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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4,951
추천수 :
158
글자수 :
402,501

작성
20.03.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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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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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5쪽

앱솔루트한 걸 좋아하는, 너란 여신

DUMMY

“그리고 한 가지 더.”

“······?”

“네가 남긴 메모.”

“메모요?”

“내 집에서 처음 잤던 다음 날. 식탁에서 전화하지 않았냐?”

“그걸 어떻게?”

“메모라고 했잖아.”

“아, 맞다.”

“무의식적으로 네가 종이에 메모했어. 만약 네가 어떤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면 아마 나한테 금방 잡혔을 거다. 알곤 있냐? 너무 많은 흔적을 남겨서.”


그가 미소를 지으며 장난치듯 으름장을 놓는다.

픽. 웃음이 난다.

그랬구나.

나도 모르게 메모를 남겼구나. 뭘 남겼을까?

순간. 당황해서 그를 쳐다봤다.


“혹시 막 그런 험악한 그 어떤······. 것도 적어놨어요?”

“뭐? 욕?”

“···눼.”

“아니. 욕은 없었고. 다른 건 적어놨더라.”

“···뭐···요?”

“내 이름.”

“이온?”

“그래. 내 이름 이온.”

“네 머릿속에 내가 있어서 좋았다. 그 힘든 날에.”


말을 하며 그가 손을 뻗어 내가 하듯, 한 묶음으로 느슨하게 묶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살랑-.

바람 한 점 불어와 볼을 간지럽혔다.

방금 또 심장폭행은 당했어.

아프지만, 이 아픔은 즐거운 아픔.

한 번 더 용기를 낼까 했다. 그의 입술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지만 언제 어디서 그렇게 물기를 머금었는지 윤기 나는 입술이 먼저 바쁘게 일을 했다.


“근데 아까 그건 뭐냐?”


아까부터 나는 앱솔루트 보드카 한 잔을 원샷한 후 입가심으로 복숭아 주스를 마신 것처럼 ‘기부니’가 몽실몽실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질문을 받자마자 내 입술이 카운트다운도 없이 로켓을 화끈하게 발사해버렸다.


“테스트 해본 거예요. 사장님 입술이 사람 입술이 맞는지. 그런데 확인해보니까······ 입술이 앱솔루트(완벽한).”


‘미쳤구나, 내 입술이.

입술이 입술이지 앱술이냐.

하지만 사장님 입술은 정말이지 앱솔루트.’


저절로 흘러나간 말과 동시에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그의 표정이 몹시 상기되었다.


‘당황스럽겠지. 내가 이런 저질 생각이나 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악- 진짜, 댐(damn).

너무 솔직했어.


‘이미 뱉은 말이라 로켓처럼 공중에서 폭파시켜 버릴 수도 없고.’


그런데 그의 입술이 찢어질 듯이 벌어진다.

분명히 빛이 없었는데 어디서 이렇게 광명이 나타나,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걸까.


‘솔직하길 잘한 걸까.’


하기야 빈말이 아니라 참말이었으니깐.

그런데 곧 그의 웃음이 점점 작아지더니 괴로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고선 쓸데없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말을 내뱉었다.

정말 쓸데없이.


“안개냐? 안개 속에서 스윽하고 스쳐지나가서 그런가 아무 느낌도 없다. 안개 더하기는 안개잖냐? 거의 무에서 무로 돌아간 거지.”


말도 안 돼.

웃었잖아. 좋아서 웃은 거 아닌가?

그리고 그 정돈 아니지 않나?

막 엄청 오래 붙어 있었는데, 입술끼리.

막 그리고 엄청 뜨거웠는데.

막 너님 앱솔루트 입술이. 술을 마신 것처럼.

아···. 아닌가.


‘뜨거웠던 건 내 입술이고 술을 마신 것 같았던 건 나 였나······.’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아마도 횡격막 쪽인 거 같다. 숨이 막히는 걸 보니.


“하아··· 하아···.”


저 단단한 벽에 문이 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문이 사실은 무늬만 문이었던 거야.

그것도 모르고, 난 ‘달려라 하니’였던 거야.


‘벽에 달려들었다니. 그것도 전속력으로 달려서, 쿵 쿵 쿵 두드렸는데······.’


꽉 쥔 주먹만 아픈 거지.

하지만······ 이번엔 정말, 정말로 이상해.

이전에도 그랬었지만. 방금 전에는 확실했잖아.


‘내 목소리 자기만 들어서 좋댔잖아!’


‘그 힘든 날에 내 머릿속에 자기가 있어서 좋다고 했잖아!’


“하아······.”


그래놓고 로맨틱한 뽀뽀를 그저 한낱 입술 박치기로 전락시켜버리다니.

그런데 표정은 왜 그렇게 괴로워 보이는 건지. 주먹은 왜 억울한 듯 쥐고 있는 건데.

······아. 괴로운 게 아니라 짜증난 거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저 사람으로만 좋다, 이 말인가?

분명히 벽 넘지말라고 했잖아, 라고 되새김질 당한 거 같은 기분이다.

싱크홀에 빠져 아픈 것처럼 넋을 놓았다.


‘······.’


상대방이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면 소용없어.

설령 그의 몸이 반응했다하더라도······.

지금으로선 관계를 흥하게 하는 것도 그고, 망하게 하는 것도 그다.

화가 나지만 현재로선 일방적 감정일 뿐이야.

이제야 횡경막이 제자리를 찾았는지 숨이 골라졌다.

매달릴 생각은 없다.

원하는 대로, 우리 사이는 친구. 그리고 오너와 고용인 사이인 거.

내 표정이, 내 숨결이 이미 모든 걸 실토했을지 모르지만 흔들렸다는 걸 내 입으로 인정하고 싶진 않다.

바람 한 점 불어도 나는 나여야 하니까.

그러니깐 여수야, 진지해지지마.

그저 새털처럼 가벼워라.


“취향이 마이너한가 봐요.”

“이 맹꽁이. 마이너한 건 맞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쪽으로 마이너한 건 절대 아니다. 넘겨짚지 마라. 내가 뭐든 하면 고수라고. 연애도 마찬가지고.”


고수? 고순지는 모르겠지만 고자는 아니었구나.


“잘 모르겠네요. 날파리라서 그런가. 인간 쪽 감수성이 아예 제로인 거 같아서요.”

“뭐? 너 또 날파리. 알파리라고 부르라니깐.”

“저도 맹꽁이 아니거든요.”

“그래 맞아. 넌 맹꽁이가 아냐.”


으잉. 이 급전개 무엇?

하지만 왠지 그가 사뭇 진지해 보여 타박할 수 없어 눈동자를 굴리고 있자니 그가 차분한 말투로 물었다.


“그니깐 저번에 물었다 못 들었던 그 답 들을 수 있을까?”


나는 뭘 말하는지 몰라 ‘어떤 질문’하고 장난기 하나 없는 눈빛으로 응답했다.

그러자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가수.”

“······.”

“해보고 싶지 않아?”


‘아······!’


도로연수하려다 실패한 날, 햄버거 먹으면서 물어봤던 그 질문이구나.

‘뀨’만 아니었어도 그땐, ‘아니’라고 대답하려고 했었는데.

그러나 오늘은······.

입을 다문 채 그를 보고 있던 몸을 틀어 안개 속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도 자연스럽게 따라 걸었다.

방금 거절당했다고 해서 친구로 고민을 나누기로 한 거까지 원점으로 되돌리고 싶진 않다.

안개를 빌미로 이미 많은 걸 얘기했고 입술마저도 솔직했으니깐, 내 마음을 곧게 그에게 펼치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얘길 해야 할지······.

어려운 질문도 아닌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대답했다. 솔직함 그대로.


“네. 가수로 살고 싶어요.”


조금만 더 욕심을 내 볼까.


“될 수 있다면 엄마처럼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가 탄식하듯 ‘역시’를 내뱉었다.


“노래 부르는 거 되게 좋아해요. 아니, 되게는 좀 작다. 엄청 많이 많이 많이요.”

“그저 부르는 것만?”

“작곡도 작사도 하고 싶어요. 저 욕심 참 많죠?”

“아니. 넌 욕심내도 될 거 같다. 너니깐.”

“······.”

“살아서 흐르는 음악 바다.”


너무 놀라 옆에서 걷고 있는 그를 돌아봤다.

내 시선과 무관하게 그는 들릴 듯 말 듯 말을 이어나갔다.


“술주정도 노래. 청소를 할 때도 노래. 알바할 때도 노래. 꿈꾸다가도 노래. 티비 보다가도 노래. 울다가도 노래. 날 부를 때도. ······노래를 부르는 아이니깐.”


아까처럼 진지한 표정이다.

하지만 좀 달라. 어두워. 수면으로 가라앉고 있는 물에 빠진 사람 같은 표정이야. 멍하게 물에 빨려 들어가는 거 같이.

꺼내주고 싶다.


“사장님, 아파요?”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아파 보여요.’하고 대꾸했다.

대답이 없다.


“열나요?”


이마에 손을 대고 싶었지만, 주저했다.


“아니.”

“표정이···.”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깐. 신경 쓰지 마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좀 전 칭찬에 기분 좋아하지도 못하고 계속 말을 하기도 멋한 불편한 공기가 안개처럼 우리를 감싼다.

후후, 불어서 흩뜨려버리고 싶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자 그의 표정이 평소와 같이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도통 그를 이해할 수 없다, 생각하는데 그가 다시 좀 전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지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하면 되잖아. 늦진 않은 거 같은데. 요즘은 재능과 스토리가 중요하지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니깐.”

“이상한 자신감일지 모르지만 가수가 된다면······ 될 거 같아요.”


그가 고개를 짧게 까닥여 긍정이란 걸 표시했다.


“고마워요. 이상하다고 안 해줘서.”

“전혀. 이상하지 않아.”

“이 자신감은 허상에서 오는 건 아니에요.”

“······.”

“전.”


‘나영이 대타로···.’ 하고 말할 뻔 했다.

나영이를 욕할 만한 말은 빼자.

가족을 욕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니깐 어릴 때부터 각종 수업을 많이 받았어요. 실제 엔터사에서 노래 선생님으로 계신 분들한테도 배웠고요. 기타도 실력 있는 분들께 사사 받았고요. 춤도 배웠어요. 그 밖에 많은 걸 배웠죠.”


하지만 그는 마치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듯이 말했다.


“아이돌 지망생이었던 이종사촌 공나영 대신에?”


도대체 어떻게······.

나의 깜짝 놀란 반응과 상관없이 그는 말을 계속 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말해도 될까? 개인적으로 아이돌 수업을 받았다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번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돌이라고는 말할 순 없어요. 아이돌은 군무가 일단 우선해야 되잖아요. 물론 다른 메인들도 잘해야겠지만요.”


그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싱어송라이터.”

“네.”

“작곡이나 작사도 자신있단 거냐?”


나는 기분 좋게 웃은 뒤 대답했다.


“조금.”


그러자 그도 소리 내어 웃는다. 그것이 비웃음이 아니라 호쾌한 웃음이란 기분이 들었을 때 그가 웃음을 지우며 말했다.


“그래. 온엔터테인먼트로 데려오고 싶다.”

“네?”

“가수하고 싶다고 했잖아. 이뤄줄게. 네가 하고 싶다면.”


나는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방금 염태성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염태성도, 이온도.

같구나.

자신들의 꿈을 나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거.

난 나일뿐이고 내 꿈은 내가 이루는 건데.

왜 자기들이 내 꿈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아뇨. 가수, 나 혼자도 이뤄낼 수 있어요. 지금의 내가 아니어도 이 목소리라면.”


이온이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면 이미 받을 수 있었어요. 염태성 대표 있잖아요. 어쩌면 제시라는 가수도.”


두 번째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엔 그냥 놀란 게 아니었다.


“제시의 뮤직비디오. 봤을지 모르겠어요. 저를 찾는다고 해요. 이유는 몰라요. 짐작만 할 뿐이에요.”

“널 가수로 모시고 싶어 해.”


이번엔 그가 아니라 내가 놀랐다.


“······알고 있었어요?”

“어. 오래전부터.”

“······!”

“제시도 뉴 타이타닉 첫 항해를 함께 했었다. 넌 아마 못 봤겠지.”

“그땐 정말이지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었잖아요.”

“그래. 이해해. 제시가 제일 먼저 내게 물어봤었다. 널 아느냐고.”

“그랬군요.”

“모른다고 했다.”

“······!”

“······.”

“······왜.”

“아까 말했잖아. 네가 하고 싶다면 내가 이뤄주겠다고.”


그의 말에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아뇨. 그게 아니에요. 염태성 대표도 제시도 찾아가면 됐지만. 안 그랬잖아요. 왜 그랬겠어요.”


이온은 혼란과 궁금함을 한가득 담은 눈빛을 보냈다.


“내 꿈은 내가 이뤄요.”

“······!”

“나 혼자도 할 수 있어요. 요즘은 그런 시대잖아요.”


그제야 그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혼자하겠다는 거냐? 나는 널-.”


무심코 생각의 끈을 풀어버리자 홍수처럼 담아둔 마음들이 쏟아져 나왔고, 급류처럼 나의 말은 그의 말을 삼켜버렸다.


“직장인으로 자리를 먼저 잡고 싶어요.”

“날 이해시키고 싶었다면 부족한 답변이야.”

“보여주고 싶어요! 이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네 이모가 너에게 직장인이 되어한다고 했단 말이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거 같아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아깝지 않아?”

“하나도.”

“왜?”

“직장인이 되어도 노랜 부를 수 있으니깐.”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노래 쪽은 취미 정도 밖에 더 되겠냐.”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얼 할 수 있겠어요. 이모에게 보여줘야 될 게 하나 더 있어서 열심히 해야 되요. 노래라는 궤도를 타게 된다면요.”

“그게 무슨 말-.”


이제는 숫제 생각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엄마처럼 되고 싶고 그렇게 되어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나는 악에 받쳐 소리 질렀고 이제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것처럼 누구에게도 가장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숨기긴 그렇게 어려웠는데 꺼내긴 정말 쉬웠다.


“좋아하는 걸 하면 안 돼! 노래는 엄마처럼 비극이 되는 길이야! 할아버지가, 아빠가 죽은 이유도 네 엄마를 만나서야! 그러니깐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선 공부해라! 공부해라! 공부해라앜!”

“······!”

“먹어! 먹어! 여수야, 맛있니! 먹어! 먹어! 다 먹어!”


온 신경이 끊어지기 직전에 달한 것처럼 나는 비틀거렸다. 곧 쓰러질 거 같던 순간, 그가 팔을 뻗어 나를 잡아 지지하며 다그쳤다.


“누가? 누가 그렇게 말했다는 거냐?!”

“그 말을 한 주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정신을 놓을 거 같다.

정말로······. 농담이······. 아······냐.


“아니! 중요해!”

“······.”

“오여수! 누구야?!”


시야가 흐릿해지고 있어. 그도 안개처럼 뿌예.

하지만 그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입을 앙 다문 채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의 몹쓸 눈은 칼보다 날카로워 피부를 따갑게 했고, 입은 한 차례의 채찍과 같이 매서워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다.


“이모잖아!”

“······!”

“이모! 네 이모잖아!”


이···럴 수가.

숨겼다고 생각했어.

날 거둬주고 키워준 이모를 탓하고 있던 불순한 마음까지 알고 있을 줄 몰랐어.


“알고 있어. 다 알진 못해도.”


쾅!

가슴을 얻어맞은 거 같다.

그런데 몹시도 시원하다 못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처음으로 형체가 없던 이모에 대한 그 어떤 이름 없는 감정을 이유 따지지 않고 공감 받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나도 짐작만 했어. 말하지 않아도 돼. 여수야, 다 알진 못해도 마음으로 알고 있으니깐.”


······울어도 될까.

울고 싶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슬퍼서가 아냐. 후련해서야.

하지만.

이 남자 앞에선 울기만 했어서······.

온힘을 다해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깨물었을 때였다.


“울어도 돼.”

“······!”

“여수야, ······여수야. 이리 와.”


하지만 말과 달리 그가 먼저 잡고 있던 팔로 나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그의 다정하디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를 감싸 안았다.

마치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 넣어둔, 남 주기 아까운 따뜻한 손을 그저 객일 뿐인 자에게 내어 주듯 나의 차가운 귀를 녹인다.

온 세상이 나를 안은 것 같다.


“지금이야.”

“······.”

“진짜 울어야 될 때.”


그 순간.

낡고 해진 하나의 세상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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