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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반전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벨라송
작품등록일 :
2019.12.23 21:10
최근연재일 :
2020.04.17 14:59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4,930
추천수 :
158
글자수 :
4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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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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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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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7쪽

여신은 알바 중 (4)

DUMMY

왜 이래, 또!

아, 내 심장.

진짜 쪼개진다고요.


‘완전히!’


어두운 밤하늘에 뜬 두 개의 별똥별이 떨어져 내 가슴에 콕 박혀 영원히 뺄 수도 없게 되는 걸 손 놓고만 볼 수 없다.

확인해야겠다.

내 가슴만 설레발을 치고 있는 건지 아닌 지를.

이온의 두 눈에, 평소와 달리 눈에 힘을 주어 굳은 표정의 내가 비쳤다.

팔을 잡고 있던 그의 두 팔을 하나씩 차례로 걷어 냈다.

그러자 그의 눈이 조금은 커졌다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이젠 반전남 아니고 투정남이니깐. 그만 투정부려요. 여자친군 또 뭐예요?”


그는 태연하게 질문을 되물었다.


“여자친구?”

“아까 저기 룸에서 그랬잖아요. 내 여자친구라고. 나 다 들었는데. 아주 똑똑히!”


몸을 틀어 나를 비켜지나간 그가 댄스홀로 들어가는 문 쪽으로 먼저 걸어가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을 했다.


“별거 있겠냐. 너랑 나랑 친구지 않냐? 여행에서 만난 친구. 하기야. 나이 차인 좀 나겠네. 하지만 요즘 그런 거 누가 따지냐. 이 맹꽁아.”


하-.

역시 그랬어.

두 개의 별똥별의 진로를 나의 하트로 진격해 오지 못하게 한 건 정말 잘한 짓이었다.


“친구 맞죠. 하. 하. 하.”


아무렇지 않은 듯 위풍당당하게 웃으며 그를 뒤따라 걸어갔다.

하지만 마음은 그 반대였다.

앞선 그가 또다시 뒤를 휙 돌아봤다.

탐탁지 않은 눈빛이 저절로 쏘아져 나갔다.


“아, 또 왜요?”

“그니깐 다 알고 싶다고. 네 전부 다. 친구니깐. 게다가 너. 지금 곤경에 처했잖아.”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지금 당신이 말했잖아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친군······. 조금 많이 몰라도 되잖아요.’


“됐고요. 우리 여기서 이젠 찢어져요.”


라고 말하는 순간 그가 조용한 복도에서 댄스홀로 연결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내 목소리는 절묘하게 묻혔고 동시에 그의 손이 누군가에게 덥석 잡혔다.

화려한 형광색 머리를 한 여자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오빠 나한테 찍혔어.”


그때였다.

무섭도록 낮은 목소리가 갑옷을 뚫은 검처럼 음악소리를 뚫고 허공을 팍, 하고 찔렀다.

공기도 아프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거 안 놔!”


명백한 경고의 음성이었다.

형광색 머리가 정말 찔리기라도 한 듯 그의 손을 팍 놓았다. 그리곤 뒷걸음질 치며 달아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도깨비불이 어두운 수풀에서 저 혼자 동동 떠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불현듯 앞서 있는 그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톡톡.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가 뒤를 돌아봤다. 표정이 없다.


“저 여자한테 방금 뭐 한 거예요?”

“아무것도.”


설마 아무것도 안 하고 말만 했는데 저렇게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쳤을까.

표정에 뭔가 있었겠지.

아주 무서운······.


“귀신처럼 손으로 눈 찢어서 쫓아낸 거예요?”


내 두 눈을 각각 검지로 쭈욱 늘리면서 혀를 내밀어 귀신의 모습을 직접 시연해보였다.

그러자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네. 맹꽁이가 귀신이면 내가 잡아갈게.”


헐. 불발이다. 또 빗나갔어.

그가 금방 쓰다듬었던 자리를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에어컨 바람도 이길 정도로 훈훈한 온기가 느껴졌다.



댄스홀은 들어올 때보다도 더 사람이 많아져 발 디딜 틈이 없어보였다.

어후. 여길 어찌 나간다냐.


‘인간 바다여, 갈라져랏! 갈라져라아악-?!’


그런데 순간 내가 번쩍 들리더니 이온의 한 쪽 어깨에 어느새 빨래마냥 걸쳐져 있었다.


‘억!’


이온의 손이 매우 오묘하게도 나의 엉덩이 쪽에 있어서 나는 시방 매우 어색한 짐승이 되었다.

그의 등을 팡팡 쳐댔다.


“내려주세요!”

“생각보다 더 가벼워졌네.”

“생각보다는 뭐에욧! 저 엄청 가볍거든요!”


그러니깐 제 말은 지금은 가볍단 말이에요.


“숨 셔라, 오여수. 들숨, 날숨 알지?”

“알거든요. 그리고 엄청 숨 쉬는 중이거든요.”

“아닌 거 같은데. 뭐. 좋아. 만약 못 쉬겠거든 말해라. 인공호흡 정돈 해줄 수 있으니깐.”


뭐랰!


“그럴 일 없거든욧! 그러니깐 내려주세요오옷!”

“숨 쉬는 걸로 간주하고.”


어차피 나가긴 나가야 하고······ 에라, 모르겠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출바알!”


내 말과 함께 그는 용맹한 말처럼 사람의 바다를 질주했다.

홍해 바다가 갈리듯 신기하게도 춤을 추던 사람들이 우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줬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온이 조심스럽게 나를 어깨에서 내려주는 순간이었다.

그의 어깨에서 스르륵 미끄러지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감싸 안아버렸고. 그가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두르는 자세가 되었다.

그의 목을 감싸 안은 채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 순간 프롬의 <영원처럼 안아줘>란 노래의 경쾌한 기타소리가 내 귀를 트링··· 트링트링······ 하고 울려댔다.


“······.”

“······.”

“······.”

“맹꽁이 이런 거 좋아하나 보다.”


이온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목덜미를 감았던 팔을 풀며 뒷걸음질 쳤다.

무의식중에 손깍지까지 끼고 있었네.

이렇게 멍멍, 민망할 데가.

갈 길 잃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확 쓸어 넘긴 후 뒤돌아서 최종 입구를 열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잡은 거예요. 안전이 우선이잖아요. 특히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선.”

“그럼 애초에 여기 오지 말았어야지.”


그가 나를 차갑게 스쳐지나간다. 그의 청량한 향기가 여름 새벽바람과 함께 서서히 멀어진다.

아쉽······고 쓸쓸하다.


“어쨌든 좋은 방법이었던 거 같아요. 슈퍼 울트라 구우웃!”


머쓱해서 엄지척을 해주는데도 그는 연신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찾아요?”

“어.”

“뭐요?”

“차.”

“아. 원이요?”

“그 원이 맞아.”


말을 하며 그는 도로를 등지고선 이번에 또 뭔가를 찾는 듯 했다.


“이번엔 뭐요?”

“가드.”

“저쪽에요.”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의 질서유지를 하느라 파묻혀 있는 가드들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잘 찾네. 맹꽁이도 쓸데가 있다더니. 맞는 말이네.”

“어휴. 개똥이거든요. 맹꽁이가 아니라.”

“개똥이 좋단 말이지? 알았어. 앞으로 개똥이다, 넌.”

“아니. 속담, 속담.”

“하하하.”


그가 호탕하게 웃는다.

이상하게도 긴 하루가 너무도 피곤했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아진다.

점점 이온의 장난조차 싫지가 않아진다.

이래도 괜찮을까······.

시원한 웃음을 흘리며 이온은 큰 보폭으로 고생하고 있는 가드 중에서 아까 나를 안내해준 까까머리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이온을 돌아본 까까머리 표정이 금맥을 찾은 표정처럼 환해지더니 90도로 꾸벅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저기도 아는 사이? 인맥이 거미줄이야, 뭐야? 뭐 이렇게 곳곳에 줄이 쳐져있어.

나도 둘의 상봉 장면에 참여하기 위해 다가갔다.


“세상에! 도련님! 이게 몇 년 만인지요! 기별이라도 주시고 오시지 않고요!”


도련님?

호칭이 왜······?

아. 생각해보니 나보고도 아까 아가씨라고 했잖아.

이 가드 버릇인가 보네.

사람을 ‘도련님’혹은 ‘아가씨’란 호칭으로 부르는 게.


“아까 왔어. 잘 지내고?”

“그럼요. 그렇게 신경 써주셨는데 어찌 못 지내겠습니까! 가족들 다 무탈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근데.

나한텐 아까 낮추더니.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이온한텐 웬 높임말?


“그래. 나도 덕분에 마음 편히 지냈다.”

“혹시······ 태성 도련님을···.”


서로 서로 아는 사이?


‘······.’


아유. 모르겠다.

뭔 사이겠지.

이온 인맥이 좀 넓은 게 아니니깐.


“만났어. 벌써.”

“그럼 하매 가시는 길이신가요? 여기 아가씨랑 같이요?”


까까머리 가드가 나를 힐끗 곁눈질하며 말했다.


“그러려고 하는데 말이야. 내 차가 안 보여. 여기 입구에 세워두고 들어갔었는데.”

“아··· 그 파란색 스포츠카 말씀하시는지요?”

“맞아.”


까까머리 가드는 조용히 손가락을 뻗어 도로가에 떨어져 있는 견인 통지서를 가리켰다.


“이런······. 태성 도련님이 조금 전 연락을 주셔서 견인 보냈어요.”

“······!?”

“뭐라고요! 원이가 견인되었다고!?”


나는 큰소리를 내며 상상을 해버렸다.

원이가 마치 춘향이 목에 채워진 옥쇄처럼 견인차의 갈고리에 걸려 끌려가는 슬픈 장면을······.


‘원아아아아아!’


“막 화를 내시면서 빨리 견인 보내라고 해서··· 그만···.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따로 주차를 해뒀을 텐데요.”


통지서를 잡아채듯 주은 이온이 일어서자마자 욕지거리 같지도 않은 욕을 했다.


“스댕 새끼!”


약해요, 약해. 좀 더 강한 거 있잖아요.

그거. 열 더하기 팔······은? 얼마?

아무도 보지 않지만 나는 혼자서 열 더하기 팔 모양을 입으로 그렸다.

곱디곱게 다뤄야 하는 우리 원이를 감히 견인을 보내다니!

나는 고요하며 절제된 발길질과 주먹질을 허공에다 마구 해댔다.

그런데 이온과 까까머리 가드가 나를 요상한 눈으로 빤히 보는 게 아닌가.

아유! 나만 열 받았나? 굉장히 머쓱타드해져서 괜스레 머리를 긁적였다.


“태, 택시를 불러드릴까요?”

“고맙다. 그리고. 알지?”


뭘 안다는 거지?


“그래서 저를 여기로 보내신 건데요,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그때 그 사건 이후 여태껏 무탈하셨습니다. 걱정은 안 하셔도 되실 거예요.”


무탈. 무슨 얘기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 ● ●


탁.

택시가 이온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마음이 또다시 쓸쓸해졌다.

하루 날 잡아서 내 심장을 냉동실에 감금 시켜야 될지도 모르겠다. 꽁꽁 얼려서 아무 감정도 못 느끼게.

지금은 그저 무덤덤함을 가장한 얼굴로 문 앞에 서서 작별인사를 했다.


“남사친님. 오늘도 ‘반전’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비꼬는 거냐?”

“아니요. 고맙다고요. 약간 곤란한 상황이긴 했거든요.”

“약간?”

“그래요. 많이.”

“어. 알고 있어. 들어가자.”

“······?”

“뭔 토끼눈을 하고 보냐. 집. 이제 네 집이기도 하댔잖아. 기억하지?”

“안 간대두요. 잘 데 많아요.”

“노숙하게?”

“한국에서 웬 노숙. 우리나라 같이 밤문화가 발달한 곳에서 노숙은 가당치도 않아요.”


이온이 미소를 담은 농담을 던졌다.


“아, 그으래? 여수 밤바다처럼?”


여수 밤바다?

아재개그도 아니고.


“재미없어. 갑자기 여수 밤바다는 왜 나와요?”


그도 내 반응에 머쓱했던지 딴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다니던 네 캐리어는 어디로 사라졌네?”

“그거요? 치킨가게에 놓고 나왔어요.”

“치킨가게?”

“네. 저기 사거리 골목 안에 있는 불금치킨이라고. 거기에 잠깐 두고 나왔어요.”


손가락으로 치킨가게가 있는 골목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고개도 손가락을 따라 돌아갔다.


“하필이면 치킨가게에다?”

“아유 참. 알바하잖아요. 거기서.”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그가 놀란 듯 물었다.


“알바?”

“내가 말 안 했었나? 치킨가게랑 맞은 편 커피숍에서 알바 시작한 거.”

“어. 뭐가 이렇게 빨라.”

“마냥 손가락 빨 순 없잖아요.”

“네 몸 속 생존세포는 매우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거 같네. 그 추운 러시아에서도 그 세포, 팔팔 날뛰더니.”

“감사요. 정말 뛰어나신 부모님이셨다고 들었··· 부모님이셨어요.”

“그래. 그럴 거 같다. 알바도 내 집 코앞에서 하고. 걸어 다니기 딱이네. 집 구할 때까지만 이니깐 엄한데 가서 별꼴 당하지 말고 여기서 지내.”

“걱정은 고마워요.”


그가 자신의 잘생긴 옆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맹꽁이 네 머릿속에 찜질방 있는 거 다 아는데. 정 부담스러우면 찜질방 입장료를 나한테 내든지.”


대답을 머뭇거리며 입술만 달싹거리자 그가 진중한 눈빛을 보냈다.


“믿으면 된다.”


‘믿었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믿어요.’


다만, 그저 못 믿어서 그렇죠······. 나를.

이런 이유로 나는 또다시 머뭇거린다.

그의 진지한 눈이 나를 한없이 응시한다.

지금 그 눈빛이 친구의 눈빛이란 말이죠?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를 그 몹쓸 눈빛에 마음이 왜 이리 아리나요.

그가 마침내는 하얀 손까지 내밀었다.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자.”

“······.”

“잡아.”


나는 손을 잡는 대신에 손바닥을 마주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마음과는 다르게 경쾌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 집 구할 때까지만 신세질게요.”


그렇게 남자, 여자 사람친구의 소소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 ●


매일 아침 6시 반에 나가 밤 10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온다.

집이라고 하니 우습지만, 지금은 이온 집이 임시 내 거처니깐. 그의 말대로 집이라고 부르련다.

여러 과외중개 사이트에 틈틈이 이력서를 올리기도 하고 각종 일자리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기도 한다.

경력직만 뽑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욕도 하고, 더럽게 못 본 면접이지만 손꼽아 부동그룹의 결과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백수는 백수답지 않게 매우 바빠 보인다.

나 보다 늦게 나가 나 보다 늦게 집에 온다.

정말 친구 같이 서로의 생활에 간섭도 없고, 때론 남매처럼 아예 서로에게 관심도 없는 듯 그렇게 같은 집에서 자고 먹고 함께 지내고 있다.

아. 함께 산지 딱 일주일 째 날 마주쳤을 때, 그가 지나가듯이 슬쩍 말했다.


「잊을 뻔했는데 헬스방이라고 집에서 운동하게끔 꾸며놓은 방이 있어. 네 방 가다보면 보일 거야. 문이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서 안이 잘 보일 거다. 시간 있으면 운동도 좀 하고 그래라.」


그의 배려 덕분에 매일 밤마다 나는 헬스방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쌓일 대로 쌓인 스트레스 해소를 건전하게 해결 할 수 있었다.

염태성 대표에게서는 그 이후 연락이 없다. 나 역시도 연락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마지막으로 이모와 나영이는······.

잊기로···, 잊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알바 쉬는 날 이모가 살던 한남동 주택에 다녀왔다. 경비 아저씨 말에 따르면 주택엔 이미 새 입주자가 들어와 살고 있다고.

지난번에 왔을 때도 예상은 했었지만······.

젊은 날의 이모의 수고를 알기에 배신감보단 가슴이 먹먹했다.

집집마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찼지만 오직 내게만 한없이 적막한, 집을 등졌다.

버스 안에서 마지막으로 집을 바라보며 혼자서 작별의식을 치렀다.


‘······20년 동안 이모와 나영이가 유일한 가족이었고 내 전부였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가족으로 함께 있어줘서······.’


······흐흑.


‘이제 이모의 맛집이 영구 자진 폐업됨을······ 선언합니다······. 흐흑.’


안녕, 안녕, 안녕히······.


● ● ●


“왔어요.”


자리에 앉아 한창 업무를 보던 앳된 남자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열린 문이 닫히고 들어온 젊은 남자를 향해 고개만 까딱거렸다.


“신기훈. 난 사장이고. 넌 비서야.”

“드라마 찍어요?”

“현실이다, 임마.”

“······.”

“회사는 스파르타다. 알아들었냐?”


젊은 사장은 말을 하면서 손목을 들어 스마트 와치를 흘겨보았다.


“삼십분 정도 시간이 날 거 같은데 들어와서 주간업무 보고해. 신 실장.”


젊은 사장의 우아한 꾸짖음에 사적인 대화를 끝낸 신 실장은 정자세를 하고선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먼저 들어가 계시면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잠시 후.

신 실장은 책상 위 태블릿을 챙겨 사장이 들어간 집무실로 들어갔다.

한쪽 면 전체를 통유리로 꾸며 탁 트인 도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된 사무실은 여름 노을빛을 받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장은 긴 소파에 털썩 앉으며 넥타이를 풀어 소파테이블에 가볍게 던졌다.


“좀 편하게 들을게. 신 실장도 편하게 앉지.”

“괜찮습니다.”

“편할 대로.”


사장의 맞은편에서 처음 만남과는 달리 각 잡고 앉은 신 실장은 태블릿을 두 번 탁탁 두드린 후 보고를 시작했다.

앞선 안건을 끝내고 막 LJ1에 대한 보고를 시작한 신 실장의 말을 말없이 듣고 있던 사장이 어슴푸레 사라지고 있는 석양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원이라······. 귀엽군.”

“네? 잘 못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냐. LJ1 광고는 언제부터지?”

“아마 내일쯤에는 공중파부터 시작해서 각종 포탈과 신문, 옥외 광고 등 전면적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좋아.”

“다음 안건으론 신형 SUV···.”


여전히 창밖에 시선을 둔 채 젊은 사장이 신 실장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때 알아봐달라고 했던 사람들 소식은?”


신 실장은 잠깐 생각을 하고 입을 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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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2) 19.12.26 238 4 15쪽
3 러시아에서 만난 그 남자 (1) +1 19.12.25 300 6 19쪽
2 반전 시작 (2) 19.12.24 364 6 16쪽
1 반전 시작 (1) +3 19.12.23 695 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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