 점프하듯 몸이 튕겨 허공을 날았다.

고등학교 때 신변잡기로 배워뒀던 전방회전낙법을 순간적으로 떠올리며 나는 질끈 눈을 감았고.

놀랍게도 나는 땅에 떨어지기 직전 회전낙법을 위해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 수 있었고 이제 곧 땅에 떨어지겠구나 하는 순간,

누군가 나의 몸을 덥석 받아냈다.


“어억!”


소리를 지르며 번뜩 눈을 떴다.


“고맙···!”


방금 내가 ‘이노오오온’이라고 불렀던 그놈, 아니, 이온이었다.

그가 한 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남은 다른 무릎과 다른 두 팔로 나를 받아낸 것이었다.

충격이 없진 않았지만, 느낌상 나의 몸은 너무도 성한 기분이 들었다.


“이 맹꽁이.”

“······!”

“진짜 한시도 눈을 못 떼겠다. 반전하고 싶으면 미리 좀 알려줄래?”


누누이 말했지만 반전을 누가 하고 싶어서 하나요.

뉴뉴.

이 와중에 남들 시선이 무서운 건 함 부장한테 세뇌를 당해서겠지.

이온은 나를 안고 있던 손 하나를 뻗어 바닥에 떨어진 자그마한 파우치 크기의 핸드백을 잡아 자신의 목에 걸었다.

힘이 세서 그런지 한 손으로도 나를 단단하게 고정해주어 나는 흔들림이 없이 그에게 안겨 있을 수 있었다.

나를 안은 채 바닥에서 일어서는 이온에게 나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내려주세요.”


사람들이 본단 말이에요!

한동안만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주목받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인생은 생각과 반대라더니.

수많은 눈들이 일제히 나에게 향했고, 또 수많은 지방방송들이 일순간 고음과 저음을 섞어가며 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상어 엄마로 유명해진 애잖아.”

“사장님이 받았어. 대에박. 정장 입고 저러니깐 기사도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야.”

“헐. 부럽다.”

“자기가 주인공인 것처럼 계단 내려오더니 꼬시네. 쟨 정말 눈에 띄려고 작정한 애 같아.”

“얼굴만 튀는 게 아니라 행동도 되게 튀네.”

“내가 받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쩝.”

“진짜 웃긴다, 쟤. 누구누구 꼬시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냐?”

“한 마디로 말해서 꼴불견.”


이건가? 함 부장이 말했던 말이······.

이제야 들린다. 그 동안 귀를 막고 살았었나 보다.

상어 엄마에 이어 계단 헛발질녀로 알려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동시에 함 부장의 엄한 얼굴이 ‘내 말이 맞지?’하며 승리의 표정을 지으며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아찔하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였다.

굵지만 어딘가 꾸민 듯한 오만함이 담긴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려왔다.

이 목소린······.


“아름다운 밤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임원진들과 신입사원들은 이쪽으로 모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수다스럽던 지방방송들이 꺼지고 정원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나와 이온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정원 한 가운데 마련된 단상을 향했다.


“안녕하세요. 먼저,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먼 길까지 와주신 여러 부동전자, 부동건설, 부동중공업, 부동전기, 그리고 사브르 사의 대표 임원진과 엘리트 사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꽃갈치 염태성?!

엔터사 사장이 부동그룹 신입사원 해피 아워엔 어인 일이지? 여기가 암만 일명 사교계라지만, 얼굴 보고 뽑은 모델들이나 연예인들이 드글드글 거리는 곳도 아닌데?

그리고 마이크를 왜 지가 잡고 있냐고!


“제 소개를 또 해야겠지요. 저는 부동건설 염희왕 사장님을 대신해서 제 15회 해피 아워 행사에 참석하게 된 사회자 염태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

염희왕과 염태성. 부자관계?


“사회자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대신해 해피 아워의 오프닝 연설도 부탁받았습니다. 짧고 굵은 연설로······.”


맞네, 맞아. 부자지간이.

잠깐만, 잠깐만.

지금 갈치가 마이크를 잡든 안 잡든, 아빠가 염희왕이든 이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이잖아.

나는 주저 없이, 그러나 모기만한 소리로 이온의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내려주세요. 빨리. 빨리.”


이온은 오늘도 얄미운 얼굴을 하고선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싫은데.”


여기서 아등바등 거렸다간 기껏 돌아간 시선이 다시 내게로 오겠지.


“내려요. 제발.”

“내 품에 떨어진 건 내꺼 아니냐?”


뭔, 지랄도 풍년이야.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긴 한참 멀었걸랑요.

지금 내 기분을 표현하기엔 아이셔는 강도가 너무 약하고······.


“아 진짜 씹어··· 먹을까 보다······.”


그가 작게 폭소를 터트렸다.


“왜 대놓고 나한텐 욕은 못하겠냐?”


알면 알아서 좀!

내려주지.


“잠깐만 그대로 있어.”


그가 정원의 갓길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말했다.

곧 시야에서 염태성도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다. 보이진 않았지만 염태성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여전히 들려왔지만, 지금 나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가 허공에 달랑거리던 내 팔 하나를 들어 자신의 목을 감싸게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남은 다른 팔 역시.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꼭 잡아.”


순간 나는 불나방이 되었고.

불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뜨겁디뜨거운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 금방이라도 비집고 나올 것만 같다.

자꾸 이러면···.

진짜 확!

그 단단한 남사친 철벽.

그거 내가 오늘 밤.


‘확 부셔버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전여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합니다. 20.04.21 24 0 -
56 베이 여신 (2) 20.04.17 32 2 15쪽
55 왕자(王子)와 왕자(王字) 20.04.14 41 2 15쪽
54 명품 위의 명품, 막장 위의 막장 20.04.10 52 2 15쪽
53 베이 여신 (1) 20.04.07 42 2 17쪽
52 퐁당퐁당 할래요 20.04.03 35 1 16쪽
51 앱솔루트한 걸 좋아하는, 너란 여신 20.03.31 34 2 15쪽
50 무척 휴머니즘하구나 +1 20.03.27 42 2 15쪽
49 합법적인 마약 20.03.24 41 2 16쪽
48 여신은 에코 프랜들리해 20.03.20 32 2 16쪽
47 기회는 평등하게, 결과는 공정하게 20.03.17 33 2 15쪽
46 스티브 온 20.03.13 30 2 16쪽
45 여신이 싫어하는 건 20.03.10 47 2 18쪽
44 뉴 타이타닉 레이디를 찾아요 (3) 20.03.06 30 2 15쪽
43 첫 버스킹 20.03.03 39 1 14쪽
42 절대기타를 획득했습니다 20.02.28 34 2 17쪽
41 할아주머니 20.02.25 35 1 15쪽
40 Once upon a time in Russia (2) 20.02.21 33 1 14쪽
39 Once upon a time in Russia (1) 20.02.14 35 2 17쪽
38 뉴 타이타닉 레이디를 찾아요 (2) 20.02.07 51 2 17쪽
37 뉴 타이타닉 레이디를 찾아요 (1) 20.01.31 51 3 17쪽
36 여신은 철벽도 춤추게 해 20.01.30 46 2 16쪽
35 신입사원 연수 (17) 20.01.24 58 2 16쪽
34 신입사원 연수 (16) 20.01.24 38 2 14쪽
33 신입사원 연수 (15) 20.01.23 40 2 14쪽
32 신입사원 연수 (14) 20.01.23 39 2 16쪽
» 신입사원 연수 (13) 20.01.23 46 2 15쪽
30 신입사원 연수 (12) 20.01.21 48 2 15쪽
29 신입사원 연수 (11) 20.01.20 51 2 14쪽
28 신입사원 연수 (10) 20.01.19 49 2 15쪽
27 신입사원 연수 (9) 20.01.18 60 2 15쪽
26 신입사원 연수 (8) 20.01.17 57 2 14쪽
25 신입사원 연수 (7) 20.01.16 52 3 18쪽
24 신입사원 연수 (6) 20.01.15 43 3 15쪽
23 신입사원 연수 (5) 20.01.14 46 3 18쪽
22 신입사원 연수 (4) 20.01.13 51 4 16쪽
21 신입사원 연수 (3) 20.01.12 60 4 16쪽
20 신입사원 연수 (2) 20.01.11 55 4 16쪽
19 신입사원 연수 (1) 20.01.10 60 4 15쪽
18 신원보증서 (1) 20.01.09 71 3 15쪽
17 여수 밤바다 20.01.08 67 3 15쪽
16 여신도 운동은 필요해 (2) 20.01.07 80 3 15쪽
15 여신도 운동은 필요해 (1) 20.01.06 73 3 16쪽
14 여신은 알바 중 (6) 20.01.05 67 3 16쪽
13 여신은 알바 중 (5) 20.01.04 86 3 15쪽
12 여신은 알바 중 (4) 20.01.03 104 4 17쪽
11 여신은 알바 중 (3) 20.01.02 98 4 16쪽
10 여신은 알바 중 (2) +2 20.01.01 131 4 16쪽
9 여신은 알바 중 (1) 19.12.31 140 4 15쪽
8 가자 (2) +1 19.12.30 168 4 16쪽
7 가자 (1) +2 19.12.29 166 4 16쪽
6 왜 이렇게 애볐냐? 19.12.28 188 5 16쪽
5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3) +1 19.12.27 218 4 17쪽
4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2) 19.12.26 238 4 15쪽
3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1) +1 19.12.25 300 6 19쪽
2 반전 시작 (2) 19.12.24 364 6 16쪽
1 반전 시작 (1) +3 19.12.23 695 7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