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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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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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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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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스티브 온

DUMMY

마침내 오늘은 철인3종경기가 진행되는 날이다.

상품으로 걸린 해외연수를 가느냐 마느냐가 걸려 있는 경기다 보니.

경기의 치트키로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철인3종경기 1인자인 이온을 차지하기 위한 사다리타기의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누구는 부모님이 계신 캐나다를 꼭 가야 한다, 또 누구는 잠깐이라도 유럽에서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둥 이런저런 말들로, 철인3종경기와 사다리타기는 늘 동기 사이에서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식판머리 화젯거리였다.

곧 아침 8시 강당에서 우리는 이 중요한 사다리타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드디어!


“아참. 다들 사다리타기, 식당 벽에 한 줄씩 그었어요?”


나훈 선배가 쑥스럽게 웃으며 제일 먼저 대답했다.


“난 한 30줄은 그은 거 같은데? 우리 조에 사장님이 오면 좋잖아. 선택권이 생기는 거니깐.”

“나는 셀 수더 업씨 마니.”


존의 어린 아이 같은 말투에 뒤이어 젤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문을 제시했다.


“근데 식당 벽에 그린 사다리타기를 어떻게 강당에서 확인한다는 걸까요? 식당에 천 명 이상의 사람이 들어갈 순 없잖아?”


나 또한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결과를 알려주려고 하는 걸까.

사다리타기가 그려진 벽의 면적만 해도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20평 정도는 되 보이던데.

구조가 잘 빠진 20평이라면 방 2개와 화장실, 부엌 딸린 거실, 실외기실, 옵션으로 베란다 등을 이용할 수 있지 않나.

이 정도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20평을 평면으로 펼쳤으니 식당 벽이 얼마나 넓겠는가. 근데 이걸 강당으로 옮겨온다?

실제로 너무 높고 넓어서 사람의 평균 키보다 2배나 높은 곳에 가로선을 그려 넣기 위해선 실사 사다리를 이용해야만 했었다.

벽을 떼기라도 하려나. 이건 너무 어불성설이잖아.

방법은 그거밖엔 없겠는 걸.

나는 젤리를 보며 생각했던 방법을 말했다.


“아마도 사진파일을 PPT에 삽입해서 사다리타기를 거꾸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사진 밖에 더 있어? 우린 2D 세상에 사는데.”

“젤리 너도 그런 생각이 들지?”

“응.”


그리고 나는 첨언했다.


“137개나 되는 조의 사다리를 일일이 다 타는 게 아니라 반대편의 단 하나의 로또당첨 결과지에서부터 거꾸로 타고 올라가면 시간도 절약하고 좋을 거 같아. 간단하고.”


존이 ‘······댓 이즈 조그음은 노 펀 (······그건 조금 재미가 없을 듯)’ 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주완 오빠가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다들 이메일은 봤을 테고. 이젠 슬슬 결정을 했을 거 같은데. 어때?”


그가 말하는 이메일이란 인사팀에서 일주일 전에 보낸 메일이리라.

이제 신입사원 연수 일정 중 남은 굵직한 프로그램은 딱 두 개.

하나는 오늘 있을 철인3종경기. 다른 하나는 연수 마지막 날에 있을 캘리포니아 베이에 가서 즐기기.

이 두 일정 사이에 남은 자잘한 교육도 끝나면 우리 신입사원들은 원하는 계열사로 발령을 받아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부동그룹 계열사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연수 중반부쯤엔 사전 조사에 따른 실무관련 직무교육도 별도로 수강했다. 물론 직무교육은 교차수강도 가능했다.

이렇게 교육을 받는 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계열사 선택을 잘못했다가는 자칫 전혀 원하지 않는 엉뚱한 계열사로 발령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계열사마다 요구하는 TO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1지망 부동전자, 2지망 부동전기, 3지망 부동건설로 희망 계열사를 시스템에 입력했더라도 의사와 상관없이 사브르로 발령받을 수도 있단 말이다.

이는 직무 선택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인사팀으로부터 이주일 전에 날아온 것이었다.

이에 우리는, 인사팀이 보낸 이메일 지침에 따라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희망하는 계열사와 직무를 3지망까지 골라 입력하게 되어 있다. 기한은 내일까지.

나같은 경우에는 계열사와 직무로 각각 사브르 사와 마케팅 쪽을 1지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2, 3지망을 결정하지 못해 인트라넷까진 접속해보진 않았다.

내일 저녁까지니 시간은 아직 여유롭다.

하지만 마음까진 그렇지 못하다. 사브르를 못 가고 랜덤으로 2, 3지망 아니 아예 고려하지도 않은 다른 계열사로 발령받게 될까봐서다.

이런 불안한 마음은 비단 나 하나만 느끼는 건 아닌 듯했다.

대게의 동기들은 코앞으로 와 닿은 선택의 시간에 초조해하며 치열한 눈치게임을 수면 밑에서 하는 중이니깐.


“혹시 중복지원 된대요?”


나의 질문에 존이 냉정하게 딱 잘라 대답했다.


“놉.”


된장.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계열사 발령은 정말 중요한 일이니깐 어쩌면 우린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일 수밖에 없다. 페이가 다를 거고, 복지가 다를 거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달라질 테니깐.

무엇보다 사장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이온이 아닌 다른 사장이라······.

조금은 싫을 수도 있겠다.

국그릇에 숟가락을 의미 없이 휘젓고 있자니 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 마이. 에블 바디 눈치버고 말 안 하넌 거야? 고럼 Me부터. 1지망 온엔터테인먼트, 2지망 사브르, 3지망으로 부동전자.”

“엥?”


온엔터테인먼트?


“존 오빠 다시 말해줘요.”

“왓?!”

“잘못 들은 거 같아요. 1지망이 뭐라고요?”

“어케이. 한 번 더. 나-으이 퍼스트는 온엔터테인먼트.”


잘못 들은 게 아니구나.

사람들도 동요 없이 밥을 잘 먹고 있다.

놀라는 사람은 On니 Me.

인사팀에서 추가 메일을 보냈었던가?


“온엔터테인먼트라니요? 부동그룹 자체에 그런 자회사는 없잖아요.”

“오! 여수. 멀랐어? 이번에 새로 계열사 하나 추가대써. 온엔터테인먼트라고. 나더 널라썼써. 인트라넷 팝업 버거. 샤킹해써.”


‘아하. 팝업. 온엔터테이먼트······.’를 혼자 들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고 나자 불현듯 흥분이 뜨거운 기운처럼 식도를 거꾸로 타고 올라온다.

왜지.

왜 내 몸이 흥분의 도가니인 거니.

계열사가 새로 생겼다고 내가 지원할 것도 아니고 손수 직접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침착해, 여수야.


“······그래요. 몰랐어요.”


나훈 선배가 잔반을 정리하면서 추가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이온 사장님이 사장으로 오실 모양인가 봐. 솔직히 온엔터사가 복병이 될 거라고들 말이 많아. 연예 기획사 쪽은 관심 없는 사람이 많더라. 엔지니어로 지원한 애들이 특히. 떨고 있어.”

“그럴 수 있겠네요.”

“그래도 뭐 계열사 관련해선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팀에 1회 정도는 클레임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엔지니어 애들이 엔터사 가는 건 미친 거잖아.”


그때 젤리가 툭 끼어들었다.


“근데 이온 사장님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사브르도 이제 겨우 신생 딱지 뗐는데 엔터사업에 뛰어들다니. 이 정도면 너무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가? 혹시···. 사장님 연예인하려는 거 아냐?”


피식 웃음이 났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


“여수 너 웃었어. 사장님이라면 가능할 거 같은데? 응?! 아냐?”


나는 이번에는 소리 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될 거 같아. 사장님이라면.”

“헛소리들 그만하고. 다들 이제 일어나자. 오늘의 하이라이트. 사다리타기 당첨 확인하러 가야지.”


도현 오빠가 드르륵 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나자 따라 다들 일어나 식판을 반납하고 강당으로 향했다.


● ● ●


에메랄드 호텔 강당 입구에 도착했을 때였다.

뜻밖의 광경 하나가 우리의 발걸음을 낚아챘다.


“저게 다 뭐냐?”


제일 먼저 주완 오빠가 놀라 입을 열었다.

뒤이어 우리 조원뿐만 아니라 같이 걸어오던 다른 조원들도 깜짝 놀라 여기저기에서 탄성을 질러댔다.

신입사원 연수를 진행하는 인사팀 직원 몇몇이 입구에서 상자 2개를 나눠주고 있었다.

둘 중 큰 상자는 밋밋한 상자여서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상자 하나는 다름 아닌 부동 글래스임을 상자만 딱 보고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상자를 받아 들어가는 사람들의 등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들썩거렸고, 그들의 머리 위마다.


[VR(가상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3D 글래스를 획득했습니다.]


라는 투명한 게임 상태창이 뜬 것만 같았다.

기분 좋게 상자를 받아 자리에 앉자마자 우선 밋밋하게 아무런 표시가 없는 상자를 열려고 테이프를 떼려는데 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뚜렷하게.


“진짜 대박이지 않아? VR 기어에 긴팔 수영 슈트, 래쉬가드, 수영모, 아쿠아 슈즈, 사이클링 슈트 세트 및 슈즈, 조깅화, 운동용 그립 반장갑, 무릎 보호대. 그리고 나이킥 브랜드의 트레이닝 복 세트.”

“하나 더 있잖아. 구명조끼.”

“아 맞다. 으아~ 이게 다 얼마래?”

“그야 모르지만 꽤 나갈 듯? 열심히 산 보람이 있네. 회사가 돈이 많아 좋긴 좋아.”

“아냐. 이거 회사 돈으로 산 건 아니래.”

“그럼?”

“아까 입구에서 인사팀 직원들끼리 하는 말 들었는데······.”


말소리가 점점 더 작아졌다.


‘아이셔. 뭘 이렇게 쏙닥거렸싸. 궁금하게시리.’


자연스럽게 등을 의자에 밀착하고 고개를 의자 등받이 뒤로 최대한 꺾었다.

그러자 소리가 조금은 잘 들렸다.


“아니 글쎄.”

“응.”

“동기 중에 누가 야밤에 아래 위 하얀 속옷만 입고-.”

“뭐어?! 속옷만?!”

“그렇대도. 아무튼 A동이랑 연결된 수영장에서 훌라춤을 추고 있었다는 거야. 그것도 혼자서.”

“언제까지 훌라춤을 추게 할 거야의 그 훌라춤?”

“야! 그건 어깨춤이고!”


그러거나 말거나 하얀 속옷이라면? 혹시······ 그거 말하는 거니?

하얀색 트라이앵글 비키니 수영복?!

근데 아닌 밤중에 훌라춤?!

그건 그냥······ 준비운동이었다규!

물에 들어가기 전엔 좀 움직여야 되는 거잖아.

뭐, 생각해보면.


‘기분 좋아 아주 약간 춤을 추긴 했었지.’


그래도 그렇지 그걸 어떻게 훌라춤으로 오해할 수가 있는 거지.

에어컨이 뭔 소용이더냐.

등에서 식은땀이 쭈룩 흐르는 게 느껴지는데.


“근데 진짜 개소름.”


레알 개소름 돋는 건 나거든.

아, 더이상은 못 듣겠다 싶어서 꺾여 있는 고개를 들려는데 둘의 대화가 흥미진진하게 계속 이어졌다.

하필이면 말이다.


“더 문제는 훌라춤에서 멈춘 게 아니라 긴 검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물에 둥둥 떠 있었다는 거 아냐. 근데 그걸 본 사람이 누군지 알아?”

“누군데?”


‘동기야, 묻지를 마라.’


안 봐도 뷰튜뷰니깐.


‘······당연히 이온이겠지.’


“사장님!”

“뜨악. 진짜?!”

“진짜래두. 그래서 사장님이 이렇게 풍성한 선물을 사비로 선물한 거래. 우리 직원이 없어보이게 수영모도 안 쓰고 속옷 차림으로 수영장에서 수영하지 말라고.”


‘없어보이게······라니. 부들부들······.’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왠지 이해가 된다. 속옷 입고 훌라춤 춘 동기는 준비물에 적혀 있던 속옷이랑 수영복을 헷갈렸나 봐.”

“헷갈릴 게 따로 있지. 쯧쯧.”


살면서 이렇게 세상 부끄러움을 다 모은 듯 격렬한 부끄러움을 온 몸으로 안아 본 적이 있던가.

없으면 말을 말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데 꺾였던 목이 급작스럽게 직립하면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악-.’


엄청 아프다.

민망함은 덤.

뒷목 잡고 또 혼자 서 있다.

다들 조용하게 앉아 있는데 나 혼자 또······.

면접 날처럼. 또 상어 엄마가 된 날처럼.

튀어버렸다. 5미터 수면 아래에서부터 온 힘을 다해 점프하듯 솟구치는 돌고래마냥.

난 왜 이렇게 튀지 못해 안달인 거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또르르르.

속으로 철철철 눙물을 흘리며 뒷목을 잡은 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있자니 사브르 사 사장이자 오늘의 로또 상품인 철인 아니, 입 싼 이온이 강당 단상에서 내 쪽을 바라보다 정면으로 고개를 틀었다.

내 눈엔 분명 쪼개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미소를 눈에 띠게 지으면서 말이다.

존의 말투를 따라 하자면, 재섭써. 완전.


‘아-. 이 모든 것이 환상일 게야.’


생각하며 어색하게 뒷목을 손으로 꽉꽉 주물러대고 있자니 그가 마이크를 잡고 간단하게 아침 인사를 했다.


“모두 즐거운 아침입니까?”


붹~.

난 별로.

내 속과는 상관없이 이온은 제법 즐거운 어조였다.


“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내 사람들을 봐서일까요?”


내 사람은 아주 입에 붙었네.


“조금 있다가 제대로 준비운동을 하긴 할 테지만 지금도 앉은 자리에서 목과 손을 풀어볼까 합니다.”


말과 함께 그는 앉아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선보였고.

강당에 꽉 들어찬 동기들도 그를 따라 몸을 푼다.

나는 썩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기계적으로 따라했다.

그런데 문득 며칠 전 새벽녘 제시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놀란 마음에 이온을 찾아 VIP룸 엘리베이터에서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온은······.


‘알고 있을까?’


제시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아마 모르겠지?

알았더라면 분명 내게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을 텐데.

나도 면접 전날부터 하도 스펙타클한 일들 때문에 뷰튜뷰 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는데. 하물며 이온은 직장인에 사장이란 직함도 지니고 있으니.

일상이 얼마나 더 다사다난할까.

게다가 온엔터테인먼트도 설립했고, 춤바람도 잠깐 났었잖아?!

갑자기 턱시도 졸라맨이었던 이온이 생각나 좀 전의 다운된 기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살포시 기분 좋은 웃음이 들어찼다.

혼자만의 이런 생각의 전개에 참 뜬금없지만······.

오늘도 그는 멋짐, 자체다.

비키니를 속옷으로 오인해 유감스럽게 소문 낸 사건을 생각하면 억울한 게 없진 않지만.

멀어 제법 작게 보였지만 그는 밝은 소라색 톤의 린넨 소재 정장에 화이트 정장 셔츠를 입고 있었고 특히 바지 끝단을 접어 입어서 그런지 가볍고 캐주얼해 보였다.

왠지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경쾌한 기분마저 든다.


‘뭐. 쬐끔 용서가 되는 구만.’


“그럼. 아시다시피 기다리고 기다리던 철인3종경기. 바로 오늘입니다.”


그의 말대로 손꼽아 기다렸다.

······미국 뉴욕에 가야하니깐.

뉴욕엔 이모가 있고. 만나면 내연남에 대해 물어볼 수 있겠지.

내연남을 만나면. 사라진 엄마의 시체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이모를 반드시 만나야 하겠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이모를 찾고, 또 만나는 게 맞는 건지.

내연남이라고 엄마의 죽음에 대해 뭘 알고 있을까. 전혀 아는 것이 없을지도 모르고, 알아도 모른 척 잡아 뗄 수도 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시체라면······.


‘벌써 오래 전에 썩어 없어지지 않았을까?’


썩은 시체를 보고 엄마란 걸, 내가 알아볼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알아봤다고 해도.

그 슬픔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할아버지가 남긴 딱지 메모······.


[타살. 네 엄마의 시체를 찾아라.]


그만 잊고.

이모의 말대로, 신문에 적힌 대로 엄만 자살이었다고.

그렇게 믿고 살까.

하지만 엄마의 시체가 화장되어 납골당에 고이 모셔진 게 아니라 정말 어딘가 버려진 거라면······.


“사다리타기 결과 모두들 기다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결과를 보기 위해선 오늘 나눠준 두 개의 상자 중 부동 글래스가 담긴 상자를 반드시 해체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과를 알려면 글래스가 왜 필요하지?

생각하며 멍하니 있자니 내 쪽을 힐끗 보며 그가 강경하게 뒷말을 덧붙였다.


“뭣들 하세요. 지금 당장.”


‘참나. 사람이 좀 멍할 수도 있지.’


나를 포함한 동기들이 부산하게 글래스를 꺼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온은 단상 위에서 천천히 움직여 내가 있는 쪽 라인에서 잠깐 발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방향을 틀어 반대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잠시 후.


“준비되셨습니까?”


작가의말

이제나저제나 실수로라도 여러분의 손이 좋아요를 누르길 바라는 작가 망생입니다~.

댓굴과 선호작 부탁드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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